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체리 라임 청소년 문학 68
캐럴 쿠예치.고다드 페이턴 지음, 이계순 옮김 / 라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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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체리를 응원해!

캐럴 쿠예치 페이턴 고다드 지음, 이계순 옮김 - 말하지 않아도, 체리(라임/청소년문학68)



 

무슨 말로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미안하다는 말로 시작해야 할지, 아니면 이제라도 당신들의 삶을 제대로 바라보고 함께 하겠다고 해야 할지. 내 생각, 내 말이 혹여 그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쉽사리 다음 문장을 쓸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채러티와의 만남을 통해 반성도, 느낀 것도, 배운 것 많다는 것이다. 세상 곳곳에서 오늘도 자기 속도대로 열심히 걷고 있을 채러티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조심스럽게 문장을 적어본다.


세상에는 다양한 생김새와 성격, 모습 등을 한 사람들이 산다. 우리는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인정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간다. 말하지 않아도, 체리를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은 밤하늘을 수놓은 별에 닿는 것보다 어려운 바람 같은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종종 들려오는 타인을 위해 망설임 없이 위험한 상황에 뛰어들었다는 소식, 그리고 뒤에 붙는 세상은 아직 살 만 하다.’라는 문장이 개인적으로 힘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고 생각한다. 사회에는 약자들이 많다. 강자와 약자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서는 수평이 되어야지, 수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힘의 균형이 맞지 않으니, 약자가 생기는 것이고 약자가 피해를 보는 일이 드물다. 누구나 약자의 입장이 될 수 있지만, 처음부터 약자인 사람들은 강자가 되는 것, 아니 강자도 약자도 아닌 평범한 경계에 있는 것조차 꿈이 된다. 채러티처럼 몸이 불편한 아이들이 그렇다. 솔직히 채러티 이야기를 들을수록 스스로 부끄러워져 책장을 넘기는 것이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달시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가해를 가하거나, 동참하지 않았으나 방관자가 되어 내 멋대로 채러티와 같은 아이들은 이럴 것이다라고 단정 지었다. 나이에 비해 어린 지능을 갖고 있고, 일반 학교에서 우리와 같은 생활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학창 시절에 도움반이라고 있었는데, 그 교실을 지나칠 때마다 힐끔 쳐다보고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던 적이 있었다는 사실이 떠오르고 나니 너무 부끄러웠다. 그들은 우리와 전혀 다른 게 없는데 말이다. 그저 몸이 불편하거나 말하는 것이 조금 느렸을 뿐인데. 왜 그때는 그것을 다른 게 아니라 이상하다고만 생각했을까? 나의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 그들에게 상처가 되고, 지금도 지워지지 않을 흉으로 남았을 것이다. 고백하자면 생각하지 못한다고, 대화를 나눌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선을 긋고 그들을 대할 때부터 동정심을 가졌다. 나의 도움이 동정심으로부터 나왔다는 것을 그들은 알았다. 그럼에도 나의 도움을 받았고 고맙다고 했다. 그때는 도움을 줬으니 감사 인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혼자 뿌듯해했다. 이마저도 그들에게 상처가 되는지도 모른 채. 어리다는 건 핑계다. 어려도 다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채러티는 열세 살인데 쉽지 않은 시간을 버텼다. 채러티의 끊임없는 도전과 용기가 대단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채러티는 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대신해서 낼 수 있었다. 세상이 채러티에게 잔인하게 굴었지만, 채러티는 보란 듯이 세상을 향해 보여줬다.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우리도 존중받고 사랑받아야 하며 나의 가치는 내가 정한다는 것을. 채러티의 의지와 용기가 아주 큰 역할을 했지만, 채러티 곁에는 늘 지지하고 헌신하는 부모님과 가족 그리고 친구들, 애나 선생님과 실리아 선생님이 있었기에 불가능하다고 단정했던 것들을 이룰 수 있었다. 나도 채러티가 해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확신에 가깝다). 세상은 정말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세상에 많은 상처를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채러티를 가르치려고 했다. 얼마나 어리석고 안일한 태도인가, 나는 채러티의 말과 행동에서 이런 나를 용서하는 채러티 모습을 봤다. 채러티는 매일 당연히 누려야 할 것들을 누리기 위해 싸우고 어렵게 손에 쥔 것들을 언제든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고, 빼앗기고 나서 남는 공허함과 무력감, 분노를 느껴야 했다. 어쩜 세상이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채러티가 학교를 가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함께 하면서 세상이 원망스럽고, 달시와 같은 아이들과 불쾌하고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을 향한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 분노는 나를 향한 것이기도 하다. 채러티는 수많은 위기와 싸움을 버티면서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용서라는 것을 할 줄 아는 단단한 아이였다. 엘비 이모를 용서하고, 전학 간 달시가 그곳에서 잘 지내길 진심으로 바라며 용서했다. 용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채러티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른스럽고, 용서가 평화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일찍이 깨달았다. 그리고 실천했다. 자기 마음대로 통제가 되지 않는 몸 때문에 자꾸 불리한 상황이 생기고, 주저앉을 때도 있었지만 채러티는 부모님과 친구들, 선생님들과 함께 이겨냈다. 이것이야말로 채러티가 말하는 더불어 사는 세상이 아닐까? 당연한 권리가 채러티에게는 매일 싸워도 얻어질까 말까 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지워지지 않은 상처를 받는 것은 언제나 채러티였다. 채러티를 둘러싼 것들이 그녀를 억지로 어른스럽게, 그리고 그녀를 고통의 동굴에 가뒀다. 채러티의 단단함이 스스로 그녀를 동굴 밖으로 데리고 나왔고, 비로소 누구나 보고 만질 수 있는 햇빛의 한 줄기에 닿게 되었다. 채러티로부터 느끼고 배운 것들이 많다. 이것들을 내 것으로 만들어 나도 채러티처럼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부지런히 나를 돌보며 노력해야겠다.


채러티와 같은 아이들이라는 표현이 나와 다르다고 구분 짓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을 오랫동안 해봐야겠다. 채러티는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고, 임무 수행을 끝으로 더 많은 이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더 앞으로 나아갔다. 채러티의 앞으로의 삶이 기대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응원하며 지켜볼 것이다. 그동안 말하지 못하는 채러티를 생각하지 못한다고 제멋대로 단정하고 바라본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은 세상 모든 채러티를 응원하고 그들이 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 목소리에 내 목소리를 더하는 것이다. 부끄러움과 반성, 용서를 알려준 채러티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앞으로 채러티는 지금까지 겪어왔던 어려움보다 더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채러티는 두려워하지 않고, 보란 듯이 맞서서 이겨낼 것이다. 채러티는 단단하고 강인하며, 그녀를 지지하는 이들이 곁을 지킬 테니까. 마지막쯤에 채러티는 자신의 본모습 있는 그대로 자신이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얼마나 아름답고 눈부신 고백인가. 채러티의 고백에 마음 어딘가에서 물컹한 것이 올라와 목구멍에 턱-, 걸렸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 희망을 놓을 수 없는 일을 채러티는 열세 살에 해냈고 나에게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었다. 채러티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반대로 채러티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채러티의 삶을 보고 내 삶이 더 낫다고 위로를 삼았던 나의 모습이 얼마나 어리석고 지질했는지 제대로 알게 되었다. 채러티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자신다운 삶을 살아내며 누군가에게 긍정의 힘을 주는 영향력 있는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채러티가 걸어왔던 고통스러운 시간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모든 체리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버텨줘서 고맙다고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전한다.

말하지 않아도, 체리를 통해 세상이 조금은 다정해졌으면 좋겠다. 지금은 세상이 다정한 하고 있을 뿐이다. 진심으로 다정해졌으면 좋겠다. 인류에 대한 자비로운 사랑,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리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채러티가 모두가 불가능할 거라고 단정했던 일들을 보란 듯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채러티처럼 인류에 대한 자비로운 사랑을 배우고 나눌 줄 알아야 하며, 온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어야 한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니까.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소속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격렬한 싸움 끝에 겨우 얻어낸 아주 귀중한 것이니까. 내가 갖고 있다고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누리고 있는 당연한 것들에 한 번쯤은 감사함을 갖고, 당연한 것들을 갖지 못한 이들을 위해 시간을 내어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어 함께 해야 한다. 그들에게 편견, 연민 없는 시선을 보낼 때, 그들을 진정 이해할 수 있고 비로소 그들이 말하는 더불어 사는 세상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도 우리의 진심에 반응할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처음부터 우리에게 진심이었는지도 모르고. 그 세상에 언제 닿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채러티와 그녀를 지지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 세상은 반드시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그 세상에서 아주 환하게 웃는 얼굴을 하고 서로 마주 보는 그날까지 세상 곳곳에서 열심히 목소리를 내고 귀를 기울이며, 세상과 끊임없이 부딪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날카로운 것도 계속 부딪치면 닳게 되어 있다. 닳고 나면 날카로웠던 때는 까마득하고, 둥글어진 모습으로 서로 다치지 않고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이 둥글어진다면 그건 다 세상 모든 체리와 그들과 함께 한 이들 덕분이다. 나도 체리 곁에서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겠다, 이제라도. 더 이상 체리가 다치는 것을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체리가 환히 웃을 때 세상은 알록달록, 각자만의 색으로 가장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고, 채러티를 만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채러티를 만나지 않았다면 여전히 어리석고 부끄러운 생각과 태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더불어 사는 것과 용서가 무엇인지,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도 전혀 알지 못했는데, 채러티가 완벽하게 알려줬다. 그녀가 알려준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것은 내 몫이다. 채러티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 더불어 사는 삶과 용서하는 것, 단정하지 않는 것, 그리고 용서를 구하는 것도. 부끄러워해야 할 일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될 일에 주눅 들었던 날들뿐이었다. 근데 오늘부터는 다를 것이다. 부끄러워해야 할 일에 부끄러움을 갖고 반성하고 용서를 구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일에는 주눅 들지 않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꿋꿋하게 밀고 나갈 것이다. 나의 모든 선택에 채러티는 지지해줄 것이다. 그녀의 응원을 받아서 나는 장애물과 정면으로 맞서고, 어제보다 성장한 오늘의 내가 될 것이다. 채러티의 성장과 나의 성장이 기대된다. 우리의 내면이 더 알차게 익을 때까지(단단해질 때까지) 채러티로부터 얻은 것을 잊지 않고 부지런히,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보낼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날들을 매일 상상하며,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라임 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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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기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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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꺼지지 않을 우리의

- 황정은, 작은 일기(창비)(가제본)

 


솔직히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지만, 또 일어났다는 사실에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는 무력감을 느꼈다. 생각지 못 한 일을 시작으로 우리가 겪어내야만 했던 길고 추운 그 시간 동안 힘을 가진 자가 무식하거나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벌어질 수 있는 일이 지도자를 믿고, 힘과 지위를 준 이들의 삶을 무참히 파괴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작년 겨울을 시작으로 올해 봄은 정말 어둡고 추웠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닌지 우리는 너무 늦게 봄을 만났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추운 날씨에 거리로 나서 같은 목소리로 내던 날들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긴 겨울을 보내게 만든 어리석은 이들은 국민이 겪은 두려움과 불안, 공포 그리고 분노와 무력감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을 위했다면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을 위한다면 감히 그런 선포를 할 수 없다. 처음에 그 소식을 듣고 난 후, 가짜뉴스거나 코미디 요소를 가미된 꿈을 꿨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비상계엄 선포가 사실이고, 그것도 우리나라 대통령이 선포했다는 사실에 헛웃음이 나왔다. 내 주말을 책임졌던 예능 프로그램보다 더 웃겼다. 도대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를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비상계엄을 선포할 이유가 전혀 없었으니까. 비상계엄의 사전적 정의는 전시나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하여 사회 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곤란할 때 대통령이 선포하는 계엄으로, 선포와 동시에 계엄 사령관은 계엄 지역 안의 모든 행정 사무와 사법 사무를 맡아서 관리한다.’라고 포털에 나와 있다. 사전적 정의를 읽으면 읽을수록 (대통령이라고 부를 수 없는) 그가 선포한 비상계엄에 대해 더 헛웃음이 나고 분노가 쌓였다. 우리나라가 전시던가, 사변이던가? 아니면 정말 군사가 움직여야 할 만큼 국가가 비상사태에 놓여 있던가? 수많은 질문이 쳇바퀴처럼 내 머릿속을 돌았다. 그 어떤 문장도 답이 되지 못하는 물음들이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부터 파면까지 우리는 겨울과 봄, 두 계절을 몹시 시리고 불안에 떨며 보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따뜻하게 보내야 할 연말과 새로운 한 해를 산뜻한 마음과 설렘으로 보내야 할 초를 모조리 망쳐버린 내란수괴와 그에게 동참한 모든 이들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용서를 구했으면 좋겠지만, 잘못했으면 인정하고 진심으로 용서 구하는 것이 당연하거늘 그들에게는 옳은 일을 바라는 것조차 사치라는 사실에 분노의 불씨도 헛웃음 한 번으로 훅-, 꺼진다. 우리가 분노와 불안에 휩싸여 발버둥 치는 동안 그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진짜 지금 생각해도 황정은 작가가 말한 것처럼 이 단어가 머릿속에서 계속 떠오른다. 감히.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일들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일어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믿음을 갖고 누군가에게 힘을 준 이들이다. 내가 뽑은 사람이던, 아니던 힘을 쥐게 된 사람은 자신을 뽑은 사람들의 믿음에 온 힘을 다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 힘은 그냥 가져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을 기만하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던 내란 수괴 그는 자신을 뽑아준 사람의 믿음을 져버린 것은 물론,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대통령 파면이라는 우리나라의 역사적 아픔과 부끄러움을 만들고야 말았다. 가장 큰 문제는 본인의 잘못을 모르는 것 같다. 한창 많은 사랑과 인기를 받았던 넷플 드라마 <슈룹>에서 중전이 유생들을 상대로 한 대사가 떠오른다. “무지한 자가 신념을 갖는 것도 무서운 일이지만 신념을 가져야 할 자가 양심을 저버리는 무지한 짓을 하는 거 더 무서운 일입니다.”. 이 대사를 곱씹을수록 나라를 이끄는 이들의 역할과 책임감이 광활한 우주보다 더 광활하다는 느낌이 아주 잠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 대사와 어울리지 않는 게 있다면, 대통령이라는 명찰만 달고 이리저리 사고만 치고 다닌 내란 수괴는 무지하고 가진 신념도 없다는 것이다. 진짜 이 사람을 믿고 우리가 나라를 맡겼다는 사실이 인생의 오점이다. 국민을 위해 한 나라를 이끌어야 할 사람의 끝이 내란 수괴고, 그의 엔딩은 파면이라니.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며, 나라는 물론 국민을 욕보이는 것이다. 내란 수괴가 망쳐 놓은 우리의 되돌릴 수 없어서 귀중한 일상을 어떻게 돌려받아야 하나. 두 번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일이 반복되면서 또 한 번 느꼈다. 권력을 쥐고 제멋대로 나라를 뒤흔드는 수괴는 국민 앞에서 아무것도 아닌 게 되며, 국민의 내면에는 절대 꺼지지 않는 불씨, 어둠을 물리치고 세상을 환히 밝히는 불씨가 계속 타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추운 겨울, 정신없이 바쁘게 굴러가는 일상 속에서도 거리로 나서길 망설이지 않았던 이들 덕분에 나라를 지킬 수 있었다. 솔직히 이와 같은 일이, 작년 겨울과 올해 초와 같은 시린 겨울을 또다시 보내게 될까봐 두렵다. 이 두려움을, 트라우마를 갖게 한 이들이 살아 있는 동안 불행이 무엇인지, 타인에게 해를 끼치면 자신에게 몇 배로 더 한 해가 닥친다는 것을 몸소 느꼈으면 좋겠다.


작은 일기는 누군가는 기록해야 했을, 누군가는 기록했을 모두의 일기. 일기 앞에 작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은 아마 매일 느끼는 감정들을 하나하나 기록하며 잊지 않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의외로 작은 것이 세상을 파괴하거나 세상을 일으켜 세운다. 우리의 일상을 다시 되찾은 것은 한 사람의 걸음, 한 사람의 목소리, 한 사람의 시간 등 한 사람의 작은 것들이 모여 이루어낸 것이다. 나혼자였다면 불가능했던 일이 하나 둘 셋, 함께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안에서 부지런히 타오르고 있던 불씨를 꺼냈던 시간은 영원히 기억되고, 다음 세대에 계속 전해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갖는 불씨의 힘이 얼마나 강한 힘을 갖고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국가 비상사태는 내란 수괴의 발악을 의미한다. 20대 후반에 마주한 비상계엄 선포. 여전히 당황스럽고 납득이 안 된다. 납득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고. 계엄 선포로 인해 괴로운 기억을 떠올리며 상처가 번졌을 이들의 마음과 일상을 조심스럽게 떠올려본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살을 베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당사자들은 얼마나 무섭고 분노했을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나라를 이끌 사람의 조건이 명확해졌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조건 말이다.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하나라도 충족하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 자리에서 놀고먹으며 국민을 고통으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이, 보호받아야 할 국민이 대통령에게서 놀아났다는 사실에 내면의 불씨가 금방이라도 모든 걸 태워버릴 듯이 화르륵-, 타오른다.


작은 일기는 비상계엄 선포를 시작으로 대통령 파면, 그리고 그 후의 시간을 모두 기록하고 있다. 누군가는 기록해야 할 일기다. 날짜부터 그날 있었던 일, 느꼈던 감정 등을 상세하게 적어 놓은 작은 일기는 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의 것이다. 이 일기는 계속해서 읽히고, 전해져야 할 아프고도 단단한 기록이다. 이 기록이 바래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이 기록이 완전히 빛을 발하는 날을 꿈꾼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날이 온다면 국민이 나라다운 나라에서 살며,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일을 하고 있는 날일 테니까. 요즘 쇼츠에 이재명 대통령과 김제동님의 똑부러지고 사이다처럼 시원한 발언이 자주 올라온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하나같이 대통령으로서 할 일이며, 그동안 대통령 자리에 있었던 이들이 얼마나 무지하고 일을 하지 않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김제동님의 발언은 하나같이 마음을 울렸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국민이 하고 싶은 말을 눈치 보지 않고, 시원하게 마이크를 잡고 한다. 기억에 남는 말을 적어 보면, 자신한테 정치 이야기를 그만하라는 기자한테 정치인들한테 가서 코미디를 그만하라고 해라, 우리 영역을 그만 침범해라. 그리고, 80% 투표하면 80% 국민을 무서워하고 90% 투표하면 90% 국민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 국민이 낸 세금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들은 밥을 잘 먹어야 한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밥을 잘 먹어야 한다는 말 등등. 고개를 무한 반복 끄덕일 수밖에 없는 김제동님의 발언에 당장이라도 그의 말을 모두 받아 적어 책을 한 권 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언제부턴가 국민이 믿고 맡긴 힘이 어리석고 옳지 않은 곳에 쓰이기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옳지 않은 곳에 쓰이기 시작한 힘은 갈수록 강해지면서 역겨운 냄새를 내뿜기 시작했다. 분명 바로 잡아야 하는데, 어느 하나 먼저 나서서 바로 잡는 이가 없다. 국민이 아니면 바로 잡을 이가 없고, 보호받고 권리를 마땅히 누려야 할 국민이 눈치를 보고 물러서고 권리를 포기해야 할 상황들을 마주해야 할 때마다 도대체 국민을 위한 나라가 존재하기는 하나 싶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을 때, 당연하지 말아야 할 것이 당연해질 때를 생각하면 반대다. 국민의 권리는 당연하지 않은 것이고, 국민이 믿고 맡긴 힘을 휘두르는 자들은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고 그 힘으로 이익을 챙기면서 더 욕심내고,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닥치면 발 빼기 급급하다. 어쩌다 사회가, 제 편한 대로 살려는 사람들 손아귀에 놀아나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다. 처음부터 힘이 악으로 사용되지 않았을 텐데. 아니면 내가 지금까지 착각하고 있던 것일까. 착각이었다면 너무 잔인하다.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사례를 접할 때면 마음이 다정해지고 마소가 지어지던 순간들이 나를 배신한 거니까. 왜 사고는 권력을 쥔 이들이 치는데, 수습은 국민이 해야 하는 걸까? 국민은 제대로 국가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억울함과 분노의 눈물을 자주 흘리는데. 국가가 도대체 국민에게 해준 것이 무엇인가.


작은 일기에 무지갯빛이 생겼다. 그 빛마다 그날 그 순간의 내가 있다. 그날 느꼈던 감정, 생각 등 모든 것을 다듬지 않고 적었다. 그래서 문장 앞뒤가 맞지 않고 거칠다. 모든 것을 비우겠다는 식으로 쏟아내듯 적고 나서 바라본 글씨에는 다양한 감정이 느껴진다. 대부분 분노, 짜증, 배신감, 무력감이다. 황정은 작가의 문장 뒤에 내 문장을 이어 붙이면,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나만 작가님 이름과 얼굴을 아는 사이(사이라고 하기에 아무것도 없지만)인데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과 친근한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 작은 일기를 읽는 시간은 작가님은 물론 많은 사람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위로를 받고,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안의 불씨를 태워야겠다고 다짐한다. 정말 나라는 국민이 아니면 유리성보다 더 쉽게 산산조각 날 것처럼 느꼈다. 국가가 있기에 국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있기에 국가가 존재함을 알려준 내란 수괴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일침을 날려야 할지 여전히 혼란스럽다. 이 혼란스러움은 생각보다 오래 갈 것 같다. 이번 일을 계기로 봄은 반드시 온다는 것, 영원히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불씨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불씨가 언제 어디서나 고개를 불쑥 내밀어 자신의 존재를 확연히 드러낼 거라는 것도. 쉽지 않았던 싸움, 내란 수괴의 파멸을 바랐던 간절함, 모든 것이 쉽지 않았던 시간.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아니, 잊은 듯 보이지만 우리 안에 새겨져 나도 모르게 떠올리게 될 것이다. 가끔 두려움과 불안으로도 찾아올지 모르겠다. 두 번 다시 나라에게 기만당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을 위하는 척하는 이들에게 속아서 상처받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국민을 위해 일을 하지 않는다면 경고 없이 바로 꼬집을 것이다. 나라가 나라답고, 국민이 보호받을 수 있는 나라로 갖춰질 때까지. 그게 나라의 보호를 받는 국민이 해야 할 일이고 국민의 책임이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되는 그날까지, 국민도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도 처음 가졌던 마음과 처음 했던 다짐을 잊어선 안 된다. 처음은 잊히기 쉽고 잊히는 순간, 균열이 생기고 질서가 사라지고 금방 파괴되니까.


황정은 작가가 기록한 우리의 고통과 무력감의 시간을 감사히 읽었다. 누군가는 기록해야 했지만, 솔직히 시작을 어떻게 하고 끝을 어떻게 맺어야 할지 막막했을 그 시간을 기록한 황정은 작가는 물론 기록한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흔들림 없는 박수를 전하고 싶다. 이 기록을 읽으면서 내가 잘못 알고 있던 그 시간의 일부, 또는 내가 잊지 말아야 할 시간의 부분을 내 머리와 마음에 새길 수 있었다. 흰 종이에 검은 잉크로 새겨진 작은 글씨들이 내 마음과 머릿속에 그대로, 내 생각을 덧붙인 채 그대로 복사되었다. 절대 지워지지 않게 꾹꾹, 새겼다. 꾹꾹 새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힘이 들어갔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또 쓸 줄이야. 요즘 매일 역사다. 잊을 수 없는 고통이 휘몰아치는 하루하루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잊은 적 없는데 어째서 미래가 아닌 자꾸 과거에 머무는 걸까. 역사를 잊은 건 국민을 위해 일하는 척하는 이들이지, 국민이 아니다. 권력을 쥔 자들은 어리석게도 아픈 역사를 만드는 데 자신이 가진 것들을 쓰고, 국민은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잊지 않으려고 기록하고 목소리 내는 것을 멈추지 않으며 미래를 향하기 위해 발버둥 친다. 혼자가 아니라서 가능한 일 또한 우리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한 권의 책을 쓴 작가님들, 그리고 용기와 인내를 갖고 펜 들기를 주저하지 않고 펜을 쥔 책임을 다한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작은 일기장을 내 책꽂이에 꽂을 수 있게 해준 창비 출판사에도 고마움을 전한다. 같은 마음으로 보낸 시간과 걸어온 길 앞에서 우리는 결국 봄을 만났다. 두 번 다시는 길고 어두운 겨울을, 겨울에서 이어진 불안과 긴장으로 점철된 봄을 보내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절대. 자기가 생각한 대로 움직일 거라는 생각을 해서도 안 될 것이다, 감히. 어떤 시절이든 함께 살아온 우리가 있는 한.

 


이 가제본은 비매품으로 가제본 서평단 활동을 위해 창비 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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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열리는 일기장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6
조영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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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열릴 일기장에 어떤 이야기가?

조영미, 오늘도 열리는 일기장(자음과모음)


 

웃음과 찡함을 반복해서 느끼는 청소년 소설이라서 좋았다. 가볍게 읽었다. 여기서 가볍다는 의미는 뭔가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읽었다는 의미다. 가볍게 시작한 것치고는 계속 읽을수록 마음이 울렁울렁했다. 수면 위로 햇살이 비추는 걸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면서도 울음이 불쑥, 고개를 내밀 것 같아서 숨을 있는 힘껏 참는 느낌이랄까.


학창 시절 한 번쯤은 겪었을 상황과 고민을 아이들 시점에서 잘 그렸다. 연우와 해리, 서은, 향기. 네 아이를 가만히 보고 있으니 다른데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하나같이 마음이 참 알록달록한 것 같다.


연우가 향기의 뒷담화를 하고 그것이 향기 귀에 들어가고, 멀어진 서은이는 향기와 가깝게 지내고, 연우 곁에는 해리만 남는다. 뒷담화 일로 학폭위까지 열렸고, 선생님들은 물론 친구들과 엄마한테까지 실망을 안긴 연우지만 연우의 잘못과 별개로 진실을 말하는 연우의 말을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 상황은 답답하고 화났다. 내가 연우였다면, 방 안에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의 달라진 시선과 태도, 나와 두는 거리와 같은 변화를 받아들일 자신이 없으니까. 하지만 나와 달리, 연우는 피하지 않고 맞섰다. 연우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가 대단했다. 연우가 학교를 계속 나갈 수 있었던 건 해리 때문이었다. 언제나 연우 곁에서 그의 말에 호응과 공감을 멈추지 않고, 함께 한 해리. 연우는 해리가 고마워하면서도 그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해리의 존재를 당연하게 생각하며 해리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행동을 자신도 모르게 계속한다. 작고 사소한 것들이 쌓여 해리의 마음에는 다양한 감정이 뒤섞여 감정 덩어리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연우는 처음에 해리와 서은과 함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연우 곁에는 아무도 없다. 연우는 해리와 서은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부분에서 연우가 그동안 서은과 해리와 지내면서 자신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되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저 향기 욕을 바빴고 해리의 반응에 힘입어 향기 욕을 더 했고, 불평불만만 늘어놓았다. 해리는 맞장구를 쳤다면 서은이는 향기 욕을 하는 상황이 불편했다. 서은이는 친구에 대해 뒤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그것을 향기 욕을 하는데 침묵을 유지하는 것으로 표현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서은이라는 인물이 속이 깊고 성숙하다고 느꼈다. 연우의 지난 모습, 그리고 해리가 연우에게 처음으로 솔직한 모습을 보여줬을 때 깨달았다. 내가 연우였구나, 학창 시절에 내가 연우였구나.’하고. 학창 시절에 나는 친구들에게 내 이야기만 했고, 긍정적인 이야기보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밝은 친구들도 기운 빠지게 만드는 아이였다. 그때 친구들도 나만큼 어렸고 걱정과 고민이 많았을 텐데 내 이야기만 하느라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생각을 하지 않았고, 좋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언제나 최악의 상황만 생각하고 말했다. 부끄럽고,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왜 매번 그 순간에는 알지 못하는 건지, 시간이 지난 후에 느껴지는 것들이 참 마음을 아프게 하고 지나간 시간을 후회로 물들인다. 재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이 과거가 되면, 나는 그 현재에서 몇 걸음 떨어져 다른 현재를 살고 있기 때문에 과거가 된 현재에 관대해진다. 그 당시에 관대한 마음으로 보고 받아들였다면 친구들과의 우정이 깨지거나 오해가 쌓여 나의 마음이 다른 의미로 친구들에게 전해지지 않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게 후회하고 나니 학창 시절이 늘 흐리고 얼룩진 것 같아서 울적하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나도 친구들도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만난다면 늦었지만 미안했다고, 그때 나처럼 어렸던 너희들보다 나는 더 어렸다고 그래서 너희에게 상처를 줬다.’라고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다. 연우가 향기에게 사과한 것처럼. 물론 향기가 먼저 연우에게 다가온 것이지만. 향기는 이름처럼 향기를 가득 품었다. 마음이 깊고, 넓다. 내가 향기였다면 자신을 뒤에서 심하게 험담한 연우를 절대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 용서하는데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연우는 향기의 엄청난 용기를 알까? 그리고 자신도 그 엄청난 용기를 낼 순간이 오게 된다는 것도?


연우가 향기 뒷담화한 것을 녹음해서 향기에게 전달한 사건의 진범은 밝혀졌다. 처음에 나는 향기와 친해진 서은을 의심했다. 믿음을 쌓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의심을 시작으로 믿음이 산산조각 나는 건 순식간이다. 해리보다 서은과 함께 한 시간이 더 긴 연우인데, 나는 연우의 가장 친한 친구를 가장 먼저 의심했다. 정황상 서은이가 범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짜 범인이 정체를 드러내고, 범인이 연우 앞에서 진짜 솔직해질 때 정말 관계라는 것은 복잡하고 어렵고, 아주 얇은 유리병같이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작고 사소한 감정들이 쌓이면 언젠가 터지는데, 터지고 나면 모두가 충격에 휩싸이고 파편에 찔리거나 스쳐 상처를 입는다는 것 또한 다시금 깨달았다. 연우가 범인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흘린 눈물과 그 순간의 마음은 어느 정도 알 것 같다(95퍼센트는 안다.). 어릴 때부터 친구라면 벌벌 떨었던 연우에게 친구가 어떤 존재인지도, 친구라는 존재에 벌벌 떨게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에 대해서도. 내가 연우와 너무 닮아 있어서 자꾸 연우가 되어 스토리에 몰입했다. 몰입할수록 마음이 무겁고, 정확한 이유를 말할 수 없는 불편함을 느꼈다.


늘행복소망복지관에 엄마가 가라고 해서, 인성을 배우기 위해 갔지만 연우는 그곳에서 특별한 두 가지의 만남을 갖게 된다. 첫 번째는 아이라인을 진하게 그린 너구리눈(나중에 이름을 알게 되지만, 이름은 이미아(이예은)), 두 번째는 책상 서랍 속에서 촌스럽고 레트로한 취향을 가진 게 분명한 사람의 일기장이다. 인성을 배운다고 기를 수 있을까 싶고 건물이 많이 낡은 이곳에서 무언가 얻어간다면 다행이다 싶을 때, 연우는 너구리눈과 일기장 때문에 조금씩 전과 달라지고 있었다. 성장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는 시간 안에 일어나는 신비로운 시간 같다. 너구리눈과 이야기를 나누고, 몰래 훔쳐보는 상황이기는 하나 일기장을 읽으면서 웃고 우는 모습을 보면서 연우에게는 바쁜 엄마, 엄마와 자신을 떠나 새로운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지내는 아빠가 아닌 일상을 나누고, 마음속에 있던 것들을 꺼내 나누는 시간 속에 함께 할 누군가가 필요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너구리눈과 일기장이 없었다면 연우는 아마 해리가 곁에 있었더라도 마음의 빈자리가 더 컸을지도 모른다. 일기장을 읽으면서 연우는 느낀 게 많을 것이다. 가족이 보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쉴틈없이 일을 하고 건강이 좋지않는 등 힘든 상황에서도 일기장 주인은 항상 일기를 감사하다는 말로 끝맺는다. 는 여기서 많이 반성했다.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 한 번도 감사한 적이 없고 당연하게만 생각했으니까. 남에게 아쉬운 소리하면서 얻은 게 아니라 오로지 내 시간과 힘으로 얻었기 때문에 감사하지 않아도 생각한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얻어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이라는 걸 일기장 주인이 알려줬다. 당연해지면 감사함을 모르고, 감사함을 모르면 소리 없이 금이 가기 시작한다. 당연한 것들이라도 매일 감사하다는 말로 하루를 마무리한다는 건 내 하루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오늘 힘들었지만, 내일은 괜찮아질 거라는 또 다른 주문 같기도 하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늘 일기를 쓰는데, 늘 감정을 쏟아내는데 치우쳐 있다. 감정 쓰레기통인 셈이다. 매일 쓰레기통이 가득 차는데 버리지는 못하고 한곳에 쌓아둔다. 그럼 일기를 쓰는 이유가 없는데 말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분류하고 정리하며, 버려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버린다는 것을 모르겠다. 시작하고 나면 다음은 조금 수월해질 것이다. 일기장 주인을 따라서 사소한 거라도 감사한 것을 찾아 하나씩 적어봐야겠다. 처음이야 어렵겠지만, 계속 적다 보면 감사한 것들이 넘쳐날 것이다. 감사하다 보면 정말 행복한 삶을, 내가 주인공으로 가득 찬 삶을, 그토록 찾아 헤맨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오늘부터 차곡차곡, 감사한 것을 찾아서 부지런히 기록할 것이다. 일기장 주인에게 꼭 전하고 싶다, 덕분에 내가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알게 되었고, 감사히 하루하루를 보내겠다고. 힘들 때면 일기장 주인을 떠올리고, 응원하며 힘내보겠다고.


연우와 너구리눈이 일기장을 몰래 훔쳐봤으니, 자신만의 일기장을 만들어 촌스럽고 레트로한 일기장이 자신들의 웃음과 눈물을 책임진 것처럼 누군가에게 웃음과 눈물을 선물하면 좋겠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웃고 우는 게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연우와 너구리눈의 일기장에는 어떤 이야기가 쓰일지 궁금한 나의 바람이다. 평범한지 않을 것 같다. 사소하지만 재밌는 순간들로 가득 채워질 것 같다. 나의 일기장은 흐릿한 마음이 걷어지고 나서 누군가에게 수줍게 건네고 싶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오늘도 열리는 일기장’, 누군가의 하루를 아무 조건 없이 알 수 있다는 건 참 특별하고 감사하다. 작가님 덕분에 나 또한 특별하고 감사한 순간을 경험했다. 미소를 짓기도 하고 눈시울이 붉어진 순간들이 반복되었던 시간. 이 시간을 선물한 작가님과 자음과모음 출판사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연우와 예은이, 서은이와 해리, 향기에게도 고맙다. 나보다 어린아이들에게 배울 점이 많았고, 자신들과 함께 나 또한 아주 조금 성장하게 해줘서 고맙다. 아이들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행복했다. 앞으로 아이들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지만, 잘 넘기며 빠른 속도로 마음이 건강하게 자랄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이 내게 준 깨달음을 통해 나 또한 나에게 닥칠 일들을 잘 넘기면서 어제보다 더 자란 나,로 매일 날 찾아오는 오늘을 나로 가득 채워 보낼 것이다.


세상 곳곳에서 오늘도 부지런히 열리는 일기장을 통해 우리는 만날 것이다. 다시 만나는 날을 기약한다.


 

*아이들 모두 각자 상처를 안고 있다. 그저 웃는 얼굴 뒤로, 침묵의 뒤로 숨기고 있을 뿐. 우리는 그렇게 수많은 가면을 바꿔 써가며 연기한다. 연기 안 하고 살기에는 모두가 힘들다는 걸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금방 알게 되니까. 나만 힘든 게 아니니까. 연우와 미아, 서은이와 해리, 향기 각자 갖고 있는 상처는 각자만의 방식으로 치유될 것이다. 상처가 덧나지 않고 잘 아물길 바란다. 그리고 상처를 안 받을 수 없는 세상에서 상처를 안 받길 바라는 건 불가능하니 그저 덜 받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상처가 아이들을 잡아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희 이모는 연우 엄마한테는 동생들밖에 모르는 언니, 누나였고, 연우한테는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알려준 특별한 사람이자 이모다. 살아서는 동생들을 지켰고, 하늘에 가서도 동생과 동생의 딸까지 지키고 있다. 가족은 언제 어디서나 내 편이라는 것, 내 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힘이 나서 쉽지 않은 세상을 살아낼 수 있다는 것을, 이 특별하고 소중한 사실을 새삼 되새긴다.

 

*연우가 일기를 썼으면 좋겠다는 나의 바람이 여름의 시원한 바람에 실려 연우에게 닿은 걸까? 연우가 1225일 화이트크리스마스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시작했으니, 앞으로 빠짐없이 자신의 하루를 기록했으면 좋겠다.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바래지지만, 기록은 그 당시의 내가 썼던 그대로 그 자리에 있을 테니까. 연우의 일기장이 어떤 이야기로 채워질지 궁금하다. 사소한 거라고 좋다. 연우가 일기장에 자신을 채웠으면 좋겠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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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먼 이름에게 소설의 첫 만남 36
길상효 지음, 신은정 그림 / 창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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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먼 이름을 찾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응원할게.

길상효 소설 신은정 그림, 나의 먼 이름에게(창비)(소설의 첫 만남 랜덤 서평단)

 


책에 대한 애정이 과한 욕심이 될 때쯤, 만난 나의 먼 이름에게소설의 첫 만남의 기획과 어울리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몰입감이 높고 가독성이 높은 소설은 오랜만이라, 금방 읽고 말아서 아쉬웠다. 이 소설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나의 먼 이름에게우리 곁의 작은 늑대들을 향한 이야기. 어쩌다 인간의 세상에 왔는지, 이름을 찾아, 기원을 찾아 떠나는 의 여정을 담은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처음으로 나에게 한없이 꼬리를 흔들고 배를 보여주고, 좋다고 뒷발로 지탱하여 앞발로 내 다리를 만지던 아이들이 어쩌다 내 곁에 왔을까?’라는 물음표가 생겼다. 이 물음표가 너무 늦게 생겼다. 내 곁에 있는 아이들은 어쩌다 인간의 세상에, 그것도 부족함이 많은 내 곁에 왔을까? 어린 날의 내가 무조건 데려갈 거라고 하지 않았어도 나에게 한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주는 아이들은 나와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을 것이다.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나와 아이들은 필연이라고 생각했다. 틀림없이 꼭, 어떻게든 만났을 관계라고 생각하니 아이들과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최근까지의 우리가 함께 한 장면들이 물 흐르듯 천천히,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녔다.


가 어쩌다 인간 세상에 왔는지, 이름과 기원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멋있다. 어쩌다 인간 세상에 왔는지를 찾고자 마음을 먹고 용기를 낸 것도, 찾기 위해 끝까지 멈추지 않는 모습도 멋있고 대단했다. 의 집요함이 책장을 덮고 난 후의 여운을 깊게 남긴다. 는 번식장에서 구조된 개다. 처음으로 배불리 먹고 깊은 잠을 자고, 자신을 꼭 끌어안으며 얼굴을 비비는 나의 인간과 안전하고 풍족한 삶을 사는 중이다. 하지만 는 나의 인간을 사랑하면서도 자신을 가둔 벽 너머의 공간을 끊임없이 갈망한다. 그 갈망이 의 물음을 만든 것이다. 한 드라마에서 살면서 질문을 멈추지 말라고, 질문이 사라지는 순간 삶은 끝난다는 대사가 생각났다. ‘는 삶을 살고 있었다. 삶을 향해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그 누구도 깊게 생각하지 않는 아주 근본적인 물음에 다가간 것이다. 의 물음에서 내가 삶을 사는 이유를 생각했다. 어쩌다 나는 인간으로 태어나 굴곡이 많은 삶을 살고 있나? 처럼 집요함이 부족한 나는 답을 찾는 여정을 떠날 용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귀찮아서 물음을 지우는 선택을 했다. ‘의 집요함을 배워 다시 내가 사는 이유를 찾아 여정을 떠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나의 의지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나의 깊은 어딘가에 계속 타올랐으면 좋겠다.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가고자 하는 갈망 말이다.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벽이 자신을 가둔 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당연한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 벽이 주는 답답함이 느껴지는 것도 같다. 의 입장에서 끊임없이 벽 너머를 갈망할 수밖에 없다. 번식장으로부터 자신을 구해준 나의 주인을 사랑하는 것과 별개로 는 근본적인 존재 이유와 자유를 간절히 원한다. 얼마나 건강하고, 끝없이 성장 가능한 가능성과 기회를 쥐고 있는 건가. 인간의 생활에 맞춰 생활하는 는 인간이 줄만 들어도 산책 가는 걸 바로 알아차린다. 밖으로 나가는 시간을 기다린다. 동족의 냄새를 맡고,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니까. 는 동족을 만나게 되고, 동족이 판 구덩이로 동족을 따라 뛰어 들어간다. 자신이 품고 있던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여정의 첫걸음을 뗀 것이다. 첫걸음은 꽤 성공적인 것 같다. ‘를 따라 들어간 구덩이는 의 이름과 기원을 찾을 수 있다는 설렘과 동시에 긴장감이 내 손끝을 감쌌다. 내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상황들이 펼쳐졌다. 가 인간 세상에 오게 된 이유를 찾는 여정이지만 여정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고, 답을 찾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고 답을 알고 나서 자신을 원망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자매가 한테 스스로 원망할 거라고 했다). 그럼에도 가 자신을 원망하지 않길 바란다. 자신의 선택이고, 자신이 선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 삶은 충분히 나다우니까’. 소설에서 인간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라는 문장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른다. 를 따라 간 여정에서 인간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로 묶어서 말해도 될 만큼 비슷한 삶이다. 틀림없이 꼭, 서로의 주변에서 함께 할 수밖에 없는 관계가 인간과 개의 관계였다. 까마득한 시간부터 인간과 개는 삶의 공간을 공유한 채 엇갈리고 만나기를 반복한다. 구덩이로 들어간 는 인간들과 함께 사냥한다. 한 방향을 달리다가 때로는 엇갈리고, 때로는 합류하며 긴 추격전을 벌인다. 긴 추격전 끝에는 먹잇감이 남았고, ‘는 인간에 대한 물음이 거대해졌다. 인간이 더 궁금해진 것이다. 앞발로 뭐든 척척, 해내는 인간이. 는 동족을 따라가는 대신, 인간들의 뒤를 따라가기로 선택했다. 선택하기까지 의 머릿속은 소란스러웠을 것이다. 선택하고 나서도 머릿속의 소란스러움이 또 다른 물음으로 이어지겠지만 선택했다는 사실이 의 앞날을 기대하게 만든다. 자매는 그런 가 무리를 위험에 빠뜨릴 거라고, 인간을 멀리하라고 말하지만 는 인간을 향한 물음과 감정을 멈출 수 없다. 자신 마음의 소리에 따라 움직이고 흔들리지 않는 나의 꼿꼿함과 의지가 부러웠다. ‘를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동족 대신 인간을 택한 것이 어쩌면 에게 가장 어울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동족은 이해하지 못하고, 동족과 정반대를 선택하여 반대의 길을 걸어도 는 외롭지 않을 것이다. 외로움을 인간이 채워줄 거라는 걸 는 은연중에 알게 될 것이다. 아니면 새로운 인간이 태어나던 날, 마음에 이상하고도 벅찬 감정을 느낀 때부터 인간과 함께 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는 어쩌면 동족과 인간보다 빨리 더 먼 미래를 내다본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 곳곳에 있는 수많은 를 생각한다. 그리고 나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이 어떤 물음을 가지고 있을지 처음으로 궁금해졌다. 인간 세상에 오게 된 이유를 찾아서, 이름과 기원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꿈꾸고 있는지 말이다. 보호자라는 이유로 아이들의 자유와 여정을 묶고 있는 내 모습이 불편했다. 목줄로 자신들을 잡아 놓고 가끔 목줄을 풀어 제지하면서 하는 산책으로 자신을 가두는 공간에서 벗어난 잠깐의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어떤 시간으로 기억될까? 아이들은 벽 너머를 갈망할까? 갈망하지 않길 바라는 건 내 욕심이고 이기심이다. 그리고 잔인한 것이다.


책장을 덮고 나니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개의 삶에 대해 미안함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꿈꾸는 세상, 벽 너머를 갈망하는 마음을 한 번이라도 아우르지 못하는 나의 부족함과 무지함을 느꼈다. 배부르게 먹고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자신을 보호하고 돌보는 인간을 사랑하면서도 벽 너머를 갈망하는 아이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무엇일까? 해준다 한들 그 갈망이 해소되는 것은 아닌데. 물음에 대한 딱 맞는 답이 있을까? 자신의 이름을 찾기 위해 여정을 떠날 준비를 마치고 용기를 낸 세상 곳곳의 의 발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인간, 놓아줘야 할까? 놓아준다는 게 뭘까?


곳곳에 있을 는 구덩이를 파는 게 아니라 만든다는 것을, 간절히 원하면 구덩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간절함으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음을 구덩이를 곳곳에 파고 구덩이를 통해 기원을 찾아 떠난 세계와 현실을 오고 가면서 알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인간 세상에 오게 된 각자의 이유를 찾게 되고, 각자 여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마무리할 것이다. 아니면 계속 여정을 이어가든가. 그리고 또 다른 물음을 안고 새로운 여정을 떠날 것이다. 그 여정을 위해 또 다른 용기를 내야 할 그들을 응원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 여정에는 언제나 를 기다리는 인간이 함께 하고, 등지고 떠나던 그 자리에 언제나 나의 인간이 서 있을 테니까 걱정 말고 자신을 찾고 돌아왔으면 좋겠다.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이 만남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작가의 말을 곱씹는다. 맞다.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우리의 만남은 막지 못할 것이고, 곳곳에서 특별한 만남이 이루어질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만남을 떠올리면 마냥 다정하고 행복하지 않아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 함께 넓은 들판을 뛰면서 같은 먹잇감을 때로는 엇갈리고 때로는 협력하며 잡던 때와는 달리, 시선을 맞추지 않고 인간이 개를 내려다보는 우리의 삶이 안타깝다. 수많은 가 잃어버린, 인간이 이기적으로 지워버린 이름과 기원을 찾는 걸 멈추지 않길 바란다.


우리의 만남이 다정과 행복으로만 채워지는 그날까지, ‘나의 먼 이름에게라는 문장으로 쓰일 수많은 편지를 기억하겠다. 이 책 또한 그 수많은 편지 중 하나니까. 나의 먼 이름, 그 이름을 찾는 그날까지 함께 삶을 나눈 인간들은 의 이름을 계속, 간절히 부를 것이다. 돌아와야 할 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이름을 찾으러 떠나도 좋다, 떠나야 한다. 물음을 품고만 있으면 고이고 고여 썩어서 덜어내야 하고, 근본적인 냄새를 잃고 말 것이니까. 이름을 찾고,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지만 나의 인간은 언제든 같은 자리에서 기다릴 것이다. 우리는 에게 미안하고 고마우니까. 오늘도 나의 먼 이름을 찾아 여정을 떠나는 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 여정을 방해하는 것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나서서 치워버릴 것이다. 이름과 기원을 찾아야 우리의 만남이 완전한 만남이 되는 거니까.


오늘따라 본가에서 나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이 보고 싶다. 아이들에게 닿을지 알 수 없는 나의 마음을 나의 먼 이름에게와 함께,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통해 전한다. 그리고 우리 곁의 작은 늑대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이 책은 <소설의 첫 만남> 랜덤 서평단 활동을 위해 창비 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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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 선물 가게, 기적을 팝니다 꿀잠 선물 가게
박초은 지음, 모차 그림 / 토닥스토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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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열려 있는 꿀잠 선물 가게에 초대합니다! - 잃어버린 잠을 찾으세요! 얼른요!

박초은 장편소설, 꿀잠 선물 가게, 기적을 팝니다(토닥스토리)(창비)

 


꿀잠 선물 가게를 두 번째 방문했다. 첫 번째 방문은 어떤 가게인지 궁금해서 설렘만 가득했다면, 두 번째 방문은 오랜만에 방문해서 그런지 떨림과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감이 들었다. 두 번째 방문이어도 설레고 떨리는 건 변함없었다. 오랜만에 방문한 꿀잠 선물 가게는 여전히 따뜻하고 포근함이 가게 곳곳에 스며 있었고, 오슬로와 자자도 다정했다. 내가 다시 방문할 때까지 변함없는 모습으로 있어 줘서 고마웠다. 내가 고맙다고 말하면 오슬로와 자자는 당연히 우리는 언제나 이 자리에 있을 테니 언제든지 와.’라고 말할 것이다. 그래서 두 번째 방문이 더 기다려지고 설렜던 것 같다.


첫 방문 때는 꿀잠 선물 가게가 현실에도 존재한다면 너무 좋겠다고, 꿀잠 선물 가게가 많은 이에게 위로와 안식을 줄 공간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했다. 꿀잠 선물 가게는 불면을 해결하기 위해 손님들이 찾는 곳이니까. 꿀잠 선물 가게를 딱 잠을 잘 잘 수 있도록 돕는 도구를 파는 가게로 좁게 생각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다시 찾은 꿀잠 선물 가게에서 오슬로와 자자와 함께 손님들을 만나고, 손님들의 불면을 일으키는 걱정과 고민, 불안 등을 함께 지켜보고 불면을 해결하기 위한 꿀잠 아이템을 고르면서 <꿀잠 선물 가게>에 대한 생각이 변했다. 불면을 해결하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발견한 것이다. 오슬로와 자자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오슬로와 자자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한다.


꿀잠 선물 가게를 찾은 손님들의 꿈을 보는 일이 마냥 가볍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들이 느끼는 복합적인 무게가 내게 잘 느껴졌다. 누구나 한 번쯤은 했을, 그리고 하고 있고 느끼는 복합적인 고민과 걱정, 불안이니까. 손님 한 명 한 명 꿀잠 아이템을 다르게 추천할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들 속에서 수많은 나를 찾을 수 있었다. 나에게 다 필요한 꿀잠 아이템이었다. 모든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았는데, ’남달리라는 남자아이의 에피소드가 기억 가장 위에 떠올랐다. 달리는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며, 자신의 하루하루를 사랑하는 아이다. 달리의 말과 행동은 추운 겨울을 버티고 싹을 탁- 틔운 새싹의 통통 튀는 싱그러움을 머금은 듯 사랑스럽고 귀엽다. 달리와 있으면 심심할 틈도 외로울 틈도 없을 것 같다. 달리의 긍정과 하루하루를 사랑하는 모습을 너무 닮고 싶었다. 이런 생각을 처음 하게 한 달리가 앞으로 보낼 하루하루, 그리고 그 하루들이 쌓여 만들어질 삶이 얼마나 눈부실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고, 긍정의 자극이 되었다. 달리라면 앞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 닥쳐도 달리답게, ‘남다르게‘, 지혜롭게 잘 헤쳐 나갈 거라는 확신이 든다. 달리는 잠을 자기 싫을 만큼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잠을 못 자는 것보다 안 자려는 달리의 의지가 강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이 많은 건 좋지만 잠을 못 자는 건 한창 성장하고 있는 달리에게 좋지 않다. 오슬로와 자자는 달리의 불면 원인을 찾으면서 다른 손님들과 다른 귀여운 이유로 잠을 자지 못하는 달리를 귀여워한다. 그리고 달리에게 딱 맞는 꿀잠 아이템 새싹 드림캐처를 추천한다. 새싹 드림캐처는 달리 특유의 긍정으로 하루가 다르게 싱그러움을 한가득 머금은 잎들로 풍성해질 것이다. 현실만큼 꿈에서도 즐거울 수 있다는 걸 말 대신 꿀잠 아이템 새싹 드림캐처를 통해 잠을 잘 자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 오슬로는 정말 잠을 잘 수 없는 이들을 위한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오슬로와 자자가 부럽다. 학창 시절에는 잠이 너무 많아서 생활이 불편했지만, 자기가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것으로 일을 찾아 타인까지 도울 수 있다는 건 특별하고 감사한 일이다. 우리는 흔히 잠은 죽어서 자야 한다고, 죽으면 원 없이 잘 수 있다는 말로 잠을 줄여야 함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그리고 잠이 부족하다는 말을 달고 산다. 잠이 부족한 이유는 밤하늘을 수놓은 별보다 많을지도 모른다. 잠이 중요하지만, 우리는 잠을 쉽게 생각한다. 잠을 잘 자야 하루를 건강하고 균형 있게 잘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현실적으로 잠과 거리를 둔다. 잠을 안 자는 경우도 많고, 잠을 자고 싶어도 잘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불면의 탄생은 언제일까? 불면으로 힘들어하는 손님들의 이야기와 특별한 꿀잠 선물 가게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꿀잠 선물 가게><꿀잠 선물 가게, 기적을 팝니다>의 교집합, 가장 큰 우주를 보지 못했다. 바로 이다. 여러 의미로 잠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하지만 선택할 수 있다. 잠을 자기 위해 꿀잠 선물 가게를 찾는다던가, 아니면 잠을 자고 싶은데 잠들지 못할 때 책을 읽거나 노래를 듣거나 가볍게 산책 후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등 여러 방법을 시도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다던가.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래도 걱정과 고민, 불안을 줄이는 것이 아닐까? (가장 좋은 방법은 오슬로를 찾아가는 것이다!) 잠을 이루지 못해 기나긴 밤을 짙은 한숨과 불편하고 복합적인 감정에 빠져 보내야 할 이들에게 꿀잠 선물 가게’, 오슬로와 자자는 기나긴 밤을 함께 보내줄 든든한 존재다. 그러니 잠을 못 자는 날이면 망설이지 말고 꿀잠 선물 가게로 향했으면 좋겠다. 오슬로와 자자는 언제나 웃는 얼굴을 하고 폭신한 의자로 안내하며 꿀차를 건넬 것이다.


꿀잠 선물 가게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문지방이 닳아 없어질 것이다. , 불면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그만큼많다는 것이다. 얼마나 안타깝고, 슬픈 현실인가. 정신없이 바쁘게 흘러가는 현실에서 여유는 찾아볼 수 없고 늘 뭔가에 쫓기듯 긴장 상태에 있는데 잠까지 제대로 자지 못하면 하루하루가 지옥이나 다름없다. 그 지옥에서 나오기 위해 발버둥 치다가 도저히 나올 수 없어서 마지막을 생각하고 찾는 곳이 꿀잠 선물 가게이다. 현실에는 꿀잠 선물 가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없다. 정신의학과 전문의 도움으로 불면을 해결하기도 하지만, 처음에 들던 약은 나중에 적응이 되고 더 독한 약을 찾게 되면서 약에 기대게 된다. 전문의 도움도 마냥 좋게만 볼 수가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의지를 갖고 극복하는 것이다. 결국 스스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장 어렵지만 가장 효과가 좋은 방법이다. 오슬로와 자자가 바라는 것처럼 불면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단 한 명도 불면으로 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건 욕심이다. 어째서 불면이 사라지길 바라는 것이 욕심이 되었는지 모르겠고, 안타깝다. 우리는 잠을 잃어버린 지 오래되었다. 오슬로와 자자는 잃어버린 잠을 찾아주기 위해 가게 곳곳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꿀잠 아이템을 만드는 데 시간과 정성, 마음을 한가득 쏟고, 손님들의 방문을 언제든지 환한 얼굴을 하고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오슬로와 자자의 다정하고 밝은 환영은 손님들의 걱정과 불안을 녹이는 데 한몫한다. 꿀잠 선물 가게를 방문한다면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서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손님들의 고민을 나눠 들어주는 오슬로와 자자는 꿀잠 선물 가게를 운영하고 손님들을 만나는 일을 아주 중요하고 특별한 일로 생각한다. 꿀잠 선물 가게를 애정하는 것은 오슬로와 자자뿐 만이 아닐 것이다. 방문한 손님들의 애정까지 더해져 날이 갈수록 꿀잠 선물 가게는 입소문을 타고, 세상 곳곳에 봄날의 햇살 같은 빛을 비출 것이다. 밤이 꼭 어두워야 할 필요 없다. 어두워서 빛을 만들어 비추는 게 현실 아닌가(밤길을 비추는 가로등처럼). 혼자 뜬눈으로 긴 밤을 보내야 하는 사람들에게 꿀잠 선물 가게 마스코트인 부엉이 자자와 꿀차의 스탬프를 꾸욱-, 눌러 찍은 초대장을 보낸다. 꿀잠 선물 가게는 언제나 활짝, 환하게 열려 있고 을 찾기 위해 가게로 향하는 무거운 걸음들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한결 가벼운 걸음으로 가게를 나서는 걸음들도.


꿀잠 선물 가게, 기적을 팝니다를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고, 나만 겪는 걱정과 불안과 고민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들 똑같은 고민을 안고 살고 있으며 의지만 있다면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라는 점과 각 에피소드마다 자신을 괴롭히는 것들을 극복하는 손님들을 보고 위로를 받았다. 나에게만 특별하게 주어지는 힘든 시간이 아님을, 이 시간을 함께 보내줄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을 알려준 오슬로와 자자 그리고 박초은 작가님에게 고맙다. 하루가 고단한 날, 잠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는 밤에 오슬로와 자자를 떠올릴 것이다. 첫 방문 이후, 며칠 동안 오슬로와 자자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독였다. 오슬로와 자자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힘이 났고, 힘들지만 웃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꿀잠 선물 가게를 자주 찾을 것이다. 힘들 때만이 아니라, 오슬로와 자자를 종종 찾을 것이다. 둘에게 받은 다정한 힘을 다시 되돌려 주기 위해 말이다.


오늘도 불면을 해결하기 위해 가게를 찾은 손님들과 그들을 위해 열일하고 있을 오슬로와 자자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오늘 밤은 어제보다 가볍게, 편안하게 잠에 들었으면 좋겠다(우리 모두). 그렇게 하루하루 잃어버린 나의 잠을 찾아 나의 잠이라는 거대한 퍼즐을 맞춰 내 방 벽면 한쪽에 걸어둘 것이다. 불면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줄고, 길을 잃고 떠돌아다니는 잠들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꿀잠 선물 가게의 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잃어버린 잠을 찾기 위해 용기 낸 손님들과 아주 오랜만에 가게를 찾은 나를 반갑게 맞아준 오슬로와 자자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창비 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창비 : 너무 잘 읽었습니다. 글도, 그림도 최고였어요. 위로받고, 공감했습니다. 우리의 매일 밤이 오슬로와 자자의 다정한 마음이 닿아 편안했으면 좋겠어요. 오늘도 꿀잠 선물 가게는 부지런히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겠죠? 박초은 작가님 덕분에 마음 한 칸에 저만의 새싹 드림캐처가 생겼어요. 새싹이 풍성해질 수 있도록 부지런히 제 마음을 돌보며, 달리처럼 제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사랑하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새싹 드림캐처가 풍성해지는 날에 오슬로와 자자를 위한 고소하고 달달한 쿠키를 준비해서 꿀잠 선물 가게에 들르겠습니다. 특별한 가게를 선물해 준 박초은 작가님과 가게와 아이템, 오슬로와 자자를 완벽하게 그려주신 모차 작가님, 그리고 꿀잠 선물 가게 두 번째 방문의 기회를 준 창비 출판사에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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