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엄마도 엄마의 좁은 몸을 견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엄마의 유일한 딸이라서 모든 마음을 다 받고 자랐다. 염려, 걱정, 사랑, 엄마를 사랑하면서 엄마 곁에서 보내는 시간을 낭비로 여긴다는 게 미안하다. 엄마는 나를 키우는 동안 자신의 삶이 낭비되고 있다고 생각한 적 있을까. 울음소리를 들으며 잠을설칠 때, 기저귀를 갈 때, 우유를 먹일 때.
나는 이불을 품에 안아 들고 일어났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그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대로 웅크려 울고 있을 때 아빠가 커튼을 치고 들어왔다. 오염된 시트와 풍기는 악취로 상황을 짐작한 것 같았다. 아빠는 내 눈물을 거친 손으로 쓱쓱 닦아 냈다. 얼굴이 따가웠다.
엄마는 고여 있는 것 같다가도 우리 삶으로 자꾸 흘러넘친다.
우리는 이렇게 축축해지고 한번 젖으면 좀처럼 마르지 않는다.
우리는 햇볕과 바람을 제때 받지 못해서 냄새가 나고 곰팡이가필 것이다. 우리는 썩을 것이다. 아빠가 썩든 내가 썩든 누구 한명이 썩기 시작하면 금방 두 사람 다 썩을 것이다. 오염된 물질들은 멀쩡한 것들까지 금세 전염시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