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보이네 - 김창완 첫 산문집 30주년 개정증보판
김창완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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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라도 보일 때가 되면, 나는 (진정한) 어른이 된 걸까?

김창완 산문집, 이제야 보이네(김창완 첫 산문집 30주년 개정증보판)(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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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보이네.’라는 제목 앞에서 멈칫-, 했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쭈뼛거리는 모습이랄까. 마치 지금 내 나이에 보이는 게 있어야 한다고 혼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보이는 게 없다. 매년 사회적으로 정해진 기준에 따라 나이를 하나씩 먹으며, 어른인 척하는 것이지 어린아이일 뿐이니까. 아이가 어른인 척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어른으로 사는 삶이 재밌고 자유롭게 보였을 때가 좋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이제야 보이는 게 아니라 깨달은 것이다. 이 깨달음은 고달픈 하루일수록 더 깊은 깨달음이 된다. 요즘 자주 이 책 제목을 읊조린다. 이제야 보이네, 하면 정말 뭐라도 보일 것 같아서 말이다.


김창완 선생님은 라디오 DJ와 싱어송라이터, 배우로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라디오나 노래를 찾아 들은 적은 없지만, 어쩌다 본 영화를 통해 배우로 만났다. 그때 맡은 역할과 스토리는 충격적이라 오래전에 봤어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한다. 강렬한 첫 만남은 선생님의 인자한 웃음과 조금 거리가 있었다. 그러고 나서 이제야 보이네선생님의 첫 산문집 30주년 개정증보판으로 오랜만에 두 번째 만남을 가진 것이다. 이 만남이 간절했던 건 단 하나다. 제목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이제야 보이네, 라는 말에 나도 뭐라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이제야 보이네는 김창완 선생님이 살아온 날을 솔직하게 적어 놓은 일기장이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보는 것은 떨림과 궁금증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내가 느낀 떨림은 그 사람의 비밀을 알아버리는 데 있고, 궁금증은 그 사람이 걸어온 시간이 어떻고 나의 시간과는 어떤 부분이 다르고 어떤 부분이 닮았는지에 있다. 라디오 DJ, 싱어송라이터, 배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생님이 걸어온 시간은 나의 시간보다 훨씬 푹- 고와진 사골국의 깊은 맛을 냈다. 지금 내 나이를 보내면서, 더 어린 나이를 보내고 내가 곧 보낼 나이를 보내고, 아직은 멀지만 언젠가 내가 보내야 할 나이를 보냈고, 보내고 있는 선생님의 진솔한 이야기에 나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입혀졌다. 1부터 10까지 같은 게 하나도 없고 접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선생님인데 오래전부터 가까이 알고 지낸 것처럼 느껴졌다. 연예인은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밤하늘의 별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은 화려한 삶을 사는 연예인도 비연예인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해줬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자주 쉽게 잊어버린다. 어떤 경우에는 보이는 것을 쉽게 믿어서, 또는 보이는 것을 의심부터 해서 소음이 발생한다. 이제야 보이네는 흙길을 따라 걸으며 평소에는 눈에 보이지 않던 풀과 꽃, 나뭇잎, 지저귀는 새, 열심히 부스러기를 옮기는 곤충들 등 안식을 가져다주는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 직사각형 모양으로 꼿꼿하게 서서 여유를 느낄 틈을 주지 않는 건물들의 코너를 돌면서 딱딱한 시멘트 사이로 기어코 생명을 틔운 민들레나 풀을 보며 잠깐이라도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면서 소음을 잠재운다. 선생님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김창완이 아닌 인간 김창완으로 만나는 시간은 휴대폰 전원을 끄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내가 걷고 싶은 만큼 걸을 수 있는 특별한 산책길이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선생님이 걸어온 길에는 바래진 발자국 없이 모든 발자국이 선명했다. 그 중, 빛을 내는 발자국도 있었는데 그것은 내 마음을 울린 순간(에피소드)으로 종종 머릿속에 떠오를 물기를 품은 선생님과 나 사이의 비밀이라는 느낌이 들었다.(이 책을 읽은 독자들과 선생님의 비밀인 것이다.) 발자국에 내 발을 덧대어 걷는 동안 지나온 모퉁이마다 삶이 건네는 이야기가 있다.’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늘 과거에 발목 잡혀 현재를 열심히 살지 않는 나는 지나온 모퉁이마다 아물지 않은 상처만 있다고 생각했지, 삶이 이야기를 건넸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언제나 과거에 갇혀 살았고, 과거를 괴로움으로 정의했다. 살면서 상처와 슬픔이 생기지 않을 수 없지만, 행복과 기쁨 또한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해 보면 인생은 매일 나에게 이야기를 건넸지만, 나는 귀를 막고 내 말만 맞다고 인생을 쉽게, 함부로 이야기했다. 어리석고 철없는 나에게 삶은 언제나 변함없이 이야기를 건네고 있었다. 지금도 말이다. 앞으로도 삶은 모퉁이를 돌 때마다 내 삶을 쓰고 달고, 설익고 잘 여문 열매들(하루)로 양과 질적으로 가득 채울 수 있게 이야기를 건넬 것이 분명하다.


10, 20, 30, 40……, 나이대별로 보이는 것에 차이가 있다. 10대를 보내고, 20대 후반을 보내면서 똑같은 것 같지만 미세하게 달라진 나를 느낀다. 미세한 변화지만 큰 변화처럼 느껴질 때마다 낯설고 이상했는데, 앞으로는 삶이 내게 이야기를 건네는구나, 지나온 모퉁이마다 삶이 건넨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이제 열렸구나.’라고 생각해야겠다. 그렇게 살다 보면 김창완 선생님처럼 그때는 몰랐지만, 지나온 모퉁이마다 삶이 건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만큼 내가 단단해지고 삶을 내 방식대로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나의 바람) 단단함과 여유로 균형 잡힌 내 삶을 위해, 지금 볼 수 있는 것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열린 마음과 긍정적인 태도로 보내는 연습을 시작해야겠다.(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 이제부터 시작이네라고 책 제목이 읽히는 건 왜일까. 무한히 확장된 김창완이라는 세계를 통해 상처와 슬픔, 우울, 불안, 걱정 등으로 오랫동안 닫혀만 있던 나의 세계가 아주 천천히, 기지개를 켜는 소리가 들린다. 내 마음에도 봄이 찾아왔나 보다. 당신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들려준 김창완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다산북스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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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늘은 내일로 이어지지 않는다
브로니 웨어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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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사이에서 피어나는 수많은 후회들,

브로니 웨어, 나의 오늘은 내일로 이어지지 않는다(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책읽는수요일)

 

제목에 이끌려 서평단을 신청했고, 운 좋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 책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다. 브로니 웨어 작가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해준 그들에게도.

오늘이 내일로 이어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내일은 오늘의 나보다 좀 더 나아진 내가 살아가는 하루라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게 내게 가장 문제였지만). 하지만 죽음을 목전에 둔 환자들을 진심으로 돌보는 간병인 브로니 웨어의 이야기로 인생은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탱탱볼 같다.’라고 생각했다. 그렇다. 5분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데 하물며 앞으로의 긴 시간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이 참 다행이면서도 불행한 것 같다. 이런 모순적인 마음이 아이러니하다. 우리는 매일 죽음을 향해 걸어간다. 하루하루 사는 건 삶이 아니라 삶에서 멀어져 죽음과 가까워지는 것이다. 늘 쌓인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내려놓고 비우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 섬뜩하게 느껴지면서도 내가 주어진 오늘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다.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때가 되면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받아들이고, 평화롭고 너무 고통스럽지 않은 삶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인간이라면, 아니 생명의 존재라면 이 순간을 피할 수 없다. 그 모든 과정이 브로니 웨어를 통해, 그녀가 돌본, 그녀가 마주한 수많은 죽음을 통해 잘 드러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죽음의 잔인함과 사람의 어리석음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하는 가장 후회하는 것을 보면 죽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의미 없고, ‘지금 이 순간만이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간병인 브로니 웨어가 돌보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한 환자들은 자란 환경, 갖고 있는 조건, 하는 생각 등 모든 게 다르지만 죽음 앞에서 같은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닮아 있었다. 죽음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며 시들어가는 그들의 모습과 그들이 남긴 말들은 브로니 웨어가 살면서, 혹은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영원히 방향키가 될 것이다. 물론 나의 삶에서도 그들의 말이 반짝-, 빛을 낼 때가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브로니 웨어 또한 그렇게 말했고, 그들을 통해 삶의 소중함과 많은 배움과 교훈을 얻은 그녀의 삶은 특별하다 못해 삶을 향한 간절함 마저 느껴진다. 죽음을 나와 상관없는 일로 무의식중에 생각했던 것 같다. 삶의 소중함을 모르고 있었다. 현재 진행형이다. 그렇게 삶의 단 한 번뿐인 순간과 시간을 많이 낭비했다. 되돌릴 수 없기에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정말 내려놔야 할 것들은 손톱이 살을 뚫을 정도로 쥐고 놓지 않으면서 쉽게 삶을 포기하려고 했고, 삶이 주는 즐거움을 느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느끼는 불행에 벗어나지 못하고, 불행의 충실한 부하가 되어 이리저리 휘둘린 채 나의 온전한 삶이 아닌 내가 아닌 것들에 지배를 받으며 살아왔다. 그래서 죽음을 앞둔 이들의 이야기와 브로니 웨어의 이야기는 내 마음을 깊은 바다 한가운데에 놓았고, 나는 자꾸 눈시울이 붉어질 수밖에 없었다. 혼자 있다는 외로움에서 나오는 눈물이 아니라, 나와 같은 사람이 있구나.’의 안도와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감사의 눈물이었다. 모두가 간절한 삶을 어째서 나는 포기하려 했으며,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쉽게 잊었던 걸까? 삶의 소중함을 모르고, 삶을 잘 살아보자는 의지와 간절함이 부재한 나의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부끄럽다. 신이 내게 인간으로 이 세상에 보낸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고, 요즘 자꾸 혼자서 신을 끌어들이며 삶의 이유를 찾는 중이다.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삶이 내게는 광활한 우주에 떠도는 먼지보다 못한 취급을 했다는 사실에 나 또한 스스로 실망했다. 삶이 주는 수많은 것을 느낄 생각을 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멈춰있는 내가 답답함을 넘어 이제는 안쓰럽다. 이 모든 것을 나의 오늘은 내일로 이어지지 않는다가 아니었다면 깨닫고, 반성하지 않았을 것이다.

간병인으로 지내는 8년 동안 수많은 죽음을 목도하고, 주저앉고 싶은 날들도 많았겠지만 브로니 웨어는 긍정을 말했다. 그녀의 삶을 정말 눈이 멀어버릴 만큼 눈부셨다. 삶보다 죽음에 가까이 살면서 다양한 삶을 만났고 그 안에서 수많은 교훈과 배움을 얻었고, 자신을 위한 온전한 삶을 살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며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 온 마음을 다했으며 간병인이 아닌 다른 삶을 꿈꾸고 구체화했다. 이런 삶이라면 후회를 찾아볼 수 없는 삶이 아닌가. 이 삶을 살기까지 그녀는 정말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고 피나는 노력을 반복했을 것이다. 그 누구도 감히 쉽게 그녀의 삶에 대해 말할 수 없을 만큼. 우리는 그 누구의 삶에 대해 쉽게 말하거나 생각할 권리가 없다. 그저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이것 또한 그녀와 그녀가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깨달은 사실이다. 과거의 상처가 그녀의 발목을 잡고 놓지 않을 때가 있었고, 여전히 그것들이 고개를 불쑥- 들어 그녀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그것들에 휘둘리기만 하지 않는다. 그만큼 그녀는 단단해졌고, 자신의 삶을 즐길 줄 알았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이다. 그녀가 돌본 이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거센 파도를 일으켰지만, 내가 완전히 주저앉아 울었던 부분은 브로니 웨어 삶의 변화였다. 그녀의 삶은 전부 아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부분 부분 알게 된 그녀의 삶은 알록달록했다. 그 색을 찾아 채운 게 본인이라는 것을 몰랐던 때가 있었고, 채우고 싶은 색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일에 용기 내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녀를 모르지만, 그녀답다고 생각했다. 나다운 삶, 온전히 나로 살아가는 삶은 태어나면서 당연히 쥐어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내 삶인데도 온전히 나로, 내 것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녀처럼 온전한 자신만의 삶을 살기 위해, 주어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고 끝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를 알고 나서 너무 공감했다. 그리고 부모님의 얼굴이 천천히, 그리고 선명하게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왜 부모님이 떠오른 건지 지금도 알 수 없지만 떠오른 부모님의 얼굴은 어린 날의 내가 봤던 모습과는 (당연하다) 달라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커다란 울컥함으로 목구멍이 막혔다. 죽을 때 가장 고통스러운 일은 후회가 남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죽음을 앞두고 있으면 어쨌든 삶을 채웠던 기쁨과 즐거움의 순간보다 후회되는 것들만 자꾸 떠오른다는 것인데, 정말 인생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육체와 정신이 시들해지고 희미해지면서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후회가 이어지는 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 또한 지옥에서 뒹구는 것처럼 괴로울 것이다. 죽음 이후에는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 그래서 죽음이 갖는 무게와 복합적인 감정은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며, 죽음의 순간에는 모든 것은 혼자 겪어내야 한다. 후회만 하다가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완전히 주저앉는 모습을 잠깐 떠올렸는데, 괴로웠다. 내가 사는 이유를 찾지 못했지만, 삶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죽음이 내 곁을 서성이는 날들을 후회만 하다가 아주 고통스럽게 죽을 것 같다는 공포가 몰려들었다. 동시에 삶의 소중함을 느꼈다. 삶과 죽음은 서로 반대편에 있으면서도 가장 가까운 사이다. 떼어낼 수 없는. 인생은 어디로 튈지 모르고, 나의 죽음 또한 언제 찾아올지 알 수 없다. 그러니 죽는 순간에 후회를 덜 할 수 있게, 조금이라도 평화롭게 눈을 감기 위해 이제라도 나를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삶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인 것은 분명하다, 나를 위한 삶을 위해 말이다.

삶보다 죽음과 가까이 지내는 간병인의 삶을 살아온 브로니 웨어를 꼭 안아주고 싶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죽음 앞에서 많은 이들이 고통만 느끼다가 눈을 감았을지 모른다. 그녀가 내 친구였다면, 우리 엄마의 친구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녀를 친구로 둔 이들이 부러웠다. 브로니 웨어 같이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주어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면서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죽는 순간에 후회가 아닌 평화로운 표정을 지으며 편안하게 눈을 감을 것이다. 아마 평화롭게 세상과 영원한 이별을 하는 것은 모두의 바람 아닐까. 모두가 브로니 웨어 같이 삶을 열심히 살고 사랑하는 날이 오길 바라며, 온전히 나의 삶을 살기 위해 용기 내어 첫걸음을 딛는다. ‘나의 오늘은 내일로 이어지지 않는다.’라는 것을 잊지 말자는 다짐을 마음에 꾹꾹- 눌러 새기며.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책읽는수요일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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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유 없이 불안할까 교양 100그램 5
하지현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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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다!

하지현, 나는 왜 이유 없이 불안할까(창비)(교양100그램)

 



하지현 선생님과는 3년 만에 다시 만났다. 감정 연습을 시작합니다(창비)가 첫 만남이었다. 그때도 꼭 읽고 싶었고, 읽고 나서 느끼고 배운 점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3년 후, 다시 만난 하 선생님의 책이라니 감회가 새롭다.


불안은 일상에서 나와 밀접하다. 불안이라고 쓰고, 나라고 읽는 느낌이랄까. 하 선생님 덕분에 불안에 대한 오해, 불안을 줄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불안이 생기는 이유 등등 불안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담임선생님께서 학생에 대해 알기 위해 이름과 취미, 가족 환경 등 세세하게 정보를 적어 오라며 종이 하나를 주고 우리는 각자 빈칸에 자신에 대한 정보를 채우는데, 이 책이 꼭 불안이 자신을 소개하는 그 종이와 닮았다. 또한 불안을 가진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처방전이다.


불안을 없애야 하는 부정적인 감정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불안은 사라질 수 없으며, 우리가 길들일 수 있다는 하 선생님의 간단한 답에 잠깐 생각이 뚝-, 끊겼다. 불안이 사라질 수 없다는 건 너무 잘 알았다. 매일 크고 작은 불안을 경험하는 나로서는 불안의 소멸을 간절히 바랄 뿐, 이루어질 가능성이 단 0.1%도 없다는 사실을 진작에 깨달았다. 불안을 길들일 수 있다는 답이 희망적이라고 해야 하나, 아직 과제가 덜 끝났는데 또 하나의 과제가 생겨 짜증이 올라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명쾌한 답은 아닌 것 같다. 불안에 잡아먹힌 채 살고 있는 삶, 이 삶이 익숙해졌기에 불안의 소멸보다 불안을 길들이는 것이 더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뭐든 익숙해진다는 건 마냥 좋게 볼 건 아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만 해도 말이다. 하 선생님이 꼭 내 생활을 한순간도 빼먹지 않고 보고 나서 진단을 내리고 있는 것 같아, 라고 생각했을 때 나의 불안을 정말 길들일 수 있겠구나, 불안에 휘둘려서 사는 삶을 끊고 싶다.’라는 용기가 생겼다. 생각보다 간단하고, 결국 내가 언젠간 해야 할 일이었다. 해야 할 일이라는 걸 알면서 자꾸 미룬 것이다. 내 안에 독이 퍼지기 직전에 하 선생님과의 두 번째 만남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이루어졌다.


불안은 애초에 사라질 수 없는 감정이다. 우리가 흔히 표현하고 알고 있는 부정적인 것도 아니다. 약간의 불안은 오히려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불안을 없애려고 매일 애썼다. 나름 나를 타일러 보고 강압적으로 몰아붙여 보고, 불안의 늪이 끌어당기는 걸 가만히 받아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불안은 절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자극이 되었는지 몸집을 키웠다. 불안은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당연한 감정 중 하나이고, 불안과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 위해 애쓰는 감정 중 하나인 불안을 느끼는 내 모습을 어떻게든 감추려고 애쓰지만, 종종 불안이 그대로 드러날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스스로 비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불안에게 나의 모든 것을 빼앗긴다. 아니 내가 모든 걸 준다. 불안도 그런 내가 안타까워 보였는지 아주 가끔은 찾아오지 않는다. 매일 찾아오지만 내가 덜 느끼거나 신경 쓰지 못하는 날이 아주 가끔 있는 것이다. 그런 날이면 오늘만 같았으면하고 생각한다. 착각이다.


나는 왜 이유 없이 불안할까지금 이 시기에 만난 건 병이 조금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기 지점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병원을 가고 약을 처방 받아먹으면 정말 비정상적인 사람인 것 같아서, 약을 영원히 끊지 못할 것 같아서, 안 그래도 우중충한 내 삶에 절대 지워지지 않는 기록이 남을 것 같아서 계속 부정하며 전문의 도움을 받기를 거부했다. 처음에는 내가 어떻게든 통제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통제는 무슨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사는 이유가 사라진 삶이 되어버렸다. 통제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시작은 우울이었다. 우울과 불안은 함께 찾아온다던 하 선생님의 말을, 일상을 점차 찾아가고 있는 지금 그 말을 나는 직접 경험함으로써 완벽하게 이해했다. 우울한 시기가 1년마다 열리는 페스티벌처럼 찾아오는데, 이번에는 너무 길었고 다른 때와는 무게가 차원이 달랐다. 주변 사람들까지 나를 보고 괴로워했으니 말이다. 결국 전문의를 찾아가 내 상태를 드러내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내가 겪고 있는 불안으로 보아, 이 얇고 작은 책은 하나도 틀린 게 없는 명쾌하고 정확한 답만 모아 놓은 불안의 족집게 과외이다. 불안에 대한 나의 오해, 불안을 느끼는 이유, 불안은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느끼는 감정 중 하나며 부정적인 것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는 것, 불안을 다스리기 위한 세 가지 지침 등 아주 쉽게, 짧은 문장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금방 읽을 수 있고, 시험에 나온다고 딱 집어주는 학창 시절 선생님을 떠오를 만큼 불안과 불안을 대하는 나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고, 불안과 잘 지내는 방법 등을 일목요연하게 담고 있어서 내게 필요한 부분만 얻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불안과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약을 매일 먹고 있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나는 왜 이유 없이 불안할까는 항상 갖고 다니기 좋은 것 같다. 꼭 읽지 않더라도 불안을 느낄 때 꺼내서 덤덤하게 불안에 대해 말하는 하 선생님과 대화하는 느낌으로 불안을 어느 정도 가라앉힐 수 있을 것 같다. 혼자 짧게 매일.


불안 없는 세상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생애주기에 따라, 아니 매일 크고 작은 수많은 불안이 자꾸 생긴다. 애초에 불안을 없앤다는 불가능한 생각을 하니 힘든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또 불안을 없애기 위해 애쓰는 내가 안타깝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내가 불안을 없애야 하는 대상이 아닌 길들여서 내게 긍정의 영향을 주는 대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더 이상 불안을 불안이라고 느끼지 않을 때 이 책은 내 가방이 아닌 책꽂이 맨 위에 꽂혀 있을 것이다. 약을 도구로 생각하라는 하 선생님의 말처럼 이 책 또한 불안에게서 전혀 자유롭지 않은 이들에게, 불안 때문에 괴로운 이들에게 아주 유용하고 효과적인 도구로 사용될 것이다. 세상은 편리해지는 데 반해 불안은 계속 커진다. 어째서일까? 그 답 또한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불안을 길들이기 시작한 지 1일째 되는 오늘(25.04.11)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알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튼튼하고 생각보다 잘 안 망가진다.’(힘이 되는 말이다)라는 하 선생님의 말을 주문처럼 되뇌며 끝이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끝은 분명히 있는 이 시간에 발을 들인다. ‘나는 왜 이유 없이 불안할까에서 불안의 자리에 행복이 들어가는 그날까지 불안을 길들이기 위해 부지런히, 종종 쉬면서 집착을 덜어내고 물에 종이배를 띄워 흘려보내는 것처럼 하루하루를 흘려보내야겠다.

 

지극히 일상적인 불안에 대처하는 가장 확실한 마음가짐에 대하여 처방전 나왔습니다:)

: 정상의 범위를 넓히자(넉넉하게 살자)

: 지금 내가 느끼는 불안을 내 존재론적 문제로 일반화하지 말자(가급적 상황이나 맥락적 관점으로 보자)

: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자(혼자 짧게 매일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잠시라도 쉬자)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창비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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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정해연 지음 / &(앤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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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가치와 죄의 무게의 서늘한 질문, (끼이익-)

정해연, 드라이브(앤드)

 



시원하게 뚫린 길을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 안에 있는 기분이었다. 금방 몰입했고, 빠른 속도로 문장이 눈과 머리에 들어왔다. 빠른 속도로 차가 내 앞을 순식간에 지나간 느낌이랄까. 솔직히 더 빨리 읽을 수 있었지만, 일부러 나눠서 읽었다. 자꾸 브레이크를 밟았다. 몰입이 너무 된 나머지 스스로 힘들기도 했고, 뭔가 두려웠다. 내가 노균탁, 김혜정이 되어 지옥 같은 상황에 떨어진 느낌은 정말 아찔하고 잔인하고, 숨 막혔다. 나눠 읽어도 순식간에 페이지는 넘어갔고, 금방 책장을 덮었다.


드라이브는 노균탁과 김혜정, 각각 가해자와 피해자의 시점으로 나뉘어져 있다. 책을 노균탁과 김혜정의 각 이야기를 반대로 두는 구성은 참신하고, 이 책에 대한 매력을 더 끌어냈다고 생각한다. 드라이브70대 노인 노균탁의 차량에 김혜정의 딸 10대 소녀 연희가 치여 죽게 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삶이 모두 파괴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파괴된 삶을 극명하게 보여준 각각의 시점은 독자로서 읽는 것만으로도 괴로웠다. 먼저 노균탁의 시점으로 시작했다. 70대 노인이 운전대를 잡는 건 문제라고 볼 수 없지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너무 많다(그러면 문제인가?). 노인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그로 인한 피해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운전하는 것이 위험 요소가 되는 나이에 면허증을 반납하면 십만 원의 보상금을 주는 현행이 있다고 해도 그 보상금은 운전대를 직접 잡는 편리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기에 대부분 운전대 잡는 것을 선택한다. 직접 운전대를 잡지 않겠다고 면허증을 반납하면 좋으련만, 강요할 수 없는 현실도 안타깝다. 그리고 그로 인해 생각지 못한 피해를 보고 하루아침에 삶이 파괴되는 누군가를 떠올리면 잔인하기까지 하다. 노균탁은 자신의 차량에 치여 피를 토하며 쓰러진 소녀, 소녀가 죽고 나서 삶이 완전히 무너진다. 밥을 먹지도 잠을 자지도 못한다. 차량에 치여 피를 토하며 쓰러지던 소녀의 모습이 자꾸 생각나고, 자신이 앞날이 창창한 10대의 소녀를 죽였다는 사실에, 절대 용서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차라리 자신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노균탁은 이유가 어떻든 가해자가 되었고, 피해자와 유족들에게는 악마가 되었다. 무릎을 꿇고 평생을 사죄하며 살겠다고 해도 죽은 아이는 돌아오지 않기에 절대 용서 받을 수 없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고의가 아니었지만, 사람이 죽었다. 노균탁은 사람을 죽인 살인자다. 노균탁 죄의 무게는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노균탁은 자신이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했지만, 사실은 엑셀을 밟았고 실수였다고 했다. 실수는 수습이 가능한 것을 의미한다. 노균탁은 실수가 아닌 죄를 지은 것이다. 하루아침에 가해자가 되어 딸 지영과 사위에게 무거운 짐을 얹었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다. 노균탁의 마지막 선택이 남은 가족을 위해, 그리고 자신 때문에 죽은 소녀와 소녀의 유족들에게 아주 작은 위로도 되지 않을 것이다. 노균탁이 혼자 생각해서 내린 결정으로 오히려 남은 이들을 더 괴롭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남는 사람들은 죽은 사람에 대해 후회, 원망 등 복합적인 감정의 소용돌이에 갇혀 휩쓸릴 테니까. 노균탁의 시점에서는 정말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괴로웠다. 사람을 죽였는데, 나 말고 모든 게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고 나로 인해 하루아침에 모든 게 무너졌고 다시는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 느낌이었다. 노균탁처럼 진심으로 반성하고 괴로워하는 가해자들은 몇이나 될까. 대부분 가해자들은 죄의 무게를 낮추기 위해 머리를 쓰고, 피해자 유족들의 아픔은 생각하지 않고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계산적으로 잔인하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안 그래도 지옥 같은 시간 안에 갇혀 있는 이들에게 더 잔인하게 칼을 꽂는 일이다. 가해자 죄의 무게는 어떻게 봐야 할까, 죄의 무게를 어떻게 내려야 할까.


노균탁 시점에서 쫓기듯 나와 한숨 돌리고 들어간 김혜정의 시점은 아수라장이었다.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딸과 아들은 등원하고 남편과 본인은 직장에 출근했다. 평소라면 급한 용건을 문자로 남겨둘 남편이 자꾸 전화를 걸어오고,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틀린 법이 없다는 듯이 혜정의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남편이 알린 딸 연희의 죽음. 혜정은 남편 영준이 거짓말하는 것이라고, 가서 상황을 바로잡을 거라고 생각하며 영준과 연희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계속 부정했던 연희의 죽음은 차갑게 식어 핏기 없이 누워 있는 연희를 보고 현실이 된다. 혜정은 연희 앞에서 무너져 내린다. 그러면서도 계속 부정한다. 아니라고, 연희가 죽었을 리가 없다고. 하지만 연희는 이미 숨은 거뒀고, 잔인하지만 연희를 보낼 준비를 해야 했다. 영준은 혜정을 챙기면서 연희의 장례 준비를 했다. 혜정은 연희를 보내줘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장례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현실을 부정한다. 부정할수록 연희의 죽음은 확실해졌다. 영정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연희를 한 번 더 안아 줄 걸, 한 번이라도 안고 싶은 혜정은 연희를 죽게 만든 가해자에 대한 분노로 마음이 들끓는다. 기절하고 나서 병원에서 깨어난 후, 곧바로 달려간 경찰서에서 연희를 죽게 만든 사람을 확인하고, 그를 잡아 흔들며 연희를 살려내라고 죽을 거면 당신이나 죽지, 왜 앞날이 창창한 내 딸을 죽였냐며 울부짖는 혜정의 모습은 정말 처절했다.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심정을 감히 헤아릴 수 없지만, 마음이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욱신거렸다. 노균탁의 시점에서는 메말라가는 느낌이었다면, 김혜정의 시점은 몸에 있는 모든 수분을 빼냈는데도 계속 물이 나오고, 동시에 모든 걸 집어삼킬 불이 이글거리는 느낌이다. 혜정이 울부짖고 분노하고, 딸 연희의 흔적을 느끼는 모든 장면에서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김혜정 시점의 모든 문장에서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나는 분노보다 자꾸 목이 메어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기까지 오래 걸렸다. 너무 괴로웠다. 이 상황이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하루아침에 파괴되버린 삶,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삶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김혜정, 그녀는 앞으로 딸 연희가 없는 삶 그리고 자신이 저지른 일을 감추고 살아야 하는 삶을 어떻게 살아낼까. 받은 상처가 너무 아파서 결국 또 상처를 주고 만 삶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을 모두 생각한 건 처음이다. 뉴스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사고에는 늘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고, ‘생명의 가치와 죄의 무게에 대한 서늘한 질문이 빠지지 않는다. 나는 대부분 상황을 파악하고, 피해자 입장이 되어 분노한다. 가해자의 입장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해자가 죄를 짓고 난 뒤 뱉는 말은 다 똑같다. 실수였다, 심신미약, 음주 상태 등등. 생명을 앗아가고 그들의 삶을 하루아침에 파괴한 사람들이 하는 말들은 하나같이 죄의 무게, 아니 형량을 줄이기 위한 핑계일 뿐이다. 설령 뱉은 말이 사실이었다고 해도 죄를 지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가해자가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해도 전으로 돌릴 수 없기에 완벽한 반성도, 완벽한 용서도 없다. 고의든 자의든 죄를 지었다면, 그 죄로 인해 누군가의 세상이 무너졌다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잔인한 사실을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알게 된다(일말의 죄책감이 없고, 잘못을 모르는 가해자는 절대 모른다). 가해자와 피해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삶도 흔들리고 무너진다. 죄를 짓는 건 이렇게 무서운 일이다. 살다 보면 생각지 못한 상황을 맞닥뜨린다. 죄를 짓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죄에 이유와 합리화가 적용되면 안 된다. 그렇게 된다면 세상은 정말 악으로 가득 찰 것이며, 생명의 가치와 죄의 무게에 대한 서늘한 질문은 아무 의미가 없어질 테니까.


인간의 본성과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처음 한다. 나는 인간의 본성은 이라고 생각한다. 악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지만, 그 힘이 적정한 선을 넘으면 해를 끼친다는 게 내 입장이다. 선과 악은 오래전부터 싸워왔다. 본성과 도덕도 마찬가지다. 세상은 본성을 통제하고, 도덕적인 선택을 통해 이루어져야만 우리가 살기 편하고 안전해진다. 본성과 도덕적 딜레마가 싸우다 보면 본성이 이길 때도 있고 도덕이 이길 때도 있지만, 그 우승의 깃발은 본인의 선택으로 갖게 된다.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는 뒤따른다. 그 후회의 무게는 차이가 분명하지만, 결국 선택을 하고 난 뒤에 따른 모든 것은 본인이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명의 가치와 죄의 무게에 대해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세상을 만든 신도 바로 답하지 못할 것이다. 세상에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그럼 생각한다. ‘신은 모든 걸 알고 있고 보고 계시면서 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계시는 걸까?’. 인간의 일에 개입하지 않는 게 원칙이나 세상을 만들 때 걸었던 조건이라고 해도 보고만 있기에 너무 잔인하고 처참한 일들이 많지 않았던가. 앞으로도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보다 더한 일도 일어날 수 있고. 신은 우리가 이겨낼 수 있을 만큼의 고통만 준다고 했다. 우리를 너무 과대평가한 게 아닐까? 노균탁, 김혜정과 같은 사람들이 세상 곳곳에 있다. 그들의 삶을 드라이브를 통해 엿보는 동안 메말랐고, 불구덩이에 빠져 울부짖었다. 이겨낼 수 있을 만큼의 고통이 아니었다. 결국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하지 않았나. 신이 바라는 엔딩은 무엇일까? 이미 알고 있는 엔딩이기에 보지도 않을까. 노균탁의 차량이 소녀를 치기 전에, 노균탁이 엑셀이 아닌 브레이크를 밟게 신이 개입했더라면 노균탁과 김혜정 두 사람의 삶은 평범하게-손주를 돌보고,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일을 하며-흘렀을 것이다. 노균탁곽 김혜정의 파괴된 삶을 모두 봐버린 이상,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는 것이 의미 없어졌다. 그냥 신을 원망하고 싶어졌다. 신이 짠 판에 놀아난 인간이, 우리가 안쓰러울 뿐이다. 지금도 어디선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노균탁, 김혜정, 지영, 영준, 연희와 같은 사람들이 없길 바랄 뿐이다. 그저 모두 하품이 나올 만큼 평범한 시간 속에서 흘러갔으면 좋겠다. 엑셀 대신 브레이크를 자주 밟는 삶이 우리의 삶이길, 그렇게 모두 안전하고 평안한 하루하루를 쌓길.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넥서스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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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의 소문 - 변하리 유니버스 푸른숲 어린이 문학 47
제성은 지음, 주성희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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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이제 그만 멈춰!’

제성은 글 주성희 그림, 최애의 소문(푸른숲주니어)


 

가짜뉴스아이돌’, ‘최애’, ‘덕질키워드만 보고, 이 책을 내가 읽을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하리와 주리, 수빈이의 덕질하는 모습이 꼭 내가 덕질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났다. 최애의 소문은 아이돌 덕질을 해본 사람, 하고 있는 사람, 관심과 덕질의 애매한 경계선 위에 있는 사람들이 읽기에 아주 재밌고, 같이 분노하고, 공감할 수 있다. 아이돌 그룹 비프롬씨의 황금 막내 최유민을 덕질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폰좀비 아씨를 만나면서도 덕질을 멈추지 못하는 하리와 친구 수빈, 언니 주리, 유민의 늦둥이 동생 주원이 가짜뉴스로 피해를 보는 유민을 도와주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유민의 가짜뉴스는 계속 퍼지고 살이 붙는데, 진실이 확인되지 않은 무성한 소문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유민을 향한 복합적인 하리를 포함한 유민의 팬들 감정, 절대 그럴 리 없을 거라는 믿음에 틈이 생기기 시작하는 지점, 어떻게든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함께 적극적으로 가짜뉴스의 허점을 찾고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누군가를 좋아하고 응원하고, 마음과 시간을 쏟는 일이 가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특별하고 소중하다는 점이 잘 드러나서 좋았다. 하리가 느끼는 기분, 감정은 덕질을 해본 사람이라면, 덕질을 하는 사람이라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하리의 이야기를 들려준 제성은 작가님도 누군가를 덕질했고, 덕질하는 동안(현재 진행 중일 수도 있고! 그렇다면 누굴 덕질하시는지 너무 궁금하다! 무엇보다 이 책을 어떻게 쓰게 되셨는지 너무 너무 궁금하다!) 덕질하는 아이돌의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를 경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적이라서 가짜뉴스의 심각성이 확- 와닿았다. 가짜뉴스는 전부터 공인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하나의 (악의적인) 수단이었다. 사실이 아닌 것이 사실이 되고, 사실처럼 여러 사람의 입을 거쳐 굴리고 굴려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에서 이미지와 인기로 자신의 존재를 선명하게 보여주고 자리 잡아야 하는 공인에게 가짜뉴스는 치명적이고, 잔인하다. 물론 가짜뉴스가 사실을 바탕으로 떠돌다가 가짜가 아닌 진짜가 되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한다(아니라는 믿음이 굳건했고, 당사자도 아니라고 여러 번 부인했지만 결국 가짜뉴스가 사실이 될 때 느끼는 배신감과 허무함은 말로 설명이 안 된다). 하지만 대부분 가짜뉴스는 가짜일 뿐이고, 가짜뉴스로 인해 이미지 추락은 물론, 그로 인한 경제적 정신적으로 심각한 피해 입고,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당사자만큼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다.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그것으로 조회수를 올리고 관심을 단번에 받는 수많은 사이버 레커에 대한 처벌은 가짜뉴스의 심각성을 유포자가 직접 느끼고 진심으로 반성하게 만들기에는 매우 약하다. 솜방망이 처벌은 유포자에게 또다시 가십거리로 떠들 명분을 줄 뿐이고, 가짜뉴스 피해자들은 또다시 사실이 아닌 거짓뿐인 세상에 자기도 모르게 우뚝, 세워진 채 한 순간에 수많은 익명의 손가락질과 욕설, 기분 나쁜 눈빛을 모조리 받아야 한다. 가짜뉴스 유포자에 대한 처벌은 더 강력해져야 한다. 한 사람의 삶을 파괴하는 이들에게는 자비는 어울리지 않는다. 대중의 관심이 바탕이 되어 매일 서바이벌 같은 연예계에서 버티고 버텨 살아 남아야 하는 공인에게 대중의 평가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적 없다. 공인도 사람이다. 공인이라는 이유로 익명 뒤에 숨어 생각을 거치지 않고 날리는 수많은 날카로운 말들을 다 받아들여야 하는 건 아니다. 대중의 평가는 공인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과 관심이 바탕이 되었을 때 진정한 평가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연예계에 데뷔하기 전에 수많은 평가를 거쳐 힘겹게 발을 들인 이들에게 계속되는 평가는 잔인할 것 같다. 매일 자기에 관해 어떤 기사가 떴는지, 자신과 관련한 댓글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등등 신경 써야 하는 일은 피곤하고 숨 막히고, 연예계에 발을 들이고자 한 꿈을 꾼 지난날의 설렘이 잊히기에 충분하다. 그들에게는 평가보다 좋아하는 마음의 뿌리로 시작된 응원과 관심이 더 어울린다. 물론 냉정하고 쓴소리를 들어야 하는 몇몇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는 공인을 하나의 스트레스 풀 대상 혹은 마땅히 평가를 받고 그것을 받아들여 변화를 보여줘야 하는 인형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면, 악플을 단 이들에게 악플을 단 이유를 물어보면 취직이 되지 않아 힘든데 스트레스 풀 곳이 필요했다나 뭐라나. 우리의 공인에 대한 마음대로 생각하는 부분을 바로 잡아야 한다.


가짜뉴스에 대응하지 않는 유민도, 그런 유민이 답답한 하리도 이해하는 입장에서 가짜뉴스 유포자에 대한 분노가 들끓어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가짜뉴스를 만들어 유포하는 사람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가짜뉴스를 진짜라고 믿고 퍼나르는 사람이다. 사실이 아닌데 다수가 진짜라고 하니,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믿게 되는 사람의 심리가 참 무섭다. 지금은 가짜뉴스와 사실을 어느 정도 구분하여 정보를 받아들이고 거르지만, 어렸을 때는 가짜뉴스에 마음을 훅- 빼앗기고 금방 마음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익명 뒤에서 말하는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단 초콜릿처럼 내 귀로 녹아 들어오고, 그 단맛을 의심할 틈도 없이 삼켜 버렸다. 나도 모르게 가짜뉴스를 유포하는데, 가담했다는 사실을 어른이 되어서야 깨닫게 되었다. 가짜뉴스를 믿고, 친구들에게 ‘S가 이랬대. 진짜 대박이지 않냐?’라고 속닥거렸던 어린 날의 내가 어리석고 안타까웠다. 그것을 바로잡아주는 사람이 옆에 없었다는 사실에 두려움도 느껴졌다. 잘못이라고, 바로 잡을 수 있게 알려주는 사람의 부재는 아주 무섭고 안타까운 일이다. 어린 나이여서 가짜뉴스와 사실을 구분 못 한다는 것을 떠나서 가짜뉴스만을 믿고, 가짜뉴스의 대상자에게 뾰족한 화살을 날린 것이다. 늦었지만 그때의 내가 날린 화살 때문에 여전히 흉이 남았을 연예인들에게 미안함을 전한다.


사실과 가짜를 구별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자기는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일단 던져 보는 가짜뉴스 대상자의 과거 이야기나 개인 사정 등을 장난, 카더라 식이었다고 말하지만 이건 엄연히 범죄. 한 사람의 삶을 하루아침에 파괴하고, 장난이라는 둥 어디서 들었다는 둥 실수였다는 둥 떠드는 건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실수와 장난은 수습이 어느 정도 가능한 선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을 의미하니까. 예를 들면 흘린 물은 닦는 정도? 가짜뉴스 유포에 대한 처벌이 강력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또다시 한다.


진실을 반드시 드러나지만, 드러나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할지 그 시간 안에서 당사자와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아파야 할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누군가에 대해 말할 때, 정확하게 아는 게 아니라면 말을 아끼는 것이 맞다. 알더라도, 혹은 그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라고 해도 그 대상이 없는 곳에서는 이야기가 어떻게 모양을 바꿀지 모르니 안 하는 게 옳다. 누가 뒤에서 내 이야기를 했고, 그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해 봐라. 얼마나 기분이 나쁘고 억울하고, 당장 그 사람을 찾아가서 따지고 싶겠나. 연예인들은 지금도 누군가가 유포한 가짜뉴스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스트레스를 받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다. 무관심도 무섭지만, 관심 중에서도 진심과 응원의 마음이 깃들지 않은 장난과 악의만 남은 마음에서 나온 관심은 더 무섭다.


덕질하면서 대부분 행복했지만, 아팠던 날들도 있었다. 실검이 있을 당시, 덕질하는 아이돌 그룹 혹은 멤버 이름이 올라가 있으면 반가우면서도 걱정했다. 내 아이돌은 사고 칠 일이 없을 거라고 그럴 애들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걱정과 불안이 슬쩍- 고개를 빼꼼, 내미는 건 어쩔 수 없다. 실검에 오른 멤버 이름을 떨리는 마음으로 클릭하면, 멤버의 활약이나 활동 관련 소식이 대부분이었다. 긍정적인 기사와 댓글에 기분이 좋았지만, 가끔 선플 사이에 낀 악플에 내가 악플을 받은 것처럼 마음이 욱신거렸다. 비추천을 누르고 신고하는 것, 제발 선플만 보고 악플은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말고는 그 당시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덕질은 멈출 수 없고, 벌써 10년이 넘었다. 덕질하면서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응원하고 좋아하고, 앞으로 영원을 망설임 없이 약속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아이돌이 그들이라서,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 그들을 알게 된 날을 나는 행운의 날이라고 한다. 나에게 행운을 광활한 우주만큼 안겨준 그들이고, 지금도 여전히 팬들을 위해 데뷔 초와 다르지 않은 마음으로 열일해주기 때문에 우리 또한 처음과 다르지 않은 마음으로 응원하는 중이다. 지금은 아이돌과 팬 사이를 넘어 눈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을 만큼 깊고 단단한 관계가 되었다. 닿을 수 없는 스타고, 그런 스타를 멀리서만 지켜보는 팬은 예전을 의미한다. 지금은 SNS나 앱을 통해 아이돌과 더 가깝게 소통하며 추억을 쌓을 수 있다. 지금의 관계가 좋지만, 어디서나 적당한 선을 모르는 사람들로 인해 문제가 일어난다. 팬으로서의 적당한 거리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다. 좋아하는 마음과 응원하는 방식이 누구 봐도 자기만족이고, 덕질하는 아이돌을 오히려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거나 모른 척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팬이 아니라, 그저 남의 불행이 곧 행복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덕질로 찾은 나의 끝없는 행복, 같은 마음으로 함께 덕질하는 즐거움, 덕질이 나의 일상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덕질은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오래오래 쌓이면 좋아하는 마음이 바탕이 되어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덕질은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고, 시작한다면 출구를 쉽게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덕질은 망설일 필요가 없다.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유민과 같이 가짜뉴스로 피해를 보는 연예인들이 강력하게 유포자들의 처벌에 힘써서 두 번 다시는 가짜뉴스로 힘들어하지 않길 바란다. 요즘 세상이 소란스럽고, 연예계에서 하늘의 별이 되어버린 분들이 많다. 드라마나 영화, 음악 방송 등 한 번 이상은 봤고 알기에 그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시큰거렸다. 어째서 그들을 괴롭히는 사람들은 잘 살고, 괴롭힘을 당한 사람들이 세상을 등지는 건지 억울하고, 가해자들을 향한 분노가 모든 걸 삼켜 버릴 만큼 화르륵-, 타올랐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연예인들이 행복하게 사랑받으며 활동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악플을 올리고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이들보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진심으로 응원하는 팬들이 많으니 행복하게 활동하길 바란다는 마음을 SNS나 기사 등 댓글을 적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익명 뒤로 숨어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는 찌질한 악마 같은 이들에게 전한다. 가짜뉴스 때문에 잠깐 덜컹거리지만, 절대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하루아침에 남의 삶에 균열을 만든 대가는 엄청날 것이며, 당신들이 키보드를 두들기는 어리석고 찌질한 시간과 댓글, 악의적으로 편집하여 올린 영상 등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진심으로 응원하는 이들의 마음이 활동하는 데 힘이 되어주는 거라고, 그러니 시간 낭비할 시간에 발이나 닦고 잠이나 푹 자고 일어나서 정신을 차리길 바란다고.


너무 몰입해서 읽었다. 내 이야기고 나처럼 덕질하는 이들의 이야기고, 덕질의 대상이 되는 아이돌, 배우, 셀럽 등의 이야기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꼭 공인이 아니더라도 가짜뉴스는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고, 내가 가해자 혹은 피해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그럴수록 더 경계하고 비판적인 태도를 갖춰야 한다.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는 건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니지만 엄청 어려운 일도 아니다. 눈에 보이는 대로 믿지 않는 것,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는 객관적인 눈,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이 세 가지를 갖출 때야말로 우리를 공격하는 화살은 우리가 세운 방어벽을 절대 뚫지 못할 것이다. 모든 이들이 가짜뉴스의 심각성을 깨닫고, 가짜뉴스를 경계하며 그에 따른 처벌에 관심을 가지며, 적극 실천해야 한다. 가짜뉴스가 없어지는 그 머나먼 날까지, 제성은 작가님처럼 혹은 나처럼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다. 작가님이 펜을 들어 쓴 글을 세상에 낸 것처럼, 내 아이돌을 믿고 변함없는 마음으로 응원하는 나처럼.

 

폰좀비 아씨의 존재를 통해 가짜뉴스,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는 점을 우리가 쉽게 가짜뉴스에 노출되고, 쉽게 믿고 퍼나르는 데 자신도 모르게 힘쓰며 익숙하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갖게 한다. 빠르게 변화하고 하루에 엄청난 양의 정보와 소식이 넘쳐나는 세상에 사는 우리가 진지한 태도로, 직면한 문제와 주변을 서성이는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찾고 적용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적합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게 힘써야 함을 폰좀비 아씨라는 캐릭터를 통해 작가님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 같다.

 

진정한 성덕을 향해 가는 하리! 나도 하리처럼 진정한 성덕이기 되기 위한 걸음을 오늘도 내딛는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푸른숲주니어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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