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미셸 플레식스 지음, 이세진 옮김, 케네스 그레이엄 원작 / 길벗어린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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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로 읽고 또 읽는 아동문학의 고전인 이유를 알겠다!

미셸 플레식스 각색, 그림,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길벗어린이)(그래픽 노블)

 


평화롭고 아름다운 야생의 숲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에 마음을 달랠 생각이었는데, 그건 나만의 생각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평화롭고 아름다운 야생의 숲은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다. 바로 허세 가득, 사고뭉치 두꺼비 때문이다!


어느 봄날 두더지와 물쥐는 배를 타고 소풍을 나간다. 둘의 평화로운 시간을 얼마 가지 못한다. 돈 많고 허세 많은 두꺼비 때문이다. 두꺼비 때문에 동물 친구들은 악몽 같은 대소동을 겪게 된다. 두더지와 물쥐가 나오는 장면은 일상의 잔잔함,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 보는 내내 배에 편안히 몸을 맡기고 잔잔한 호수 위에서 사방을 둘러싼 자연을 마음껏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두꺼비가 등장하고 나서는 정신이 없었다. 두꺼비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은 두꺼비가 진짜 종이를 뚫고 나와 내 앞을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두꺼비의 정신 사나움과 허세에 이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많이 지친 느낌을 받았다. 그래픽 노블의 특징을 어느 정도 알 것 같은 부분이기도 했다.


야생의 숲에 사는 친구들은 하나같이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했다. 두더지를 닮은 친구가 있는가 하면, 두꺼비를 닮은 사람도 있었다. 야생이라는 나와 거리가 있는 거대한 또 다른 세상이 내가 발을 딛고 사는 인간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친구를 사귀고, 안부를 묻고 걱정하고 때로는 친구가 나쁜 길로 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서 냉정하게 대하는 등 인간 세상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 두더지와 물쥐를 비롯하여 동물 친구들은 두꺼비 때문에 매일 시끄럽게 보낸다. 하루라도 사고를 치지 않으면 몸에 가시가 돋는지 두꺼비는 제멋대로 군다. 두꺼비 캐릭터를 보면서 어른인데도 여전히 나잇값을 하지 못하고, 아이처럼, 아니 아이보다 더 아이처럼 구는 몇몇 얼굴을 떠올렸다. 그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두꺼비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도 않고 달라진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이들도 내가 권한 이유를 알지 못할 것이며, 읽지도 않을 것이다. 읽더라도 두꺼비가 자기와 똑같은지도 모르고, 두꺼비를 보고 웃으며 욕할지도 모른다. 두꺼비가 무전취식을 하고 다른 이의 차를 훔쳐 모는 등 범죄를 저지르고 난 후, 재판을 받고 형량을 받는다. 두꺼비는 자신의 형량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의 잘못을 모르니까. 감옥에서도 허세는 멈추지 않고, 결국 탈옥까지 한다. 두꺼비가 저지르는 만행은 용서받기 어렵다. 용서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본인이 다 차버렸으니까. 두꺼비가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잘못을 정말 모르는 것인지 궁금했다. 자신 때문에 친구들이 피해를 보고, 자신을 위해 친구들이 걱정하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지도. 무엇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귀한 시간을 언제까지 낭비하면서 살 건지 묻고 싶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제멋대로 구는 두꺼비를 친구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와주는 친구들을 보자니 우정을 넘어 두꺼비를 향한 연민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연민이 없다면 두꺼비는 오래전에 혼자 남겨졌을지도 모른다. 두꺼비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대가를 여전히 치르지 않았다. 그러니 잘못을 하루라도 빨리 알고-지금 알아도 너무 늦었지만- 그에 맞는 벌을 받아야 한다. 두꺼비는 많은 돈과 허세 대신 냉정하고 올바른 길을 알려준 존재가 필요하다. 어마어마한 인내심까지 겸비한 그런. 두더지와 물쥐, 그 외 친구들이 자신의 곁에 있어 주는 걸 감사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것마저 당연하게 여기진 않을까 걱정이다. 두꺼비가 진짜 삶을 삶답게 사는 그날은 야생의 숲이 평안에 이르게 될 것이다. 기약할 수 없는 날이기도 하고.


그래픽 노블이 글씨로만 채워진 소설보다 읽기 힘들 줄 몰랐다. 그림이 스토리를 이해하고 기억에 남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읽는데, 개인적으로 힘들었다. 평소 그림이 아닌 글로만 된 책이 많이 봐서 그런 것 같다. 이번 기회를 통해 그래픽 노블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배웠다. 아동문학의 고전이나 다른 장르가 가능하다면 그래픽 노블로 출간되어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전해졌으면 좋겠다. 그래픽 노블만이 갖고 있는 매력을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동문학의 고전답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물쥐나 두더지, 오소리 등이 하는 대사가 내 마음에 꽂히기도 했지만, 두꺼비의 모습만으로 자연스럽게 깨달음의 과정이 일어난다. 직접적으로 말하는 대사만큼 상황이나 분위기, 극의 흐름을 통해 읽는 독자가 뭔가를 느끼고 깨닫게 하는 건 작가가 부릴 수 있는 마법이며, 동시에 작가의 뛰어난 역량이다. 이 책을 통해 직접적이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이 힘든 내가 은연중에 뭔가를 꼬집거나 상대에게 뼈 있는 무언가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전체적으로 야생의 숲의 하루하루, 계절의 흐름에 따른 일상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풍자의 성격이 강한 것 같다. 강한 풍자의 성격이 그림과 에피소드와 잘 버무려져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로 새 옷을 잘 입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길벗어린이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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