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유 없이 불안할까 교양 100그램 5
하지현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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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다!

하지현, 나는 왜 이유 없이 불안할까(창비)(교양100그램)

 



하지현 선생님과는 3년 만에 다시 만났다. 감정 연습을 시작합니다(창비)가 첫 만남이었다. 그때도 꼭 읽고 싶었고, 읽고 나서 느끼고 배운 점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3년 후, 다시 만난 하 선생님의 책이라니 감회가 새롭다.


불안은 일상에서 나와 밀접하다. 불안이라고 쓰고, 나라고 읽는 느낌이랄까. 하 선생님 덕분에 불안에 대한 오해, 불안을 줄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불안이 생기는 이유 등등 불안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담임선생님께서 학생에 대해 알기 위해 이름과 취미, 가족 환경 등 세세하게 정보를 적어 오라며 종이 하나를 주고 우리는 각자 빈칸에 자신에 대한 정보를 채우는데, 이 책이 꼭 불안이 자신을 소개하는 그 종이와 닮았다. 또한 불안을 가진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처방전이다.


불안을 없애야 하는 부정적인 감정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불안은 사라질 수 없으며, 우리가 길들일 수 있다는 하 선생님의 간단한 답에 잠깐 생각이 뚝-, 끊겼다. 불안이 사라질 수 없다는 건 너무 잘 알았다. 매일 크고 작은 불안을 경험하는 나로서는 불안의 소멸을 간절히 바랄 뿐, 이루어질 가능성이 단 0.1%도 없다는 사실을 진작에 깨달았다. 불안을 길들일 수 있다는 답이 희망적이라고 해야 하나, 아직 과제가 덜 끝났는데 또 하나의 과제가 생겨 짜증이 올라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명쾌한 답은 아닌 것 같다. 불안에 잡아먹힌 채 살고 있는 삶, 이 삶이 익숙해졌기에 불안의 소멸보다 불안을 길들이는 것이 더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뭐든 익숙해진다는 건 마냥 좋게 볼 건 아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만 해도 말이다. 하 선생님이 꼭 내 생활을 한순간도 빼먹지 않고 보고 나서 진단을 내리고 있는 것 같아, 라고 생각했을 때 나의 불안을 정말 길들일 수 있겠구나, 불안에 휘둘려서 사는 삶을 끊고 싶다.’라는 용기가 생겼다. 생각보다 간단하고, 결국 내가 언젠간 해야 할 일이었다. 해야 할 일이라는 걸 알면서 자꾸 미룬 것이다. 내 안에 독이 퍼지기 직전에 하 선생님과의 두 번째 만남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이루어졌다.


불안은 애초에 사라질 수 없는 감정이다. 우리가 흔히 표현하고 알고 있는 부정적인 것도 아니다. 약간의 불안은 오히려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불안을 없애려고 매일 애썼다. 나름 나를 타일러 보고 강압적으로 몰아붙여 보고, 불안의 늪이 끌어당기는 걸 가만히 받아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불안은 절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자극이 되었는지 몸집을 키웠다. 불안은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당연한 감정 중 하나이고, 불안과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 위해 애쓰는 감정 중 하나인 불안을 느끼는 내 모습을 어떻게든 감추려고 애쓰지만, 종종 불안이 그대로 드러날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스스로 비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불안에게 나의 모든 것을 빼앗긴다. 아니 내가 모든 걸 준다. 불안도 그런 내가 안타까워 보였는지 아주 가끔은 찾아오지 않는다. 매일 찾아오지만 내가 덜 느끼거나 신경 쓰지 못하는 날이 아주 가끔 있는 것이다. 그런 날이면 오늘만 같았으면하고 생각한다. 착각이다.


나는 왜 이유 없이 불안할까지금 이 시기에 만난 건 병이 조금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기 지점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병원을 가고 약을 처방 받아먹으면 정말 비정상적인 사람인 것 같아서, 약을 영원히 끊지 못할 것 같아서, 안 그래도 우중충한 내 삶에 절대 지워지지 않는 기록이 남을 것 같아서 계속 부정하며 전문의 도움을 받기를 거부했다. 처음에는 내가 어떻게든 통제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통제는 무슨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사는 이유가 사라진 삶이 되어버렸다. 통제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시작은 우울이었다. 우울과 불안은 함께 찾아온다던 하 선생님의 말을, 일상을 점차 찾아가고 있는 지금 그 말을 나는 직접 경험함으로써 완벽하게 이해했다. 우울한 시기가 1년마다 열리는 페스티벌처럼 찾아오는데, 이번에는 너무 길었고 다른 때와는 무게가 차원이 달랐다. 주변 사람들까지 나를 보고 괴로워했으니 말이다. 결국 전문의를 찾아가 내 상태를 드러내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내가 겪고 있는 불안으로 보아, 이 얇고 작은 책은 하나도 틀린 게 없는 명쾌하고 정확한 답만 모아 놓은 불안의 족집게 과외이다. 불안에 대한 나의 오해, 불안을 느끼는 이유, 불안은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느끼는 감정 중 하나며 부정적인 것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는 것, 불안을 다스리기 위한 세 가지 지침 등 아주 쉽게, 짧은 문장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금방 읽을 수 있고, 시험에 나온다고 딱 집어주는 학창 시절 선생님을 떠오를 만큼 불안과 불안을 대하는 나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고, 불안과 잘 지내는 방법 등을 일목요연하게 담고 있어서 내게 필요한 부분만 얻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불안과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약을 매일 먹고 있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나는 왜 이유 없이 불안할까는 항상 갖고 다니기 좋은 것 같다. 꼭 읽지 않더라도 불안을 느낄 때 꺼내서 덤덤하게 불안에 대해 말하는 하 선생님과 대화하는 느낌으로 불안을 어느 정도 가라앉힐 수 있을 것 같다. 혼자 짧게 매일.


불안 없는 세상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생애주기에 따라, 아니 매일 크고 작은 수많은 불안이 자꾸 생긴다. 애초에 불안을 없앤다는 불가능한 생각을 하니 힘든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또 불안을 없애기 위해 애쓰는 내가 안타깝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내가 불안을 없애야 하는 대상이 아닌 길들여서 내게 긍정의 영향을 주는 대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더 이상 불안을 불안이라고 느끼지 않을 때 이 책은 내 가방이 아닌 책꽂이 맨 위에 꽂혀 있을 것이다. 약을 도구로 생각하라는 하 선생님의 말처럼 이 책 또한 불안에게서 전혀 자유롭지 않은 이들에게, 불안 때문에 괴로운 이들에게 아주 유용하고 효과적인 도구로 사용될 것이다. 세상은 편리해지는 데 반해 불안은 계속 커진다. 어째서일까? 그 답 또한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불안을 길들이기 시작한 지 1일째 되는 오늘(25.04.11)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알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튼튼하고 생각보다 잘 안 망가진다.’(힘이 되는 말이다)라는 하 선생님의 말을 주문처럼 되뇌며 끝이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끝은 분명히 있는 이 시간에 발을 들인다. ‘나는 왜 이유 없이 불안할까에서 불안의 자리에 행복이 들어가는 그날까지 불안을 길들이기 위해 부지런히, 종종 쉬면서 집착을 덜어내고 물에 종이배를 띄워 흘려보내는 것처럼 하루하루를 흘려보내야겠다.

 

지극히 일상적인 불안에 대처하는 가장 확실한 마음가짐에 대하여 처방전 나왔습니다:)

: 정상의 범위를 넓히자(넉넉하게 살자)

: 지금 내가 느끼는 불안을 내 존재론적 문제로 일반화하지 말자(가급적 상황이나 맥락적 관점으로 보자)

: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자(혼자 짧게 매일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잠시라도 쉬자)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창비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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