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무와 함께 정처 없음
노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1월
평점 :
작가님 문장을 따라 걸었더니,
노재희 산문집, 『나무와 함께 정처 없음』(작가정신)
노재희 작가님의 산문집을 읽게 된 건 작정단 11기 5번째 미션을 수행하기 위함이다. 아니, 서평단 활동은 핑계이고 노재희 작가님을 만나기 위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다. 작가님이 쓴 글을 읽으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만났다(‘책’이라는 문을 통해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산문집이라서 편안하게 마음을 먹고 읽기 시작했다. 읽는 내내 마음이 편안했다. ‘노재희’라는 사람의 삶의 짙은 부분을 감사하게도 나눌 수 있었다. 작가님의 문장은 특별했다. 지금까지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좋은 문장에 색을 칠하고, 내 생각이나 경험 등을 내 필체로 덧붙이면서도 문장에 색이 있다는 느낌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노재희 작가님의 문장은 다양한 색이 존재했다. 그 중, 내가 느꼈던 색은 푸른색 계열이다. 이곳저곳 이사를 다니던 중, 만났던 자연의 품에서 지낸 작가님의 모습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여름님과 함께 있는 순간도 마찬가지다(‘여름씨’라는 작가님이 남편을 부르는 호칭이 내게도 자연스럽게 느껴진 건 ‘여름씨’라는 이름이 갖는 보이지 않는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 작가님과 여름님의 푸릇푸릇한 삶이 부럽기도 했다. 이곳저곳 이사를 다녀야 해서 힘들었겠지만, 그 순간을 기록한 작가님이 있고, 그 순간을 문장으로 만난 독자(나를 포함한 독자들)가 있으니 마냥 힘들었던 기억으로만 남지 않을 것이다(그러길 바란다, 꼭).
작가님의 삶이 어떤지 ‘연하게나마’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누군가의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니 말이다. 소중한 일상이 한곳에 모여 빛을 내는 듯한 『나무와 함께 정처 없음』은 삶이 물 흐르듯 흘러간다는 것을 소곤소곤 들려주는 것 같다. 작가님이 나눠준 모든 이야기가 마음을 톡톡, 두들겼지만 병원에 있던 작가님이 들려준 이야기에 마음이 한동안 머물렀다. 내가 아픈 것 같았다. 병실에 누워 있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답답하고, 터널 입구 앞에 서서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어둠이 풍기는 싸늘함에 몸을 작게 말고 있는 기분이랄까. 작가님의 걸음을 따라 병원을 나와 본 세상은 보고 듣고 말하고 느끼고 싶은 것들이 가득했다(내가 살아왔고 살고 있고, 살아야 할 세상을 배웠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작가님과 동일 인물이 되어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차근차근, 느끼기 시작했다. 느끼려고 하자 받아들여지는 것이 가능했다. 항상 받아들이는 시간이 길고, 버거웠던 나에게 작가님은 하루하루 닿는 거리, 물건, 상황, 기분, 감정 등을 굳이 못 본 척 지나치지 않아도 된다고, 그냥 받아들이라고 알려줬다. 나는 이 말을 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무난한 하루가 불안하게 느껴지는 요즘, 노재희 작가님과의 만남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로부터 쫓기는 내 앞에 나타나 말 대신 품에 넣어 토닥토닥, 안아주는 손길이었다. 직접적인 위로의 말도 그렇다고 이렇게 해보라는 조언도 없지만, 마음이 불편할 때마다 망설임 없이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을 발견한 것 같다. 나무와 함께 정처 없이 내 삶을 떠돌다 보면, 제법 괜찮은 삶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그게 삶 아닐까. 정처 없이 책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노재희 작가님을 만났듯이.
◎ 이 책은 작정단 11기 5번째 활동을 위해 작가정신에서 받았습니다:)
◎ 노재희 작가님과 여름님의 싱그러운 나날들을 응원합니다. 작가님의 문장에는 색이 있고, 저는 그 색을 발견했습니다. 발견한 색, 잘 간직하겠습니다:)

노재희 산문집, 『나무와 함께 정처 없음』(작가정신)

노재희 작가님 :D

< 차 례 >

「에필로그」 239쪽
-
작가님의 문장을 따라 걸었더니
내가 보려고 하지 않은 세상이 눈앞에 있었다.
생각하는 대로, 마음 먹은 대로 달리 보인다는 누군가의 말이 맞았던 것이다.
나는 '내 세계의 크기'를 이렇다 저렇다, 상상해보고 그려볼 용기조차 없었다.
상상하고 그려보는 것조차 실패라는 결과를 먼저 떠올렸기 때문이다.
실패가 두려워서 내게 닿은 수많은 도전들을 얼마나 많이 밀어냈을까, 생각하니
이미 내 것이 아닌, 내가 밀어낸 도전에게 미안했다.
이제라도 내 세계의 크기를 가늠하며,
나답게 내 세계를 그런 대로 꾸며 가야겠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