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라가 힘주어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내 속이 다 후련하구나. 벌써 오래전에 해야 했던 일이야."
"오, 아니에요, 마릴라 아주머니. 전 다시 아이들을 볼 낯이 없어요. 그 일을 생각하면 너무 창피해요. 제가 얼마나 심술궂고 밉살맞고 무자비하게 굴었는지 모르실 거예요. 전 폴 어빙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 앤 너무나 놀라고 실망하는 눈치였어요.
아, 마릴라 아주머니, 앤서니와 친해지려고 그렇게 참고 노력했는데 이제 모두 헛수고가 되고 말았어요."
마릴라는 일을 많이 해서 거칠고 단단해진 손을 내밀어 헝클어진 앤의 보드라운 머리를 다정하게 어루만졌다. 앤의 흐느낌이점점 잦아들자 마릴라는 상냥하게 말했다.
"넌 마음에 담아 두는 일이 너무 많아, 얜 누구나 실수는 하는법이란다. 하지만 사람들은 금방 잊어버리지. 힘겨운 날은 누구에게나 오는 거야. 앤서니 파이가 너를 좋아하건 말건 그게 무슨문제니? 널 싫어하는 애는 그 애밖에 없잖아."
"전 그럴 수 없어요. 모두가 저를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한 사람이라도 저를 좋아하지 않으면 마음이 아파요. 앤서니는 이제절대로 저를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오, 마릴라 아주머니, 전 오늘 정말 바보 같은 짓을 저질렀어요. 제 얘기 좀 들어 보세요."
마릴라는 이야기의 전말을 귀 기울여 듣다가 이따금 살짝살짝미소를 지었지만 앤은 알아채지 못했다. 앤의 이야기를 다 듣고나서 마릴라는 시원시원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