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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통증전문 삼신병원 ㅣ 푸른숲 어린이 문학 48
이재문 지음, 모루토리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25년 11월
평점 :
‘나의 청소년 시기는 어땠지?’
: 이재문, 『환상통증전문 삼산병원』(푸른숲주니어)
4명의 아이들 에피소드를 통해 청소년 시기에 겪을 수 있는 심리적 성장통과 내면의 상처를 판타지적으로 형상화한 ‘환상통증‘이라니. 네 아이의 에피소드를 읽고 공감했고, 청소년을 졸업한지 몇 년이 지났지만 위로 받았다. 굳이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잘하고 있어.‘와 같은 말을 해주지 않아도 그 시기에 겪을 수 있는 일이나 감정 등을 알아주는 것만으로 큰 위로가 된다. 말보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는 더더욱.
이재문 작가의 소설은 처음 읽어보는데 다른 독자들 리뷰를 읽어보니 이 작품 말고도 전에 작품에서부터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듯 보인다. <환상통증전문 삼산병원>만 읽고도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무엇보다 ‘내가 쓰고 싶은 청소년 소설를 만났다!‘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이재문 작가의 작품을 기다리고 찾아 읽을 것 같다. 나랑 비슷한 마음이 있는 것 같으니까. 그 비슷한 마음을 형상화할 수 있도록 찾는 건 내 몫이다, 푸른숲주니어에서 계기를 만들어줬으니까! 청소년 시기, 소설 덕분에 덜 외로웠고 자연스럽게 글을 읽고 쓰는 걸 좋아하게 됐고 청소년을 위한 소설을 쓰겠다는 꿈으로 이어졌다. 대학 졸업 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글쓰기와 멀어지고 꿈을 사치라고 여기며 흐릿해졌는데 뭔가 펜을 들고 싶다는 느낌이 아주 조금 고개를 들었다, 오랜만에.
‘나의 청소년기는 어땠지?’ 준희였고 다윤이었고 태민이었고, 유림이었다. 네 아이가 모두 있었다. 그중 두드러진 건 태민과 유림이었다. 매일 내 안에는 태민과 유림이 오고 가고, 준희와 다윤이가 종종 찾아오면서 하루라도 ‘나 자신’으로 존재했던 때가 없었다. 그래서 늘 피곤했고 불편했고, 마음에 정리가 되지 않은 감정들이나 상황들이 뒤섞여 쌓인 채 어른이 된 지금도 비우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비워야 할지 모르고, 비우고 나면 내가 아예 사라질 것 같아서 겁이 난다. 다시 채워야 하는 게 가장 두렵다, 지금 나를 채우고 있는 게 나를 힘들고 두렵게 하는 걸 알면서도 이미 내 것으로 있었던 시간이 길어졌고 굳어져서 떼어내거나 처리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학창 시절을 졸업했다고 해서 준희와 다윤이, 태민이와 유림이가 없어진 건 아니다. 여전히 내 안에 존재한다. 학창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은 어른의 삶이라는 걸 알아차릴 때마다 현타가 세게 오고,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외로움에 빠지곤 한다. 그때 ‘환상통증전문 삼신 병원‘이 있었다면, 길거리에서 간호사 백이와 만났더라면 그렇게 삼신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더라면 달라졌을까? 결국 제 의지이긴 하지만 누군가의 도움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온화하고 부드럽지만 문제를 꿰뚫어보고 마음을 알아보고, 부담스럽지 않게 해결 방법의 힌트를 주며 응원해주는 삼신 선생님의 존재는 더더욱. 학창시절 때 삼신 선생님과 같은 어른을 난나지 못해 상처를 받았고, 그 상처는 가끔 고개를 들어 어른이 된 나를 보고 비릿한 웃음을 짓는다. 자신을 벗어나기에는 내가 불안정하고 약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듯이. 뒤늦게야 네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삼신 선생님이 그때의 나에게 사과를 하고 도움을 주는 느낌이라서 읽는 내내 마음이 몽글몽글했다.
준희는 싫은 소리를 못하고 늘 엄마가 계획대로 움직이기 위해 애쓰며 뭐든지 완벽하려고 한다. 다윤이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인정하는 것이 서툴다. 태민이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자신을 답답해 하며 다른 이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친구들을 부러워한다. 유림이는 뭐든 완벽해야 하며, 타인에게도 그 완벽함을 강요하고 예민해서 뭐든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네 아이의 특징을 보면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그냥 그 시기에 겪을 수 있는 것들이다.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앞으로 네 아이의 일상, 더 넓게는 삶은 큰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다행히 네 아이는 본인이 가장 혼란스러울 때 삼신 선생님을 만났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었을 네 아이와 삼신 병원의 만남은 현실에도 이루어져야 할 만남이라고 계속 생각한다. 삼신 선생님의 부드럽지만 정확한 진료와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세상 곳곳에 아주 많으니까.
준희와 다윤이, 태민이와 유림이의 문제는 ‘성장과 경험’의 핵심적인 역할이다. 문제는 긍정이다. 문제가 계속 문제로만 남는다면 그건 긍정이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네 아이 모두 경험하면서-준희는 개구리 인간이 되고 다윤이는 날카로운 덧니로 고통을 경험하고, 태민이는 자신이 사라지는 순간을 경험하고 유림이는 친구와 다툼 중에 생긴 본인 눈에만 보이는 친구 상처에 걱정하면서- ‘변화‘를 경험하고 성장했다. 아이들이 경험 안에서 겪어야 할 불안이나 다툼, 복합적인 감정들은 훗날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어서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어린 시절이 어른의 모습을 결정한다는 말이 절대 과장된 것이 아니다. 네 아이들이 생각지 못한 경험을 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것들을 마주하면서 본인들 스스로 느낄 것이다. 전과 달라진 자신을, 마음이 단단해진 자신을, 비로소 가벼워진 자신을. 가벼워지기 위해서는 뱉어야 하고 인정해야 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근데 쉽지 않다. 뱉은 말은 누군가에게 날카로운 칼이 되어 상처를 남기기도 하고 그렇다고 쌓기만 하면 마음이 건조해져 피부가 가려워지고 개구리가 될지도 모른다. 인정하면 자신의 잘못이라는 걸 타인에게 인정하는 것인데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건 타인을 배려하는 거라서 힘든 일이다. 수학의 정석을 담은 바이블처럼 교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인간관계 등을 주제로 하여 낸 책이 많아도 그것을 따라 하는 건 어리석은 일을 하는 것처럼 시간 낭비인 경우가 많다. 그저 직접 경험하고, 배우고 깨닫는 수밖에.
<환상통증전문 삼신 병원>을 방문한 아이들이라면 건강하게 앓고 있는 병을 치료할 수 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키워진 병, 몸집을 부푼 병을 건강하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치료할 수 있다. 치료하는 건 선생님의 개입은 2%이고, 환자 본인의 개입이 98%이다. 아이들 모두 삼신 선생님과 백이 간호사님 덕분에 건강하고 한결 가벼운 일상을 전과 다른 마음으로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믿고 가보는 것이다, 의심하면서도 가보는 것이다!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을 제대로 마주하고 가벼워지고 싶다는 마음과 의지가 있다면 <환상통증전문 삼신병원>로 망설임 없이 오면 된다! 너무 힘들어서 병원에 갈 생각조차 못한다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사건이 생길 것이다.
문득 삼신이 내 주변에서 나를 돌보고 있어서 내가 지금까지 크게 다치거나 힘들지 않고, 잘 살아오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하늘에 그냥 뚝- 떨어진 건 아니니 말이다. 삼신이 고심 끝에 지금의 부모 첫 딸로 점지했고, 내가 잘 크고 있는지 성장하는 내내 지켜봤고, 어른이 된 지금도 내 주변에서 나를 지켜보며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같다. 변신의 귀재 백이처럼 사물이든 사람이든 바람에 힘없이 나부끼는 가을 낙엽 등으로 변해서 말이다. 지금도 내 주변에 있을 삼신에게 고맙다.
<작가의 말>을 읽고 나니 ‘작품을 잘 쓰는 작가님은 작가의 말마저 명쾌하게 잘 쓰는구나.’ 생각했다. 이 작품에 대한 애정, 아이들에 대한 작가님의 애정이 느껴져서 좋았다. 앞으로도 작가님이 백이처럼 다양한 목소리로 독자들을 자주 찾아왔으면 좋겠다. 이번 만남으로 작가님의 작품 소식을 기다리는 독자가 한 명 더 늘었다는 걸 작가님한테 전해졌으면 좋겠다. 외국 신화만큼 우리나라 신화도 재밌을 것 같다고 처음 생각했다. 우리나라 신화를 찾아 읽어봐야겠다. 삼신에 대해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달까? 작가님이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를 정말 애정한다고 했는데, 나도 그렇다. 루이스 작가님의 그 시리즈를 어릴 때부터 돌려서 보고, 어른이 된 지금도 방금 본 것처럼 내용이 술술~ 머릿속에 재생된다. 어릴 때 본 작품이 어른이 된 지금도 생각나는 건 그 작품이 정말 좋거나 오랜 시간이 기억될 만큼 특별했다는 거다. 그런 작품이 내게도 있다는 게 신기하다. 이재문 작가님 작품 또한 나를 포함하여 많은 독자에게 그러길 바란다.
환상통증은 작가님이 만든 설정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환상통과 다르지만, 그 고통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마음 편하지 않는 하루를 보낸 아이들, 환상통증이 심해진 아이들에게 이 책이 어떻게든 닿길 바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신이 보내고 있는 시간이 자연스러움을 알고, 점점 나아질지도 모르니까.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환상통증을 앓지 않는 건 아니다. 어릴 땐 어른아이로, 어른이 되었을 땐 아이어른으로 지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환상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각자 자신에게 맞는 ‘삼신 병원‘을 가까이 두어야 한다(나의 삼신 병원은 ’혼자 책 읽는 시간‘이다). 각자만의 삼신 병원에서 환상통증의 원인과 증상을 제대로 자세히 알고, 제때 치료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환상통증은 누구나 앓을 수 있고, 치료를 받는다고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며 언제든 다시 치료가 필요할 수 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부터 치료의 시작일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증상을 정확히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삼신과 두루미 백이의 캐릭터를 떠올리니 마음이 편안하다. 평범한 인물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특별한 존재였다. 우리는 각자 나름대로 특별하고, 세상에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삼신이 점지한 우리는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고,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아야 한다, 삼신이 우리를 위해 쏟은 사랑을 위해서라도.
★ 이재문 작가님을 알게 되어 반갑고, 오랜만에 재밌게 읽은 청소년 소설이라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푸른숲주니어’에서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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