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읽는 건축 이야기 - 인류와 건축의 역사에 관한 흥미로운 탐색
후지모리 데루노부 지음, 한은미 옮김 / 이순(웅진)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인류와 건축의 역사>가 원제인 이 책은 요네하라 마리가 '읽지 않으면 인생의 큰 손해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로 명저'라 극찬한 책이기도 하다. 

워낙 세밀한 묘사 덕분인지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간석기'와 '뗀석기'가 무엇이고 어떻게 다른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요네하라 마리의 <대단한 책>(pp.285-287)에서 이 책과 관련한 소개를 실어둔다.


 저자의 견해로는, 인류 최초의 '건축'은 맘모스 등을 사냥하고 나무 열매를 채집하던 이동 생활을 하면서 임시로 비와 이슬을 피하고자 동굴이나 돌이나 나무에 짐승가죽이나 초목을 입혀 지붕을 삼은 것이다. 이것은 만국 공통이다.


 약 1만 년 전의 지구온난화와 함께 시작된 신석기(마제석기) 시대에는 목재의 가공이 가능해진다. 농경의 보급과 아울러 정착 생활을 하게 되어 주거도 튼튼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농경과 함께 태양신 숭배와 지모신(地母神) 신앙이 건물의 양식을 규정했다. 이것도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기까지가 건축사의 첫걸음이다.


 각 지역, 각 민족의 개성이 나타나는 것은 청동기라는 신기술과 함께 농경이 발달하여 문자와 문명이 발생하고 크고 작은 다양한 국가가 출현하면서부터다. 그러나 유럽 열강의 산업혁명 및 세계 분할과 함께 세계 건축물의 다양성은 반감되었으며, 유럽형 건물이 주류를 이루어 간다. 그리고 20세기가 되면 지금까지의 전통을 자기부정이라도 하는 듯, "철과 유리와 콘크리트 세 가지 건축 재료를 사용하고, 전체의 형태는 합리적이고 불필요한 구석이 없는 사각형의 상자 모양으로 만들고, 거기다 커다란 유리창을 단다. 색은 흰색이 기본이다." 이처럼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 유형의 건물이 지구상의 각지에 세워졌다. 인류의 건축사는 다양성의 시기를 거쳐 다시 세계 공통적인 모습을 띤다. 대충 정리하면 이런 논지의 글인데, 주거란 무엇인가하는 근원적인 물음이 전편에 흐른다. 물론 재미있는 것은 그 세세한 내용들이다. 


 우선, 저자 자신이 후기에서 조심스럽게 언급했듯이 건축사로서는 "전례가 없는" 책이다. '역사'라고 내세우면서도, 전 6장 172쪽에 이르는 분량에서 제4장 132쪽까지는 역사 이전의 인류와 건축의 행보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청동기 시대의 피라미드(일반적인 건축사의 책은 여기서 시작된다고 한다)에서 현대 건축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에 대해서는 불과 40쪽만을 할애했을 뿐이다. 더구나 나를 유쾌하게 해준 것은 저자 자신이 석기시대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석기시대 사람들의 생활 묘사가 마치 직접 체험한 듯 구체적이고 생생한 현장감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빙하기의 생활에 대해서, "겨울은 눈이나 얼음으로 꽉 막혀 버린다고 해도, 물론 여름이면 나무와 풀이 울창하게 자라므로 참마나 칡 등의 식물 뿌리를 캐고 밤이나 도토리와 같은 나무 열매를 줍고 야생 보리나 쌀이나 메밀이나 파와 같은 풀의 씨를 모을 수 있다. 벌레도 벌의 유충이나 매미나 나비가 맛있으니까 자주 먹을 수 있는데, 나비를 먹을 때에는 목이 메지 않도록 날개를 떼어내는 주의가 필요하며, 잠자리는 맛이 없으니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충고를 아끼지 않는 대목을 읽으면 왠지 나도 한 번 그 맛을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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