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던져놓고 나는 솔직하게 변명했다.
저도 꿈이 있는데 가끔은 그걸 따르는 게 맞는지 의문이들어서요.
할아버지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가씨는 참 젊군요. 이렇게 쳐다보는 걸 용서해요. 그저, 내가 당신처럼 다시 젊음을 가지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가늠하느라 그런 거니까.
그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다시 돌아가도 나는 그림을 그릴 것 같아. 더 열심히, 온 힘을 다해서 말이에요. 그 끝이 이런 모습이라 하더라도 변함은 없어요. 다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이 길에 똑같이 서 있더라도, 적어도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후회는 없을 거야. 그거면 족해요.
그는 재킷을 뒤지더니 구깃구깃한 종이를 한 장 꺼내 펼쳤다. 흔들린 필치로 그린 풍경화였다.
-어때요. 이렇게 매일 그리고 있답니다. 아무도 봐주지 않을 그림이지만, 아니지, 오늘은 당신이 봐줬군요.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 눈앞의 할아버지는 마음이 이끄는 꿈을 좇은 대가로 이곳에 있는 걸까? 그런 생각에빠져 있는데 그가 내게 쪽지를 하나 내밀었다.
-그래서 말인데 부탁이 하나 있어요. 혹시 물감을 사줄 수있겠어요? 딱 한 통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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