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
김혜나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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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혜나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다. 청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국내에서 요가 지도자 과정을 이수한 뒤 인도 마이소르 아쉬탕가 요가 연구소(KPJAYI)에서 요가 아사나, 요가 철학, 산스크리트어 등을 공부했다.

 

책은 '메이'이자 동시에 '정윤희'인 한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녀가 인도를 가기 전인 한국에서의 삶 그리고 인도에서의 삶을 살아가며 깨닫고 느끼는 경험과 감정들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는 소설이다.

 

 

누구나 자기 안에 나쁜 면을 가지고 있어. 그런데 다들 그것을 바라보지 않고, 인식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아. 하지만 너는 너 자신을 관찰하고,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너는 올바른 사람인 거야. 좋은 사람인 거야.

너는 그냥 자신을 믿어주면 돼

p. 82-83 중에서

 

그녀가 한국에서 '정윤희'의 삶을 살 때엔 사는게 급급했던 아버지로부터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자란다. 팍팍함 속에서도 조금이나마 정을 나누어주던 고모는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그렇게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또 진정한 사랑이라 여겼던 요한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더는 견디지 못하고, 인도로 떠나온다. 그렇게 그녀는 인도에서 요가 수행을 하며 자기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몸부림친다.

 

김혜나 작가는 전작에서 청춘 3부작을 통해 이십 대의 삶을 치열하게 그려냈는데, 이번 <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에서는 삼십 대의 고민을 잘 그려내고 있다고 한다. 삼십 대의 끝에 서있는 지금의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나의 이십 대와 삼십 대를 떠올렸다. 그 때의 나는, 정희처럼 관계의 부재와 정해진 운명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도전했으며 처절하게 울기도 엄청 울었던 것 같다. 가슴에 불덩이를 얹어놓은 것처럼 뜨거우면서도 아팠던 시절이 사그라들고 나니 조금은, 아주 조금은 그 때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내 방식대로 그렇게, 그 시간을 버티며 지나왔고, 지금은 그 때의 내가 가여우면서도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되었건 잘 버텨줘서 조금은 덤덤한 지금의 내가 있는거니까.

 

 

욕망을 스스로 이루지도 못하고 내려놓지도 못한 채 홀로 고통스러워하는

미궁 속에 갇혀 있는 거야. 나도 알아, 이것 또한 내가 만든 미궁이라는 것을, 누구도 나를 이곳으로 밀어넣지 않았다는 것을, 모든 문제와 해답이 다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나도 알아. 나도 아는데, 그래서 나는 더 절망하게 돼......

나 스스로에게, 나 자신에게 패배하고 지배당하는 거잖아.

p.84 중에서.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결핍은 가진 채 살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사람이고, 또 사람이기에 완벽할 수 없고, 그렇기에 보다 나은 삶을 꿈꾸며 가지지 못한 것을 원하고, 바라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어린시절엔 채워지지 않는 삶에 분노하고, 슬펐지만 지금은 그저 받아들이면서 살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아직은 내 안에 많은 것들이 욕심을 품고, 원하지만 이 또한 지나고나면 지금의 나를 떠올리며 웃게 되는 날들이 올거란 생각이 든다. 책 속에 여운이 길게 남는 글귀들을 몇 번이고 되뇌여본다. 정희가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는 건 독자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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