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의 고수 북멘토 가치동화 67
주봄 지음, 국민지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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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쓸데없는 재주는 없다!

주봄 글 국민지 그림, 먹방의 고수(북멘토)

 


동화라고 해서 가벼운 마음을 펼친 책장에는 한 소년이 자신을 찾아가는 나름 치열하고, 와중에 재미를 곁들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재료가 한눈에 보이도록 정갈하게 색과 모양대로 자리를 배치하고,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각 재료 본연의 냄새와 그것들이 함께 어우러져 나는 독보적인 냄새에 정신을 못 차리는 듯한(과장을 조금 보태면) 느낌이 들었다.


영찬이와 같은 아이들을 종종 보고는 한다. 나도 영찬이만큼은 아니지만, 정말 많이 먹고 먹는 것을 좋아했다. 어른이 된 지금도 음식을 좋아하지만, 어릴 때처럼 많이 먹지 못한다. 어릴 때는 지금 내가 먹을 만큼 먹었구나, 하고 나의 배가 찼다는 신호를 잘 알아차리지 못하고 먹었던 탓에 여러 번 체를 하여 부모님 걱정을 사기도 했고, ‘이제는 조금만 먹을 거야!’라며 다짐을 여러 번 했던 적이 있다. , 그 다짐은 며칠을 가지 않았지만.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고, 먹고 싶은 음식도 먹지 못한 음식도 너무 많다. 세상 곳곳에 있는 음식을 모두 먹어보려면 하루가 24시간이고 위가 하나인게 부족할 것 같다고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어른이 되어도 동화를 읽으면, 어린아이로 돌아가 아이처럼 생각하게 된다. 잠시나마 치열하고 냉정하기만 한 세상에서 나와 여유를 갖고, 진정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작은 일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영찬이 덕분에, 중요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영찬이는 무한 리필 식당 사장님들을 공포에 떠는, 식당 사장님들이 기피하는 아이다. 아이지만 맞는 사이즈가 없어서 어른 옷에 직접 포켓몬을 그려 입는 그런 아이다! 처음에는 먹어봤자 얼마나 많이 먹겠어, 했지만 영찬이는 정말 많이 먹었다. 많이 먹고, 음식을 정말 좋아했다. 음식을 표현할 때는 인이 따로 없을 정도다. 부모님과 형과 누나한테 구박을 받으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음식을 좋아하고 많이 먹는다고만 생각했는데 영찬이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었다.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지만 영찬이는 끝내 자신이 가진 잘 먹는 재주를 인정했고, 자신이 많이 먹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재주를 보여주고 인정받는다. 유명 먹방 유튜버 멸치와 배틀 먹방을 하고 어쩌다 신지호와 먹방 채널을 개설하여 영상을 찍어 올리고 먹방 영상에 대해 이것저것 공부하면서 미운 정 고운 정이 들고, 뷰티 유튜버로 활동하는 이세진의 속마음을 알게 되면서 유튜버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을 배운다. 영찬이 혼자였다면 오래 걸렸을 길이 지호와 세진 덕분에 조금은 짧은 길로 영찬이 자신의 꿈에 닿을 수 있었다. 지호도 영찬이 덕분에 자신의 꿈은 유튜버 감독의 꿈을 실현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꿈을 좇는 줄도 모르고, 그저 친구가 권해서 자신의 자존심을 허락하지 않아서 어쩌다 시작하게 된 일들이 영찬이는 물론 지호, 그리고 영찬이의 식욕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가족들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영찬이는 이제 음식을 많이 먹는 아이가 아니다. 음식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만큼 먹으면서 진정한 먹방의 고수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떼었다. 영찬이는 한 번 찐빵을 먹다가 급체를 한 적이 있다. 이 일은 영찬이 스스로 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만 아니라 영찬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확실히 소화 능력이 남다르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던 에피소드다. 이 일을 계기로 영찬이는 음식을 조절해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저 영찬이의 남다른 식욕이 대단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영찬이는 진작에 좋아하는 것을 알았고 자신의 재주를 뒤늦게 알아차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족들이 잘 먹는 영찬이를 보고, 먼저 권해줄 수 있었던 먹방 유튜버 활동을 친구 지호가 권해줄 뿐만 아니라 시작을 함께해서 더 좋았던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몸에 변화가 생기고 목소리가 변하고, 깨끗했던 얼굴에 붉은색 여드름이 올라오는 사춘기에는 가족보다 친구가 더 좋은 법이니까(나는 그렇지 않았지만). 영찬이도 사춘기를 겪었을 텐데, 가족의 구박에도 크게 상처받거나 반응하지 않는 점에서 영찬이라는 캐릭터가 동글동글한 성격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영찬이처럼 동글동글했다면 사춘기에 상처를 덜 받고, 갑자기 떠오른 학창 시절을 고개를 흔들어 지우기보다 회상했을 텐데, 하고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뭐 하나 쉽지 않은 세상에서 자신의 재주를 찾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뭔가를 시작한 영찬이와 지호, 세진이의 앞날이 기대된다. 그들이 더 환하게 반짝였으면 좋겠고, 가만히 있지 않고 뭐든 시작했다는 도전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고수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뗀 영찬이는 진정한 먹방 고수가 되는 그날까지 음식에 대한 애정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곰돌이 푸 숟가락으로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을 것이다. ‘국자 소년덕분에 지호처럼 입 짧은 친구들이 대리 만족을 느끼거나 음식을 더 맛있게 먹는 사람이 늘거나, 혼밥이 외롭지 않은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예전에 먹방을 보며 밥을 먹는 동생들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뒤늦게야 동생들이 먹방 영상을 친구 삼아 혼밥을 하던 이유를 어느 정도로 알았다. 혼밥을 하는 나에게 예능 영상이 친구였던 것처럼 사춘기를 보내고 있던 동생들에게 먹방 영상은 친구 그 이상이었던 것 같다.


이 세상에 쓸데없는 재주는 없다고, 작고 큰 재능들이 모여 언젠가 더 멋진 나를 만들어 줄 거라는 작가님의 말에 살짝, 울컥한 걸 보니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말인 것 같다. 재주, 재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을 갖고 있지 않고 어릴 때 칭찬받았던 것들이 어른이 된 지금은 아무 쓸데 없고, 쓸모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눌려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는데 작가님의 말에 철푸덕-, 넘어져 그동안 편히 내쉬지 못한 숨을 내쉬니 살 것 같다. 아이들만 읽는 장르라고 생각했는데, 동화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읽어야 할 것 같다. 어른이 된 순간, 아이였던 시절을 쉽게 금방 잊힌다. 잊었다는 것도 한참 후에야, 그리고 어린 날의 내가 가장 솔직했고 진심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에야 알게 된다. 잘 먹는 재주를 가진 영찬이처럼 내가 보기에 진부한 것 같은 나의 작은 재주들이 언젠가 더 멋진 나를 만들어줄 거라고 믿어야겠다. 한 번 시작된 의심을 끊기 힘들지만, 내가 아니면 끊을 수 없는 것이다. 나를 위해서, 더 멋져질 나를 위해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의심과 제자리에서 하는 고민은 멈추고, 영찬이처럼 일단 시작하는 것이다. 시작하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도 있으니까. 고민한다고 나올 답이었으면 진작에 나왔을 것이다. 고민보다 Go! 그러고 보니 영찬이는 고민보다 Go를 선택했다. 정말 멋진 아니다. 먹방의 고수 이전에 Go의 고수가 아닌가!

 

이 책은 서평 부탁을 받아 북멘토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너무 잘 읽었습니다. 영찬이와 지호, 세진이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춘기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라서 공감도 되고 꼭 어린 시절 한참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혼자 끙끙, 앓았던 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자녀를 보고 있으면 한숨이 나오고 답답한 부모님들이 읽어도 좋고, 자녀들에게 추천해도 좋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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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2 (무선)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2
나태주 엮음 / &(앤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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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손짓, 부름 그리고 오늘 내일

나태주 엮음,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2(앤드)

 


나태주 시인의 이야기는 언제나 다정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겨울에 주황빛 조명이 공간을 아늑히 비춰주고, 따뜻한 공기가 나를 감싸고 은은하게 퍼지면서 닿지 않는 곳이 없도록 닿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인이면서 내가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인이다. 나태주 시인을 만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고, 행복한지 모르겠다. 그때가 아니라도 반드시 만났을 거라는 확신마저 드는 인연인 것 같달까. (풀꽃 시인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다)


나태주 시인의 마음을 울린 103의 축복. 좋은 시에는 신이 주신 문장이 들어있다.’라는 띠에 박힌 이 한 문장은 처음 읽자마자 내 마음과 머릿속에 박혔다. 그렇다. 좋은 시에는 신이 주신 문장이 있기에 한 편으로 인생이 달라지는 사람을 종종 본 적이 있다. 나 또한 를 통해 인생이 완전히 뒤바뀌는 상상을 하곤 한다. 꿈 같은 일이다. 를 읽고 필사하고, 에 담긴 이야기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의미를 찾아보는 시간은 아주 특별하고도 다정한 시간이다. 나열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선물해 준 나태주 시인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모든 가 마음을 울렸지만, 특히나 내 마음을 울린 들이 몇 편 있었다. 그리 길지도 않은데, 자꾸 내 마음을 붙잡고 놓아 주지 않는 들 덕분에 시가 무엇인지, 시의 세계가 얼마나 광활한지 새삼 깨달았다. 나태주 시인의 마음을 울린 시들이 내 마음을-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도 마찬가지 아닐까?-울린 걸 보니 시인과 내 마음이 닮은 게 아닐까 싶다. 나태주 시인의 는 냉정하고 차갑고 빠르게 돌아가는 오늘날에 어울리지 않게 만개한 어여쁜 꽃 같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그 꽃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고, 그 꽃을 보러 가기 위해 시간을 낸다는 점에서 나태주 시인의 는 우리에 위로, 공감, 사랑, 웃음, 행복 그리고 희망을 품게 한다. 103편의 도 그렇다. 어려운 단어나 표현 없이, 그렇지만 현실에서 직접적으로 자주 쓰지도 않는 단어와 표현을 통해 우리를 위로한다. 들을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 작가들이 나보다 먼저 세상을 보고 듣고 느껴서 얼마나 다행인가. 내가 그들이 남긴 글을 읽고 밑줄을 긋고, 내 이야기를 덧붙이며 다친 마음과 기억에 위로를 받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으니 말이다. 그렇게 다른 작가들의 책은 솔직해서 어여쁜 수많은 일기장이 되었다.


인들도 다른 인의 작품에 대한 애정을 스스럼없이 들어 내는 것이 새삼 놀랍고, 신기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태주 시인이 그러니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나태주 시인이 아니었다면 시간을 들여 찾아보고 읽어보지 않았을 전 세계 곳곳에서 피어난 들을 만날 수 있는 이 시간은 선물이다. 선물은 서로를 생각하며 고민하고 준비한 끝에 떨리는 마음과 미소를 덧붙여 주는 것이다. 그 선물을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행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나태주 시인은 이 책을 쓰면서 103편의 를 읽고 또 읽으며, 옆자리에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이며 읽는 독자가 와 다정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같이 경험과 감정을 공유했다. 나와 다른 삶을 살았지만, 와 나태주 시인의 이야기, 그리고 나까지 모두 통했다. 출발점이 모두 달랐지만 결국 만났다. 때로는 힘겹고 때로는 즐거웠던 여정 끝에 만난 이들이 와 내가 애정하는 와 시인이라면 기꺼이 그 여정을 다시 선택할 수 있다. 여정이 곧 삶이라는 것을, 가 말해줬다.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이 책의 제목 정말 잘 지었다. 방향을 제시하고, 얼핏 냉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참 다정하다. 나태주 시인의 포근한 미소가 제목 위에 선명하게 떠올라 머릿속에 그려진다. 가끔 이대로 살아도 되는 걸까, 삶을 축내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정도로밖에 살지 못할 거면 가능만 하다면 다른 누군가에게 남은 시간을 알 수 없는 내 생을 전부 주고 싶다, 등등 삶에 미련이 없는 수많은 문장을 되뇌며, 날카로운 화살촉을 나 자신을 향해 겨누고 화살을 날릴 때가 많았다(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103가 나보고 살라고 한다. 나에게 살아도 좋다고 한다. 살라고, 그저 살아주기만 하라고 한다. 삶의 벽에 부딪혔을 때, 언제나 몸을 웅크려 혼자가 되어 사라지기를 선택하며 내가 만든 지하로 발걸음을 옮길 때 누구 하나 내 손을 잡아 돌려세우거나, 같이 있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소설, 동화, 에세이 그리고 는 나를 붙잡았다. 뿌리치고 지하를 향하면, 입구에 멈춰서 멀어지는 나를 보고만 있지 않고, 아무 말 없이 내 걸음을 맞춰 같이 걸어주었다. 언제 어디서나 변함없이 나를 기다려준 유일하게 경계 없이 묶어 놓은 수많은 마음을 풀어 놓을 수 있는 나의 전부’’이다. 종종 생각한다, 책이 없었다면 나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했을까?’하고. 책과 한 모든 순간은 언제나 환하고 완벽했다. 책을 놓을 수 없는 이유면서 책과의 관계가 단단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책은 나의 과거였고 현재이고, 미래일 것이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에게 넓은 품을 아무 조건 없이 내어준 책에게 고맙다.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2. 곱씹을수록 너무 좋다. 누군가의 삶에 관심 가지는 것이 오지랖이거나, 그럴 여유가 없기에 오는 외로움을 모두 갖고 있다. 막상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나 기분, 감정은 순간 머물다 지나가는 바람과 같고, ‘남들도 다 똑같은데.’라며 속에 쌓아둔다. 쌓일 공간이 없으면, 그때는 아무 일도 없어도 눈물이 난다. 내 몸에 있는 물이 전부 빠지는 것처럼 끝도 없이 나온다. 내 몸에 물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만큼. 사람도 하지 못하는 일-근데 는 인간의 펜 끝에서 탄생하는데?-가 해낸다. 103개의 축복을 아무 조건 없이 받았고, 나보고 살라고 하니 열심히 살아봐야겠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밥 먹듯이 생각하는데, 실은 나는 누구보다 더 살고 싶었는지 모른다. 죽을 용기는 무슨. 죽을 생각조차 없었으면서 생각만 죽고 싶다는 구간에 정체되어 있을 뿐이다. 코끝이 찡-, 한 울림을 선물한 103편의 를 알려준 나태주 시인께 정말 감사드린다. 덕분에 비어 있던 <좋아하는 시인> 목록 칸이 오랜만에 북적북적, 하다. 자주 꺼내볼 , 자주 내 글씨로 따라 써볼 들을 만난 건 행운이다. 행운을 거머쥔 내 삶이 앞으로 틈틈이 를 향해 눈짓하길 바랄 뿐이다. 특별한 인연은 없다. 언제가 되었든 만날 인연이었고, 생각보다 이르게 만나면 우리는 특별하다는 반짝이는 표현을 가져다 붙이는 것이다. 그렇게 나도 와의 첫 만남을 정의했다. 틀린 말도 아니다. 혼탁한 나의 삶에, 아니 우리의 삶에 단비를 내리고 무지개를 피우는 밤하늘을 비추는 달이 외롭지 않게 뒤에서 재잘거리는 별들보다 더 반짝인다. 나의 밤에는, 를 사랑하는 모든 이의 밤에는 수많은 가 각자의 빛으로 어둠을 몰아내고, 경이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가 보여준 세계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그곳에서 나의 를 찾지 않을 이유도 없다. 시가 나에게 살라고 손짓했으니, 그 부름에 응답할 것이다. 살겠다고, 살아보겠다고. 덕분에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고.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넥서스에서 받았습니다:D

 

나태주 인님, 책 너무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신이 주신 문장이 들어있는 좋은 를 알게 되었어요. 매일 1편씩 필사하며,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시가 나에게 살라고 했어요. 정말 놀라운 일이지요. 그래서 시의 부름에 응답하려고 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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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은 없다」(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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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2 (무선)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2
나태주 엮음 / &(앤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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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간직하고 싶은 詩들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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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는 것
유모토 가즈미 지음, 사카이 고마코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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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를 살고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아야 하는 이유.

유모토 가즈미 글 사카이 고마코 그림 김숙 옮김, 살아있다는 것(북뱅크)

 


생각이 많아지는 그림책이면서 동시에 있는지도 몰랐던 저 마음 깊——숙한 곳에서 기지개를 켜고 위로, 위로 올라와 내 목구멍을 턱-, 하고 막는 울컥함을 느꼈다. 내 마음이 얕은 줄 알았는데, 이렇게 깊을 줄은 몰랐다. 그 깊은 곳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야 하나하나 알아가는 중이다. 그 시작에 살아있다는 것이 함께여서 위로가 된다. 이 책을 만난 건 2025년 시작을 외롭지 않게, 2025년에 나만의 호수를 발견하고 내 세계에 나 자신이 일부라는 사실을 깨달으라는 무언가의 바람이 내게 닿은 건지도 모르겠다. 이 그림책과의 만남, ‘소년과 눈꽃 무늬 스웨터 아저씨와의 만남을 오랫동안 마음에 간직할 것이다. 소년이 그랬듯이 아저씨와의 짧은 만남과 다리에 섰던 날들을 잊고 하루하루 살아가겠지만,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과 기분과 들었던 생각을 들여보지 않은 날이 많아서 먼지가 쌓이겠지만 나는 알고 있다. 언젠가 이 그림책을, 소년과 아저씨와의 만남에 쌓인 먼지를 탈탈-, 털어 내고 그 시간으로 향할 것이라는 사실을.


살아있다는 것이 무엇일까? 요즘 자주 드는 생각이다.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게 아니라 버티고 있는 나로서는 살아있다는 것이 새삼 어렵고,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일 같이 느껴진다. 숨이 붙어 있고 하늘을 환히 밝히는 해를 만나고, 주어진 시간을 내 선택과 계획으로 보내는 게 살아가는 걸까? 근데 왜 자꾸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 소년이 다리 위에 서서 강을 바라보는 것처럼 나도 학창 시절에-어른이 된 지금도 그렇다-여러 번 하늘을 멍하니 바라본 적이 많았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것조차 사치스럽고, 버겁게 느껴져서 애먼 신발코를 땅에 치며, 땅과 신발코의 경계만 매섭게 노려보다가 이내 눈을 감는다. 눈을 감으면 꼭 강물에 뛰어든 것처럼-뛰어들어본 적 없지만 그럴 것 같다-순식간에 내 주변이 어두워지고, 아찔함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무언가가 나의 목을 순식간에 조를 것 같은 공포감을 느낀다. 그것도 품이라면 품일까? 나를 안아줄 품을 바랐지만, 어둡고 차가운 품은 바란 적 없는데 말이다. 그런 시기를 여러 번, 최근에도 겪었기에 다리 위에 서서 강을 바라보는 소년의 마음이 어떨지 (감히) 어느 정도 알 것도 같다.


소년과 눈꽃 무늬 스웨터 아저씨의 만남은 필연이다. 아저씨가 모든 걸 알고 소년을 찾아온 아저씨의 모습을 한 신이 아닐까?’ 생각했다. 소년은 생각지 못한 아저씨와의 만남으로 호수 이야기를 듣게 되고, 강에 몸을 던지는 대신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엄마가 있는 집으로. 생각지 못한 짧은 만남이었지만, 아저씨와의 만남은 두고두고 소년의 마음에 소년의 호수에 잔잔하게 일렁였을 것이며, 소년이 어른이 되고 나서도 종종 생각나고 힘이 되었을 것이다. 전혀 생각지 못한 짧은 만남으로 누군가의 삶을 완전히 바뀐다는 사실이 참 거짓말 같으면서도 그 만남으로 내 힘으로는 절대 안 되는 삶의 변화를 이루고 싶던 때가 있었고, 실제로 그런 삶을 몇 번 보았다. 소년에게 아저씨가 찾아온 것처럼 내게도 누군가 찾아와줬으면 좋겠다. 그 바람은 죽기 직전까지 간절히 유효하다. 아저씨와 같은 존재를 수도 없이 만났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느끼지 못하지만, 전과 달라진 지금의 나인지도 모른다. 그러면 나는 하루하루를 버틴다고 생각한 것이 착각이고, 살고 있는 걸까? 버티는 것보다 살고 싶다. 온 힘을 끌어모아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 나는 살았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살기까지 수많은 이의 도움을 받았다. 혼자가 좋고 편했고 혼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했지만, 혼자가 아닌 함께 보낸 시간이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혼자였지만 혼자가 아니었다.(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외로움은 지긋지긋하니까.) 소년은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그 사실을 깨닫고, 강을 선택하는 대신 집으로 향했다. 낯선 아저씨와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었지만, 소년의 마음에는-소년의 호수-에는 눈꽃 무늬 스웨터 아저씨가 살고, 수많은 사람(얼굴)들이 살고 있다. 그들을 보며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 살아있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편으로 당연하지 않은 일이다. 살아있다고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소년은 어린 나이에 겪기에 무겁고 아픈 시간을 지나 자유로워진 걸까?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삶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소년의 마음을 짓누르던 돌덩이가 가벼워졌길 바란다. 소년을 보니 꼭 나를 보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리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는 늘 몇몇 얼굴이 머릿속에 하나 둘, 선명하게 생각난다. 지우려고 애쓰면 선명해지는 얼굴이 있고, 선명하게 떠올리려고 애쓰면 흐릿해지는 얼굴이 있다. 그 모든 얼굴들이 나의 오늘을 만들고, 나의 삶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여전히 깨닫지 못했다. 언젠가 이 사실을,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나의 호수를 발견하는 날이 올 거라고 희망을 품는다. 호수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호수를 발견하는 일은 드물다. 소년은 짧지만 강렬했던 만남으로 호수를 찾았고, 호수에 비친 자신과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수많은 얼굴을 보았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호수를 들여다보지 못하는 걸까? 우리 몸의 길을 따라 흐르는 건 붉은 피가 아니라, 마음의 깊은 호수에서 나오는 투명한 물이 아닐까? 색이 있는 것도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인간의 어리석음까지 내다보고 창조주가 물줄기에 붉은색을 입힌 건지도 모른다. 하루도 쉰 적 없이 호수의 물이 내 몸을 순환하고 있다. 나의 호수에는 물의 갈래가 얼마나 있을까? 하나는 아닐 것이다. 여러 개의 갈래 중, 하나는 꼭 발견하고 싶다. 그렇게 내가 살아가는 이유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고, 살아있다는 것을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에게 알려주고 싶다.


소년과 아저씨는 한동안 안개가 짙게 깔린 나의 호수에 유일하게 빛을 내는 달빛을 받아 선명하게 비출 것이다. 틈틈이 두 사람을 떠올리며, 오늘도 어디선가 강을 바라보고 있을 누군가와 매일 강과 같은 무언가를 들여다보는 누군가에게 눈꽃 무늬 스웨터 아저씨와 같은 존재가 늦지 않게 도착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북뱅크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아티스트의 말이 떠올랐다. 신은 모든 걸 다 알고 있으면서 왜 지켜만 보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처음 그 말을 듣고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멍했다. 신을 찾거나 원망한 적은 있어도 질문할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의 질문이 신선하면서도 잔잔했던 마음이 일렁일 수밖에 없었다. 신이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기에는 고통스럽고 잔인한 일들이 너무 많으니 말이다. 신도 고통과 분노를 느낄까? 고통스러운 상황들을 지켜보면서 고개를 돌리거나 주먹을 꽉, 쥐거나 만물을 만든 자신의 선택을 어리석다고 생각하며 후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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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하나뿐인 인생그림책 40
나현정 지음 / 길벗어린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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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고 싶은 내 사랑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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