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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아빠 ㅣ 라임 그림 동화 41
조르조 볼페 지음, 파올로 프로이에티 그림, 김자연 옮김 / 라임 / 2024년 10월
평점 :
사랑과 가족의 새로운 형태
조르조 볼페 글 ․ 파울로 프로이에티 그림, 『북극곰 아빠』(라임)
날이 쌀쌀해진 요즘 읽기 좋은 겨울 그림책을 만나게 되어 좋았다. 표지를 가득 채운 북극곰과 펭귄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하다’라는 문장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북극에 사는 북극곰과 남극에 사는 펭귄의 만남이라니. 둘이 함께 있다는 설정이 전혀 맞지 않지만, 뭐 누군가의 펜 끝에서 탄생하는 세상에서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불가능한 일들은 매번 사랑과 우정, 그리고 상상력에서 가능한 일로 탈바꿈한다. 그 탈바꿈을 『북극곰 아빠』에서 볼 수 있다.
북극곰 아빠 토모와 아기 펭귄 팔리노의 따뜻한 이야기를 알고 나면, 올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부드럽고 따뜻한 솜뭉치를 마음에 간직할 수 있다. 팔리노가 알을 깨고 나와서 처음 마주한 세상은 토모였다. 서로에게 서로의 세상이 되어주는 특별하고도 귀한 순간이다. 팔리노는 토모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자란다. 팔리노는 토모의 따뜻하고 든든한 품속에서 건강하게 자라면서도 자연스럽게 세상에 어떤 색이 있는지 궁금증을 갖기 시작한다. 팔리노의 궁금증은 여름이 되면 다채로운 색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토모의 말에 설렘은 배가 되고, 여름이 빨리 오길 기다린다. 겨울이 지나고 여름이 온다는 것은 팔리노가 그만큼 자란다는 의미면서 동시에 팔리노가 토모의 품을 떠나 자신과 같은 종족이 펭귄의 무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기도 한다. 토모는 필라노와의 이별을 필라노보다 훨씬 빠르게 알아차리면서 동시에 준비했는지도 모른다. 준비했지만 이별의 상황을 정면을 마주하게 되면 아쉬움과 서운함이 큰 법이다. 하지만 토모는 팔리노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팔리노 곁을 조용히 떠난다. 주황색을 궁금해하던 팔리노는 주황색을 직접 보게 되었고, 토모를 잃게 되었다. 팔리노는 토모 없이 여러 계절을 보냈고, 고래 말레나와 이야기를 하던 중 우연히 곰 발자국을 발견하게 된다. 혹시 아빠 토모의 발자국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발자국을 따라간다. 그 끝엔 정말 토모가 있었다! 토모는 자신을 찾아온 팔리노를 보고 진심으로 좋아한다. 토모만큼 팔리노도 아빠를 사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토모와 팔리노 재회하는 모습 뒤로 활짝 핀 무지개를 보니 팔리노가 더이상 세상의 색이 궁금하지 않다고 하는 말에 대한 여운이 짙어졌다. 그렇다. 팔리노는 세상을 물들인 색들이 궁금한 건 사실이지만, 아빠 토모와 함께 있을 때 세상을 채운 색들이 궁금했던 것이다. 잠깐의 헤어짐 속에서 토모와 팔리노는 서로가 서로의 색이면서 동시에 세상임을 깨달았을 것이다.
북극곰과 펭귄의 만남이라니 특별하고 소중한 우정이자, 사랑이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닥쳐와도 서로를 향하는, 위하는 마음이 한결같다면 반드시 이겨내고 더 단단해질 것이다. 토모와 팔리노의 특별하고도 귀한 세상 이야기를 만나게 해준 작가님이 이 둘의 만남을 구상하면서 누구나 바라는 사랑과 우정을 하루도 빠짐없이 생각하고 고민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작가님이 만나게 해준 토모와 팔리노와의 특별한 인연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서로에게 세상이 되어주는 둘의 예쁜 마음도 본받으며 말이다.
팔리노가 주황색이 궁금하다고 했지만, 토모가 주황색은 안 된다며 소리치며 눈이 촉촉해지는 장면에서 눈길이 머물렀다.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운 토모의 얼굴, 그리고 토모의 눈동자에 비친 팔리노. 토모의 마음을 어느 정도 알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개인적으로 팔리노의 입장보다 토모를 주로 맡았던 입장이라서 그런지 몰입이 짙어졌다. 아쉬움, 슬픔, 서운함 속에서 언젠가 보여줘야 한다는 걸 아는 토모의 마음이 잘 드러난 장면 묘사는 이 그림책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먼 훗날 팔리노가 토모처럼 아빠가 된다면, 토모가 팔리노를 만나는 순간과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기분, 감정 등 모든 것을 알게 될 것이고 그렇게 토모가 자신에게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누군가의 세상이 된다는 건 정말 귀하고 특별한 일이니 말이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살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지만, 가족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사랑이라는 요소가 많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사랑을 주고받기에는 현실이 너무 각박하고 바쁘달까. 색이라고 하얀색과 검은색, 파란색뿐인 겨울이지만 태어나자마자 낯선 세상이 따뜻하다는 것을 알려줄 든든한 품이 있다는 것이 바로 사랑, 이다. 넘쳐나는 사랑을 몸소 실천해준 토모와 더불어 그 사랑에 보답하듯 건강하게 자라서 세상의 색을 다 보고 느끼고 다시 자신을 안아준 품으로 돌아온 팔리노의 모습이 예쁘다. 앞으로 날이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토모와 팔리노를 보러 자연스럽게 『북극곰 아빠』를 펼칠 것 같다.
◎ 이 책은 스토리 상상 이벤트에 당첨되어 ‘라임 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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