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그럴 거야 - 제1회 길벗어린이 민들레그림책상 대상 인생그림책 48
나현정 지음 / 길벗어린이 / 202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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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그럴 거야, 충분히
: 나현정 그림책, 『내일도 그럴 거야』 🦆 🦫 🐌 (길벗어린이)
: 제1회 길벗어린이 민들레그림책상 대상

반가웠다. 이런 그림책은 오랜만이라서. 오리와 두더지, 달팽이가 함께 하루를 보내면서 나누는 대화인데 다정하고 따뜻했다. 평소에 이런 말들을 나누고 듣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참 예뻤다.
자기만의 감자가 있다는 것은 참 특별한 일 같다. 당연히 사람은 각자 다르니 자기만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겠지만, 그걸 알고 누군가 알아주고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건 행복하고 특별하고 감사한 일이다. 이 일이 오리와 두더지, 달팽이에게는 일어난 것이다. 서로가 있기에 셋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셋을 보면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어색해하거나 피하지 않는다. 낯간지러운 말이기도 하는 말들을 낯간지럽지 않게 서로 주고받는 모습이 내내 인상적이었다. 어딜 가나 휴대폰에 고개를 박고만 있는 사람들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세상이 살기 편해졌지만, 편해진 만큼 잊히고 잃는 것들이 너무 많다. 잊히고 잃은 것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마저 알지 못하는 우리가 안타깝다고 생각했다. 오리와 두더지, 달팽이는 차를 끓여 마시고 자신감 없어 하는 친구에게 위로의 말과 힘이 되는 말을 건네고, 일이 있어 집에 바쁘게 가는 친구를 따라 같이 달려주고 본인 속도 때문에 산책을 같이 갈지 말지 고민하는 친구를 기다려주고, 산책을 함께 하고 산책을 하다 만난 뱀과 인사를 나눌 수 있게 해주는 등 살기 편한 세상에 비해 잃고 있는 따뜻함들을 온전히 누리고 있다. 따뜻함과 다정함이 세상을 밝히고 살린다고 늘 생각하고 있는 나조차도 잊고 있던 것들을 오리와 두더지, 달팽이의 하루를 통해 깨달았다. 어쩐지 삶이 탁하고 재미없다고 느껴졌다. 다 이유가 있었구나 싶다. 오리와 두더지, 달팽이 같은 친구들이 없기에,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위해 나눌 마음이 없어서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사는 게 아니라 억지로 버티듯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셋의 하루와 비교하는 것조차 어울리지 않을 만큼 나의 하루는 색이 무채색이다. 셋의 하루는 색이 알록달록하다. 그들의 마음처럼.
늘 같은 나라고 생각했지만 단 한 번도 같은 나는 없었다는 것을 오리가 알려줬다. 나는 나일 뿐이지만, 매일 같은 나는 아니었다. 매일 똑같은 하루를 살고, 똑같은 고민을 한다고 똑같은 나는 아니다. 똑같게 느껴질 뿐 같은 날, 같은 고민, 같은 내가 아니다. 단 한 번도 같은 나인 적 없었기 때문에 내가 보낸 날들이 눈부시게 알록달록했던 것이다. 남들 눈에 보이는 것이 내 눈에 보이지 않을 때를 처음으로 생각했다. 남들이 아는 나를 내가 모른다는 것이 이상하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나를 미워하니까, 내가 나를 미워하는 게 익숙하니까. 내가 나를 미워하는 것만큼 아프고 잔인한 일도 없다. 어째서 나는 매일 아프고 잔인한 일을 내게 저지른 것일까? 나를 미워하고 탓하는 것이 가장 쉬웠고, 효과가 빨랐다. 혼자 상처주고 상처받고 나면 받아들이는 게 쉬워졌고,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내 편이 되어줘야 할 내가 세상에서 가장 못난 사람이 내게 된다. 그동안 내가 아팠던 건, 지금도 여전히 아픈 건 내가 내 편이 되어주지 못 한 탓이다. 지금까지 아니라고 해도 남탓을 했던 것이다. 남들이 나를 미워한다고. 그런데 남들이 나를 미워하는 것보다 내가 나를 더 미워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동안 못 본 척, 못 들은 척 했는데 오리와 두더지, 달팽이의 이야기에 더 이상 못 본 척도 못 들은 척도 할 수 없다. 이제야 인정해버린 마음은 너덜너덜해진 상태다. 인정하고 나니 너덜너덜거려 약한 바람에도 흔들리던 마음이 덜 흔들리는 것 같다. 착각이겠지만, 마음은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의 인정이 필요했던 것 같다. 너덜너덜해진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버텨낸 내게 고맙다고, 이제야 인정해서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은 오늘이다. 이 고마움과 미안함이 언제까지 갈지 알 수 없고, 몇 시간 후에 또 나를 미워하게 될 수도 있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한다.
이 그림책의 그림과 모든 문장이 내게 위로였다. 듣고 싶은 말이었다. 남에게는 망설임 없이 해주던 다정한 말들이 내게는 가장 어렵고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나를 미워하는 날들이 늘어날수록 이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존재이니 사라져도 좋겠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마음이 쉽게 흔들리고 부서지는데, 더 흔들리고 부서질 마음이 있는지 마음은 매일 흔들리고 부서졌다. 이런 마음으로 사는 게 아깝기도 하고, 내가 아닌 것들에게 미안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 삶을 이렇게밖에 살지 못 하는 내가 한심할수록 마음에는 순식간에 물이 차오르거나 순식간에 메말라버렸다. 물과 가뭄이 반복될수록 내 마음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차라리 로봇이라면 삶이 조금은 덜 버거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로봇으로 살면 미안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니 죄책감마저 덜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요즘 살고 있던 중 만난 이 그림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나고 있는 시간이 아름답다고, 눈부시다고, 어제 오늘처럼 내일도 눈부시게 빛나는 거라고 말해준다.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나라고 생각했지만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다. 외로움이 외로움인지 모를 뿐이지. 이 그림책에서 오리와 두더지, 달팽이를 만나 그들의 하루를 함께 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외롭지 않았다. 함께일 때 더 외롭고 힘든 내게 함께일 때 따뜻하고 다정하고, 외롭지 않다는 것을 알려줬다. 오랜만에 서로를 속이거나 눈치보지 않고 편안한 대화를 나눴다. 내 이야기를 솔직하고 덤덤하게 꺼냈던 것 같다. 때로는 울고 때로는 웃으면서 그동안 빛을 잃어 보이지 않아 찾지 못했던 내가 간절히 바랐던 대화를 나눴다. 하루가 힘들 땐 오리와 두더지, 달팽이를 찾을 것이다. 오늘처럼 그들에게 위로를 받고, 힘을 내어 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내 마음이, 내 하루가 편안해진다면 향기 좋은 차를 준비해서 그들을 찾아가 그동안 내 이야기를 들어주느라 못 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몇날 며칠 밤을 새더라도 들어줄 것이다. 그 다정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이 그림책이 나처럼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오늘도 눈부신 하루를 보내고 있을 모두에게 닿길 진심으로 바란다.

💛오랜만에 이렇게 따수운 그림책을 만나서 너무 행복했다. 있는 그대로 나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이 먼저라고, 그래야만 한다고, 그래도 될 만큼 나는 눈부신 존재라고 말해주는 그림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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