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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일한 하루 - 쉽지 않지만 재미있는 날도 있으니까
안예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8월
평점 :
웅진에서 신간이 나온단다. 표지의 귀여운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안~ 일한 하루’라는 이름의 에세이. 이거 앞구르기하면서 봐도 완전 내 스타일인데..? 하면서 작가가 누군지 보니, 안예은. 안예은? 혹시 내가 아는 그 가수 안예은인가 싶어 찾아보니 정말이다. 가수 안예은이 아닌, 작가 안예은을 만나게 되다니! 지금까지 알던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이 아닌, 사람 안예은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시간.
평소 연예계에 큰 관심이 없고 몇 개의 플리만 고수하는 편이라 가수나 음악을 잘 아는 편은 아닌데, 나의 훼이보릿 송 중 하나가 바로 안예은 님의 ‘홍연’이다. 처음 K팝스타에서 들었을 때 ‘와 뭐지? 이렇게 좋을 수 있다고? 심지어 신인의 자작곡이라고? 역시 예술은 재능의 영역이구나..!’하고 생각했었다. 사극풍의 강렬하고도 애절한 이 곡은 실제로 드라마 ost가 되었다. 리스펙!
작곡가들이 어디에서 영감을 받는지 궁금했었는데, 안예은 작가님은 딱히 대단한 ‘영감’이랄게 없고 그냥 상상해서도 많이 쓰고 어쩌다 보면 쓰게 된다고 한다. 흔히 ‘영감’하면, 모차르트처럼 5분 만에 신들린 듯이 한 곡 뚝딱 써내려가는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작가님의 능력은 재능보다는 노력의 영역이라는 걸 보여주는 솔직함이 인상 깊었다. (그런데 그거 재능 맞아요.. 남들은 그런 곡 못 씀^^)
작가님이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인 게 보인다. 노래 가사에서도 묻어나오고, 글에서 깊이가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주인공보다 사연 있는 빌런을 더 좋아한다는 작가님. 사실 작가님 처음 봤을 때 크루엘라가 떠올랐었는데, 그 머리 혹시 크루엘라에서 영감을 받으셨던 건가요!!
작가님은 어렸을 때 많이 아팠지만 이렇게 유쾌한 사람으로 자라났다. 그리고 그건 화목한 가정의 덕이 큰 것 같다. 가뜩이나 편지를 안 쓰는 사회에서, 아버지에게 진심이 가득 담긴 편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이 몇이나 될까. 심지어 글도 너무 잘 쓰신다!! 작사능력은 부계유전인가보다.
잠깐 MBTI 얘기를 해보자면, 작가님과 아버지는 극T 성향을 가지고 있고, 어머니는 F가 80% 이상이라고 한다. 어머니 환갑선물 고민하고 계시다고요. F 100% 나오는 F전문가로서 말씀드리자면.. 일단 섬세해야 합니다. 정성이 가득 담긴 이벤트가 매우 중요합니다. 영상편지 또는 정성가득 꾹꾹 눌러쓴(‘무뚝뚝한 안부녀 사이에서 맘고생 많았지?’같이 노고를 알아주는 공감성 멘트 필수) 손편지, 주문제작 케이크!! 서프라이즈로 할 경우 감동 2배^^
여름을 맞아 썸머송이 아닌 호러송을 발표하는 프로젝트도 인상 깊었다. 음악에 공포 장르의 도입이라니 신박해..!!! 음악을 만드는 음악가 대신 소리를 부리는 소리술사라니. 본인이 전혀 특별하지 않고 평범하다고 생각해서 ‘독보적인’ 등의 수식어가 부담스럽다고 하지만, 무엇보다 독보적인 분 맞습니다.
이 책에는 안예은만의 확고한 개성과 색깔이 듬뿍 담겨 있다. 유쾌하고 낙천적이고 재미있다. 작가님 친구들은 좋겠다. 이렇게 재미있는 친구 있어서...★ 작가님 팬이라면 이미 소장 중일 것 같고, 팬이 아니어도 추천합니다!! 꾸며내지 않고, ~척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솔직함.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유쾌하고 웃겨서 술술 읽힙니다!
p.s.1. 로봇의 후예가 쓴 글을 읽고 난 울었다. 이 책을 읽는 2시간 동안 대부분은 웃었지만 감동적인 부분에서(3곳) 또르르...
p.s.2. 내가 좋아하는 것. 덧붙여, 여기까지 읽어준 당신이라니............ 뭐야뭐야 안예은 쏘스윗 완전 낭만가재질.... 당신..★ 제가 많이 애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