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트리스 부부 새소설 20
권제훈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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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새롭게 시작하면 그만.

권제훈 장편소설, 테트리스 부부(자음과모음)

 


너무 현실적이라서 불편했달까. 숨이 턱- 막혔다. 어릴 때부터 나는 비혼주의의 의미를 제대로 알기 전부터 비혼주의를 선언했다. 클수록 눈에 보이는 것들이 많아지고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각하게 되니 모든 게 다른 상대와 함께 가정을 꾸려 흔히 말하는 평생을 약속하는 결혼 생활에 대한 나름 갖고 있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환상적인 순간들이 완전히 파바박- 산산조각 부서졌다. 비혼주의에 대해 아는 게 없을 때부터 비혼주의를 당당하게 선언하고 다녔던 내가 꽤 똑똑하게 느껴진다. 나이에 비해 세상의 물정을 일찍이 알아버린 내게 결혼 생활의 속사정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리고 결혼 생활 속사정을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도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게 현실 아닌가. 부모님, 친척들, 심지어 한 집 건너 부부만 봐도 결혼 생활이 매일 전쟁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혼 생활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을 수 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결혼에 대한 환상은 부모님을 보고 가진 것이 아니다. 한창 드라마에 빠져 살 때 가졌다. 드라마에서 결혼 생활은 어찌 되었든 대부분 위기를 극복하고, 그 극복으로 사랑이 더 단단해져 절대 깨지지 않는 사랑을 맹세하면서 행복한 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정말 드라마라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실에 그런 사랑이 있겠지만 열 손가락을 채우긴 어려울 것이다.


테트리스 부부강지웅한민서두 인물의 입장으로 챕터를 나눠 진행된다. 남자, 남편 강지웅의 입장에서 보는 결혼 생활은 현실적인 지옥을 보는 것 같다. 아이가 없는데 아이를 키우고 있는 듯한, 아내지만 아이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아내와 함께 사는 그가 짠하게 느껴지면서도 한민서라는 여자를 모르고 결혼한 것도 아니고 그의 선택이니까, 그가 당연히 감내해야 할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의 생활이 너무 무거워 보이고, 하루빨리 탈출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건 그의 선택에 대한 강지웅 본인이 아닌 제3의 인물인 내가 갖는 안쓰러움이다. 이혼을 권유하게 하고 싶은 부부를 많이 봤지만, 소설에서조차 권유하게 될 줄은 몰랐다. 강지웅은 성실, 근면, 정직 아이콘으로 부지런하고 우리가 흔히 평범한 일상을 산다고 하는 사람 부류에 속한 인물이다. 세상은 부지런한 사람에게 특별한 이벤트를 선물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에게는 특별한 이벤트가 매일 일어난다. 아내 한민서가 곧 거대한 이벤트다. 그는 아내가 하고 싶은 일, 하려는 일, 사고 싶은 등 마음대로 할 수 있게 그냥 둔다. 말린다고 말려질 사람도, 멈출 사람도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내에게 끌려 다닌다(그는 끌려다니는 스타일이 맞는 것 같다). 내가 그였다면, 참을 세 번을 새기기 전에 장인어른한테 엎어치기를 수백 번 당한다고 해도 이혼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말로 타이르거나 화를 내도 들어먹지 않으니, 곁을 떠나는 게 본인을 위해 나은 선택이니까. 아이도 이렇게까지는 말을 안 듣지는 않을 것이다. 뭐든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아내를 데리고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내라고 남편에게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남편이 많이 참고 물러서고, 배려하는 건 확실하다. 아내도 그걸 알고 더 제멋대로 구는 걸지도 모른다. 한민서와는 다른 결이지만 엄마와 한민서가 비슷한 면이 있다는 점에서 아빠의 고충에서부터 나오는 짙은 한숨과 이마의 주름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어서 웃음이 나왔다. 금방이라도 방문을 열어젖히고 뭐가 웃기냐며 같이 보자고 엄마가 다가올 것 같아 혼자 있는 방을 괜히 두리번거린다. 차라리 몰랐으면 하는 결혼 생활, 부부 생활의 적나라한 면을 알게 되니까 결혼제도가 불행으로 가는 지름길 같다. 행복을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줄어든다는데 혼자일 때보다 둘일 때 더 불행한 건 뭘까? 다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결혼이 언제부턴가 의무가 되거나, 기피 대상이 되었는지 정확한 지점을 알 수 없지만 그런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솔직히 결혼하고 싶은 시대를 살고 있는 건 아니다. 결혼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들,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건 맞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혼하고 가정을 꾸려 아이를 낳아 길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님들이 생각하는 결혼 시기가 되면 부모님과 부딪히는 이유는 명확하다. 생각의 차이 때문이다. 부모님 세대와는 많이 달라진 요즘 세대를 부모님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를 낳아 기르기에 더 좋은 세상이라고 속이 부글부글 끓는 소리만 반복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옛날에는 단칸방에서 7남매를 낳아 길렀으니까.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살기 편해진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쉽지 않은 것의 범위와 깊이가 넓어지고 깊어졌다. 지금도 하루에 수십 번 결혼이나 임신과 관련해 부모와 다투는 부부들이 많을 것이다. 내 일은 아니지만(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 부모님은 능력이 된다면 혼자 살라고 하신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근데 나를 닮은 자식이 궁금하다는 말을 덧붙이는 걸 보면 혼자 살라는 말이 100퍼센트 진심은 아닌 것 같다), 상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한 공간에서 함께 하고 싶고, 상대를 닮은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그 아이가 크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 결혼의 가장 큰 행복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적인 것들을 반영하니 그 행복을 갖기 위해서는 희생해야 할 것이 많았다. 희생이라는 표현이 그렇지만, 희생 말고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종이에 결혼이라는 단어를 쓰고 주변에 가지를 쳐서 적다 보니 비어 있던 종이가 가득 채워졌다. 내 글씨가 징그럽게 보이긴 처음이다. 글씨들이 꼼지락, 움직이더니 형체를 갖춰 각 상황을 연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결혼할 생각도 없으면서 결혼하게 되면이라는 가정을 하면서 종이에 끄적이는 내 모습이 웃프다. 20대 후반이라서 그런지 종종 결혼이 불쑥- 하고 고개를 내민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종이를 구겨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지만, 시선은 쓰레기통을 향하고, 마음이 소란스럽다. 소란스러운 마음을 한 번에 표현하는 것은 길고 짙은 한숨이다. 한숨 끝에는 구겨진 종이에 머문 시선을 애써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이다.


강지웅의 입장에서 한민서의 입장으로 넘어갈 때는 아이 같은 그녀의 입장에 혀만 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같은 여자이지만 한민서의 생각과 행동은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철없는 사람이 너무 싫다. 철없이 구는 건, 부모의 울타리 안에 있을 때 허용되는 것이니까. 어른이 되었고, 결혼까지 해서 함께 할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상대가 있는데도 제멋대로 구는 것을 보고 있는 건 튀어나오지 못하도록 온 힘을 다해 막고 있는 목구멍 앞까지 올라온 욕을 내뱉고 싶을 만큼 그녀가 남편 강지웅에게 한 행동이나 무책임하고 제멋대로 결혼 생활을 편하게 하는 것에 불쾌함을 느꼈다. 결혼은 서로가 불편함을 감내하면서 맞춰 나가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쪽만 배려하는 결혼 생활은 끝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한민서는 제멋대로 모든 것을 한다. 거침없이 행동으로 옮기는 성격이 나쁜 것은 아니나, 그것도 때와 장소 그리고 본인의 상황에 맞아야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생각을 많이 하기 보다 일단 행동으로 옮기는 한민서의 태도가 부럽기는 하지만, 나라면 더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뒤 재지 않고 일단 저지르고 보는 그녀의 태도는 나와 정반대 스타일이라서 그런지 그녀에 대해 하고 싶은 좋지 않은 말이 속에 쌓이기에 충분했다. 나는 강지웅과 닮았다. 성실, 근면, 정직 그리고 안정적이고 미래를 위해 아끼고 대비하는 스타일. 한민서와 같은 사람과는 어울리길 꺼릴 정도로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솔직히 말하면 두렵다. 그래서 굳이 새로운 것을 경험하거나 도전할 용기를 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정해진 틀 안에서 충분히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아직 해보지 않은 경험들이 많다. 그녀가 변하는 걸 바라지도 않았다. 변할 사람이 아닐 만큼 막무가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남편 강지웅의 비뇨기과 사건 이후, 민서처럼 변하기 시작한 강지웅을 보고 점점 철들어 가는 민서를 보고, 안 변한다고 확신한 내 마음이 부끄럽고 그녀에게 미안했다. 그녀 또한 자신이 바뀔지 몰랐을 것이다. 마음대로 노출을 감행한 영상을 찍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서 올려도 당당하던 그녀는 본인과 상의 없이 1,000만원 대의 자전거를 구입하고, 함께 유튜브를 찍어 올리자며 적극적으로 촬영하고 편집해서 부지런히 올리는 강지웅을 보고 현타를 세게 받았다.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강지웅이 본인 때문에 힘들었던 부분을 하나씩 느끼는 것이다. 사람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상대를 절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처음에는 웅이가 민서에게 너도 한번 당해봐라.’라는 마음으로 일부러 그러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늘 참고, 포기하며 살아왔고 그것이 편했던 웅이는 결혼마저도 민서가 하자고 하지 않았다면 하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웅에게 민서는 행복인지 불행인지, 솔직히 모르겠다. 사랑해서 결혼했겠지만, 민서 때문에 마음고생한 웅이를 생각하면 행복보다 1-2%는 불행에 더 기울어져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저울은 언제든 균형을 맞추거나 행복으로 많이 기울 수도 있다. 아마 앞으로 둘이 어떻게 서로를 배려하고 걸음을 맞춰 살아가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비뇨기과 사건이 웅이의 삶에서 민서 이후에 가장 충격적인 이벤트였고, 그것이 웅이가 포기 대신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하려고 열정을 보이는 계기가 된 건 좋았다. 수동적인 웅이가 사실은 적극성과 창의성이 잠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던 비뇨기과 사건은 다시 생각해도 안타깝지만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민서가 현실을 보기 시작할 때, 웅이가 현실이 아닌, 꿈꾸는 세계에 갇히기 시작하는 건 아닐지 걱정되었다. 이 둘은 정말 서로 맞지 않는 것 같다. 살다 보면 닮는다고, 맞춰 가는 거라고 하지만 같이 가기보다 서로 정반대의 길을 가는 느낌이랄까. 언제 끝을 내도, 누가 끝을 내도(솔직히 웅이가 끝을 내는 쪽이 더 현실적인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이상하지 않을 만큼 이젠 막무가내 부부 느낌이었다. 테트리스는 서로 딱 끼워 맞춰지면 쌓이지 않게 아래가 사라지는데, 강지웅과 한민서는 자꾸 쌓이는 느낌이랄까. 다행히 넘겨야 할 책장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둘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으로 첫걸음을 내딛는 것 같기는 했다. 둘의 미래를 알 수 없지만, 이제는 연애하는 커플 말고 진짜 부부처럼 살아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무조건 우리가 흔히 부부라고 생각하면 떠올리는 부부가 될 필요는 없지만 한쪽으로 치우친 부부의 모습 또한 이제는 불필요한 것 같다. 자녀를 가지지 않는다고 선언한 딩크족이기는 하나, 세상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아이를 가질 생각이 전혀 없던 민서가 아랫집 쌍둥이를 보고 귀엽다고 생각하고, 난자를 얼려 놓을 생각을 하는 것으로 봐서는 이 둘에게 진짜 부부의 모습이 기대된다. 부부지만 진짜 부부가, 진짜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둘이 살기도 벅찬데 아이까지 생긴다면, 생각만 해도 머리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다. 완벽한 준비는 없다지만 어느 정도 준비는 되어 있어야 뭐가 되든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지 않을까. 웅과 민서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기 위한 과정에서 뭐라도 터지지 않으면 살 수 없기에이것저것 제 멋대로 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극한 부부 투쟁기를 겪는 중이다. 웅과 민서 같은 부부가 세상에 얼마나 될지 상상하다가 대부분 그럴 것 같아서 웃음이 난다. 남들 못지않게 살기 위해 오늘도 아등바등 열심히 살고 있는, 살기 힘든 시대에서 결혼하고 가정을 꾸려 살고 있는 젊은 부부에게 이 책이 분명 현실적으로 팩트 폭탄을 여러 개 날리는 것일 수도 있지만, - 하고 싱거운 웃음을 흘릴 수 있고 현실적인 위로를 받음으로써 사람 사는 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을지도 모른다(타임머신이 있다면, 부모님이 나를 낳기 전에 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금 읽어보라고 권하면 현실 웃음을 터뜨리며, 당신보다 너에게 딱 어울리는 책이라고 내쪽으로 책을 밀지도 모르겠다). 모든 게임이 그렇듯 죽으면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새롭게 시작하면 그만이다. 한 판의 게임이 끝났을 뿐, 게임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웅과 민서는 행복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면서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살 것이다. ‘행복을 찾는 그들만의 방식이 꽤 괜찮은 것 같다. 그러다 정말 행복한 삶을 살게 될 테니까. 행복한 삶은 모두가 바라는 삶이다.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았든 상관없다. 그 삶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삶도 자신의 삶이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삶도 자신의 삶이다. 지난 삶은 진 게임이라면, 아무렇지 않게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다. 게임 시작을 누를지 말지는 본인 선택이다. 테트리스가 맞춰지지 않아 쌓여도 상관없다. ‘GAME OVER’라고 뜨면 우리는 게임 시작을 누르고, 전과 같은 실수 대신 차근차근 내려오는 테트리스를 끼워 맞춰 한 줄씩 없애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면, 테트리스 게임과는 다르게 하루하루가 쌓여 틈을 찾아볼 수 없는 자신만의 특별한 삶이라는 걸작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삶을 사는 궁극적인 목표가 아닐까. 오늘도 우리는, 혼자 또는 둘이서, 아니면 셋이서(더 많을 수도) 걸작을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손가락을 움직이고, 쉼 없이 다리를 움직여 앞으로 나아간다. 잊지 말자, 혼자만 제자리걸음인 것 같지만 힘들게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다, 다 그렇게 살고 있다. 그러니까 언제든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새롭게 시작하면 그만이다. 웅과 민서의 새로운 시작, 모든 부부의 극한 투쟁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미래의 내가 혼자일지, 부부일지, 한 아이의 엄마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이 책을 떠올리며 웃을 날이 올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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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리스 부부 새소설 20
권제훈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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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강지웅과 한민서의 부부를 응원한다! 너무 현실적이라서 웃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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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에 입술을 달아주고 에세이&
이근화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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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을 위한

이근화 인 산문집, 작은 것들에 입술을 달아주고(창비)

 



삶을 소중함을 발견하게 되길 바란다는 작가님의 마음이 내게 잘 닿았지만, 삶의 반도 살아보지 않은 나는 삶의 소중함이라는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겠지만 계절의 흐름에 따라 나이를 하나씩 더하다 보면 삶의 소중함이라는 걸, 내 삶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고 알아차리고 간직하고, 기록할 수 있지 않을까?


작은 것들에 입술을 달아주고는 이근화 인의 일기장을 몰래 본 느낌이다. 금방이라도 일기장 주인이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은 불안에서 나오는 두근거림으로 심장이 빠르게 뛰고, 한 번 마음을 빼앗긴 내용에 멈추지 못하고 긴장감으로 버벅거리며 책장을 넘기는 것 같달까. 읽을 쪽수가 줄어들수록 아쉬움이 남는 건 왜일까? 이근화 인의 솔직하고 담백한 삶의 일부 장면들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도 그녀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그녀의 마음을 붙드는 것들은 와 음악과 아이들이라고 했다. 마음을 붙드는 것이 있다는 건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밧줄, 가야 할 길을 명확하게 알려주는 나침반과 같은 것이다. 작년 여름 마음이 너무 아픈 시기를 보내면서 괴로웠던 건 살아야 하는 이유가 사라진 것, 내 마음을 붙들 무언가가 없다는 거였다. 전에는 굳이 이유가 있어야 할까? 붙들면서까지 살아야 할까?’ 했지만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어둠과 지내는 시간 동안 붙잡을 게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는 마음과 생각처럼 쉽게 움직여주지 않는 몸이 충돌했다. 금방이라도 서로를 잡아먹을 것 같은 이 충돌은 다행히 빛을 볼 수 있게 사방이 단단한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의 벽면을 부숴버리는 데 힘을 써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하게도 천천히 일상을 되찾기 시작했다. 숨 가쁜 일상에서 놓쳐버린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었지만 나를 찾기보다 이근화 인 그녀가 를 찾아가는 여정을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따라갔다. 인의 삶을 내 마음대로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특별함을 빠르게 발견하고 글로 쓰는 인의 삶을 동경했다. 그런데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고 했던가, 인이 아닌 사람들과 닮은 삶을 사는 인의 삶에서 당연하게도 사람 냄새가 났고, 너나 할 것 없이 우리의 삶이 특별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가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이번 기회에 이근화 인 시집을 한 권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에 쓰인 글들은 이리저리 치이고 닦이며 나란 사람, 나의 인생에 의문이 생기고 헤매게 되며 그래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마음을 붙들기 위해 두리번거리는데, 그렇게 두리번거리는 몸짓이라고 했다.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두리번거린다. 두리번거리는 몸짓은 우리가 살아있음을 의미한다. 살아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의외로 쉽게 잊는다. 살아있음을 매순간 인지하면서까지 살지 않는다. 숨 가쁜 일상에서 살아있음을 잊고, ‘를 놓치는 일은 어렵지 않게 누구나 겪는다. 그래서 안타깝다. 그녀가 작은 것들에 입술을 달아주고라는 날개를 붙여 세상에 날려 보낸 이 책은 아마 숨 가쁜 일상에서 놓쳐버린 그녀 자신을 되찾기 위한 여정을 기록하며,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당장에 내일의 날씨를 몰라도, 예기치 않은 사건 사고가 닥쳐도 삶은 지속되는 것이기에삶은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삶을 사랑하길 바라는 마음을 전해주기 위한 묵직한 다정함이 담겼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향할수록 이근화 인이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사랑한다는 점을 느꼈다.


각자 삶을 사랑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삶이라는 정원을 내 마음대로 내 것으로 가꾸는 것, 다정한 온기로 나만의 방을 가득 채우는 것으로 시작점과 목표에 닿기 위해 걷는 길은 다르지만 결국 한곳에 모이게 된다고 생각했다. 이근화 시인의 숨 가쁜 일상은 다양한 감정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수많은 두리번거림과 몸짓이 가득 채워져 다채로웠다. 부지런함과 성실함, 삶의 소중함과 애정을 가득 담아 독자들에게 선물한 작은 것들에 입술을 달아주고를 읽을 수 있어서 다시 한번 감사하며, 그녀만의 문장으로 그녀의 시간을 뒷짐 지고 여유롭게 뒤따라 걸으며 내 삶을 아끼고 사랑해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할 길을 발견한 것 같다. 시작은 어렵지만, 하나씩 기록하다 보면 늘 꿈으로 간직한 내 이야기를 책 한 권으로 엮어 세상과 사람들의 손에 쥐어지는 날을 멀지 않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이근화 인의 발걸음이 내 마음 수많은 길 중 하나에 차곡차곡 쌓였다. 그 걸음 위에 내 발걸음을 덧대기 시작하지만 언젠간 내 발걸음이 짙게 새겨진 길이 밤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새기지 않을까 바라본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창비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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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 불을 지고
김혜빈 지음 / 사계절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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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속으로 몸을 던져야 하는 이유, (서로에게 불이니까)(책의 야성이 우리를 부름)

김혜빈 장편소설, 등에 불을 지고(사계절)(*가제본)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차 안에서 너무 무서워서 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느낌이었다. 불에 그을린 자국을 한 가제본을 소장할 수 있는 기회에, 인쇄소 화재에 대한 줄거리를 읽고 궁금해서 서평단을 신청했고, 운 좋게 기회가 닿아 가제본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읽고 싶었던 만큼 문장을 따라 빠르게 눈을 움직였다. 멈추는 순간이 많았는데, 그건 밑줄을 긋거나 내 생각이나 느낌을 덧붙이거나 소름이 돋을 때였다. 오랜만에 속도감이 장난 아닌 작품을 읽어서인지 읽고 나서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등에 불을 지고는 인쇄소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신인 작가 첫 책이 모조리 타버리는 사건을 시작으로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물과 인물의 관계를 추측하고, 그들의 관계에 대해 깊이 들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인쇄소에서 불이 나는 건,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지만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스토리에서 인쇄소 화재가 큰 사건이 되는 게 진부하게 느껴졌다. 근데, 첫 장을 넘기고 나서 내가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은 불씨가 순식간에 숲 전체를 집어삼키는 것처럼 첫 장의 불씨는 나를 순식간에 등에 불을 지고의 우거진 숲으로 내쫓았다.


여러 인물이 나오고 배호연이라는 인물이 전체적으로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느낌인데, 우희슬이라는 인물에 완전히 매료됐다. 알면 알수록 모르겠고, 더 알고 싶은 인물이다.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데 절대 꺼지지 않는 아주 단단한 힘을 가진 불씨 같달까. 그래서인지 우희슬의 죽음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해되지 않는다. 어째서 불로 죽음을 택했을까? 희슬이 자신이 말하는 세계, 닿고 싶고 되고 싶었던 세계는 무엇이었을까? 불이 되는 거였을까? 재가 되는 거였을까? 그런 거 라면 희슬은 자신이 원하던 세계를 제 것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희슬의 죽음과 희슬과 기영의 기묘한 관계, 그리고 희슬이 기영에게 건네준 자신의 수첩들(13), 기수라가 한 말, 말없이 자퇴하고 떠나 행방불명된 기영의 형 태형 등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차고 넘친다. 어쩌면 이해할 수 없는 걸 이해하려고 애쓰는 의미 없는 짓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결국 말하고 싶은 걸 믿는다.’ 이 문장의 무게가 무겁다. 모든 걸 태워 재로 만들었는데, 가벼울 줄 알고 들었던 재가 너무 무겁달까. 가벼울 줄 알았는데 무거우니, 당황스럽다 못해 잔인하게까지 느껴진다. 여전히 등에 불을 지고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불, 불붙기 전이 가장 두려울 때며 인물 모두 서로에게 불씨를 날리거나 불씨가 되어 불을 붙게 만들어 화상(지독하고 고통스러운 상처)을 입힌다는 것이다. 이 처음부터 (결말이 포함되지 않아서 끝을 알 수 없지만) 끝까지 지배한다. 인간이라는 이름표를 단 불씨가 인간 행세를 하고, 인간 세상을 살아가는 느낌이다. 불만큼이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여러 죽음이 등장하는데, 앞서 말했듯이 희슬의 죽음이 목에 걸려 자꾸 신경 쓰게 만드는 생선 가시 같다. 자살이지만 희슬을 죽인 범인이 분명 따로 있을 거라는 어디서 온 지 모를 확신이 자꾸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다. 배진택(호연과 호수의 아빠)의 죽음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 죽음에 가까워지는 시간에 배진택이 하고 있던 모습이 죽음보다 더 고통스럽고, 잔인했다. 머릿속으로 아무리 미화해서 상상해도, 화상을 입어 사람의 형체를 진작에 잃어버린 배진택은 괴물 그 이상이었다. 불은 정말 모든 걸 태워버린다. 죽음 마저 태워버린다. 모두 서로에게 불이거나 불씨를 키우기 위한 기름이나 종이, 마른 나뭇가지였다.


희슬의 수첩에 적힌 내용을 책으로 쓴 게 분명한 기영. 희슬의 모(이모영)는 희슬이를 제 속으로 낳았지만, 당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아이라고 말할 만큼 미스터리 그 자체다. 이해하는 것 같으면서도 우리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느낌. 희슬은 책장을 열고 닫을 때부터 불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넘길 책장이 얼마 남지 않을수록 생각했다. , 희슬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고. 호연이, 혹은 이모영, 기영이 만들어 낸 허상에 불과한 존재라고. 그게 더 어울린다고. 호수가 명상에 매달렸지만 호연은 희슬을 숭배했다. 호연에게 희슬은 특별한 존재 그 이상이었다. 희슬이 호연에게 했던 말들(호연이 자신을 낳아줬으면 좋겠다, )은 하나 같이 세상의 끝에 서서 마지막으로 세상을 눈에 담고 금방이라도 죽음 직전의 절벽에서 죽음을 향해 몸을 던질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아슬아슬하달까, 보는 사람은 불안한데 희슬이 본인은 아무렇지 않은 것 같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것도 우리가 그렇게 믿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희슬의 세상은 특별해보였지만 고통으로 뒤범벅되어 있었다. 그걸 뒤늦게 알아차린 나나, 어느 정도 느꼈음에도 그저 바라만 봤던 호연은 뒤늦게야 희슬이 남긴 수첩으로 그녀를 찾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호연과 기영, 희슬 엄마는 희슬의 죽음을 어느 정도 예상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희슬이 삶을 쉽게 져버릴 아이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무엇이 희슬에게 죽음을 주었는지, 왜 하필 불이었는지 묻고 싶지만 아무도 대답할 수 없어서 그저 시간을 거꾸로 돌려 그럴싸해 보이게 답을 꾸미는 것이다. 확실한 건 서로가 서로에게 불길을 잡는 대신, 불길을 번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희슬은 애초에 모든 걸 다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의 죽음, 녹우리 인쇄소 화재 등등. 사람들은 신인 작가의 책이 화재를 불러왔다고 근거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살을 붙여 퍼나른다. 부름이라는 제목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꼭 근거 없는 이야기 같지도 않다. 우리는 말하고 싶은 대로 믿으니까. 책이 정말 불을 불러온 걸까? 희슬의 휘갈겨 쓴 문장들이 불을 불러온 걸까? 개인적으로 후자의 선택지에 힘을 싣는다. 기영의 소설은 희슬의 문장에서부터 출발한 것이니까.

진실을 파헤칠수록 더 미궁 속으로 빠진다. 결말에 가서는 진실에 닿을 수 있을까? 불길을 잡을 수 있을까? 불길을 잡더라도 다 타버린 것들을 복구할 수 있을까? 복구가 불가능해서 새로운 것을 들여야 한다면, 새로운 것을 들일 수 있을까?


사건의 범인을 여전히 찾지 못했다. 결말이 포함되지 않은 가제본이라서 그렇겠지만 정식 출간본을 사서 읽는다고 해도, 범인이 밝혀져도 그 범인을 범인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 불을 지른 사람이 범인인데, 그건 명시적인 범인 같달까. 화재의 범인은 모두가 아닐까.


천천히 불씨를 키우기 시작하던 것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불씨를 거대하게 키운 바람에 마지막 문장을 읽고 책장을 덮어도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호연은 화상을 입어도 녹우리 인쇄소 화재를 앞세워 벌어진,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쫓을 것이다. 호연이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일 수도 있다. 녹우리 인쇄소를 태워버린 불, 인물들의 삶에서 지금도 험상궂게 몸을 부풀리고 있는 불은 내 머릿속에 잔상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 책은 여전히 불타고 있다. 책상 위에 올려둔 등에 불을 지고에서 희미하게 연기가 피어오르는 중이다. 그 연기에 기침을 하거나 눈이 맵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가제본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사계절에서 제공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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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말 - 늘 곁에 있는 친구
제이크 비긴 지음, 최소라 외 옮김 / 퍼머넌트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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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다른 말을 찾아서

제이크 비긴 글 그림, 최소라와 이코베 옮김 - 사랑의 말(늘 곁에 있는 친구)(퍼머넌트북스|북뱅크)

 


그림책은 늘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그림책을 가볍게 읽고 넘기고 싶었는데, 사랑의 말은 그럴 수 없었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 내가 사랑의 말안의 소녀가 되어 써니에게 위로받고,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었으니까. 아니 앞으로 힘을 얻을 친구를 만났으니까. 살면서 어떤 존재를 떠올리며 힘을 낼 수 있다는 건 참 행운이다. 누군가에게 내가 그런 존재가 되는 것도 누군가에게 행운이면서 동시에 나에게는 행복이 될 것이다.


써니의 등장으로 소녀의 삶은 송두리째 변한다. 살면서 겪는 무수히 많은 길 앞에서 하는 고민에 써니와 함께하면 숨바꼭질하는 대신 용기를 내고, 두려움보다 설렘을 느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써니가 소녀에게, 소녀가 써니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쉬운 일도 아니다. 그 일을 해낸 둘이 부럽다. 써니가 먼저 친구가 되어줄래?’라며 친구를 어떻게 사귀는지 모른다는 소녀에게 다가간다. 먼저 다가와준다는 건 감사하고, 먼저 다가간다는 건 용기를 내는 행동이며 동시에 특별한 설렘을 갖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숨거나 도망가기를 택했는데, 소녀는 써니의 부름에 응한다. 써니와 함께 걸으며, 써니는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자신을 숨김 없이 드러낼 수 있게 해주는 존재야말로 나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랑과 우정을 완벽하게 이분법적으로 구분했다. 사랑은 어디에나 전제되어 있는 근본이었다. 이제야 그걸 알게 되었다. 솔직히 이론적으로 알았을 뿐, 현실에서 이론을 적용할 만큼 제대로 된 사랑과 우정을 경험하지 못했다. 사랑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차이를 묻는 소녀와 그에 답하는 써니의 장면이 정말 좋았다(방 벽 면을 그 장면으로 채워 넣고 싶을 정도로). 네가 만약 꽃을 좋아한다면 꺾어가겠지만, 사랑한다면 매일 물을 줄 거라는 말. 한동안 써니의 그 말 앞에서 멈춰 있었다. 닮은 듯 했지만 달랐다. 사랑과 좋아하는 것은 완벽하게 경계를 나눌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같은 것으로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써니와의 동행하면서 소녀는 계속 부정의 말을 한다. 아니, 자신이 느끼고 있는 또는 하고 있는 생각들을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그러면 써니는 망설임없이 긍정의 표현으로 답한다. 소녀가 써니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스토리가 마무리되는 건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둘의 엔딩이 해피엔딩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책제목부터 사랑의 말이니 당연히 사랑을 깨닫고 느끼며, 서로에게 사랑이 되어주겠거니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사랑이 되기까지 서로 얼마나 많은 진심과 시간을 쏟아부어야 할지, 또 사랑이 왜곡되지 않은 채로 전달되기 위한 방법을 얼마나 고민해야 할지 상상할 수 없다. 나는 누군가와의 관계에서-가족을 제외하고- ‘사랑을 경험했던가? 사랑을 경험할 수 없었다. 마음의 문을 꽉 닫고 있기에 사랑이 들어올 틈이 없었다. 틈으로 비집고 들어오려는 사랑에게 냉정했고, 절대 자리를 내어주지 않겠다고 계속 밀어내는 중이다. 두려움에서 온 방어벽이고, 뽀죡한 창살이다. 내가 다치는 것이 싫어서 다가온 크고 작은 사랑을 밀어냈고, 밀어내는 중이다. 밀어낼 것이다. 한 번 굳게 잠긴 마음의 문은 본인이 잠궜지만 여는 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철컹-, 하고 단단히 잠기는 순간에는 안도의 숨을 크게 내쉬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랑이 없는 내 안의 공간은 탁해지고 건조해진다는 것을 우정이 사랑의 또다른 이름이라는 것과 사랑이 너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라던 소녀와 써니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근데 사랑을 어디서부터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니 먼저 굳게 잠군 문을 어떻게 열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면 써니는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작은 것 하나를 골라봐. 그러고 나서 거기서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때?’라고 답할 것이다. 변화가 두려워 떨고 있는 나에게 세상 모든 건 변하지만 그 변화가 근사할 때도 있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지 마.’라고 다정히 말해줄 것이다.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쓱쓱- 빠르게 넘기기보다 음미하듯 넘겼다. 아니, 그림과 문장이 나를 붙잡고 안아줬다. 누군가에게 내가 해줬던 말들은 사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인데, 한 번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근데 사랑의 말이 소녀와 써니를 통해 말해줬다. 내가 그토록 듣고 싶어서 남들에게 진심을 다해 했던 말들을 말이다. 울컥해서 목이 메었지만 울지 않았다. 나오려는 눈물을 도로 돌려보냈다. 내 눈물이 소녀와 써니와 함께 하는 특별하고 소중한 동행을 젖게 만들기 싫었으니까.


소녀와 써니의 순간순간을 들여다보는 일은 내게 사랑이었다. 오직 둘만 존재하는 시공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소녀와 써니의 관계는 늘 마음 한 구석에 꿈으로 남아있다. 내가 소녀 혹은 써니가 되거나 상대가 소녀 혹은 써니가 되어 또다른 사랑의 이름을 한 우정을 나눌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 늘 혼자가 편했고, 혼자면 상처 받는 일도 적어서 혼자가 되길 스스로 선택했는데, 그럼에도 받는 상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상처는 생각보다 깊고 오래갔고, 흉이 지워지지 않았다. 써니 같은 존재가 내 곁에 있다면 다음 날 해 뜨는 것이 별로 반갑지 않은 내게 다음 날 뜨는 해를 선물처럼 느끼게 해줄 것이다. 혼자보다 둘이 낫다고 했던가. 그 말을 비웃었는데 어리석었다. 혼자가 편하다고 확신하는 건 쓸데없는 오기를 부렸던 것이 크다. 이젠 혼자보다 둘이고 싶다. 너무 늦은 걸까 싶지만 어디선가 아니? 늦은 것 없어. 지금부터 시작하면 돼. 시작하기 위해 용기를 낸 너를 응원할게. 내가 함께 할게.’라는 써니의 말이 아침 특유의 상쾌한 바람에 실려 날아와 내 마음에 새겨진다(써니의 말이라고 믿고 싶다). 써니와 소녀가 함께 보냈을 것이다. 둘의 마음이 내 마음에 닿았기 때문에 나의 오늘은 조금 특별해질 것 같다.

그림책을 읽으면서 작가님이 누구나 한 번쯤은 듣고 싶은 말을 한 권의 책으로 잘 묶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말들을 묶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은 것 같다. 늘 작가님 마음에 있던 문장을 소중하게 감싸안아 꺼내어 종이에 옮겨 놓았을 뿐이라고, 엄청 대단한 말은 아닌데 평범해서 더 특별하고 대단한 힘을 발휘해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거나, 멀리 내다보면 누군가의 삶의 걸음마다 숨을 불어넣었다고 생각하며 그림책에 나의 마침표를 찍었다. 작가님께 고맙다고, 덕분에 위로받았고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내일의 힘은 또 책장을 펼쳐 소녀와 써니의 동행을 함께하며 얻겠다고 전하고 싶다. 세상에 사랑의 말이 가득 찬다면 우리는 수많은 사랑을 만나거나 만들거나, 간직할 것이다. 세상은 사랑이라는 씨앗을 곳곳에 심어 땅을 야물게 다진 후, 매일 물을 주고 함께 햇볕을 쬐고 이야기를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또다른 사랑의 이름으로 탄생한 것이다. 사랑은 언제 어디서나 단단한 밑이 되고, 연결고리와 같은 끈끈한 역할을 한다. 사랑을 믿지 않고 살아온 나는-나도 모르는 사이에 믿었나?- 소녀와 써니를 통해 사랑이라는 심오한 세계에 조심스럽게 첫 걸음을 옮겼다. 가능하다면 근사한 사랑을 하고 싶다. 사랑이 있는 곳이라면 먹구름, 그림자, 시야를 방해하는 모랫바람마저 품는 넓고 근사한 이들이 있을 테니까.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이 곁에 있길,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이 되길.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퍼머넌트북스x북뱅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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