부르카 유랑단
박혜영 지음 / 아무책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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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카 유랑단

나는 오늘 부르카 유랑단을 읽었다.

공연이 다시 시작되었다. 관객석이 불 지핀 열기구처럼 달아올랐다. 누군가는 휘파람을 불고, 누군가는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고, 누군가는 무지개색 깃발을 흔든다. 누군가는 춤을 추고, 누군가는 노래를 따라 불렀다. 옆에 서 있는 연인과 달콤한 키스를 나누거나, 부르카 4인방의 이름을 연호하는 이도 있었다. 밤이 깊어가도 누구도 떠날 줄을 몰랐다. 지금 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되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웃고, 노래하고, 온 힘을 다해 소리지른다. 펜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넓은 야외무대 위로, 달궈진 팬처럼 뜨거운 보름달이 떠올랐다. 공연이 계속되었다. 얼굴이 불덩이처럼 타오르면서도, 가슴 속이 뭔가 후련했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발걸음이었다. 그것이 설명 못할 통쾌함 때문이든 부끄러움 때문이든 말이다. 아란은 큭,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커다랗게 부풀던 풍선이 터졌다. 아 란은 벤치에 앉아 한참을 계속 웃어댔다. 몇 분을 그렇게 웃고 나서야 겨우 숨을 골랐다. 고개를 들었다. 구름 하나 없는 가을 하늘이 청명했다. “잘 먹었습니다.” 아란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것은 누구에게도 아닌, 자기 자신에게 하는 수고의 인사였다. 회색 먼지를 뒤집어쓴 아지트의 공기가 훈훈해졌다. 네 명이 손바닥을 겹쳐 파이팅을 외쳤다. 밴드 결성이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연습과 실전, 그리고 우승이었다. 첫 합주가 시작되었다. 선미가 사라진 자리에 서서, 아란은 혼자 작별 인사를 했다. 내일 학교에서도 말을 걸어줄까. 그런 거,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기대가 차올랐다. 너무 갑작스러운 행운은 이유 모를 비극을 수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란은 기뻤다. 온몸에 와이어라도 매단 것처럼 하늘로 가볍게 떠오를 것만 같았다. 아란은 양팔을 날개처럼 흔들었다. 지나던 사람 중 한 명이 아란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래도 괜찮았다. 아란은 그렇게 한참 동안을 지하철역 앞에 서 있었다. “나는 음악을 할 거야.” 제오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지호는 다리에서 내려왔다. 이별의 말치고는 꽤 싱겁다고 생각하며, 지호는 아지트를 향해 걸어갔다. 바람이 꽤 차가웠다. 지호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하지만 공연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이건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의 공연이니까.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아란과 돌리, 자옥과 지호는 마지막 퍼포먼스를 실행하기로 했다. 네 명은 동시에 부르카를 벗어던졌다. 나는 이책을 읽고 편견을 버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모습이든 나 다운면 된다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을 또 했다 우리가 가진 편견은 오직 우리의 생각일뿐 다른 사람이 보기엔 그것이 창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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