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포 투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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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에 마주앉아 현실을 직면하는 순간, 삶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 에이모 토울스, 테이블 포 투(현대문학)(*프리뷰북 서평단 선정)

 


짧은 소설이지만 뭔가 장편소설을 읽은 느낌이었다. 스토리가 특별하거나 몰입력을 올리는 건 아니었지만 어느새 이 책에 빠져 있다. 시작은 따분하게 느껴졌지만, 뒤로 갈수록 나도 모르게 몰입하여 빠르게 읽었다.


카네기홀에서 불법으로 녹음기를 틀어 콘서트 연주를 한 노인과의 실랑이를 다룬 이야기라고 한 문장으로 이 소설을 소개할 수 있다. 간단한 소개지만, 곱씹을수록 느껴지는 아쉬움과 찝찝함은 무엇일까?


토미(토머스 하크니스)라는 캐릭터 때문에 읽는 동안 마음이 불편했다. 왜 그렇게까지 집요하게 구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콘서트 연주를 몰래 녹음한 것이 잘한 일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일단 앞뒤 상황 재지 않고 저지르고 보는 토미의 행동에 눈살이 자연스럽게 찌푸려졌다. 토미는 자신의 생활, 자신이 누리고 있는 생활에 대한 예를 들면 하루를 정해 카네기홀에서 연주를 듣는 것과 같은 행위에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투자 은행가라는 직업을 가진 그와 잘 어울리는 모습 같다. 토미의 행동으로 불편함을 느낀 건 나뿐만 아니다. 카네기홀이라는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그에 따른 예의 등이 있겠지만, 그 공간에 대한 분위기와 예의와 전혀 맞지 않는 행동을 한 건 토미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몰래 녹음하고 있는 노인이 안쓰러울 정도로 그의 태도는 흔히 말하는 우아함과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았다. 어설프게 흉내내며 자신의 서툰 모습은 아예 보지도 못하는 안쓰러운 인물이랄까. 장소나 위치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예외인 경우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서 파인 씨는 토미와의 소란을 겪고, 코넬의 말대로 카네기홀에 나오지 않는다. 그런 그를 찾는 토미의 모습은 정말 숨이 막혔다. 찾는 이유가 사과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말이다. 파인 씨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집요하게 구상하고 지도까지 만들어 제 발로 많은 도어맨을 만나 결국 파인 씨를 찾아냈다. 앞뒤 재지 않고 들이받는 것이 익숙한 것처럼 보이는 토미는 파인 씨가 혼자 산다는 도어맨의 말을 듣고, 약국을 다녀오는 파인 씨를 몰아세운다. 파인 씨를 당황스러울 법도 한데, 그런 토미를 침착하게 대한다. 파인 씨는 토미 때문에 당황스러운 일을 겪으면서도 한 번도 감정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토미는 파인 씨로부터 아내가 죽은 후로부터 혼자 산다는 답을 듣고, 그의 집으로 들어가 그의 삶을 마주한다, 아주 얕고 일부인 그의 삶을. 그의 삶을 통해 토미가 깨달은 것이 있다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다면 토미는 아무래도 움직이는 제 삶을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토미는 파인 씨에게 사과를 여러 번 하고, 파인 씨는 토미의 사과를 받지 않는다. 사과하지 말라고 한다. 파인 씨는 오히려 토미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아내가 병을 앓고 나서 카네기홀에 두 번 다시 갈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 파인 씨에게 그의 아내 바바라는 간호사처럼 있지 말고 연주회에 가길 원했다. 그래서 그는 아내의 말을 따라 연주회를 갔고, 연주를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면 그녀는 그에게 연주가 어땠는지 물었지만, 그는 연주에 대해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녹음해서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함께 듣기 시작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녹음을 그만했어야 했는데, 그는 멈추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소란이 있었던 날, 녹음해서 정성들여 라벨을 붙이고 알파벳 순서대로 정리한 테이프도 모두 내다 버렸다고 했다. 연주 녹음은 그에게 아마 아내를 위한 일로 시작한 것이지만 어쩌다 삶 이상이 되었다. 음악을 전혀 알지 못했던 그에게 음악이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진정으로 음악을 사랑한 그의 아내 바바라는 삶을 사랑했고, 파인 씨는 뒤늦게 음악이 들리기 시작하고 이제 삶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자신으로부터 사랑하는 아내를 빼앗은 신을 용서하고,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오래 살고 있는 자신을 용서하게 된 것이다. 어느 새 음악은 그의 삶이 된 것이다. 그에게 음악이 들릴 때, 그가 느낀 벅참은 얼마나 저릿하고 찌릿했을까.


토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파인 씨, 파인 씨의 딸이 토미에게 했던 말, 파인 씨의 딸 바람대로 토미가 마음이 불편했던 장면 모두 을 꾸밈없이 드러내는 부분이라서 머릿속에 반복재생된다. 파인 씨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처음부터 완벽한 것이 아니라서, 부딪치고 깎이고 닳아진 거라서 더 와닿았다. 그가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되기까지 보냈어야 할 시간들을 그에 대해 정보로만 아는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듣는 것뿐. 누군가의 삶에 대해 알게 되는 일은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를 경험한 것과 비슷한 것 같다. 교통사고와 같은 충격이다. 파인 씨의 이야기를 듣고 토미는 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특별한 무언가를 깨달은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 토미가 살면서 두고두고 녹음기와 파인 씨, 파인 씨의 딸이 했던 말이 생각날 것이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고 누군가를 들이받고 그로 인해 누군가의 삶에 발을 들이게 되면서 자신의 삶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짐작도 못하고 그대로 몰려오는 파도를 맞아야 하는 일은 아프고, 외로운 일이다. 카네기홀에서 시작된 작은 소란이 거대한 폭풍을 가져오다니, 어쩌다 마주앉은 테이블에서 직면한 현실. 그리고 시작된 삶. 토미의 삶은 이제 시작되었다. 그럴싸하게 포장되어 있던 삶이 제대로 굴러가기 시작한 것이다. 진짜 삶을 만나는 날, 파인 씨의 녹음 행위에 대한 강한 수치심이 아닌 그 너머의 무언가를 느끼게 될 것이다.

 

모스크바의 신사라고 불리는 작가라는데, 단편소설 밀조업자(테이블 포 투) 읽으니까 알 것도 같다. 에이모 토울스 작가님 작품을 처음 읽는데, ‘파인 씨가 꼭 작가님 같다고 생각했다.

 

이 프리뷰북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현대문학에서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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