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눈이 내리다
김보영 지음 / 래빗홀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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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이라는 세계를 만나다,

김보영 소설집 고래눈이 내리다출간 기념 무크지 (래빗홀)


 

전에도 언급했지만, 래빗홀에서 작품을 내기 전에 독자들에게 나올 작품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출간 기념 무크지의 서평단을 모집하는 건 의미 있고, 정식으로 작품이 나오면 작품을 보다 더 잘 읽어낼 수 있는 기회를 준 거나 다름없다.


출간 기념 무크지를 통해 김보영 작가님을 알게 되어 행복했다. 고래눈이 내리다제목이 끌렸을 뿐인데, 작가님이 더 좋아질 줄 이야. 작가님의 인터뷰는 이번 신작 소설집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되어줄 거라고 확신한다. 어려운 표현 없이 이해하기 쉽게, 뭔가 여유를 갖고 천천히 인터뷰 했을 작가님을 떠올라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인터뷰를 통해 김보영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또 어떤 작가인지 얕게나마 알 수 있어서 무크지 구성에서 인터뷰를 앞에 둔 건 읽는 입장에서 아주 좋았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명확하고 간단하게 문장으로 말해준 작가님 덕분에 사이다 한 잔을 마시고 답답했던 속을 뻥! 뚫었다.


<에세이>에서는 어린 날의 파편들이라고 해서 김보영 작가님의 어린 날의 순간들을 엿볼 수 있고, 작가님의 기반이 된 작가님들은 물론, 작가님이 본 작품들에 대해 알 수 있다. 정말 어린 날의 파편들을 두 눈으로 보고 있는 기분이다. 김보영 작가님은 작가가 될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읽었던 걸 반복적으로 읽어서 모조리 외우는 건 물론(외우고자 한 건 아니었지만), 이야기를 덧붙이거나 상상하는 것을 즐겼다. 즐기는 사람을 이길 자는 없다는 말이 생각나서 웃음이 나왔다. 어렸던 작가님의 상상은 여전히 작가님 머리 한구석에 남아 있거나 아니면 세상에 낸 책들 사이에 넣었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범상치 않았던 작가님이 결국, 작가가 되어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가들 중 한 명이 되었다는 점에서 내 일처럼 마음이 두근대고 설렜다. 어렸을 때부터 작가라고 늘 꿈을 말하고 다녔고, 작가가 되는 과정이 너무 간단하고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무지했다. 책에 대한 애정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대학교에 가서 직접 부딪치고나서야 깨달았다. 출판사에서 일하게 된다면 정말 꿈을 이뤘다고 할 정도로 작가라는 꿈은 내 것이 아니게 되었다. 15년 넘는 시간동안 작가가 꿈이었는데, 꿈을 잃고 나니 어떤 꿈을 꿔야 할지 꿈을 꿔도 될지 두려움부터 앞섰다. 책을 자주 읽어도 결국 남의 글이기에 가슴 한구석에서 텅 빈- 공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 공간은 내가 글을 쓰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펜을 잡는 순간부터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현실은 글만 쓰고 살 수 없다. 시간을 아무리 쪼개도 내 능력 밖이다. 내 능력을 인정하고나니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좀 슬프다. 능력은 반복과 들이는 시간과 열정으로 비례할 것이지만 능력을 늘릴 시간도 없으니. 현실이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배려할 필요가 있다. 숨 쉴 틈을 주지 않으니, 글 쓰는 행위가 부수적인 일로 전락하고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의 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사회적인 배려와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작가님의 인터뷰, 에세이를 통해 절감했다. 아직 세상의 빛을, 틈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 좋은 작품들이 어둡고 추운 어딘가에서 굳어가고 있다. 부디 자신에게 어울리는 차림(시기, 표지, 구성 등등)을 하고, 하루빨리 독자들과 만나길 바란다.

상상과 이야기를 가까이에 뒀던 어린날의 작가님을 통해 상상과 이야기가 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깊고 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미영, 허윤님의 리뷰에 고개를 격하게 끄덕일 수 밖에 없다. 작품을 읽기 전인데 <인터뷰><에세이>를 통해 SF장르를 보편적인 장르로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SF장르가 어떤 방향성으로 변화할지, 그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차려 현재와 미래라는 시간 공간에서 신선하게, 그러면서도 너무 난해하지 않게 스토리를 그려낼 김보영 작가님의 세계를 기대한다(‘난해함이 축복이라던 작가님이 글이라는 세계를 모두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축복을 나도 느끼고 싶었다.).


너럭바위를 바라보다를 엿본 느낌은 우리 다음 세대에게 닥칠 것 같은 멀지 않은 미래를 훔쳐본 기분이다. 너럭바위를 지키기 위해, 솔직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바위가 아닌 무언가(중요한 것들)’를 지키기 위한 마음이 너럭바위를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 필요 없는 것, 자주 사용하지 않는 것들이 사라지는 세상. 그게 효율적이라는 세상.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내 것을 빼앗는 것 같다. 비우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 오랫동안 간직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냉정하고 이기적인 세상의 효율성 추구랄까. 본문을 앞부분만 살짝 읽었는데도 마음이 찌릿-했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내가 가진 것들 중에 언젠간 사라질 너럭바위처럼 사라질 것들은 무엇인지 머릿속에 번호를 붙여 목록을 만들어보니 감당이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사라지는 것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필요와 사용의 진도가 낮다고 해서 사라져야 하는 건 왜일까? 언젠간 사람도 사라지는 게 아닐까? 사람이 아니더라도 세상을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많다는 것은 굳이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우리’, 사람의 필요와 쓸모에 대한 생각이 불편하기보다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너럭바위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너럭바위를 찾는 둘이 있으니 바위가 존재하는 시간은 연장될 테지만 사는데 물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바위는 언젠가 사라질 것이다. 바위가 소리없이 사라지더라도 둘이 무너지지 않고, 자기가 갖고 있는 것들이 사라지지 않게 꽈아악- 붙들었으면 좋겠다. 계속 기억하고 찾고, 쓰는 것이다. 그렇게 사라지지 않게 발버둥쳤으면 좋겠다. 사라지기보다 존재하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거니까, 우리의 역할이니까.



이 무크지는 서평단 활동을 위해 @래빗홀에서 제공받았습니다:D

 

@래빗홀 :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래눈이 내리다잘 읽겠습니다!


 

#고래눈이내리다 #김보영소설집 #출간기념무크지 #래빗홀 #인터뷰 #에세이 #리뷰 #너럭바위를바라보다 #본문엿보기 #SF #소설추천 #서평 #책로그 #2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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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연습을 합니다 - 피할 수 없는 노년의 싱글 라이프 당신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류슈즈 지음, 박소정 옮김 / 미래의창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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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시기, 그리고 변화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

류슈즈, 혼자 사는 연습을 합니다(피할 수 없는 노년의 싱글 라이프 당신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미래의창)

 


이제 곧 노년기에 접어들 부모님을 위해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가끔 나는 죽음과 가까워지고, 너희는 화사한 삶이 열리는 중이다.’라고 한다. 그 말이 꼭 생각지 못한 쓴맛을 본 느낌이다. 엄마 아빠가 늘 젊은 모습 그대로 우리 곁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건 어린 내가 바라는 바람일 뿐이었고, 늙어가는 건 그 누구도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내 삶을 꾸려 나가기 시작하면, 부모님은 주변을 천천히 정리하며 비어 가는 공간으로부터 생기는 공허함을 달래는 방법을 찾느라 귀한 시간을 낭비한다. 그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부모님이 노년을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도움이 되고 싶어 이 책을 진심을 다해 읽었다. 읽을수록 부모님만을 위해 읽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류슈즈 작가님이 대단했다. 건강하고 긍정적인 멋진 삶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으니까. 그런 삶을 살기까지 그녀가 겪고 쌓아야 했을 경험과 시간의 깊이와 넓이를 감히 상상할 수 없지만 그녀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세상에 많았으면 좋겠다고, 이 책이 그런 삶을 사는데 조금이라도 길잡이가 되어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깊이 바랐다. 이 책을 만난 건 미래의 나의 행운이 일찍 내게 닿은 것이다.


그녀가 노년을 준비하는 방법혼자 사는 연습에 대해 말하는 건 하나같이 당연해서 우리가 쉽게 잊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것들이었다. 작은 것에서부터 우리는 피할 수 없는 노년 싱글 라이프를 준비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준비하고 부딪치면서 경험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많이 쌓인다. 그리고, 정리해야 할 것들이 늘어난다. 류슈즈의 편안한 목소리로 듣는 듯 한 문장을 계속 읽으면서 짧지만은 않은 생애 주기 중에 노년기가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삶과 죽음을 내 마음대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어떻게 살다가 생을 잘 마무리할지는 내 선택에 달렸다는 점에서 삶보다 죽음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노년기는 죽음과 가깝고, 병치레가 잦아 병원과 의사를 친구처럼 둬야 하며 체력을 유지하는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나이가 들수록 타인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불편함과 씁쓸함,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하나둘 곁을 떠나는 이들과 많아진 혼자 있는 시간을 무언가로 채워야 한다. 젊었을 때는 일하느라 못했거나 나중에, 라며 미뤄뒀던 하고 싶은 일이나 각자 사는 바빠서 연락하지 못하고 지냈던 친구들과의 오랜만에 안부를 물으며 약속을 잡는 만남, 집 근처를 가벼운 차림으로 여유롭게 걷고 또 걷는 시간 등 다양한 활동으로 시들어 간다고 생각하는 그 시기에 스스로 선명한 색을 입히는 것이다. 그 색을 입히는 것은 본인만 할 수 있으며, 건강한 생각이 가능해야 색과 붓을 골라서 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류슈즈)는 엄마보다 나이가 훨씬 많다. 액티브 시니어의 삶을 제대로 보여준 그녀가 누군가의 보살핌과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매력적인 삶을 사는 것이 멋졌다. 그에 반해 아직 노년기에 접어들지 않았지만, 노년기와 가까워지는 엄마는 현재 흐린 날들을 보내고 있다.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이 더 쳐지고 우울한 하루하루를(엄마라고 이런 날들을 보내고 싶을까). 엄마를 보면, 자신이 살아온 삶에 후회만 하는 중이다. 다음엔 그러지 말아야지, 라는 후회가 아니라 과거에 완전히 묶여 가라앉는 하루하루로 한 번뿐인 오늘을 보내고 있다. 그곳에서 나오는 건 본인 몫이다. 남편이, 자식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엄마가 우리 삼남매가 성인이 되고 밖에 나가 생활하면서 우리를 돌보는 일에서 자유로워졌지만, 몸과 마음의 변화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적응할 생각도, 의지도 없다(가장 심각한 문제점이다). 우리의 젊음이 부러움, 후회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의 젊음이 엄마에게는 엄마의 젊음을 앗아간 결과라고 우리가 느끼게끔 당신의 자연스러운 늙어가는 과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처음에는 늙고 있다는 사실, 즉 노화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몸 곳곳이 아프고 탱탱했던 피부가 탄력을 잃고, 모래가 손가락 틈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처럼 하나둘씩 당신을 떠나는 게 많아지는 등 스스로 시들어 간다는 순간순간 느끼고, 우울과 공허함 그리고 슬픔에 빠지는 건 이해할 수 있다(이해보다는 노화가 무엇인지 안다고 하는 게 맞다). 하지만 노년은 누구에게나적용된다는 점에서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엄마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지치고, 엄마가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엄마와 다르지 않게 노년이 다가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주변을 탓하며 후회만 한 채 멋지게 살 수 있는 노년의 수많은 선택지를 구겨 버릴 것 같아서 두렵다. 엄마한테 류슈즈 작가의 이야기를 해도 될지, 나중에 그 사람이랑 나는 시작점이 애초에 다르지 않냐.’와 같은 독 묻은 원망의 화살로 인해 회복이 어려운 상처가 생길 것 같아서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 책을 선물한다고 해도 내 진심이 왜곡되어 전달될 거라는 걱정이 앞선다.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꼭, 엄마의 노년이 덜 아프길 바라는 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처음으로 노년의 나를 그려보고 싶었다. 한 번도 노년의 나를 떠올린 적 없다. 굵고 짧게 살다 가면 그거야말로 생을 잘 살았다고 생각했다. 삶에 미련이 없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삶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고(포기하려고 했던 때가 불과 몇 달 전이라는 점에서 앞일은 정말 알 수가 없는 것 같다). 머릿속에 그려본 노년의 나는 뭔가 건강해 보이지 않았다. 한껏 움츠러든 모습이랄까. 상상일 뿐인데, 화가 나고 두려웠다(엄마가 현재 느끼는 감정이 이런 걸까?). ‘노년을 저렇게 보낼 수 없다!’라고 생각하게 만든 그녀의 삶을 어설프게나마 흉내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하나씩 따라 하다가 나의 방법을 찾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사실 알고 있다. 내가 귀찮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것들을 시작하는 것이다(). 사소한 일들이 일상을 구체적이고 선명하게 만든다는 것을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시 깨달았다. 깨달음으로만 끝나지 않고, 부디 내가 몸과 마음에 새겨 실천에 옮기길 바란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면서 이뤄낸 가장 큰 성과인 편리함과 발전으로 건강한 노년의 삶은 모두에게 과제가 되었다. 건강이 0순위가 되어야 하며, 노년이라고 해서 건강한 삶을 살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건 건강한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사람이나 하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피할 수 없는 노년의 싱글 라이프를 준비해야 하는 사람, 준비해야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에게 필수적이지만 나처럼 아직 결혼도 하지 않고, 흔히 한창 좋을 때다.’라고 하는 20대에게 요점만 뽑아 묶어둔 <족집게 요점 노트>로써 필수적인 삶의 부교재가 되어줄 것이다. 이 교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본인 선택에 달려 있다.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을 먼저 가본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건 감사한 일이다. 조언이 날카롭지 않고, 부드러워서 좋았다. 나는 이 책을 적극적으로, 노년의 나를 위해, 내일의 나를 위해 유용하게 쓸 것이다. 노년이 아니라도 이 책에 담긴 내용은 모든 생애 주기애 주석으로 달아 실천해야 할 것들이다. 나처럼 어쩌다 이 책을 만나게 된 이들, 혹은 혼자 사는 연습이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무수한 갈림길이 있는 삶을 살아가는데 외로움과 두려움을 없애고 함께 할 동료 혹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의 첫 장을 넘겼다면, 건강한 삶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변화가 두려울 수 있지만, 그 두려움으로 인해 지난날을 후회로 물들이고 현재를 불안에 떨며 미래를 암흑으로 만들지 않길 바란다(나에게 하고 싶은 말). 피할 수 없는 노년의 싱글 라이프라면, 겁나는 게 없이 무조건 들이받았던 20대를 떠올리면서 그때와는 다른 단단해진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벅찬 설렘과 감동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그때와 달리, 깊고 넓은 경험과 시간이 축적되었으니 더 짜릿한 모험이 될 것이다. 모두 건강한 삶을 목표로, 자기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귀하게 여기고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긍정적이고 생기가 넘치는 날들로 가꿔나가길 바란다. 언젠간 이 책을 읽었던 나를 떠올리며, 그녀에게 고마워하는 노년의 나를 상상하며 이만 마침표를 찍는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미래의창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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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지 할머니 건전지 가족
강인숙.전승배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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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사랑

강인숙 전승배, 건전지 할머니(창비)(건전지 가족 시리즈 3번째 이야기)

 


건전지 가족 시리즈 3번째 작품인 건전지 할머니세상 모든 할머니에게는 힘찬 에너지를, 어린이에게는 할머니와의 소중한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라는 부부 작가님의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건전지 가족 시리즈 중, 처음으로 만난 작품이라서 서평단 모집한다고 했을 때 너무 읽고 싶기도 했고, 건전지 가족 시리즈가 많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는 그림책이라는 걸 알고 나서는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기회가 닿아서 건전지 할머니를 만났다! 읽기 전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건전지 가족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없이 지낸 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사랑이 수학 문제의 답처럼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다양한 사랑만큼 조부모님의 사랑은 부모님이 주시는 사랑과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사랑을 직접 경험한 적이 없어서 주변에서 그 사랑을 받는 상황을 볼 때면 어색하거나, 이해되지 않는 순간도 있다. 조부모님의 사랑이 한 번도 부러웠던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조부모님이 계셨다면.’이라고 가정을 붙이던 때가 있었다. 특히 방학이나 명절 때 그 가정이 선명해졌다. 친구들은 방학이나 명절 때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간다고 들떠있었지만 나는 그 들뜸이 무엇인지 경험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조부모님의 사랑이 부러웠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어른이 되면서 조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생각도 부러움도 서서히 사라졌다. 아주 가끔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우리를 예뻐했을 거라고, 뭐가 급해서 이 좋은 세상을 일찍 떠났는지 모르겠다는 엄마의 말에 씁쓸하게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다. 여전히 그 사랑에 대한 나의 정의를 내릴 수 없고, 느낄 수 없지만 할머니의 무한한 사랑을 느끼고 싶다는 마음에 불씨를 붙였다.


건전지 가족 시리즈 3번째 이야기는 할머니! 할머니의 이미지는 늘 챙겨주고, 잘해도 잘했다고 토닥여주는 모습이다. 봄날의 햇살보다 더 따뜻한 할머니가 조건 없이 아낌없이 주는 사랑을 받는 손주들의 모습은 초록빛의 싱그러움을 가득 머금은 나무 같다. 사랑이 주는 힘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사랑이 세상을 구하고 지킨다는 말은 언제나 유효하다. 사랑이 없는 곳은 빛이 없고 메마른 땅과 같다. 이런 땅에서는 아무것도 살 수 없다. 그러니 우리는 사랑이 부족하거나 없는 것을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


마을을 이끄는 이장이자 운동을 좋아하는 동구 할머니와 그 곁에서 부지런히 일상을 살아가는 건전지 할머니의 이야기는 평범하지만 다정하고 씩씩한 두 할머니의 손주를 향한 사랑을 담고 있다. 사랑 앞에서는 평범하다는 말이 다른 의미를 갖는 것 같다. 세상에 평범한 사랑은 없다. 하지만 평범하다고 말하는 게 어울리달까? 할머니와 함께 있는 동구는 언제 어디서나 사랑을 받고 있다. 아기 멧돼지를 따라 숲으로 들어간 동구는 엄마 멧돼지에게 공격을 당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처한다. 그때 동구 할머니와 건전지 할머니의 망설임 없는 사랑으로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난다. 아찔한 순간에 할머니의 등장은 그 어떤 히어로의 등장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멋졌다. 손주를 지키겠다는 마음, 손주를 향한 사랑으로 망설임 없이 위험한 상황에 뛰어드는 할머니의 모습에 사랑이 이런 걸까? 사랑은 앞뒤 가리지 않고 일단 던지고 보는 걸까?’ 싶었다. 그러다가 앞서 말한 부모님의 사랑과 차이가 있다고 한 내 말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이가 아니라,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고. 두 할머니의 재빠른 반응과 호흡으로 무사히 할머니와 집으로 돌아온 동구는 이날을, 할머니와 함께 한 모든 순간을 빠짐없이 기억할 것이다. 할머니와 지내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당연하게 생각했던 할머니와의 시간이 소중하고 특별했다는 것을 그 시간의 기억이 선명해져 종종 생각날 때마다 느낄 것이다. 할머니의 다정하고 무한한 사랑이라는 품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동구가 부럽고, 동구의 세상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할머니가 동구 곁에 있는 한. 아니, 할머니의 사랑은 언제나 동구를 지킬 것이다. 할머니의 사랑을 받고 자란 동구가 만들어갈 세상이, 동구의 곁에서 부지런히 일상을 살아갈 동구 건전지의 삶이 무지갯빛을 하고 쉽게 틈이 생기거나 꺾이지 않을 단단함을 가질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의 세상은 사랑과 돌봄에서 가장 먼저 결정된다. 동구 할머니는 동구의 세상에 건전지 교체가 필요 없는 절대 꺼지지 않는 전구를 달아줬다. 동구는 아직 어려서 할머니의 사랑이 그저 좋기만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 생각과 마음의 넓이와 깊이가 달라지면 할머니의 사랑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며 할머니의 사랑을 잘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받은 사랑으로 사랑을 주고받으며 사는 삶이 무엇인지 배우고 사랑의 힘이 무엇을 변화시키며, 동구 자신만의 다양한 사랑을 찾게 될 것이다. 두 할머니의 아낌 없는 사랑으로 동구와 건전지 손주들은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는 중이다. 가장 씩씩한 할머니의 모습 자체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씩씩한 할머니가 보여주는 세상은 곧 손주들에게 들뜸으로 가득하고 심심할 틈이 없는 놀이공원과 같다. 그 세상에서 모든 아이와 할머니들이 행복만 했으면 좋겠다. 할머니들은 힘찬 에너지를! 아이들에게는 할머니와의 소중한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세상에 나온 이 그림책이 세상 모든 할머니와 아이들에게 부부 작가님의 따뜻한 마음과 잘 닿았으면 좋겠다. 이 그림책을 만나고 나면 마음에 여러 계절이 찾아올 것이다, 봄바람과 시원한 그늘 그리고 붉게 물든 낙엽과 뽀옥뽀옥- 소리 내는 눈송이가 함께 말이다. 예전과 다르게 가족의 유형이 다양해진 만큼 가족 안에 거리가 생긴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가족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건전지 가족 시리즈, ‘할머니의 사랑을 통해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세상이 변하면서 가족 그리고 사랑의 모양과 색, 의미가 변하는 건 당연하지만 가족과 사랑의 근본은 잊거나 잃지 않길 바란다. 근본을 잊거나 잃는 건 알맹이 없이 껍데기만 있는 거니까. 건전지 가족 시리즈가 만들어지고,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이유를 나름 찾은 것 같다. 앞으로 나올 건전지 가족 시리즈가 기대된다. 이 시리즈로 가족과 사랑의 의미가 선명해지고, 세상 곳곳을 밝힌다면 건전지 가족이 집안 어딘가에 자리 잡고 살아가는 아주 소중하고 특별한 장면을 누구나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선가 건전지 가족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내 마음 혹은 내 방 어딘가인 것 같다. 건전지 가족은 우리 가족이 더 단단해질 수 있게 열일하고 있다. 그 열일에 보답하듯 오늘도 우리 가족은 우리만의 방식으로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중이다!


<가정의 달> 5월에 읽고, 선물로 주고받기에 좋은 그림책이다! 5월에는 모두 <건전지 가족 시리즈>하자!



 

이 그림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창비>에서 받았습니다:D (너무 잘 읽었습니다! 제게도 건전지 할머니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몽글몽글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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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지 할머니 건전지 가족
강인숙.전승배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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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사랑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따뜻하고 포근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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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문이 열리면 마음이 자라는 나무 44
범유진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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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문이 열리는 순간

범유진, 도서관 문이 열리면(푸른숲주니어)(가제본)

 


범유진 작가님 책은 이번이 처음인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작가님이 쓴 작품과 쓸 작품이 기대됐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학창 시절 일부를 보는 것 같아서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했다. 마음이 뒤숭숭하고, 어른이 된 지금도 학창 시절에 겪었던 문제들을 놓지 못하고 도망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정면으로 마주하니 종이에 손가락을 살짝 벤 것처럼 마음이 시큰거렸다. 중학생이 되면 누구나 겪는, 누구나 갖는 순간을 은, 수빈, 단아, 재현, 범준이라는 인물에 각각 세심하고 현실감 있는 에피소드를 입혀 인물의 생동감은 물론 스토리 몰입력이 높았다. 도서관 문을 열고 천천히, 오른발을 내밀어 최대한 몸을 웅크려 들어갔던 내 모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르고, 도서관에서만큼은 내가 나로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들을 추억할 수 있어서 아이들의 이야기에, 그리고 둔둔 도서관에 더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엇보다 나의 학창 시절 도서관에는 둔둔 도서관의 사서 선생님처럼 개성 있고 매력적인 선생님이 상주해 있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 관련해서 이벤트를 열 수 있게끔 도와주는 선생님이 없었다는 게 아쉬웠다. 아이들만큼 사서 선생님도 매력적인 인물이어서 <에필로그>나 얇은 책으로 선생님의 이야기가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나같이 우리 주변에 있었거나, 있거나, 있을 친구들을 그려낸 걸 보면 범유진 작가님의 관찰력이 정말 세심하고 긍정의 의미로 집요한 것 같다. 은솔의 이야기는 재밌게 읽었다. 은솔이는 상대를 위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상대방에게 상처를 줬고 어쩌다 알게 된 도서관에서 종이접기를 하며, 말을 접고 접어 나중엔 정말 전해야 할 말만, 내가 아닌 상대를 위한 소문을 내는 아이로 변화하는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근데 상대를 위한 소문을 긍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은솔의 감정 변화를 따라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수빈의 이야기는 반반, 느낌이었다. 수빈처럼 나도 친한 아이들 앞에서는 아이들을 웃겨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재밌는 아이처럼 보이려고 애쓰면서 점점 지쳐가는 모습과 무리에 자연스럽게 속해서 잘 지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서로 부딪쳐 내 안에서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다. 그 갈등은 눈에 보이지 않고 나만 아는 거라서 친구들은 알아차리지 못했고, 설령 알아차리더라도 그건 내 사정일 뿐이었다. 수빈이 친구들 싸움을 말리겠다며 화제 전환을 했지만, 오히려 분위기가 더 안 좋아지면서 주변 친구들의 따가운 시선과 비난까지 받았던 장면은 마음이 불편했다. 수빈이도 둘 싸움에 끼고 싶지 않았다. 근데 옆에서 분위기 메이커라는 별명을 들먹이며 분위기를 풀어 보라고 부추기는 친구들 때문에 개입하면서 듣지 않아도 되는 말을 들었다. 수빈은 친구들과 있으면서 함께 있다는 느낌보다 혼자 있는 느낌이 강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진짜 최수빈'이 아닌 자신이 역할을 부여한 '가짜 최수빈'으로 연기해야 했으니까. 짜를 감추고 가짜로 생활하던 수빈은 점점 지치더니 이내 혼자 있을 공간을 찾다가 둔둔 도서관에 발을 들인다. 둔둔 도서관을 방문하게 된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아이들은 같은 곳을 향해 가고 있다. 도서관의 첫 출입을 시작으로 수빈은 가짜 최수빈이 아닌 진짜 최수빈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둔둔 도서관은 정말 묘한 힘이 있다. 한번 발을 들이면 계속 찾아가고 싶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둔둔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안정감은 굳이 묘사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다.


단아는 먼저 다가온 아영이와 친해지면서 자신의 상상을 잘 들어주고 재밌다고 말해주는 아영이를 좋아하게 된다. 뭐 하나 빠짐없이 잘하는 아영이는 엄친딸이다. 단아는 그런 아영을 부러워하면서 아영이가 가진 물건을 따라 산다. 단아는 아영이가 되고 싶어 한다. 자신과 정반대의 모습으로 활발하고 인기 많은 아영이가 부러울 수는 있지만, 아영이가 되고 싶을 만큼 자신에게 자신 없는 단아한테 화가 나면서도 안쓰러웠다. 네가 되고 싶은 나는 읽는 동안 마음이 가장 불편했다. 단아가 싫었다. 나와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닮았다는 고백도 하고 싶지 않았는데, 속에 담아두기만 하면 더 괴로울 것 같아서 뱉었다. 되도록 떠올리고 싶지 않은 낯빛이 어두운 중학생의 내가 떠올라서 짜증이 났다. 여전히 중학교 때의 나도 '나의 일부'인데 인정하기 싫어 못 본 척하고 있는 지금의 나한테 화가 났다. 실은 단아가 싫은 게 아니라, 내가 싫은 것이다. 인정을 하고 나니 가볍긴 하지만 나를 가장 아끼고 사랑해줘야 할 내가 그렇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나에게 미안하면서도 미웠다. 단아처럼 나와 다르게 활발한 성격에 친구들과 두루 어울리는 친구가 부러웠던 적이 있고, 그 친구와 친해지면서 내가 그 친구의 가장 친한 친구이며 그 친구의 비밀은 나만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것이 친구에게 부담이 될 거라는 생각은 당시에 하지 못했다, 단아처럼. 그래서 친구를 생각하고 대하는 나의 방식이 그 친구에게 맞지 않았고, 그 친구는 여러 번 참다가 화산이 폭발하듯 펑-하고, 그동안 나에게 쌓인 불편한 점들이 용암처럼 흘러 내려 내 주변을 감싸더니 이내 나를 삼켜버렸다. 너무 뜨거운데 고통의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구멍 속으로 떨어졌다. 부담스럽다는 말은 방금 들은 것처럼 분위기, 목소리 톤 등 모든 게 선명해질 뿐 절대 희미해지지 않는다. 가끔 생각나서 내 마음을 어지럽힌다. 단아도 나처럼 생각이 많은 것 같은데, 아영이가 한 부담스럽다는 말이 가끔 생각나 단아의 마음을 소란스럽게 할지도 모른다. 희미해지지는 않아도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믿고 싶다. 단아가 아영이와 화해를 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에 첫발을 뗀 것처럼.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니까. 단아와 닮았지만,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재현의 존재다. 단아의 변화에 재현의 힘이 컸다고 생각한다. 재현이 처음부터 단아에게 좋은 선배(친구)는 아니었지만, 오해를 풀면서 재현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단아와 재현이의 관계, 아영과의 관계에서는 대화 부족이 문제였다. 대화가 부족하니까 서로 오해가 쌓이고, 나중에 오해가 쌓일 틈이 없으면 폭발한다. 그 예를 단아의 여러 관계를 통해서 잘 보여준다. 나와 가장 닮아서 마음이 불편하면서도 가장 마음이 갔던 단아가 앞으로는 네가 되고 싶은 나가 아니라 이대로도 멋진 나로 변화하며, 단아 자신이 갖고 있는 고유성을 잃지 않으면서 특별함을 발견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어 지금도 멋있지만! 더 멋있는 모습으로 단 한 번 뿐인 학창 시절을 눈부시게 보냈으면 좋겠다. 내 학창 시절은 눈부시다고 할 수 없어서 단아 학창 시절이 눈부시다면 대리 만족이 될 것 같달까(내 욕심이다). 그러면 내 안에 웅크리고 있는 아이가 활짝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단아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란다.


범준은 안타까운 인물이었다. 범준의 상황은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상황이라서 범준이 처한 상황에 씁쓸함을 느꼈다. 범준이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데, 학생이니까 공부만 하라고 찔러대는 뾰족한 화살이 범준을 아프게 만들었다. 범준은 공부가 아닌 다른 것이 필요했다.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 병상에 누워 있는 형이 일어날 거라고, 형이 다시 돌아오면 방을 써야 하니까 형 방을 범준에게 내주지 않고 거실을 계속 쓰라는 부모님이 아니라. 잠깐이라도 범준에게 공간을 만들어 주지 않는 부모의 모습에 범준만큼이나 실망했다. 형의 부재로 범준이가 감당해야 할 무게를 감히 상상할 수 없다. 그런 범준에게 도서관은 도서관이 되기 전부터 특별한 공간이었다. 근데 도서관으로 바뀌고 아이들이 찾아오면서 유일한 공간을 빼앗겼다. 그래서 책을 훼손하면서까지 자기만의 공간을 되찾으려고 했다. 공간을 갖는 건 매우 중요하지만, 범준의 방법은 옳지 않았다. 범준도 자신의 잘못을 분명 알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만큼 공간을 되찾는 게 우선이었을 것이다. 범준에게는 꿈이 있고 잘하는 것이 있지만 공간을 찾아 떠돌아야 했는데, 이젠 둔둔 도서관에서 누군가가 원하는 꿈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꿈을 구체적으로 펼쳐 나갔으면 좋겠다. 그곳에는 범준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같이 고민해 줄 친구들과 선생님이 있으니까. 무엇보다 범준에게 언제든 품을 내어줄 공간이니까! 그렇게 범준이 처한 상황이 나아진다면 범준을 향한 안타까움을 적당히 시원한 바람에 실어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마다 각자 책이 정해져 있어 그 책에 등장하는 인물을 소재로만 쓰지 않고,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부각하는 점이 가장 좋았다. 인물이 작가에 의해 수동적으로 쓰이기만 하는 것이 아닌 인물들이 스토리라는 넓은 배경 안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게 무엇인지 배울 수 있어서 청소년을 위해 글을 쓰고자 하는 꿈을 오래전부터 갖고 있는 나에게 아주 의미 있었다. 범유진 작가님 책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범유진 작가님 세계 속에서 내가 놓치고 있던, 본 적 없던 것을 만날지도 모르니 말이다. 아이들에게 딱 들어맞는 책이라서, 범유진 작가님한테 저는 어떤 책이 어울릴까요?’라고 묻고 싶었다. 나에게 어울리는 책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닿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먼 훗날 나의 바람이 이루어지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통통, 뛴다.


도서관 문이 열리면내 안의 은솔과 수빈, 단아, 재현, 범준을 만났다. 처음에는 한껏 움츠러들어 주변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 싫어 외면했는데, 아이들의 감정과 마음의 변화를 따라 걷다 보니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맞잡고, 초록빛을 한가득 머금은 나무들이 따스한 햇살의 손길을 받으며 손을 흔드는 길을 걷고 있었다. 두고두고 꺼내볼 청소년 소설을, 둔둔 도서관이라는 비밀 공간을 알게 되어 행복하다. 둔둔 도서관에서 느낀 여러 감정과 행복이 많은 독자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 앞으로 범유진 작가님 작품 활동을 응원하며, 작품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릴 것이다! 둔둔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읽고 있으면 범유진 작가님 세계로 향하는 수많은 길이 나를 향해 손짓할 테니까!

 

이 가제본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푸른숲주니어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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