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행복한 이유 워프 시리즈 1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 허블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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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의 첫인상은 노잼이었다. 책에 대해 아무 정보도 찾아보지 않았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SF소설집 같지가 않았다. 솔직히 표지만 보고 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작은 글씨가 빽빽하게 자리하고 있는 노잼 경제서적 또는 그저 그런 자기계발서인 줄 알았다. 표제작 내가 행복한 이유도 딱히 SF소설 제목같은 느낌은 아니었어서ㅋㅋㅋㅋㅋ 그런데 보기 좋게 틀렸다! 이 책은 무려 내가 좋아하는 SF장르 단편집이었다. 그것도 SF소설계의 아이돌 김초엽 작가님이 추천한!! 그런 위상 높은(?) ! 알고 보니 이 작가가 해외에서 굉장히 유명한 SF작가였다. 나름 한국 SF는 많이 읽었는데.. 해외소설은 처음인지라.. 몰라 뵙고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슨생님..

 

책을 읽기 전부터 엄청 재미있다는 극찬 후기를 많이 읽어서 기대감이 높았던 탓일까? 내 취향은 해외보다는 한국 SF소설인 것 같다. 이 책이 별로라는 게 아니라, 내가 SF소설을 감명깊게 읽었던 건 SF 자체가 아니라 그 속에 자리잡은 휴머니즘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런데 이 책이 대박이었던 게 진심 상상력이 레전드임... 첨단 의료과학기술, 시간여행, 양자역학, 팬데믹, 유전공학 등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하는데, 읽으면서 아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를 수십번 외친 것 같다. 특히 자궁에 뇌 넣는 부분은 진짜.. 오 마이 갓~~~~ 자궁에 뇌를 왜 넣냐고요..? 궁금하면 오백원. 이 아니라 한번 읽어보세요ㅎㅎ SF 좋아하시면 추천드립니다!!

 

p.s. 넷플릭스 <블랙미러>처럼 단편 영상화하면 대박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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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 돌보는 세계 -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 동아시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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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단순히 질병만을 몰고온 게 아니다. 백신 개발과 함께 금방 사그러들 줄 알았던 이 팬데믹은 우리 사회에 침투하여, 국제 경제와 정치부터 한 가정 내의 문제까지 크고 작은 다양한 영향을 끼쳤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재택근무라는 형태의 노동이 확산되었고, 위생과 청결의식이 강화되는 등 순기능도 없진 않지만, 이는 수많은 혐오를 낳음으로써 사람들에게 도려낼 수 없는 상처를 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저평가되었던 돌봄노동의 가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뉴스나 기사로 돌봄노동이라는 단어와 현 사태를 접하면서 관심이 생겼는데, 이렇게 단행본으로 출판되다니 좋은 기획인 것 같다. 이 책에는 질병, 장애, 의료, 젠더 등 돌봄과 관련된 다양한 논쟁을 다룬 11가지 글이 실려 있다.

 

그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나의 장애는 몇 점인가요?라는 글이다. 작가가 담담하게 소개하는, 그가 겪은 사건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중증임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현실. 정말 돌봄이 필요한 사람 앞에서 눈을 가리는 융통성 없고 불친절한 국가와 법.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그들이 어찌하여 도움이 간절한 국민을 외면하는가.

 

이외 다양한 소재의 돌봄노동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정말 공감이 많이 갔던 챕터도 있고 동의할 수 없었던 챕터도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렇게 이슈화된 만큼 이제 더이상 돌봄노동을 무가치한 여성의 일로 치부하면 안된다는 것. 진정으로 저출생을 걱정한다면, 국가와 사회에서 나서서 책임져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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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일한 하루 - 쉽지 않지만 재미있는 날도 있으니까
안예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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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에서 신간이 나온단다표지의 귀여운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일한 하루라는 이름의 에세이이거 앞구르기하면서 봐도 완전 내 스타일인데..? 하면서 작가가 누군지 보니안예은안예은혹시 내가 아는 그 가수 안예은인가 싶어 찾아보니 정말이다가수 안예은이 아닌작가 안예은을 만나게 되다니지금까지 알던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이 아닌사람 안예은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시간.

 

평소 연예계에 큰 관심이 없고 몇 개의 플리만 고수하는 편이라 가수나 음악을 잘 아는 편은 아닌데나의 훼이보릿 송 중 하나가 바로 안예은 님의 홍연이다처음 K팝스타에서 들었을 때 와 뭐지이렇게 좋을 수 있다고심지어 신인의 자작곡이라고역시 예술은 재능의 영역이구나..!’하고 생각했었다사극풍의 강렬하고도 애절한 이 곡은 실제로 드라마 ost가 되었다리스펙!

 

작곡가들이 어디에서 영감을 받는지 궁금했었는데안예은 작가님은 딱히 대단한 영감이랄게 없고 그냥 상상해서도 많이 쓰고 어쩌다 보면 쓰게 된다고 한다흔히 영감하면모차르트처럼 5분 만에 신들린 듯이 한 곡 뚝딱 써내려가는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인데작가님의 능력은 재능보다는 노력의 영역이라는 걸 보여주는 솔직함이 인상 깊었다. (그런데 그거 재능 맞아요.. 남들은 그런 곡 못 씀^^)

 

작가님이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인 게 보인다노래 가사에서도 묻어나오고글에서 깊이가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주인공보다 사연 있는 빌런을 더 좋아한다는 작가님사실 작가님 처음 봤을 때 크루엘라가 떠올랐었는데그 머리 혹시 크루엘라에서 영감을 받으셨던 건가요!!

 

작가님은 어렸을 때 많이 아팠지만 이렇게 유쾌한 사람으로 자라났다그리고 그건 화목한 가정의 덕이 큰 것 같다가뜩이나 편지를 안 쓰는 사회에서아버지에게 진심이 가득 담긴 편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이 몇이나 될까심지어 글도 너무 잘 쓰신다!! 작사능력은 부계유전인가보다.

 

잠깐 MBTI 얘기를 해보자면작가님과 아버지는 극성향을 가지고 있고어머니는 F 80% 이상이라고 한다어머니 환갑선물 고민하고 계시다고요. F 100% 나오는 F전문가로서 말씀드리자면.. 일단 섬세해야 합니다정성이 가득 담긴 이벤트가 매우 중요합니다영상편지 또는 정성가득 꾹꾹 눌러쓴(‘무뚝뚝한 안부녀 사이에서 맘고생 많았지?’같이 노고를 알아주는 공감성 멘트 필수손편지주문제작 케이크!! 서프라이즈로 할 경우 감동 2^^

 

여름을 맞아 썸머송이 아닌 호러송을 발표하는 프로젝트도 인상 깊었다음악에 공포 장르의 도입이라니 신박해..!!! 음악을 만드는 음악가 대신 소리를 부리는 소리술사라니본인이 전혀 특별하지 않고 평범하다고 생각해서 독보적인’ 등의 수식어가 부담스럽다고 하지만무엇보다 독보적인 분 맞습니다.

 

이 책에는 안예은만의 확고한 개성과 색깔이 듬뿍 담겨 있다유쾌하고 낙천적이고 재미있다작가님 친구들은 좋겠다이렇게 재미있는 친구 있어서...★ 작가님 팬이라면 이미 소장 중일 것 같고팬이 아니어도 추천합니다!! 꾸며내지 않고, ~척하지 않고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솔직함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유쾌하고 웃겨서 술술 읽힙니다!

 

p.s.1. 로봇의 후예가 쓴 글을 읽고 난 울었다이 책을 읽는 2시간 동안 대부분은 웃었지만 감동적인 부분에서(3또르르...

 

p.s.2. 내가 좋아하는 것덧붙여여기까지 읽어준 당신이라니............ 뭐야뭐야 안예은 쏘스윗 완전 낭만가재질.... 당신..★ 제가 많이 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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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아트 컬렉팅 - 내 삶에 예술을 들이는 법
이소영 지음 / 카시오페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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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풍요롭고 다채롭게 만드는 진짜 재테크

초보 컬렉터가 가장 궁금해하는 44가지 질문에

200여 점의 미술품을 소장한 15년차 컬렉터가 답하다

 

장르부터 미술시장, 안목 키우기, 컬렉션 테마까지

단계별 스텝과 인터뷰로 꽉꽉 채운 아트 컬렉팅 가이드북!

그림을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보게 되고, 볼 줄 알면 소장하게 된다

 

 

p.215 의 반대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많은 사람이 미의 반대말을 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추도 미에 포함된다. 영화나 드라마를 생각해보라. 추함을 받아주는 건 예술이 유일하다. 세상 그 어떤 것도 추함을 수용하지 않지만, 오직 예술은 추함을 수용한다.

 

 

이소영 작가님은 유명한 미술계 인플루언서라서 언젠가 컬렉팅 관련 도서를 쓸 거라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나왔다. 이 책을 쓰는데 5년 정도 걸렸다고 한다. 그만큼 신중하게 쓴 책이라 그런지 내용이 정말 좋았다. 180도 펼쳐지는 누드제본 디자인도 마음에 든다. 미술을 좋아하거나, 아트컬렉팅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으로 입문해 보시길 강력추천한다.

 

이 책의 장점 : 누드제본 특성상 180도 펴져서 읽기 편리함,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쉽고 간단하고 친절한 설명, 챕터 사이사이에서 만날 수 있는 인터뷰, 미술 공부를 할 수 있는 작가, 컬렉터, 갤러리 채널과 계정 정보 등 다양하고 실용적인 지식도 같이 얻어갈 수 있음! 직접 찾아보지 않아도 책 한 권으로 다 정리해서 떠먹여주니 얼마나 편리한지!

 

미술에 관심이 많아 공부하고 있지만 전공자가 아닌지라 정확한 지식은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잘 몰랐던 판화에 대해 상세하게 알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한 갤러리에서 내게 강력하게 추천했던 작품은 하급 복제품이었다는 걸 이 책을 보고 알았다. 역시 아는만큼 보인다고, 앞으로 판화 컬렉팅을 할 때는 신중하게 고려해야겠다.

 

작가님 집 사진이 일부 공개되었는데, 다양한 작품으로 가득한 거실이 정말 이상적이고 멋있었다. 그리고 작가님이 소장 중인 작품 중에 실제로 미술관에서 직접 보고 관심을 가졌던 작품이 있어서 신기했다. 김경태 작가의 <Crossing Surface>가 그것이다. 보통 1년에 200개 정도의 전시를 보는데, 아직 유명하지 않은데도 익숙한 이름이 등장할 때마다 그동안 보고 듣고 배운 것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했다.

 

한성필 작가의 사진작품 <Fly High into the Blue Sky>도 기억에 남는다. “사진을 봤을 때 어디서부터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모르겠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는 작가님의 감상평 또한 인상 깊었다.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조덕현 작가의 <Mirrorscape> 전시를 보고 큰 감동에 빠진 적이 있다. 사진이란 매체는 가능성이 정말 무한하고, 그림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한 작품 앞에 압도되었던 경험이 있어서 이 작품에도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드로잉은 그저 준비단계이고 불완전하다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짧았다. 드로잉은 캔버스와 다르게 작가가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리거나, 완성을 향해 달려가는 그림이 아니기 때문에 솔직함이 담겨 있다는 말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깨달음을 얻었다. 또한 유화작품에는 훌륭한 작품을 만들겠다는 작가의 욕망이 강하게 내재해 있지만, 드로잉은 무심해서 캐주얼한 재미가 있는 것이 매력이라는 김동화 컬렉터의 말도 공감되었다.

 

 

한 작가의 작품을 사는 것은

그 작가가 세상을 보는 시선에 공감하는 일이다.”

- 이소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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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락의 아내
토레 렌베르그 지음, 손화수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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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그리고 자신과 극렬하게 불화했던 한 남자

죽음을 앞둔 이의 마지막 고백. 사랑, 그 이면에 대하여

 

노르웨이 최고의 스토리텔러가 선사하는,

맹렬하고 불편하며 강렬한 소설! _일간지 VG

 

 

지금까지 수많은 책을 읽었지만, 노르웨이 소설은 읽어본 적이 없다. 출판시장에서 생소한 국가인 것 같다. 현지에서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책이라 과연 노르웨이 사람들이 찬사를 보내는 글은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다. 톨락, 잉에베르그 등 등장인물들 이름도 영어권이 아니라 낯설어서 신선하게 느껴졌다.

 

우선, 이 소설은 무조건 스포 없이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책에 대해 조금이라도 찾아보는 순간 반전을 예측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책을 읽어나가며 유추해 나가는 재미가 반감될 것이다. 이 책은 참 친절하다. 독자에게 해석의 여지를 주지 않고 반전을 명확하게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열린 결말을 선호하지 않기에 좋았다.

 

내용만 따져 보면 추리소설 마니아들은 실망할 수 있으나, 이 책의 진짜 매력은 문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소설과는 다른, 마치 한 편의 시나 희곡을 보는 듯한 리듬감과 구성이 신선하다. 짧고 가독성이 좋아서 한 시간이면 완독할 수 있고, 사건을 파헤쳐가는 과정에서 페미니즘, 가부장제 등 다양한 이슈를 느낄 수 있다. 결말을 알게 된 후에는 불편할 수 있지만, 그만큼 강렬한 알쏭달쏭한 작품!

 

 

p.55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데는 무척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사람들은 결국 스스로와 화해하기 마련이다. 살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내가 과거에 행했던 모든 일과 과거에 보았던 모든 것과 과거에 만났던 모든 사람들이 차례차례 눈앞에 스친다. 하나도 빠짐없이. 좋든 싫든. 바로 그때, 우리는 스스로와 화해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바로 지금의 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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