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는 말들 - 불안이 익숙한 사람을 위한 심리학
사이토 시게타 지음, maru(마루) 옮김 / 스테이블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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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익숙한 사람을 위한 심리학. 내 얘긴가 싶어 저절로 손이 갔던 책, "안아주는 말들". 



불안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늘 불안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다. 없애려고 하지만 없으면 또 허전해서 곁에 불안을 두고 산다. 불안한 사람들의 특징이랄까. 그렇다면 억지로 떼어내려 애쓰지 말고 어떻게 이 불안을 인정하며 친하게, 그러나 적절히 거리를 두고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차례를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잘 정리된 요약본을 보는 느낌이었다. 작은 제목들이 핵심 문장으로 되어있어서 신선하기도 하고 정말 고생하지 않고 남이 정리해둔 노트필기로 시험 전 벼락치기 공부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떤 문장은 위로하기도 하고 또 어떤 문장은 권유하기도 하며 어떤 문장은 해결책을 주기도 하고 어떤 문장은 타이르기도 했다. 






그중 나의 시선을 끌었던 것은 1장의 주제였던 "괴로움은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라는 문장이었다. 이겨내고 버티고 결국엔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던 괴로움이 실은 이해의 대상이었다니... 그렇다면 지금까지 왜 그렇게 헛된 것에 힘을 쓰며 살았던가 하는 생각도 들고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나와 내가 직면한 문제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애초부터 괴로움과 괜한 에너지 소비해가며 싸울 일이 아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본문은 왼쪽 페이지에 각 소챕터의 제목이자 핵심문장인 어떤 한 문장이 적혀있고, 오른쪽 페이지에 그 내용이 1-2쪽 정도로 소개되어 있어 크게 집중을 요하거나 하지 않아서 가볍게 읽기 좋았다. 어려운 내용이 아니라 그저 공감하고 고개 끄덕이며 읽을 수 있는, 가끔 마음을 울리는 부분이 나오면 끝을 살짝 접어두면 되는 그런 편안한 읽기가 가능한 책이다. 



표지 뒷면엔 따뜻한 위로의 말들, 안아주는 말들이 적혀있어서 읽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것 같았다. 자기돌봄이 필요한 모든 지쳐있는 현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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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 삶의 여백을 사랑하는 일에 대해
김신지 지음 / 잠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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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도 인생이니까]를 읽고 작가의 필력이나 책의 내용이 무척 마음에 와 닿았던 기억이 있는데 그 작가가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의 작가와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알고나서 기대가 한껏 올라갔다. 그리고 그 기대는 더한 만족감으로 이어졌다. 프롤로그만 읽고도 그 여운을 누리고자 잠시 책을 덮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정말이지 책의 진도를 빼기보다 거기 조금 더 머물러 있으며 작가와의 공감대를 충분히 누리고 싶었다. 



책을 읽을 때 뇌를 자극하여 인지의 영역에서 몰랐던 것을 깨우치는 것도 참 대단한 일이지만 마음을 자극하여 감정의 영역에서 묻어뒀던 것을 새로이 깨닫게 하는 것도 정말 대단한 일인 것 같다. 김신지 작가의 글을 읽을 때면 주변의 일들과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오는 따스함에,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정말 영리하게(?) 인도해가는 그녀의 필력에 가슴이 여러번 찌릿해졌다. 




시간이 없단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것은 어쩌면 모든 현대인들의 특징일 것이다. 내 시간의 절대적 부족에서 허덕이는 직장인들은 그야말로 노예같은 삶을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삶의 여백을 사랑하는, 그리고 그 일에 대해 글을 쓰는 일을 사랑하는 김신지 작가의 이번 책은 표지 사진에서부터 "나랑 차 한잔 하(는 여유를 가져보)지 않을래?" 하고 부르는 것 같다. 




출판사 이름만 봐도 이 책이 얘기하는 바와 일맥상통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잠비라는 낯선말이 품고 있는 이 말랑한 의미라니.... 너무 낭만적인 우리말이 아닌가.... 😭 무엇을 위해 손을 놀리고 있는지도 모른 채 영혼 팔고 일을 하는 순간이 많은데 잠시 쉬어가며 날을 갈고 앞으로의 계획과 인생의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잠비처럼 이 책 또한 나의 주변과 내 지금 삶의 모습을 잠시나마 돌아볼 수 있게 해주었다. 


"인숙씨"는 이 책을 읽는 데 있어 너무 중요한 인물이다. 어머니에 대해 이런 애정, 이런 존경을 품을 수 있다는 것, 그 고마운 존재에 대하여 이렇게 멋지게 책으로 언급하며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인숙씨"에게도 그 딸인 작가에게도 너무 멋진 일인 것 같다. 삶에 역경도 있지만 그 역경들 사이사이에 보일듯 말듯한 기쁨이 들어가 있다. 이렇듯 저렇듯 삶은 흘러가고 오늘 내 앞에 주어진,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 힘들다고 봐주지 않고 어렵다고 누가 대신 해주지도 않는 그런 일들이.



이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그저 하루하루 소임을 다하며 숨겨진 틈새 행복을 기어이 찾아 누리고 그러기 위해 매일 새 마음으로 노력해야지 하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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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헤매는 마음
임승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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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에이치코리아에서 나오는 감성적이고 촉촉한 에세이들을 참 좋아한다. 제목에서부터 이미 촉촉해질 마음의 준비를 잔뜩 시키고 있는 이번 책 "기꺼이 헤매는 마음"도 예외는 아니어서 마음 활짝 열고 책을 펼쳤다. 


그곳엔 저자 소개가 자리잡고 있었다. 어떤 대학을 나오고 어떤 논문을 썼고 어떤 프로그램과 프로젝트를 맡았고  사회적으로 어떤 지위를 갖고 있고... 하는 등의 천편일률적인 소개가 아니라 83년생 작가리고, 말을 글로 글을 말로 바꾸는 업을 갖고 있다고, 평범하고 튀지 않는 사람이지만 가끔은 선 밖으로 나가 헤매길 원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글을 보며 더욱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 이런 감성 촉촉한 책에서 저자를 학력과 경력으로 소개한다는 건 어차피 맞지 않는 일이긴 하지만 이리도 간결하고 임팩트있게, (그것도 이직 본편은 시작도 안 한 상태에서) 독자를 맞아주다니 정말 기대감이 한껏 더 올라갔다. 


작가답게 어찌나 글의 소재와 제목을 잘 잡아내던지.... 물론 나는 독자로서 아무렇지도 않게 잘됐네 못됐네 평가 비슷한 걸 하고 있지만 독자의 눈에 더 잘 들어오고 맘에 더 잘 들게 하기 위해 여러번 쓰고 지우고 고치고 했을 보이지 않는 시간들이 있었을 것임을 잘 안다. 


글을 읽으면서 시종일관 아니 이거 왜 이렇게 내 얘기가 많지? 싶을 정도로 작가분이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고 비슷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는데 그중의 최고봉은 라떼 이야기와 외삼촌의 문방구 선물사건이었다. 남에게 폐를 끼치고 싫고 나라도 누군가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나를 줄이고 깎아 틀에 맞춰주는 일. (그렇다, 맞추는 일이 아니라 맞춰주는 일.) 원하는 건 있지만 나로 인해 누군가가 불편해질까봐 (그것이 자발적인 선택일지라도 말이다) 예의(?)를 차리게 되는데 그 예의라는 것이 결국 곁을 내어주지 않는 서늘함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누군가(주로 부모님)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일이 되기도 하였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나도 (자식은 없지만) 조카가 생기고 보니 뭐라도 해주고 싶고 사주고 싶은데 높은 가격을 보고  멈칫하는 녀석들을 볼 때면 아! 하는 순간이 더러 찾아온다. 아직은 그래도 어린 아이들이라 괜찮다고 두 개라도 사라고 하면 금새 함박웃음을 짓는 아이들이지만 조금 더 커서 생각이 많아지면 나의 주머니 사정이나 예의 운운하면서 마음을 접는 순간이 올까봐 벌써부터 서운해지려고 한다. 



작가분과 나이가 비슷해서일까 정말 생각의 결까지 비슷하여 나의 이야기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았고 누군가 나의 마음을 알고 있다고 얘기해주는 것 같아 괜히 이해받는 느낌이 들어 위로가 되었다. 방송작가로서의 필력 또한 내 마음에 파고드는 데 큰 공을 세웠다고 생각한다. 😄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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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한 불복종자 - 관계를 지키면서 원하는 것을 얻는 설득의 심리학
토드 카시단 지음, 이시은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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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을 참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로, 제목부터 풍겨오는 반전의 매력에 냅다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맘을 먹었다. 수동적 공격형 성향을 갖고 있는 까닭에 뭔가 이거 내 얘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조금 더 끌렸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겠다. 결론적으로 이건 나만의 착각이었지만 말이다. ​

작가는 독자의 생각을 꿰뚫고 있었던 거 아닐까? ^^ 연대감을 느끼려고 책을 펼쳤는데 펴자마자 그거 아니라고 딱 잡아떼는 작가. 수동공격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내적 위로와 은근한 친목 다지기가 아니라 두려움과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적극적으로 사회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그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질서를 위해 사회규범을 따르고 체제에 순응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문제가 되지 않고 손가락질 받지 않으려 애쓰며 살아가고 있다. 불복종은 그 이유야 어쨌든 변화를 싫어하는 사회에 사회악으로 받아들여지며 지지보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일 수 밖에 없다. 그 속에서 불복자들이 이뤄내는 변화가 어떠한지 그들의 가치가 어떠하고 그들이 호의적이지 않은 환경 속에서 효과적인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들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이 순서대로 잘 나와 있다. 

목표를 위해 죽어라 불태우다가 화르르 타버려 재가 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의지가 전보다 약해졌나 나이 탓인가 체력 탓인가 하고 엉뚱한 곳만 긁어대고 있었나 보다. 존헨리이즘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했다. 물론 나는 사회적 불이익을 당하여 변화를 꿈꾸며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경우는 아니었지만 이 용어가 주는 충격은 상당해서 앞으로 근성과 존헨리이즘을 착각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챕터의 마지막은 "불복종의 기술"이라고 해서 그 챕터에서 다룬 내용의 정리랄까 팁이랄까 기술되어 있어 편했다. 사실 재미있는 제목과 달리 내용이 다소 어려운 책이었고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했다. 그간 자주 읽었던 여타 자기계발서나 힐링 에세이를 읽을 때와는 결이 다른 난이도였달까. 카페에서 읽기보다는 (읽으려면 조용한 카페에서) 도서관에서 읽는 게 더 어울리는 책이었다. 내용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불복종자들에 대한 사회의 시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이뤄내는 가치, 이들이 사회속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있고 우리 또한 그러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내지는 그런 사람들을 보았을 때 그들의 순기능을 이해하고 포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마음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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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말이라도 마음 다치지 않게 - 낮은 자존감과 상처뿐인 관계에서 나를 살리는 말 공부
임경미 지음 / 미래북(MiraeBoo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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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성정이 다 다르겠지만 유난히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며 남의 걱정근심까지 짊어지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냥 지나가다 걸리는 돌뿌리에도 왜 이게 내 앞에 있어서 나를 괴롭히는 건지 그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고, 없는 의미를 기어코 부여하는 창조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 살아온 환경에서 기인한 것이든 타고난 성정 탓이든 나 또한 거기서 완전히 자유롭진 않기에 책 제목을 본 순간 이거다! 싶었다. 


내 안의 소리를 듣고 참된 나를 발견하기보다는 남과의 비교를 통해 늘 대중을 삼게 된다. '남보다 못하지 않게', '적어도 남들처럼'. 남들과 비슷한 모습 뒤에 숨어서 내가 그 정도는 되는 사람이니 이상할 것 없다, 믿어도 괜찮다, 실패하지 않았다 등등.. 수많은 표현으로 이어지는 '중간은 가는'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안정감. 중간값이라는 것은 그저 수치이자 참고를 위한 기준인데 그러지 않아도 되는 많은 것들에까지 중간값을 들이대며 스스로를 괴롭히고, 나아가 다른 이들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남들보다 뛰어나도 쉬쉬해야 하고 남들보다 못할 때는 부끄러워하도록 만드는 문화사회적인 배경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난히 보통과 중간과 평균에 대해 기를 쓰고 달려드는 느낌이다. 좀 풀어져도 될 것 같은데 말이다.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닌 ,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처음 읽고 이해가 안되어 다시 읽어야 했을 정도로 잘하는 것을 당연시했던 것 같다. '잘'이라는 말이 만들어낼 수 있는 이중적인 면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 부분이다. 그게 사람이든 어떤 일의 완성도든 '잘'은 늘 비교대상을 물고 들어오게 되어 있다. 마냥 잴 수 없는 자신감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묘하게 누구보다? 어떻게? 등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음 질문을 자동적으로 떠오르게 만드니까. '잘'이란 단어가 빠지고 '해내다'라는 개념으로 이해를 하니 온전히 나의 성취에만, 오롯이 나와 어떠한 그 일의 관계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말과 관련된 어떤 따스한 일화로 가득하거나 자기계발서 같은 실습용 테크닉으로 가득한 책이 아니다. 오히려 차분하게 상담 선생님 앞에 앉아 나를 힘들게 했던 말들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와 성숙에 대하여 선생님께 잔잔히 조언을 듣는 쪽이랄까. 어떤 부분은 그래서 다소 딱딱하게도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명언집을 읽는 듯한 짜릿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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