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어떤 할머니는 일흔에 접어들면서 평생 교육원의 창작 강좌에 등록했다. 그녀는 당시에는 드물게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재원이었고 작가를 꿈꾸는 문학소녀였지만 결혼과 동시에 그꿈을 포기했다. 신문의 신춘문예란을 보면서 "나도 한번 응모해볼까?" 하고 농담 삼아 가족에게 말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다들 "어디 한번 해 보시죠~"라고 놀리듯 말해 감히 펜을 들지못했다. 그녀의 삶은 겉으로는 평온했지만 속으로는 ‘내가 조금만늦게 결혼했더라면‘, ‘아이들이 조금만 컸더라면‘, ‘남편이 나를조금만 도와줬더라면‘이라는 말을 수십 년 동안 삭여 온 괴로운시간이었다. 결국 일흔 살이 넘어서야 작가가 되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자기 책임이며, 주변 상황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용기를 내어 평생 교육원에 등록했다. 그녀는 지금 동호인들과 함께 첫 창작집을 준비하며 기대에 들떠 있다.
부모노릇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면서 스스로를 죽이는 일이되어서는 안 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서더 풍요로운 인생의 지평을 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 안에서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더욱더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