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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고양이 호섭 씨의 일일 - 즐겁고, 살짝 애잔한 성장 포토 에세이
김주영 지음 / 미래의창 / 2024년 3월
평점 :
호섭아, 만나서 반가웠어!
김주영 글․그림, 『말하는 고양이 호섭 씨의 일일』(미래의창)
하루 종일 폰을 붙잡고 사는 나인데 냥이 유명 인사인 ‘말하는 고양이 호섭 씨’를 어떻게 모를 수 있지? 솔직히 <미래의창> 출판사에서 출간된 호섭 씨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아니었다면 호섭 씨를 계속 몰랐거나 보더라도 수많은 냥이 중 한 마리로 스치듯 지나갔을 것이다. 이렇게 호섭 씨가 누군지 제대로 알 수 있어서, 호섭 씨와 집사 가족의 꾸밈없어서 꼬순내가 진동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호섭 씨와 집사 가족의 일상이 나의 일상과 다르지 않아서 더 반가웠다.
집사가 되면 자연스럽게 길 가다가 보이는 고양이를 보고 걸음을 멈춰서 바라보거나 미소를 짓게 된다. 강아지들과 살다가 냥이 집사가 될 거라고 상상도 못했던 내 삶에 냥이들이 찾아오고, 떠났다. 그래서 <말하는 고양이 호섭 씨의 일일>을 읽을 때 나에게 온기를 준 아이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호섭 씨의 이야기가 마냥 호섭 씨와 집사 가족이 행복한 모습만 보여주지 않은 것이 좋았다. 호섭 씨와 집사 가족은 가족이지만 종이 다르다. 동물과 사람이 한 공간에 살면서 어떻게 웃을 일만 있을 수 있겠는가. 나와 같은 종과도 싸우는데 말이다. 그러니 두 종의 특별한 동거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호섭 씨는 집사 가족에게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었던 것 같다. 어쩌다 임시 보호를 맡게 되었고, 이름을 붙여주고 호섭 씨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마음을 먹고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지만, 호섭 씨와 집사 가족은 틈틈이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냥이를 키운다는 건 그만큼 책임과 부담은 물론 물질적․실질적인 비용을 따지게 되는데, 병원에서 그냥 돌아왔던 날의 솔직한 집사의 이야기는 공감하면서 대단하게 느껴졌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다. 어떤 존재를 책임진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 돈과 시간은 물론 마음이 균형을 이루어 괜찮은 리듬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호섭 씨를 가족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 같았다. 호섭 씨도 분명 집사 가족의 자신을 향한 찐-사랑을 느꼈을 것이다. 날이 갈수록 커지는 호섭 씨를 향한 사랑을 커져 지금의 가족 모습을 이루었다. 앞으로 호섭 씨 가족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건 확신한다. 호섭 씨 가족은 먼 훗날 추억을 회상할 때 후회가 아닌 미소를 지어 보일 것이라는 걸. 호섭 씨가 사랑과 보호를 받고 건강하게 자란 것처럼 집사 가족도 호섭 씨로 인해 성장을 한 게 느껴졌다. 그저 호섭 씨를 고양이로만 생각하지 않고 가족 구성원으로 생각하며, 모든 것을 공유하는 순간순간들이 참 포근하고 예뻤다. 호섭 씨는 분명 행복할 것이다. 집사 가족도 호섭 씨가 없었던 날들은 생각나지 않을 만큼 호섭 씨와 함께 하는 모든 날 모든 순간이 행복할 것이다. 호섭 씨 행복에 집사 가족 행복이 더해져 만들어진 거대한 행복이 SNS를 타고 우리에게까지 전해지는 걸 보면, 이 특별한 동거를 응원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 서로에게 사랑과 행복이 되어주는 관계라면 아무것도 상관없을 것 같다. 세상 곳곳에 수많은 호섭 씨의 행복하고 특별한 동거를 응원한다. 집사의 사랑과 보호 속에서 잘 먹고 잘 놀고, 잘 잤으면 좋겠다. 냥이들은 행복만 해도 되니까. 존재 자체만으로도 행복을 주는 아주 고마운 존재니까.
호섭 씨의 이야기에 웃음이 나고, 울컥했던 건 나도 집사이기 때문이다. ‘콩알이 집사’! 어릴 때부터 아기 고양이와 특별한 동거를 시작했지만, 늘 이별이 빨리 찾아왔고 이별 상실의 고통을 컸으면 반복될수록 무뎌졌고, 생명과 책임에 두려움이 생겼다. 강아지들과 지내면서 냥이를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 생각과 달리 현실은 항상 다르게 흐른다. 그렇게 어쩌다 콩알이를 만나게 되었다. 밭에서 혼자 덩그러니 있던 아기 고양이를 보고 동네 아저씨가 엄마한테 연락한 것이다. 엄마는 그 연락이 반갑지 않았지만, 본 적 없는 아기 고양이가 못내 마음에 걸렸는지 데리고 왔다. 조금 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누군가는 냉정하게 말하겠지만 그때 엄마는 최선의 선택이었고, 그 선택이 우리 가족을 바꿔 놓았다. 첫날, 상자에 넣어 놓고 거리를 두고 바라봤다. 막막했다.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 만큼 작았고 약했다. 며칠은 우유만 챙겨주고 흘끗, 보기만 했다. 잘해주고 나면 떠날 것 같아서 이름도 지어주지 않았다. 솔직히 보자마자 ‘콩알이’라는 이름이 떠올랐지만, 입 밖으로 꺼낸 건 몇 주 뒤였다. 금방 우리 곁을 떠날 거라고 생각했던 아이는 살 거라고 밥때가 되면 크게 울었고, 젖병 앞에서 맹수와 다름없었다. 그 모습에 웃음이 났다. ‘얘는 우리랑 오래 있겠다, 정말 우리 가족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자, 첫 만남 때 떠올린 이름을 아이에게 불러주었다. 자기가 콩알인 줄 알고, 부르며 쳐다보거나 오는 아이가 너무 예쁘다. 내가 지은 이름이지만 정말 잘 지었다. 지금은 콩알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만큼 아주 크지만, 내 눈엔 여전히 콩알만큼 작고 소중하다. 냥이는 예민하고 도도한 동물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냥이에 대해 둔한 내가 집사가 될 수 있을까 했지만 나름 집사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어렸을 때 늘 내 이불을 나눠 쓰고, 책상 위에 올라와 잠을 청하던 콩알이는 이제 나의 부름이나 스킨십을 도도하게 무시하거나 거부하지만 그 모습마저 예쁘다(콩깍지가 제대로 씌인 게 분명하다). 엄마 말이라면 쪼르르, 와서 큰 몸을 바닥에 철푸덕-, 하고 누여 엄마의 손길을 가만히 받아들이는 모습은 정말 마음의 안정을 가져온다. 엄마는 콩알이 없이 지냈던 날들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너무 행복하다고, 콩알이에게 고맙다고 여러 번 말한다. 나도 그렇다. 콩알이가 아니었다면 느껴보지 못했을 감정, 순간들이 너무 많다. 가끔 콩알이와 이별하는 순간을 떠올리는데,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목이 메이고 두 눈에 눈물이 금방 찬다. 어쩌다 우리 곁에 온 콩알이에게 묻고 싶다. 우리가 콩알이 덕분에 행복한 만큼 콩알이는 행복한지, 냥이에 대해 모르는 게 많은 집사 때문에 불편한 건 없는지, 우리 가족으로 지내는 날들이 어떤지,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등등. 그리고 우리가 콩알이 너를 너무 사랑하고 아낀다는 걸 꼭 말해주고 싶다. 우울할 때 아무 말 없이 드러누워 폰하고 있으면, 조용히 다가와 팔을 핥거나 내 옆에 앉아 잠을 청하는 너의 모습에 위로받았다고도. 콩알이 눈에는 광활한 우주가 있는데, 그 우주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벅찰 때가 있다. 그 우주에 우리가 보이면 그 감동은 말로 형용할 수 없다. 매일 행복과 감동을 틈틈이 안겨주는 콩알이가, 콩알이라는 이름으로 낯선 우리와 잘 지내줘서 대단하고, 삶이라는 거대한 공간에 ‘콩알이’라는 아주 특별하고 짙은 사랑을 기록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다. 콩알이와 함께 하면서 다채롭게 물들기 시작한 우리의 날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절대.
호섭 씨와 집사 가족 덕분에 우리 콩알이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콩알이를 향한 나의 사랑과 늘 사랑스러운 콩알이를 떠올리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세상 곳곳에 있을 수많은 냥이와 집사의 행복과 건강을 진심으로 바란다. 오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꼭 오늘 느끼고 기록했으면 좋겠다. 오늘이라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은 분명 있으니까. 본가에 막내딸로서 사랑 받고 있을 콩알이가 보고 싶다. 콩알아, 아프지 말고 건강하자. 덕분에 엄마 아빠가 많이 웃어. 콩알이가 준 선물 하나하나 다 기억할게. 앞으로 더 행복하자. 사랑해.
■ 이 책은 도서 증정 이벤트에 당첨되어 ‘미래의창’ 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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