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7일 밤 10시 정도 장소는 유리 천장이 있는 환상적 분위기의 카페로 정한다. 먼저 여자의 손을 잡는다. 별다른 저항이없으면 십 분쯤 후 청혼한다.......
그것은 나영규가 오래 전부터 치밀하게 작성해 온 8월 26일자 인생계획서 중의 한 부분일 것이었다. 그의 청혼에는 놀라지않았지만, 상상 속의 이 인생계획서는 나를 전율케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 전율이 채 사그라들기도 전에 나영규는 불현듯 고개를 숙여 방치된 내 입술에 자기 입술을 대었다. 실내의 조명이어둡다고는 해도, 주변 사람들 모두 자기의 연인들에 몰두해서다른 좌석에 신경을 쓰지 않는 조건이라고 해도, 그 키스는 돌연했고, 돌연했으면서도 깊었다. 그리고 나는 또 보았다. 조금 전상상 속에서 보았던 그의 인생계획표의 다음 구절을.
‘성공적인 청혼 후에 기회를 봐서 기습적인 키스 감행. 서두르지 말고 자연스럽게 할 것…………… - P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