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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서 괜찮아
임하운 지음 / 시공사 / 2021년 11월
평점 :
장편소설 한 권을 앉은 자리에서 빠르게 읽은 건 처음이다.
채웅이와 초희의 시점으로 번갈아 가면서 진행되는 구조 덕분에 빠르게 읽었다. 채웅이와 초희의 각 시점에서 닥친 상황이나 상대를 바라보고 상대에 대한 생각 등이 바뀌는 부분이 간결하게 드러나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요즘 학생들의 대화 스타일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했다. 짧고 굵은, 모호한 것 같지만 본인들은 단박에 상대방 말의 의미를 찾아내고 답하는.
채웅이와 초희는 동일한 사람에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생존자이다. 동일한 사람에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생존자라는 점이 둘의 이상한 관계를 이끌어냈다고 볼 수 없다. 가족을 잃음으로써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아픔과 상처가 서로에게 끌리는, 본인과 닮은 점을 만들어낸 것이다. 아픔의 계기가 같을지라도 아픔을 키우는 방식, 아픔을 대하는 방식 등 다르게 많은데, 채웅이와 초희는 본인을 보는 것처럼 상대를 보고 그렇게 이상한 관계를 관두고 진정한 친구가 되어 서로에게 남길 바라는 결말로 스토리가 끝난다.
이 스토리는 우리가 늘 봐왔던 주제와 소재, 인물, 장소 등으로 시작해서 결말을 맺는다. 하지만 서로를 만남으로써 변화하고 있는 채웅이와 초희라는 캐릭터가 그 진부함을 덜어내고 있다. 앞으로 채웅이와 초희는 어떻게 살아갈지, 서로 어떤 친구가 되어갈지 궁금증을 남긴다.
채웅이와 초희 이외에도 강민혁, 김선우, 백인우라는 캐릭터도 스토리에서 적절하게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채웅이와 상반된 성격을 가진 강민혁, 적절한 선을 지키며 채웅이 곁에 있는 김선우, 그리고 채웅이와 초희의 가족을 죽인 아버지의 아들인 백인우. 백인우라는 캐릭터가 등장했을 때 채웅이와 초희가 피해자이면서 생존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전사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의 분위기를 환시시키는 인물이었다고 생각한다.
너무 현실적이서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읽으면서 채웅이처럼 심장이 빠르게 뛰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경험을 했다. 분명 웃을 수 없는 이야기고, 아픔에 절여져 있는 채웅이와 초희였지만 마냥 안타깝게만 보고 싶지 않았다. 채웅이와 초희는 그날의 아픔과 상처를 갖고 있으면서도 안주하지 않고, 한걸음씩 밖으로 향하고 있으니까.
채웅이와 초희가 앞으로 어떤 상황을 직면하고 생각지 못한 일들을 겪게 될지 모르지만, 이젠 혼자가 아닌 둘이기에 잘 이겨낼 것 같다. 그저 둘의 내일을 응원하고 싶다.
"그래야 난 호구처럼 안 살 테고, 넌 네 손목에 상처 안 내겠지."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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