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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지옥일 때 부처가 말했다 - 분노의 늪에서 나를 건지는 법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박수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9월
평점 :
“내 마음을 지옥으로 만든 건 나였다.”
: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내 마음이 지옥일 때 부처가 말했다』(분노의 늪에서 나를 건지는 법)(웅진지식하우스)
400쪽이 넘는 심리 관련 책을 읽고도 내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어서 자발적으로 구매해서 읽은 책이 <내 마음이 지옥일 때 부처가 말했다>였다. 심리 관련 책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내용이지만, 마음을 답답하게 막고 있던 거대한 바위에 균열이 생긴 것 같긴 하다. 이 책을 통해 답을 찾고 싶었다. 세상에는 완벽한 질문도 완벽한 답도 없는데, 그중 가장 답하기 어려운 ‘마음’이라는 질문에 답을 찾으려고 했다. 어리석지만 용기 있고, 어리석기 때문에 가능했던 ‘정면 부딪치기‘라고 생각한다. 답은 찾지 못했다. 애초에 답은 없었거나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알고 있는데도 모른다는 모순적인 상황을 나도 이해할 수 없다. 확실한 건 ’내 마음을 지옥으로 만든 건 나였다.‘
욕망과 분노, 미혹이 인간의 대표적인 번뇌 세 가지라고 했다. 번뇌가 끊이지 않는 삶을 살고 있으니 당연히 마음이 지옥일 수밖에 없었다. 마음은 ’대상에 대한 마음‘이라고 했다(불도). 계속 곱씹게 되는 불도의 마음 정의였다. 대상에 대한 반응을 끊임없이 하는 마음이라서 하루라도 편한 적 없고, 피로하지 않은 적이 없다. 반응하지 말아야지 하는 순간부터 이미 반응하고 있는 마음을 보면 답답하고 뜨거운 불길 안에서 몸부림치는 고통을 경험한다. 이 고통에 들어간 것도, 벗어나는 것도 ‘나 자신’이다. 어쩌다 번뇌라는 굴레에 발을 들여 벗어나지도 못하고 매일 고통에서 몸부림치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벗어날 거라는 희망은 매일 갖는다. 희망이 잔인한 이유는 ‘그럼에도’라며 계속 꿈꾸기 때문이다. 솔직히 오늘이 이런데 내일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이 어제보다 나은 하루였다면, 그걸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내일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다.
번뇌가 끊이지 않는 삶을 사는 일은 피곤하고, 불쾌하다. 이 책을 만나기 전에도 ‘머릿속에 갇힌 마음‘을 달래고 거칠게 몰아세우는 등 내 방식대로 제멋대로 구는 마음을 지금까지 끌고 왔다. 마음이 머릿속에 갇힌 이상, 내 마음인데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한정적이었다. 내 마음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되지 않았다. 물론 지금이라고 다를 건 없다. 이 책을 통해 제대로 배운 건 내가 지금, ’머릿속에 갇힌 마음 속에서 만들어낸 상상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깨달음은 충격적이고, 나를 향한 안타까움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렇다. 솔직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내가 느끼는 게 맞다고,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하며 외면했다. 사실을 마주보고 받아들이는 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고, 그 과정에서 마음이 다치는 일이 어렵지 않게 일어나니까. 그럼에도 언젠가는 마주보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임을 아는데 계속 도망치거나 숨었다. 도망과 숨바꼭질이 가슴 떨리는 일이면서도 가장 쉬운 일이기도 하니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다. 도대체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일까. 받아들였다고 하지만 사실은 받아들인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들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겉보기에는 같은 의미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후자의 받아들임은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강요 당한 것 뿐이다.
내 마음을 지옥으로 만드는 건 아주 많지만, 대부분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다. 나는 나를 위하고 생각한 것이지만 그것들이 나를 괴롭게 만드는 거였다. 이 책에서 이해하기 쉽게 드는 예시를 보면서 속으로 많이 뜨끔했다. 특히, ‘마음 편집부’(제1편집부~제4편집부) 시스템에서 말이다. 마음의 편집 시스템은 일하는 속도가 매우 빨랐다. 순식간에 일어나는 마음 편집 과정에서 빨리 알아차리고 멈추는 것이 방법이라고 하는데 나는 여전히 모르겠다. 이미 작업이 들어간 상태에서 멈추는 것이 맞는지도. 어쨌든 잘못된 것이라면 멈추고 바로 잡는 게 맞지만 변덕이는 마음 편집 시스템은 오랫동안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저 수학 공식처럼 외우며 문제에 공식을 적용하여 풀듯 시스템 체계를 달달 외우고, 서툴게 작업 중지를 외칠 것이다.
이 책에서 강조한 것은 ’자각’과 ’사실 감각’이다. 우리는 감정 앞에서 이성을 쉽게 놓는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가 본인이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내가 동료의 일까지 하게 되었다고 했을 때 분노를 느낀다. 그 분노는 번뇌다. 분노 에너지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속으로 동료를 욕하거나 다른 동료와 험담을 나누게 되는 등 분노 에너지가 계속 부풀어 오르는 경험을 어렵지 않게 해본 적 있을 것이다. 마음 편집 시스템은 빠르게 일을 시작하고, 마음은 머릿속에 갇히면서 부정적 에너지로 상상 이야기를 빠르게 써내려간다. 우리는 이미 분노를 느낀 순간부터 많은 것을 잃고, 분노가 자신에게 독이 될 거라는 걸 자각하지 못한다. 분노라는 감정에 충실하여 표현하기 바쁘다. 분노를 표출한다고 해서 분노 에너지가 줄어드는 것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더 큰 분노 에너지를 유발할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때 분노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재빨리 멈춰야 한다. 그리고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다. 노트북 위에 놓인 손가락의 감각, 책상과 닿은 팔의 감각, 바닥에 닿아 있는 발의 감각 등등. 사실 감각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분노 에너지가 줄어들 것이다. 그러면서 마음 편집부는 하던 일을 멈추고, 머릿속에 갇혀 있던 마음은 사실 감각에 집중하며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지 않게 된다. 특히, 상상 이야기를 만들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나 시간 등 여러 측면에서 봐도 자신에게 효과적이다.
며칠 전에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데 밖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마음이 소란스러웠다. 그때 ‘내가 불안하구나.‘라며 스스로 현재 나의 상태를 정확하게 받아들이고 나니 불안한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받아들이고 나서 왜 불안한지 생각하고, 불안할 이유가 없다고 내가 정리하고 나니 바깥의 풍경이 더 또렷하게 보였다. 이렇게 일상에서 갑작스럽게 들이닥치는 무수히 많은 번뇌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너무 간단해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간단해서 확실하게 도움이 되었다. 빨리 알아차리고 멈추고, 감각을 느끼는 것은 처음부터 쉽게 되지 않는다.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내 마음이 지옥일 때 부처가 말했다>는 요즘 이리저리 미친 듯이 날뛰는 내 마음을 이해하고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내 마음이 지옥인 이유는 ‘나’였다. 나 자신이라는 이유를 받아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이 책에서 얻은 것들을 일상에 녹여 보려고 노력하겠지만, 또다시 머릿속에 마음이 완전히 박혀 제멋대로 한 상상 속에서 지옥의 몸부림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그때, 부처의 말이 내 머릿속에 세게 꽂혔으면 좋겠다. 부처의 말이 나를 어리석고 불필요한 시공간에서 꺼내줄지도 모르니까. 부처의 말이, 이 책에서 얻은 깨달음이 매일 선명하게 내 마음과 머릿속에서 주석처럼 따라다녔으면 좋겠지만 흐릿해질 걸 알고 있다. 흐릿해져도 좋다, 다만 내가 지옥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고 더 깊게 들어가려고 할 때만큼은 마음 편집 시스템의 열일 속도보다 더 빠르게 나를 구해줬으면 한다.
이 책이 분노의 늪에서, 욕망의 늪에서, 미혹의 늪에서 발버둥 치고 있는 이들에게 잘 전해졌으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나를 괴롭히는 것들이 있다면 빠르게 알아차리고, 느낄 수 있는 감각을 제대로 느끼며 마음이 평안에 이르는 날이 오기까지 부지런히 ‘마음’을 돌봐야겠다. 이 돌봄을 통해 내가 단단한 사람이 되고, 마음이 건강해서 타인까지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더 바랄 게 없다. 할 일이 많으니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다. 번뇌의 늪에서 나를 꺼내는 것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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