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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에게 잊히는 것이 싫어서 일기를 썼다 - 그림책 작가 오소리 에세이
오소리 지음 / 아름드리미디어 / 2023년 10월
평점 :
책꽂이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일기장을 펼쳐야겠다,
오소리, 『나는 나에게 잊히는 것이 싫어서 일기를 썼다』(아름드리미디어)
개인적으로 ‘일기’를 쓰는 행위를 좋아한다. 학창시절, 알림장 1번은 중요한 준비물이 아니라면 ‘일기 쓰기’를 항상 적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어렸을 때 매일 써야 하는 일기가 귀찮았던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하루를 기록하기보다 일기를 읽고 선생님이 찍어주는 ‘참 잘했어요’ 도장과 그 밑에 짧게 달린 선생님의 댓글을 보기 위해 일기를 열심히 썼다. 일기 숙제를 내주는 선생님의 깊은 생각을 읽을 수 없던 어린 날의 나는 일기 쓰는 시간이 제법 즐거웠고, 빈 종이에 바른 글씨가 줄을 맞춰 한가득 채우고 나면 뿌듯해서 여러 번 펼쳐봤다. 아마 그때부터였을까? 글씨를 예쁘게 쓰는 것에 신경 쓰고, 내 글씨에 자부심을 가진 것이.
본가 책꽂이를 채우고 있는 일기장을 가끔 보게 되면, 마음이 이상하다. 내가 쓴 것인데, 내가 쓴 것 같지 않다. 책가방을 메고 엄마에게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하고, 짧은 다리로 열심히 학교를 향했던 아이가 쓴 글은 하나같이 솔직했고, 그래서 자연스러웠다. 고학년이 될수록 선생님의 댓글은 짧아지기도 하고, 어느 날은 댓글 없이 도장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날이 많았다. 도장만 찍혀 있으면 내 일기가 선생님의 마음에 들지 못한 것 같아 더 신경 써서 일기를 쓰고 글씨를 더 예쁘게 쓰기 위해 시간을 들였다. 도장만 있다는 건 선생님이 바쁘기도 하고, 댓글을 달아주지 않아도 일기를 잘 적는다는 칭찬이 숨어 있다는 것을 그땐 알지 못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서 일기는 더 이상 숙제가 아니었다. 내가 쓰고 싶으면 쓰고, 그렇지 않으면 쓰지 않는 것이다. 검사하는 사람이 없으면 당연히 일기를 쓰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는데, 나는 알아서 일기를 썼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일기장에 모조리 털어놓았다. 짧게 혹은 길게 일기를 쓸 때마다 평범하게 보내는 나의 시간을 ‘기록’하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시간이 깨닫게 되었다. 선생님은 그걸 알려주기 위해 숙제를 내줬고 도장과 댓글, 야단으로 부지런히 일기를 써야 하는 이유를 알려준 것이다. 일기를 쓰면서 일기 형식이 아닌 다양한 글의 형식으로 ‘쓰는 즐거움’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어떤 것은 누군가의 가르침으로 배울 수 없는 것이 있는데, 일기를 꾸준히 쓰면서 느낀 것들이 그렇다.
오소리 작가님의 일기를 읽으면서 나의 일기장을 오랜만에 읽어본 것 같았다. 분명 다르지만 닮은 구석이 있어 내 일기장을 빼앗겼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아주 가끔 뭔가에 미친 사람처럼 펜을 멈추지 않고 무언가를 적어 내려갈 때가 있다. 다음날 읽어보면 나도 모르는 내 안의 악, 분노 등을 마주하는데, 찢어서 쓰레기통에 넣고 싶을 만큼 부끄럽다. 이 또한 ‘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다행히 길지 않았다. 종종 그런 류의 일기를 발견하고 나서부터 마음을 편하게 가졌다. 나를 위한, 나만 보는 일기장에서만큼은 진실하려고 노력했다. 나의 하루가 꾸깃해질 때마다 펼치는 일기장은 개미만 한 글씨들이 그날 기분에 맞춰 각자 다른 리듬을 타고 줄 위에서 떠들고 있다. 시간과 공간 상관없이 언제든 나의 부름에 응해주는 일기장에게 새삼 고맙다. 끝까지 비밀을 지켜주겠다고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책장을 보면 울컥한다. 나는 잊어야 내일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일기장에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고 망설임 없이 뒤돌아서려고 하는데, 일기장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바위보다 더 단단하고 든든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다. 잊기 위해 쓰는 줄 알았던 ‘나는 나에게 잊히는 것이 싫어서 일기를 썼’던 것이다.
◎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아름드리미디어 출판사로부터 받았습니다:)
◎ 오소리 작가님, 일기 잘 읽었습니다. 작가님 일기장인데 어느새 제 일기장인 것처럼 저의 이야기를 많이 덧붙였습니다. 훗날 나의 일기도 한 편의 책으로 세상의 빛을 봤으면 좋겠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오늘부터 일기를 열심히 써야겠습니다.

오소리, 『나는 나에게 잊히는 것이 싫어서 일기를 썼다』(아름드리미디어)

오소리 작가님 소개 :D

길벗어린이 증정 :)

오소리 작가님! 잘 읽었습니다.
『나는 나에게 잊히는 것이 싫어서 일기를 썼다』를 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읽다 보니 '나'를 보는 것 같은 기분에 마음이 찌릿하기도 하고,
밑줄을 긋고 또 긋고 싶은 문장도 많았습니다.
감사히 읽었습니다, 정말.
앞으로도 작가님의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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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잊히지 않기 위해
일기를 쓸 누군가에게 이 책을 망설임 없이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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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꾸준히 일기를 쓰면서
나에게 잊히지 않게 노력해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