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모든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범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각각의 작품에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지니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로 자리매김했다.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드디어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낸 것일까. 전소해버린 줄 알았던 언어의 검부러기밑에서 올라오는 참된 음절들을 작가는 언어가 몸을 갖추기 이전에 존재하던 것들-흔적, 이미지, 감촉, 정념으로 이루어진 세계로 우리를 데려간다. 신생의 언어와 사멸해가는 언어가 서로 만나 몸을 비벼대는 찰나, 우리는 아득한 기원의 세계로 돌아가 그곳에 동결해둔 인간의 아픔과 희열을 발견한다. 그리고 문득 깨닫게된다. 자신의 몸이 기억하는 참된 욕망과 조우하기 위해서는 0도 근처에서 차갑게끓어오르는 글쓰기의 언저리까지 기어이 내려가야 한다는 사실을. 그곳에서 우리는 죽음과 탄생이 새로운 몸을 얻어 환생하는 세속의 기적을 목격하게 된다. 이렇게 아름답게, 온전하게 몰락하는 방법을 가르쳐준 소설이 우리에게 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