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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지나가다 ㅣ 소설, 향
조해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2월
평점 :
목놓아 부르면, 닿으려나요.
조해진, 『겨울을 지나가다』(작가정신)
올해의 소설이라고 부르고 싶을 만큼 따뜻했던 조해진 작가의 소설을 만났다. 조해진 작가와의 만남이 『겨울을 지나가다』여서, 올해가 끝나갈 때여서, 추울 때여서 좋다.
‘엄마’라는 두 글자는 무슨 힘을 가지고 있길래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목이 메고, 눈시울부터 붉어지는 걸까.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에게 바치는 헌사이다’라는 책을 소개하는 강렬한 문장에 마음이 이상했는데, 책장을 펼쳐 조해진 작가가 그려놓은 세상에 들어가 보니 이상한 감정이 무엇인지 대충 형태가 잡히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엄마라는 두 글자에 목이 메는 이유와 책을 소개하는 한 문장에서 오는 수학 공식처럼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들이 이 책을 읽고, 마음껏 서로를 위해 웃고 울다가 숨이 쉬어지지 않을 만큼 꼭 안아주면서 서로에게 있어서 특별한 존재임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나서부터 잠깐 멍하니 앉아 있을 때면, ‘엄마’의 얼굴이 떠올라 수시로 내 눈과 마음에 물을 차게 만들었다. 엄마는 이런 내 마음을 알까 싶다가도 나를 위하는 엄마의 마음 또한 내가 감히 헤아릴 수 없어 생각하기를 멈췄다. 내 마음에 거칠게 이는 물결이 잔잔해지면, 엄마께 꼭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엄마를 향해 끄적였던 수많은 편지는 (진심이 담겼지만) 진부함을 벗어나지 못해 뻔한 말의 나열이 되었지만, 이 책에는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 엄마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담겨 있으니 작은 글씨가 엄마 눈을 괴롭혀도 꼭 끝까지 읽어달라고, 그러다 엄마의 마음을 쏙- 빼닮은 문장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색을 칠해도 좋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존재의 형태가 바뀌었을 뿐, 사라진 건 없었다.’/‘부재하면서 존재한다는 것, 부재로써 현존하는 방식이 있다는 것, 이번 겨울에 나는 그것을 배웠다.’(132쪽)의 문장을 만나기 위해 나는 정연과 함께 엄마를 떠나보내고, 추운 겨울을 아프면서도 따뜻하게 보냈다. 이 문장을 만나기 위해 너무 아팠던 것 같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야기인 것처럼 울고 웃었다. 마음 한곳이 자꾸 저릿한 게 ‘엄마’라는 단어가 너무 따뜻하면서도 아프게 느껴진 건 처음이라 복합적인 감정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숨기도 하고 도망도 다녔다. 고백하면, 엄마의 죽음에서 도망 다녔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되도록 아주 멀었으면 좋겠는(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는) ‘엄마의 죽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히고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수 있을 만큼 빠르게 두 눈 가득 물이 채워졌다. 엄마는 나의 세상이고 전부라는 사실을 책에 밑줄을 긋고 내 이야기를 덧붙이는 것 이상으로 절감했다.
엄마를 보낸 후, 엄마의 집과 식당에서 엄마가 남겨둔 흔적으로 엄마 없는 삶을 사는 정연이를 보고 분명 추운데, 어디서 온 지 모를 온기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고 느꼈다. 정연이가, 별이 된 엄마를 마음에 품은 딸들이 다시 살아가는 힘이 곧 그 온기이지 않을까.
엄마의 죽음이라는 것이 곧 빈 자리, 공허함 뿐인 자리라고 딱 끊어냈는데, '부재'를 언급하면서 누군가의 죽음 이후 남겨질 사람들의 세계를 '확장'(연결)했고, 남는 사람들이 떠난 이를 그리워하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다정한 시간을 만들었다. 옷깃을 여며도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찬 바람이 부는 겨울에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읽은 나는 다정하고 귀한 시간을 선물 받은 것이 틀림없다. 책장을 펼치고 덮는 순간까지 엄마를 잊은 적 없으며, 갑작스럽지만 엄마가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현실에 울컥을 내포한 분노로 목놓아 부르고 싶다는 충동까지 일었다. 소리 없이 엄마를 부르는 나를 엄마는 알 것이다. 엄마와 딸은 말하지 않아도, 얼굴에 드리운 햇살과 그늘을 알아내고 웃어주고 토닥여주는 존재이니까. 정말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에게 바치는 헌사가 아닐 수 없다. 세상 모든 엄마와 딸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올해가 가기 전에.
◎ 이 책은 작정단 11기 활동을 위해 6번째로 받은 책입니다:D
◎ 올해의 소설이라고 생각할 만큼 좋은 작품을 만나게 해준 작가정신 출판사에, 그리고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에게 바치는 헌사’를 써준 조해진 작가님에게 우주를 담아 고마움을 전합니다. 세상의 수많은 딸 중, 한 명으로서 감사히 작가님이 써준 헌사 잘 받았습니다.

조해진 소설, 『겨울을 지나가다』(작가정신)

조해진 작가님

< 차 례 >

너무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