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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아이들
한요나 지음 / &(앤드) / 2024년 5월
평점 :
좋은 햇빛을 받을 수 있는 건 ‘태양의 아이들’ 덕분이야.
한요나 장편소설, 『태양의 아이들』(앤드)(SF소설)
『태양의 아이들』은 넥서스 제2회 경장편 작가상을 수상한 한요나 작가의 청소년 SF소설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쓰인 작품이지만, SF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망설임 없이 책장을 넘겨도 좋다!
‘좋은 햇빛’이 곧 권력과 부가 되는 세상에서 사는 ‘하루와 주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SF소설이라고 해서 내가 이미 접하거나 알고 있는 스토리에 인물과 배경, 인물 간 갈등 등에서 진부한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틀렸다. ‘좋은 햇빛’이 권력과 부가 된다는 설정부터 호기심을 끌었다. 언젠가 지금 당연하게 매일 쬐고 있는 햇빛이 정말 권력과 부가 되는 세상을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조금 서늘하기도 했다.
하루는 1구역 아이들처럼 까만 머리카락이 아닌 갈색 머리카락을 갖고 있고, 주하는 까만 머리카락과는 전혀 동떨어진 빨간 머리카락을 갖고 있다. 까만 머리카락은 선망의 대상인 반면, 빨간 머리카락은 오염이나 외계인을 의미한다. 아이들은 출신 구역 상관 없이 머리카락 색을 통해 계급을 나눈다. 주하는 빨간 머리 때문에 통합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괴롭힘을 당한다. 하루는 주하에게 동정이 아닌 ‘진짜 친구’로 다가가 주하의 보호자가 되길 자처하고, 후에는 주하가 마음을 놓고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진짜 친구가 된다. 주하는 하루 같은 친구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낯설면서도 좋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그것을 알아채는 건 주하 본인이 아닌 빌리다. 빌리는 주하와 하루가 조금 더 진짜 친구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 말이 주하를 따라다닌 건 주하도 어느 정도 무슨 의미인지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주하는 빨간 머리 때문에 집에서, 학교에서, 연구소에서 끊임없이 의심했을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어쩌면 하루를 만나기 전에는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다. 하루는 주하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명쾌하고 능숙하게 답변을 내놓는다. 주하는 그런 하루가 어른스럽고 능숙해 보여 신기하지만, 하루는 주하와 가까워지고 싶었던 시간에서 느꼈던 감정이라서 ‘주하가 지금 감정이 느끼는 것이 이상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것’을 알고 주하가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 주하의 옆에 있는 하루는 어른보다 더 어른 같고, 주하의 말을 빌려 정말 태양의 아이로 태어났어도 멋지게 자신의 삶을 살아냈을 것이다.
럭스로 경제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섹터와 럭스 장사꾼들이 어린아이들을 착취하고 있고, 구역이 낮거나 구역 경계에 있는 아이들일수록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버린 주하는 당장이라도 고향이자, 할머니와 사촌 언니와 동생이 있는 5구역에 가려고 한다. 가족 안전의 걱정보다 어린아이들을 구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결국 5구역에 가서 상황을 본 주하는 바쁘게 움직이는 의료진과 연구원들, 군인들 사이에서 ‘무력감’을 느낀다. 그들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으니까. 아이들을 착취하면서 위험한 생활에 빠뜨린 섹터와 장사꾼들을 적극적으로 잡아들이지 않고 그저 아이들을 기준에 따라 나눌 뿐이다. 그들도 사실은 럭스를 만들 줄 아는 태양의 아이들을 찾아 연구소로 데려가기 위해 아이들을 구한다는 명목으로 5구역에 넘어온 것이 아닐까, 의심할 수밖에 없다(섹터와 럭스 장사꾼들과 뭐가 다를까?). 주하는 5구역에서 떠날 때까지 적극적인 개입이 없는 그들을 보고, 무력감을 느낌과 동시에 자신이 아이들을 구해내고 싶다는 의지를 키운다. 주하의 의지에 불을 붙인 건 언제나 주하의 편에서 함께 하는 하루다. 주하,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라고. 주하에게 하루의 말은 앞으로 주하가 가는 길, 마주할 상황에서 북두칠성이 되어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좋은 햇빛과 권력과 부, 그리고 럭스, 경제적인 이득이라는 키워드로 이 소설을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데, 책장을 덮고 나면 ‘어른들은 모르는 아이들의 세상’과 ‘눈부신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머릿속을 점령한다. 좋은 햇빛으로 계급이 정해지고, 머리카락이 선망의 대상 또는 괴롭힘의 대상으로 만드는 설정이 꼭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들의 방황과 하루에도 수십 번 변하는 모습을 잘 보여줬다. 갈색 머리의 하루는 다른 친구들이 괴롭히는 빨간 머리의 주하를 전혀 개의치 않고 진짜 친구가 되고 원래 머리 색을 두고 파란색과 흰색으로 염색한 1구역의 아이들인 빌리와 레오니는 누군가에게 선망의 대상이고, 빨간 머리 주하는 튀는 머리 색 때문에 관심과 불편한 시선을 받고. 학창 시절 때, 나는 주하였던 것 같다. 수많은 감정이 휘몰아치는 하루하루를 살아냈던 나에게 하루 같은 친구가 있었다면 큰 위로와 더불어 조금 더 괜찮은 시간을 보내면서 성장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조금 울적하다. 하루와 주하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긴 시간을 외롭지 않게 함께 잘 걸어갔으면 좋겠다. 어른들의 욕심으로 잿빛이 내려앉은 세상에서 하루와 주하가 개의치 않고 하고 싶은 걸 하며, 본인만의 세상을 되찾길 바란다. 하루와 주하의 도움이 필요한 수많은 하루와 주하가 세상 곳곳에 있을 테니까. 그들에게 ‘희망’이니까. 우리가 좋은 햇빛을 받을 수 있는 건 ‘태양의 아이들’, 즉 앞으로 세상을 무지개 색깔로 물들일, 한창 푸릇푸릇하게 자라고 있는 청소년들 덕분이다(이 점으로 보면 좋은 햇빛이 권력과 부일 수도 있겠다). 예상치 못한 만남과 상황, 감정에서 정체성을 찾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 하루와 주하를 통해 경험한 눈부신 성장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배움만큼 끝이 없는 눈부신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이 책을 펼칠 청소년들의.
◎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넥서스 앤드러블(&) 5기 2회차 서브미션1(서평) 활동을 위해 ‘넥서스’로부터 받았습니다:D
◎ 한요나 작가님! 잘 읽었습니다. 제목부터 표지, 내용까지 삼박자가 아주 딱, 맞는 소설이었습니다. 청소년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어른으로 읽는 청소년소설을 느낌이 색달라요.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괜히 책임감의 무게가 느껴진달까요. SF소설이라서 어려울 줄 알았는데, 재밌게 잘 읽었고 하루와 주하, 그리고 아이들의 머리 색 등 소설에 등장하는 것들에 제가 생각하는 의미를 부여하여 생각하니 이 소설이 몇 번 다시 태어났어요! 다시 한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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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아이들』 _2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