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해킹 - 사교육의 기술자들
문호진.단요 지음 / 창비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능을 이렇게 몰랐다니? (어서와, 이번 수능은 처음일 거야)

단요·문호진, 수능 해킹 : 사교육의 기술자들(창비)

 


읽으면 읽을수록 '수능'을 보기 위해 나름 열심히 걸어온 고3 생활과 나의 수능 성적표에 배신감이 느껴졌다. 아니, '수능'이라는 시험에 배신감을 느꼈다. 수능이 만들어지고, 봐야 하는 본래 목적이 완전히 사라진 채 이미 수능을 본 우리, 수능을 위해 책상 앞에 엉덩이를 딱, 붙이고 미동이라곤 책을 넘기는 손과 글자를 보는 눈동자뿐인 고3 수험생들이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었다. 수능 성적표가 앞으로 설계하고 살아갈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사회가 수능을 인생 성적표처럼 여기고- 영향력이 덜하다. 언제부터 우리는 수능이라는 시험 제도에 집착하며, 한 문제를 맞고 틀림으로 인해 등급이 수시로 변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게 된 걸까. 수능이라는 제도가 무엇인지 수능의 본래 목적, 수능의 문제점, 사교육의 영향력 등을 냉철하고 세심하게 분석하고 꼬집는 수능 해킹앞에서 나는 회의감과 공허함을 동시에 느끼며, 지금도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모든 것을 수능에 맞춘 고3 수험생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수능의 문제점과 모순 등을 수능을 볼 학생, 교사, 학원 강사 등도 알지만-회의감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현실이 요구하는 대로 따르고 있다는 사실에 더이상 할 말이 없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수능은 없고, 우리 사회는 '줄 세우기'를 배제할 수 없다고 두눈을 부릅 뜨고 있으니까.


수능이 '사고력을 중심으로 학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사고력은 생각이나 궁리를 하는 것을 말한다. 사고력을 평가하는 시험에서 사고를 차단한다면, 수능은 무엇을 평가하기 위한 것일까? 암기만으로 간단하게 문제를 맞출 수 있다면, 수능이 아닌 다른 시험으로 평가해도 되는 게 아닐까? 몇 년 전에 수험생이었고, 수능을 봤다. (시원하게 말아먹었지만) 당시에는 선생님이 외우라는 걸 외웠고, 문제를 반복적으로 풀었다. 당연한 줄 알았다. 달달 외운 것과 반복 문제 풀이가 대학교 선택의 폭을 넓혀줄 거라고 확신했다. 원하는 대학을 입학/졸업했지만, 현행 수능의 깊은 속사정을 알아버린 이상, 수험생으로 보낸 시간과 나의 수능 점수가 찝찝하고 억울했다. 개인적으로 대학교 진학에 집착하거나 강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고(부모님은 나의 의견을 전적으로 지지했다), 수능에 휘둘리는 등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또한 인생에서 치를 시험 중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시험이 될 수능을 엄청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가고 싶은 대학교에서 요구하는 최저학력기준에만 맞추면 됐다. 하지만 수능의 이면을 낱낱이 알아버리고 나서, 수능은 국민 모두가 첨예한 태도로 관심갖고, 수능의 본래 목적(실질)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깨달았다. 수능은 매년 치뤄지고, 수능에 대한 평가는 매년 다양하게 들린다. 난이도와 분별력을 모두 만족시키기 어려운 평가원은 죄인이 되고(평가원장은 사퇴한다), 학생들은 재수를 준비하고 학부모는 또다시 수험생을 돌봐야 하며 이로 인해 시간적, 비용적 낭비가 발생한다. 수능을 통해 대학교에서 학문을 수양할 능력을 평가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야 할 학생들이 성장하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계속 수능을 봐야 하는 걸까? 우리는 수능의 문제점을 전문가 못지 않게 알고 있으면서 집착하고 놓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와 같은 질문은 수능을 보는 학생, 수험생 학부모, 교사, 학원 강사, 평가원 등 모두가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것이다. 질문 끝에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일단 현행 수능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애초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수능 또한 없다는 것을 알기도 하고.


잃어버린 수능의 '실질'을 찾아야 한다. 단순히 암기와 테크닉으로만 문제를 풀고, 등급과 만점자 비율 등에만 쏠렸던 시선을 돌려야 한다(잘못된 무게 중심을 바로 잡아야 한다!). 암기와 테크닉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그것들이 사고력을 방해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산하 기관인 평가원은 중대한 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평가원을 산하 기관으로 두지 않고, 독립적인 기관으로 두면 안 되는 건가?). 수능 문제를 내는 건 평가원이지만 그 문제를 풀고, 의문을 가지고 항의할 수 있는 건 우리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급선무다. 난이도와 분별력 앞에서 평가원은 사교육으로부터 위협을 받는다. 사교육 없이는 수능 준비를 할 수 없다는 건 기정사실이다. 가장 안타까우면서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사교육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기술자'가 되어 평가원 위에서 노는 건 당연하다. 봐야 할 문제는 많고, 시간은 없는 학생들에게 요점과 테크닉을 탁, 집어서 알려주는 일타 강사는 신과 다름 없다. 사고력을 언급하는 것조차 사치다. 암기와 테크닉으로 풀어 얻어낸 높은 등급이 본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수험생들에게 과목에 대해 잘 가르쳤다고 할 수 있을까? 회의감이 안 들 수가 없다.

매년 수능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그만큼 곳곳에서 들리는 목소리도 피할 수 없다. 당연하다. 따라서 앞서 계속 강조했듯이 잃어버린 수능의 실질을 찾아야 하고, '새 시대에는 새로운 교육이 필요한 만큼, 교육 철학을 정립하고 그 기준을 통해 지금의 제도를 감시하는 작업은 언제나 새롭게 이루어져야 할 것(102)'이다. 수능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학생들의 길을 막아서는 안 되니까. 한국 교육 시스템을 날카롭게 꿰뚫어서 문제점을 정확히 집어내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현행 수능 제도의 방향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는 마라맛 지침서! 수능 해킹 : 사교육의 기술자들를 전국민에게 망설임 없이 권한다!


 

▣ 『수능 해킹 : 사교육의 기술자들을 읽고 많이 놀랐습니다. 수능을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나눠서 이야기할 줄 몰랐습니다. 수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입장에서 이 책을 통해 부끄러움을 느끼고,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나의 수능이 끝나고는 수능을 완전히 등졌는데, 올해 수능부터는 첨예한 태도로 현행 수능을 지켜볼 것 같습니다. 생각지 못한 '수능과 사교육 기술자들과의 만남', 재미있었습니다.

 

이 가제본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창비 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수능해킹 #사교육의기술자들 #단요 #문호진 #창비 #수능 #3 #수험생 #킬러문항 #사고력 #암기 #테크닉 #평가원 #표준화 #정형화 #예측가능 #공교육 #사교육 #교육 #한국교육 #등급 #줄세우기 #만점자 #실질 #서평단 #책로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