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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킷 2 ㅣ 텍스트T 15
김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어디선가 비스킷의 존재가 느껴져.
김선미, 『비스킷 2』(위즈덤하우스)
베스트셀러에 청소년들에게 극찬을 받았다는 김선미 작가의 『비스킷』이라는 문구가 박힌 책 띠를 보고 있으니, 청소년들의 극찬과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 고민, 거듭한 수정 등 긴 과정을 거칠지 작가님의 세계를 감히 상상했다. 상상만 해도 마냥 기쁨의 두근거림이라고 할 수 없는 ‘형용할 수 없는 두근거림’이 느껴진다. 그 빛이 수많은 길 중, 어떤 길을 비출지 알 수 없지만 빛이 비치는 길 끝에는 ‘작품의 탄생’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아득한 꿈에 닿는다. 나의 간절한 바람이기도 하고. 『비스킷』과 같은 책이 세상이 많이 나와 어둠을 몰아내고 절대 꺼지지 않을 따뜻한 빛을 땅에 꼭꼭, 심어줬으면 좋겠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쓰는 작품은 ‘청소년 시기만의 특별함과 솔직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이 읽으면서 공감하고, 공감에 이어 위로받고 자신만의 무언가(해결 방법, 자신의 이해 등)를 찾거나 찾는 계기가 되어 ‘성장’이라는 수평선과 맞닿아야 청소년 작품이 빛을 낸다. 책은 쓰이기만 하면 안 된다. 읽히고, 전해지고, 기억되어야 한다. 그게 책 존재 이유이며, 책을 쓰는 사람의 책임감이며, 책을 쓴 사람에 대한 예의면서 책을 읽는 사람의 역할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박자를 모두 고루 갖춘 책을 오랜만에 만나서 뭉클하고 행복하고, 책을 찐애정하는 독자로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청소년 시기에 만나면 분명 큰 힘이 되었을, 성인이 된 이후에 만나서 계속 아쉬움이 남는, 지금이라도 만나서 감사한 『비스킷 2』를 읽는 동안 세상에는 다양한 모양과 냄새의 비스킷이 있고, 나 또한 수많은 비스킷 중 하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스킷이었고 비스킷이고, 비스킷으로 살아갈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 소설에서 바사삭-, 부스러기가 되어 떨어지는 것처럼 존재감을 서서히 잃어가더니 이내 사라지는 사람을 ‘비스킷’이라고 부른다. 비스킷을 구한 아이들은 영웅이라고 불린다. 영웅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거짓으로 꾸며냈다며 익명 뒤에 숨어 그들을 거짓말쟁이로 부르는 불특정 다수의 비난을 받는다. 비스킷을 구하는 아이들은 특정 감각을 통해 비스킷을 찾아낸다. 시각, 후각 등 감각을 이용하여 비스킷을 찾아내는 설정은 ‘비스킷’의 존재를 매력적으로 만든다. 감각을 통해 자신의 존재가 여기 있음을 알려주는, 자신을 찾아달라고 간절히 바라는 비스킷 존재의 매력은 그 이상이 된다. 비스킷을 구하는 아이들이 비스킷을 매력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했는데, 비스킷에게 빠져들수록 비스킷 존재 자체가 아프면서도 비스킷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임을 깨닫게 된다. 감각을 이용하여 존재감을 잃어가는 이들을 찾아내고, 그들을 구해낸다. 존재감을 잃는다는 건 (개인적으로) 감각을 잃는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해서 비스킷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감각을 이용하는 것'은 비스킷에게 새로운 삶의 영혼을 불어넣는 느낌을 준다. 그 일을 하는 아이들이 찬란하여 아이들의 쉽지 않은 비스킷을 구하는 대장정을 거리 둔 채 지켜보는 입장인데(솔직히 숨바꼭질의 숨는자가 되길 자저했다), 아이들에게 뿜어져 나오는 빛을 받아 내가 더 빛을 내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은 비스킷을 구하는 일에 진심이고, 적극적이다. 비스킷이었던 적이 있기에 비스킷을 구하는 일이 특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상에서 사라지길 원하는 이, 세상에서 소외당하는 이들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아이들의 마음이 비스킷을 찾아 구하는 일에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마음이 어둠이 세상을 완전히 삼켜 버리지 못하는 이유면서 세상이 살 만한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비스킷에서 벗어나기까지 어떤 시간을 거쳐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하루빨리 비스킷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아이들의 간절한 마음이 소설 곳곳에서 느껴져서 무거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기도 했다. 아이들 덕분에 느끼는 가벼움. 어른들의 보호와 도움 안에서만 자라는 존재라고 내 마음대로 틀에 가두었다. 아이들은 내가 만든 틀은 쉽게 부숴버렸고, 무너진 틀에서 비스킷 냄새가 은은하게 퍼졌다. 스스로 깨야 할 부분들을 아이들이 깰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아이들이 준 도움과 덕분에 느끼는 마음의 가벼움은 민트맛 사탕을 입안에서 굴리는 듯 상쾌하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줄 안다. 아이들에게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인정한다. 어른이 되면 어느 순간, 한눈에 담기지도 않을 정도로 수많은 길이 한눈에 보일 정도로 줄어든다. 아니 길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 있는 경우가 잦다. 꿈과 희망이 넘쳐나던 아이였을 때가 있었나 싶을 만큼 현실적으로 바뀐다. 현실은 소소한 친절이나 여유를 원하지 않는다. 말로는 서로 친절을 베풀고 배려하며, 여유를 갖자고 한다. 현실적으로 소소한 친절과 배려를 베풀고, 여유를 가지려고 하면 지독한 악의가 가만히 보고 있지 않는다. 그 지독한 악의에 맞서 기어코 승리를 거머쥔 아이들을 보며 느낀 것이 많다. 학창 시절을 회상하기도 하고, 어른이 된 지금 보내고 있는 시간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용기를 낼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제성과 덕환, 효진, 지안 등이 비스킷을 찾아 구하겠다는 진심이 선동과 같은 아이들을 구해낸 것처럼 내게도 제성과 덕환, 효진, 지안과 같은 존재들이 있었기에 사라지지 않고 지금 이렇게 『비스킷 2』을 만났다. 잃어버리고 싶어 한 나의 존재를, 잃어버릴 뻔한 나의 존재를 놓지 않고 꼭 붙잡아준 건 내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늘 고맙다. 사라지길 바랐지만, 세상에서 정말 사라지고 싶은 존재는 없으니 말이다. 나의 존재를 선명하게 비추는 건 나지만, 내 사람들 또한 내 존재를 선명하게 만드는 데 중요하다.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쉽게 한 건 아니다. 한 번 사는 세상에서 행복하게 나답게 살고 싶은데 어느 누가 사라지고 싶을까. 어떤 상황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만드는 것인데, 그 마음은 혼자 이겨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어렵고, 도움 요청을 늦지 않게 알아차리고 도와주는 것도 어렵다. 그 어려운 일을 『비스킷 2』에서는 반드시 해낸다. 혼자라면 오래 걸리거나 불가능했을 일들이 혼자가 아닌 ‘함께’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팀에 도움이 되지 않은 것 같을 때, 갑작스러운 소리에 노출되어 숨을 쉬기 힘들 때, 악의에 맞설 때 모든 순간에 함께했기 때문에 힘들지만, 이겨낼 수 있었다. 행복한 순간도 함께이기 때문에 몇 배로 더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비스킷 2』는 청소년 소설을 떠나서 어른의 관심과 보호, 도움과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아이들이 어른들의 도움과 보호 안에만 갇혀 있지 않고 적극적이고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움직여 지독한 악의를 ‘필사적인 연대’로 맞서는 이야기다. 아이들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라서 영상을 보는 느낌이었다. 머릿속에 이미지가 그려지다 못해 분명 문장을 읽고 있는데, 어느 순간에서는 책 위로 인물들이 연기를 하고 있다. 술술, 읽히면서 갑자기 순간순간 들이닥치는 감정의 파도에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책을 놓을 수 없어서 계속 읽었다. 특히, 강당에서 선동이를 찾기 위해 아이들이 같은 마음으로 선동이를 부르던 장면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쌓아온 작고 소중한 감정들이 거대한 눈덩이처럼 부풀어 올라 터져 목구멍에 울음이 걸렸다. 지독한 악의가 두렵지만 아이들의 필사적인 연대가 두려움을 누르고, 선동이를 비스킷에서 구했다. 비스킷이 되어 사라질 아이가 느낄 두려움만큼 비스킷이 되어 세상에서 사라질 아이를 느끼고 구해야 하는 과정에 있는 아이 느끼는 두려움 또한 거대하다. 어느 쪽이든 마음이 괴로울 수밖에 없다. 선동이가 비스킷이 되는 과정에서 ‘마음이 단기간에 무너질 수 있다.’라는 것을 제성이가 깨닫는 부분은 ‘마음’이라는 것이 스치기만 해도 톡-, 터져 버릴 것 같은 물방울 같다고 생각했다. 요즘 일기를 쓰면, 대부분 마음에 대한 것이다. 마음에 대해 쓰려고 하지 않아도 어느새 마음과 대화를 하고 있다. 그렇게 한바탕 쏟아내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다. 그 가벼움은 착각이다. 마음이 진짜 가벼워지기 위해서는 쌓지 말고 비워야 한다. 덕환이가 말한 것처럼 질투나 이기심 같은 것들 말이다. 마음을 '감정 덩어리(복합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단순할 수 없는 구성이다. 이쯤 되니, '비스킷의 냄새라는 건 참 복잡한 구성 요소의 집합체였다.'(214쪽)라는 문장을 계속 곱씹게 된다. 하루하루 사는 것도 복잡한데, 내 마음도 이리 복잡하다니, 사는 게 피곤할 수밖에 없다.
어느 순간, 비스킷이 마음으로 보인다. 비스킷이라고 읽고, 마음이라고 적는다. 비스킷, 즉 마음은 만만히 볼 게 아니다. 복합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각 마음에서 풍기는 냄새를 정확히 포착할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존재감과 정체성이 타인과의 유대를 통해 결정되는 지금의 현실이 만든 피해자’(214쪽) 같은 비스킷이다. 비스킷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비스킷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될 수 있으며, 단계 이동이 가능하다. 비스킷이 되어도 상관없다. ‘수그러들지 않는 비스킷을 돕겠다는 열망을 품은, 우리 주변을 넘어 더 넓은 세상에서 비스킷을 돕고자’(214쪽) 하는 아이들이 있으니까. 사라지길 바라지만 사실은 살고 싶어 하는 간절한 마음이 비스킷을 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닿을 것이다. 숨거나 자꾸 멀어져도 괜찮다, 비스킷이 되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반드시 구할 테니까. 세상이 냉정하고 차갑고, 지독한 악의가 제멋대로 군다고 하지만 마지막에 지독한 악의 인물인 진종기가 패배한 것처럼 세상도 악의로 물들고 있는 건 보고만 있지 않는다. 무엇보다 세상이 악의에 물들기 전에 제성과 같은 아이들이 악의를 필사적인 연대로 몰아낼 것이다. 세상 곳곳에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악의와의 싸움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악의에 맞서는 그들을 응원하고, 같은 마음을 더해준다면 힘들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세상은 더 밝아질 것이다. 우리가 조금 더 사랑하게 될 세상이 만들어질 것이다. 연대로 몰아낸 악의는 다시 돌아오기 힘들다. 연대의 강한 힘 앞에서는 아무리 지독하고 강한 악의라고 해도 별수 없으니까. 세상에 악의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그리고 단단한 마음으로 언제나 존재감을 곳곳에서 발휘하는 이들로 가득 차는 그날까지 비스킷을 향한 관심과 도움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비스킷이 되었다고 더 숨지 말고, '내가 여기 있다고, 살려 달라고, 날 찾아달라고.' 끝까지 외쳐줬으면 좋겠다. 물론 쉽지 않다는 걸 안다. 하지만 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야 찾을 수 있다. 반드시 찾아낼 것이다. 세상은 혼자가 아닌 함께 살아야 하며, 그 과정에서 도움을 주고받는 건 당연하다. 언제 어디서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들어줄 이들이 있다는 것을 비스킷의 존재들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꼭 나는 비스킷이 아닌 것처럼, 비스킷이 되지 않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내가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도 비스킷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도 기억했으면 좋겠다. 비스킷이 사라지는 날이 온다면 좋겠지만, 비스킷이 없는 세상은 쉽게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사소한 친절을 베풀며, 서로가 비스킷이 되지 않도록 미리 비스킷을 구할 수 있다. 어디선가 비스킷의 냄새가 나고, 바사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 냄새와 소리를 한 번 맡고 듣게 된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제성과 지안, 효진과 덕환을 아지트로 불러 자신을 찾아달라고 간절히 우리를 부르고 있는 비스킷의 부름에 응해야 할 시간이다. 비스킷을 찾으면서 속으로 그 아이에게 닿길 바라며 외친다, “걱정 마. 가고 있어. 계속 목소리를 내줘.”.
비스킷을 찾으러 갔더니 너무 먼 길을 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스킷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바로 '나'였다. 나한테 뭔가 부서지는 소리와 비스킷 냄새가 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는데 모른 척했다. 내가 비스킷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았다. 근데, 받아들이고 나니 오히려 존재가 선명해졌다.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비스킷이 되는 건 당연한 거였다. 나조차도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못 본 척했다는 사실이 나에게 미안했다. 앞으로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나의 존재를 나만의 스타일로 선명하게 만드는 데 시간을 들여야겠다. 그렇게 비스킷에서 벗어날 것이다. 그리고 비스킷의 기운이 느껴진다면, 망설이지 않고 그곳을 향해 뛰어갈 것이다. 금방이라도 숨이 차 쓰러질 것 같아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비스킷 2』를 통해 작가를 꿈꾸게 되거나 비스킷을 구하는 영웅을 꿈꾸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세상은 냉정하고 차갑지만, 낭만이 없는 건 아니다. 누군가를 구하고 도우면서 곳곳에 퍼져 있는 고소하고 따뜻한 비스킷의 냄새를 맡으며 은은한 미소를 띠는 낭만을 가질 수 있다. 그 낭만을 잃으면 세상은 완전히 빛을 잃을 것이다. 우리 존재만으로도 세상은 이미 밝고, 서로를 위한 마음과 친절 그리고 배려로 세상은 더 밝아질 수 있다. 세상 모든 비스킷에게 말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외치라고, 내가 여기 있다고. 한 번 들은 목소리는 놓치지 않고 반드시 찾으러 간다는 말을 덧붙이며, 오늘도 어디선가 비스킷이 되어 사라지려고 하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열심히 달리고 있을 이들에게 감사함과 응원의 마음을 빗소리에 실어 보낸다.
“할머니가 그러는데 가끔 비스킷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면 마음이 편해질 거래요. 강철 멘털이라도 한순간에 마음은 무너질 수 있다고요. 비스킷이 되었더라도 자고 일어나면 마음이 회복되어 다시 본래의 나로 돌아오면 된다고 하셨어요.”
_212쪽 : 근원이가 하는 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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