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2 (무선)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2
나태주 엮음 / &(앤드)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생 간직하고 싶은 詩들이 생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아있다는 것
유모토 가즈미 지음, 사카이 고마코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제를 살고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아야 하는 이유.

유모토 가즈미 글 사카이 고마코 그림 김숙 옮김, 살아있다는 것(북뱅크)

 


생각이 많아지는 그림책이면서 동시에 있는지도 몰랐던 저 마음 깊——숙한 곳에서 기지개를 켜고 위로, 위로 올라와 내 목구멍을 턱-, 하고 막는 울컥함을 느꼈다. 내 마음이 얕은 줄 알았는데, 이렇게 깊을 줄은 몰랐다. 그 깊은 곳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야 하나하나 알아가는 중이다. 그 시작에 살아있다는 것이 함께여서 위로가 된다. 이 책을 만난 건 2025년 시작을 외롭지 않게, 2025년에 나만의 호수를 발견하고 내 세계에 나 자신이 일부라는 사실을 깨달으라는 무언가의 바람이 내게 닿은 건지도 모르겠다. 이 그림책과의 만남, ‘소년과 눈꽃 무늬 스웨터 아저씨와의 만남을 오랫동안 마음에 간직할 것이다. 소년이 그랬듯이 아저씨와의 짧은 만남과 다리에 섰던 날들을 잊고 하루하루 살아가겠지만,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과 기분과 들었던 생각을 들여보지 않은 날이 많아서 먼지가 쌓이겠지만 나는 알고 있다. 언젠가 이 그림책을, 소년과 아저씨와의 만남에 쌓인 먼지를 탈탈-, 털어 내고 그 시간으로 향할 것이라는 사실을.


살아있다는 것이 무엇일까? 요즘 자주 드는 생각이다.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게 아니라 버티고 있는 나로서는 살아있다는 것이 새삼 어렵고,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일 같이 느껴진다. 숨이 붙어 있고 하늘을 환히 밝히는 해를 만나고, 주어진 시간을 내 선택과 계획으로 보내는 게 살아가는 걸까? 근데 왜 자꾸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 소년이 다리 위에 서서 강을 바라보는 것처럼 나도 학창 시절에-어른이 된 지금도 그렇다-여러 번 하늘을 멍하니 바라본 적이 많았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것조차 사치스럽고, 버겁게 느껴져서 애먼 신발코를 땅에 치며, 땅과 신발코의 경계만 매섭게 노려보다가 이내 눈을 감는다. 눈을 감으면 꼭 강물에 뛰어든 것처럼-뛰어들어본 적 없지만 그럴 것 같다-순식간에 내 주변이 어두워지고, 아찔함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무언가가 나의 목을 순식간에 조를 것 같은 공포감을 느낀다. 그것도 품이라면 품일까? 나를 안아줄 품을 바랐지만, 어둡고 차가운 품은 바란 적 없는데 말이다. 그런 시기를 여러 번, 최근에도 겪었기에 다리 위에 서서 강을 바라보는 소년의 마음이 어떨지 (감히) 어느 정도 알 것도 같다.


소년과 눈꽃 무늬 스웨터 아저씨의 만남은 필연이다. 아저씨가 모든 걸 알고 소년을 찾아온 아저씨의 모습을 한 신이 아닐까?’ 생각했다. 소년은 생각지 못한 아저씨와의 만남으로 호수 이야기를 듣게 되고, 강에 몸을 던지는 대신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엄마가 있는 집으로. 생각지 못한 짧은 만남이었지만, 아저씨와의 만남은 두고두고 소년의 마음에 소년의 호수에 잔잔하게 일렁였을 것이며, 소년이 어른이 되고 나서도 종종 생각나고 힘이 되었을 것이다. 전혀 생각지 못한 짧은 만남으로 누군가의 삶을 완전히 바뀐다는 사실이 참 거짓말 같으면서도 그 만남으로 내 힘으로는 절대 안 되는 삶의 변화를 이루고 싶던 때가 있었고, 실제로 그런 삶을 몇 번 보았다. 소년에게 아저씨가 찾아온 것처럼 내게도 누군가 찾아와줬으면 좋겠다. 그 바람은 죽기 직전까지 간절히 유효하다. 아저씨와 같은 존재를 수도 없이 만났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느끼지 못하지만, 전과 달라진 지금의 나인지도 모른다. 그러면 나는 하루하루를 버틴다고 생각한 것이 착각이고, 살고 있는 걸까? 버티는 것보다 살고 싶다. 온 힘을 끌어모아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 나는 살았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살기까지 수많은 이의 도움을 받았다. 혼자가 좋고 편했고 혼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했지만, 혼자가 아닌 함께 보낸 시간이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혼자였지만 혼자가 아니었다.(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외로움은 지긋지긋하니까.) 소년은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그 사실을 깨닫고, 강을 선택하는 대신 집으로 향했다. 낯선 아저씨와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었지만, 소년의 마음에는-소년의 호수-에는 눈꽃 무늬 스웨터 아저씨가 살고, 수많은 사람(얼굴)들이 살고 있다. 그들을 보며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 살아있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편으로 당연하지 않은 일이다. 살아있다고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소년은 어린 나이에 겪기에 무겁고 아픈 시간을 지나 자유로워진 걸까?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삶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소년의 마음을 짓누르던 돌덩이가 가벼워졌길 바란다. 소년을 보니 꼭 나를 보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리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는 늘 몇몇 얼굴이 머릿속에 하나 둘, 선명하게 생각난다. 지우려고 애쓰면 선명해지는 얼굴이 있고, 선명하게 떠올리려고 애쓰면 흐릿해지는 얼굴이 있다. 그 모든 얼굴들이 나의 오늘을 만들고, 나의 삶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여전히 깨닫지 못했다. 언젠가 이 사실을,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나의 호수를 발견하는 날이 올 거라고 희망을 품는다. 호수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호수를 발견하는 일은 드물다. 소년은 짧지만 강렬했던 만남으로 호수를 찾았고, 호수에 비친 자신과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수많은 얼굴을 보았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호수를 들여다보지 못하는 걸까? 우리 몸의 길을 따라 흐르는 건 붉은 피가 아니라, 마음의 깊은 호수에서 나오는 투명한 물이 아닐까? 색이 있는 것도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인간의 어리석음까지 내다보고 창조주가 물줄기에 붉은색을 입힌 건지도 모른다. 하루도 쉰 적 없이 호수의 물이 내 몸을 순환하고 있다. 나의 호수에는 물의 갈래가 얼마나 있을까? 하나는 아닐 것이다. 여러 개의 갈래 중, 하나는 꼭 발견하고 싶다. 그렇게 내가 살아가는 이유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고, 살아있다는 것을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에게 알려주고 싶다.


소년과 아저씨는 한동안 안개가 짙게 깔린 나의 호수에 유일하게 빛을 내는 달빛을 받아 선명하게 비출 것이다. 틈틈이 두 사람을 떠올리며, 오늘도 어디선가 강을 바라보고 있을 누군가와 매일 강과 같은 무언가를 들여다보는 누군가에게 눈꽃 무늬 스웨터 아저씨와 같은 존재가 늦지 않게 도착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북뱅크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아티스트의 말이 떠올랐다. 신은 모든 걸 다 알고 있으면서 왜 지켜만 보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처음 그 말을 듣고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멍했다. 신을 찾거나 원망한 적은 있어도 질문할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의 질문이 신선하면서도 잔잔했던 마음이 일렁일 수밖에 없었다. 신이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기에는 고통스럽고 잔인한 일들이 너무 많으니 말이다. 신도 고통과 분노를 느낄까? 고통스러운 상황들을 지켜보면서 고개를 돌리거나 주먹을 꽉, 쥐거나 만물을 만든 자신의 선택을 어리석다고 생각하며 후회할까?

 

#살아있다는것 #유모토가즈미_#사카이고마코_그림 #김숙_옮김 #북뱅크 #소년 #낯선_아저씨 #다리_##나의_호수 #발견 #살다 #버티다 ##짧은_만남 #삶의_변화 #삶의_물결 #오늘 #살자 #책로그 #2502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직 하나뿐인 인생그림책 40
나현정 지음 / 길벗어린이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키고 싶은 내 사랑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직 하나뿐인 인생그림책 40
나현정 지음 / 길벗어린이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곁에 있는 사랑을 먼 길을 돌아서 만났다.

나현정 그림책, 오직 하나뿐인(길벗어린이)

 


오직 하나뿐인그림책에 등장하는 고치와 작은 풀의 이야기는 내 이야기다. 그림과 짧은 문장들이 나의 발걸음을 오래 붙잡았다. 다음 책장으로 넘어가는 시간이 길었다. 한 장 한 장, 오랫동안 머물고 싶었다. 머물면서 고치가 느끼는 외로움과 쓸쓸함을 온전히 내 것인 것처럼 느끼고 싶었다. 어쩌면 내 외로움과 쓸쓸함이, 고치의 혼자 있는 모습이 나인지도 모른다. 고치는 오늘이 어제이고, 오늘이 내일이라고 말했다. 그 말에 울컥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아니었길 바란다. 안 그래도 외롭고 쓸쓸한 마음이 더 외롭고 쓸쓸해지고 싶지는 않으니 말이다. 고치는 모두가 잠든 시간에 조심스럽게 웅크린 몸을 펴고 밖으로 나온다. 혼자 달빛 한줄기에 의지해 고요한 숲속을 걷는 고치의 마음은 어떨까. 모두가 잠든, 어제와 오늘 사이에 뜬눈으로 고요한 새벽을 걷는 내 마음과 다르지 않겠지. 그러고 보면 고치와 나와 같은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가는 창밖으로는 아직도 무슨 이유인지 잠들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불이 켜져 있는 창문들이 많다. 차라리 할 일을 끝내지 못해서 잠을 미룬 거면 좋겠다. 걱정과 고민, 불안 등 머릿속을 떠다니는 수많은 생각 때문에 잠을 못 이룬 채 밤을 떠도는 것보다.


웅크린 몸을 펴고 나온 밤의 숲속에서도 고치는 조심해야 했다. 부엉이, 오소리, 여우의 공격으로 자유로울 수 없으니 말이다. 숲속의 소소한 즐거움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지루하게만 걷던 고치는 아늑한 공간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 공간은 이미 주인이 있었다. 작은 풀. 고치와 작은 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작은 풀과 고치는 생각지 못한 만남을 가지며, 서로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분명 서로 각자의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갈수록 고치의 이야기가 작은 풀의 이야기이고 작은 풀의 이야기가 고치의 이야기였다.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서로가 느낀 외로움과 쓸쓸함이 서로의 텅-, 빈 공간을 메워줬으니 말이다.


작은 풀은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풀이다. 숲속만 봐도 널린 게 풀이다. 고치는 흔한 풀이지만, ‘작은 풀은 자신에게 유일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자꾸 시선이 가고 예쁘다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꽃들은 그 순간에는 가장 예쁜 꽃이지만, 뒤돌면 금방 잊힌다. 예쁘다며 여러 장 찍은 사진도 들여다보지 않고, 사진첩 가장 아래로 기억 저 아래로 가라앉는다. 하지만 작은 풀은 쉽게 스치고 짓밟히고 잊히는 게 다반사이고 우리가 보려고 하면 언제나 볼 수 있지만, 그래서 더 특별하다. 작은 풀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흔히 예쁘다고 말하는 꽃들에서는 보이지 않는 단단한 힘을 느끼고 알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마음을 끌어당기는 건 그럴싸한 이유가 아니다. 평범하고 사소하고 작은 것들이다. 고치와 작은 풀의 우정은 그 마음에서 출발했다. 서로가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고, 서로의 다친 마음을 안아주는 것으로 그동안 혼자 있으면서 생긴 공백을 순식간에 메운 것이다.


고치는 늘 같은 하루라며 자신의 이야기가 지루할 거라고 하지만 작은 풀은 고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을지 모른다. 고치의 이번 밤 산책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었는지도 모른다. 작은 풀은 고치의 쓸쓸함에 하지만 넌 오늘 나를 만났잖아. 그러니까 어제와는 다른 날이지.”라고 말한다. 그렇다. 고치는 작은 풀과 만났으니 항상 똑같았던 하루와 다른 특별한 하루를 만나게 되었다. 작은 풀도 그렇다. 짓밟힐 것이 무서워 나무 안에 뿌리를 박고 나무에 난 구멍으로만 밖을 구경해야 했을 작은 풀. 작은 풀을 나무 밖으로 꺼내어 준 유일한 고치. 서로가 겪어온 시간은 차이가 있지만, 그 시간을 보내면서 느꼈을 외로움과 쓸쓸함은 닮았다. 닮은 감정 앞에서는 고치의 뾰족한 가시도 작은 풀의 흔함도 아무 의미가 없다. 그저 서로의 존재가 서로에게 위로와 공감이 되고, 서로의 시간에 서로가 존재하게 되면 사랑이 시작된다. 고치가 작은 풀과 다투고 난 후, 작은 풀이 있었던 나무 안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모든 별은 다르게 빛난다.’라는 풀의 말을 직접 보고 깨달으면서 어제와 다른 아침에 작은 풀을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작은 풀에게 이름을 지어주겠다는 약속을 지킨다. 작은 풀은 고치에게 사랑이었다. 그 누구도 불러주지 않았던, 이름이 없던 작은 풀은 이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고치에게 사랑을 주고받으며 어제와 다른 오늘을, 오늘과 다른 내일을 보낼 것이다. 고치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고치와 사랑은 외로움과 쓸쓸함뿐인 하루가 특별해지기 시작했다. 랫동안 혼자 외로웠고 쓸쓸했던 것만큼 이제는 웅크린 몸을 활짝-, 펴고 숲속의 크고 작은 즐거움을 온몸으로 느끼며 늘 웅크려져 있던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 가득 채우고, 또 서로에게 들려주길 바란다. 고치와 사랑의 이야기가 내게 위로가 되었다. 누군가가 만남으로 인해서 나의 오늘이 어제와 다르고, 나를 만남으로써 누군가의 오늘이 어제와 달라진다는 사실이 함께의 의미를 따뜻한 빛 한줄기로 감싼다. 고치와 작은 풀처럼 지키고 싶은 사랑이 나에게도 있다는 사실이 나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조금씩-, 덜어준다. 반드시 난 내 사랑을 지킬 것이다. 작가님이 지키고 싶은 내 사랑을 생각하며 이 책을 썼다고 했다. 나는 지키고 싶은 내 사랑을 마음에 다시 깊이 새기기 위해 이 책을 만났다.

 


이 그림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길벗어린이에서 받았습니다:D

 


#오직하나뿐인 #나현정 #길벗어린이 #그림책 #고치 #작은풀 #우정 #사랑 #웅크림 #숲속 #위로 #공감 #이해 #감정 #외로움 #쓸쓸함 #특별함 #서로 #유일한_존재 #나만의_#지키고싶은_내사랑 #그림책추천 #올해의그림책으로_#책로그 #2502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날 문이 사라졌다 -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95
김은영 지음, 메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은 언제나 나와 가까이 있었다.

김은영 글, 메 그림 - 어느 날 문이 사라졌다(문학동네)(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어느 날 문이 사라졌다라는 제목에 훅-, 끌려 가볍게 펼친 책이었는데 심사평까지 읽고 책장을 덮고 나니 뭔가 한바탕 세게 몰아친 기분이다. 한 번도 집에 문이나 창문이 사라진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참신한 발상으로 다가왔다. 그 발상에 이어져 참신한 스토리를 기대했다. 오히려 나의 기대와 달라서 참신했고, 울림 있었다.


누나 해리와 동생 해수, 남매가 집에서 조난을 당하면서 벌어지는 스토리! 언제나 안식처가 되어주는 에서 조난을 당하다? 하루아침에 수없이 드나들었던 문이 사라지고 창문까지 사라졌다? 꿈이 아닌가? 현실이다! 남매의 좌충우돌 집 안 조난 탈출기! 문과 창 없는 집 안에서 남매가 할 수 있는 일은 자기들을 구하러 올 엄마를 기다리면서 안전히 지내는 것! 가장 이상적이고 쉬운 일이지만 그러기에는 집 안에 갇혀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 생각지 못한 상황에 부딪히면서 해리와 해수는 그동안 누렸던 일상들의 그리움을 느낀다. 엄마의 잔소리, 학교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떠들던 시간 등등. 다소 무거운 상황에서 독자가 풉-, 하고 웃음을 터트릴 수 있던 건 해수의 천진난만하고 솔직한 언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각한 상황에서 영상을 찍어 올리고(<안했슈 TV> 채널), ‘울고불고 난리 안했슈!’와 같이 상황을 재치 있게 표현하는 해수의 말들이 상황을 유하게 이끈다. 독자가 해수의 천진난만함에 웃음을 잃지 않는 것처럼 누나로서 동생을 잘 돌봐야 하고, 이 상황을 잘 버텨야 한다는 책임감이 큰 해리 또한 안 싸우면 오히려 서운한 동생 해수가 없었다면 이 상황을 잘 넘기지 못했을 것이다. 해리와 해수는 영상을 통해 본인들이 처한 상황을 전하면서 영상에 달린 엄마(해바라기)의 댓글을 읽으며 하루하루 버틴다. 엄마가 항상 챙겨주고, 해줬기에 할 필요가 없던 일들을 하나씩 해본다. 음식을 해 먹고 엉망진창이 된 집을 치우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어질러진 집을 보고 청소를 안 할 수가 없던 것이다. 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느낀다. 서로 다투기도 하지만 의지하면서 한 달이라는 짧다면 짧지만, 문과 창문 없는 집안에서는 길었을 시간을 보내던 해리와 해수는 탈출할 결심을 한다. 해리는 진작에 집에서 나갈 수 있는 문을 발견했다. 하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문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두려움이 있는 문을 없애고, ‘볼 수 있는 문을 모두 가렸다. 해리는 결국 문을 열고, 나가기로 결심한다. 결심하고 탈출이라는 문턱에 선 순간까지 복합적인 감정이 해리의 마음을 괴롭혔을 거라고 짐작만 해볼 뿐이다. 해리는 엄마가 구하러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지만, 문을 열기로 선택한 것이다. , 용기를 내어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그렇게 해리와 해수는 전래동화 <해님과 달님>에 나오는 오누이와는 다른 결말로 마침표를 찍는다. 밤을 무서워하는 여동생 대신 달님이 된 오빠와 해님이 된 여동생과 달리, 해리와 해수는 완강기를 타고 내려와서 을 통해 조난 상황에서 벗어난다. 생각지 못한 상황과 부딪치면서 만난 해볼테냥해병이가 남매의 조난 상황에서 숨구멍이 되어주었다. 선화(남매의 엄마)살아 있는 것은 강하다고 했다. 맞다. 살아 있는 것은 강한 힘을 갖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견뎌낼 수 있도록 힘을 준다.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살아 있는 존재들의 힘을 해리는 순간순간 느낀다. 이 상황이 아니었다면 절대 만나지 못했을 인연, 감정이 아니었을까. 사방이 벽으로만 된 집 안에 있기보다 탈출을 선택한 용기 있는 남매에게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였다면, 식량을 파악하고 길어질 조난을 예상하며 계획을 세울 것 같다. 그러다 너무 길어지면 남매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혼자 지내는 것을 좋아하고, 집에 있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고 해도 지금이 몇 시인지, 날씨가 어떤지 알 수 없다면 마음이 팔짝팔짝, 뛰며 답답할 것 같다. 해리와 해수보다 용기 있는 선택을 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긴 하지만.


이라는 공간은 항상 안식처였는데, 집에서도 조난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세상에 영원한 안식처가 될 수 있는 공간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건 마음이 결정하는 것이다. 내가 문이 없다고 생각하면 없고, 있다고 생각하면 있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십 개의 문을 만나지는 모르겠다. 내가 못 보고 지나친 문은 또 얼마나 많을지. 문은 언제나 있고, 그 수많은 문은 내가 열 수 있다. 문 뒤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문을 가리거나, 문을 열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문을 열어서 후회하기도 하겠지만, 문을 열었다는 것만으로도 한 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두려움 때문에 열지 못한 문, 문 앞에서 고민만 하다 뒤돌아선 나를 보고 문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렇게 멀어져 가는 나를 보고 희미해져 가는 문은 내가 얼마나 안타까울까? 지금까지 살면서 조난이라고 칭할 만한 일이 내게 일어나지 않았다(얼마나 다행인가). 하지만 만약 조난 상황이 일어난다면 해리와 해수처럼 용기 있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어찌저찌 피했지만, 이제는 상황을 정면으로 마주 보고, 나의 선택을 통해 상황을 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완강기를 타고 내려온 남매는 문 하나가 철컥, 열면서 아파트를 청소하는 할머니를 만난다. 탈출에 성공한 것이다! 남매의 탈출 후, 바로 엄마의 품에 안기는 장면이 아니라는 점이 특별했다. 엄마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는 으로 들어가서 엄마에게 안기는 장면은 정말 좋았다(할머니가 아니라 아래층 할아버지였다면 뭔가 더 뭉클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엄마와 남매는 또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집안에 갇힌 남매 소식으로 시끌벅적했던 세상은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다른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소식을 뒤쫓아 돌아간다. 정말 현실적이다.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남매가 겪은 일은 반복되는 일상 중, 특별한 순간 중 하나가 되고 훗날 이랬지.’라며, 회상할 수 있는 추억(조난에 추억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지만, 내 마음에 드는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했다)으로 남는 것이다. 우리는 안남매처럼 생각지 못한 일들을 종종 경험한다. 그 순간에는 겪고 있는 순간이 끝날 것 같지 않고 힘들지만, 영원한 것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시간은 고이지 않고, 항상 일정한 속도로 흘러서 우리를 전과 다른 우리로 데려다 놓는다. 냉정하게 흐르기만 하는 시간이 얄밉고 원망스러울 때도 있지만, 계속 흘러줘서 다행일 때가, 내게 오히려 좋을 때가 많다. 늘 탓하기만 했는데, 시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문을 열 용기를, 내가 그동안 안 보거나 못 본 문들이 많다는 것을 남매의 특별한 사건으로 알려준 김은영 작가님과 남매의 특별한 사건에 더 몰입하여 읽을 수 있도록 생생하게 그림을 그려준 메 작가님에게 감사하다. 어느 날 문이 사라졌다.’라는 제목이 문은 언제나 있었다.’로 바뀌었다. 뭔가 마음에 수많은 문들이 끼익-, 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 소리에 반응하듯 심장이 조금씩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문은 늘 나와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며, 나의 의지와 용기만 있다면 열 수 있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고, 새겨야겠다. 이제는 나를 기다리고 있을 문을 지나치지 않고, 두려워도 한 번쯤은 눈 딱! 감고 열어서 문턱을 넘어봐야겠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어느날문이사라졌다 #김은영 ##문학동네 #25회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수상작 #보름달문고95 #재난 #생존 #생존유형 #공간 ##창문 ##탈출 #용기 #결심 #갇힘 #벗어남 #일상 #새로운소식 #매체 #유튜버 #기록 #확산 #댓글 #조회수 ###책로그 #2502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