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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진심인 편 ㅣ 앤드 산문집 시리즈
이은규 지음 / &(앤드) / 2024년 7월
평점 :
미래에 진심인 우리를 위해서,
이은규 산문집, 『미래에 진심인 편』(넥서스 앤드)
열한 편의 시를 만나고, 시를 깊게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은규 시인이 시에 대해 깊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시보다 더 시처럼 느껴졌다. 詩는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달과 같은 존재라서 완벽하게 읽어내거나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창과 재학 시절, 읽고 배우고 써도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깨달음이 졸업하고 몇 년이 지난 지금 우연히 만나게 된 이은규 시인의 산문집을 통해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이은규 시인의 나긋하면서도 단단한 목소리(문장)를 들으니 끝도 없이, 거침없이 확장될 수 있는 시를 더 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열한 편의 시를 보면 ‘시간성’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20대 중반에 열한 편의 시와 이은규 시인의 산문집을 만난 순간에 행운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한다.
‘삶을 아우르는 듯한 느낌’을 준 책은 오랜만이다. 삶이라는 거대하고 추상적인 영역을 감히 누가 아우를 수 있을까. 세상을 창조한 신마저 다 아우르지 못해 세상에서 갖은 소음이 발생하지 않나. 가끔은 세상을 창조한 신이 원망스럽다. 다 알면서 보고만 있는 신의 자격을 따져 묻기도 하고, 내 원망이 신에게 닿지 않을 거라는 생각까지 미치면 세상에 태어난 나를 원망하기도 한다. 신이 세상을 만들면서 변수를 둔 건 ‘시간’이다. 뭐든 영원하지 않고, 지나가는. 신이 잔인하면서도 인간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다. 자신이 창조한 세상에서 매일 소음만 들린다면 관망하는 신 자신도 괴로울 테니까. 시간을 크게 과거-현재-미래, 세 가지로 구분한다. 우리는 원하든 그렇지 않든 살아있는 한 세 가지의 시간 속에 존재했고 존재하고, 존재할 것이다. 멈출 수도, 되감을 수도 빠르게 감을 수도 없는 시간 속에서 어떻게든 적응한 채 살아가야 한다. 신조차 시간을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을 보면 신보다 무서운 게 시간이 아닐까. 누구한테나 공평한 시간에 몸을 맡긴 채 살아가는 우리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라는 자명한 사실을 자주 잊거나, 그것만 알 뿐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시간에게 참 무심한 것 같다.
이 산문집을 읽는 동안 시간이 흐른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마치 나의 시간이 시작되기 전에 삶이라는 거대하고 추상적인 문제에 대한 아주 간단한 요점만 훑어본 기분이랄까. 삶을, 삶을 살아갈 나를 엿본 느낌이다. 이은규 시인과 같이 읽은 시와 들려준 이야기에는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치거나 혼자서 한두 번은-나는 자주 그렇다-심연에 빠진 사람처럼 생각하고 또 생각했을 단어와 상황, 감정 등이 꾸미지 않는 이은규 시인만의 목소리로 잘 담겨 있다. 위로를 받았다. 공감했다. 순식간에 몰아치는 감정 등을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며 손톱을 물어뜯고 있는데 무심하게 툭툭,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심장을 꽉 쥐었다가 천천히 놓는 느낌이 들었다. 안도한 것이다. ‘나의 삶을 스스로 갱신할 수 있다는 믿음-나의 삶은 나밖에 갱신할 수 없다.-과 조금 더 나은 내일이 가능할 거라는 믿음’, 이 두 가지의 믿음을 갖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하루하루가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는 사람으로서 잠들기 직전까지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내일의 불안으로 겨우 눈을 붙이고, 순식간에 날이 밝아오면 하루를 상쾌하게 열기보다 짙은 한숨으로 시작하는 내가 안타까웠다. 안타까워만 했다.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틀렸다. 시인은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자기 연민에 빠져서 동화에 등장하는 불쌍한 역할을 자처한 나를 깨닫자 부끄러웠다. 공기처럼 익숙한 시간이라서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늘 잊는다. 시간에 갇혔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은 나를 가두는 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몸소 변화를 알려주고 있었다. 냉정한 시간의 이미지가 제법 다정하게 느껴지는 오늘이다.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아니 세상 모두에게 『미래에 진심인 편』을 건네주면서 ‘조금 더 나은 내일이 가능할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다. 솔직히 내가 듣고 싶은 말이다. 우리가 열심히 사는 이유는 미래에 진심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꿈꾸고 바라던 미래를 이루기 위해 어제오늘을 묵묵히, 걷는 것이다. 우리가 왜 사는지,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괜찮을 거라는 시인의 말이 생각난다. 그렇다. 우리는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때 빛을 발하는 것들이 많은 것 같다. 이미 무겁고 추상적인 삶에 뭘 자꾸 그럴싸한 의미를 만들어 끼워 넣으려는 건지. 굳이 의미를 만들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가끔은 잘 흐르고 있는지 확인해야겠지만-미래를 준비하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미래에 진심인 우리는 더 나은 내일에서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날 것이며, 그렇게 꿈꾸던 미래에 가까워질 것이다. 우리는 오늘도 미래에 진심인 편이다!
◎ 이 책은 넥서스 앤드 편집짱J님이 열어준 ‘2024년 8월 앤드림 남은 여름 Event’에 당첨되어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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