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의 동행바람이 내게 일렀다이젠 그만 돌아가라고나는 고개를 흔들었다다시 나서야 한다고깊고 깊어 적막한 이 밤에도바람은 쉬임없이 자신의 길을 간다왜냐고 묻지 마라왜냐고 묻지 마라가야 하니까 가는 것이다멈추는 그곳이 무덤이니까함께 갈 거냐고 묻는 바람에게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이제부턴 바람과 동행이다바람에 온전히 몸을 맡기면 된다그저 가야 하니까 가는 것이다머물러 있으면 바람이 아니니까길만 흐른 것이 아니라 나도 흘렀다기쁘기도 슬프기도 한 길을걷다가 뛰다가 때론 쉬기도 하면서수많은 시간을 흘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