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의 이름은
조진주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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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우 저자는 1985년 생으로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 후 2017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고 한다.

첫 소설집인 다시 나의 이름은 총 9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항상 재테크 도서만 읽다가 오랜만에 현대문학을 읽으니

마음 한편이 아릿해지는 느낌이었다.

언제 이런 감정을 마지막으로 느꼈었던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목차

침묵의 벽

우리 모두를 위한 일

란딩구바안

꾸미로부터

나의 이름은

베스트 컷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모래의 빛

나무에 대하여


9개의 단편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감동적인 이야기보다는

부당함과 상처에 관한, 현실에 있을 법 찍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단편이 끝날 때마다 독자로 하여금 곱씹어보게끔 만들었다. 나의 경우는 그랬다.

▼ 단편집의 내용이 일부 있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


왜 이렇게들 포기할 줄 모르는 걸까.

나는 현지에게 동수 씨의 안경에 대해 말해주고 싶었다.

그 안경이 그에게 어떤 의미였고,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를.

나는 다만 현지가 자신의 안경을 잃어버리지 않기를 바라는 것 뿐이었다.

그런데 왜 다들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는 듯 구는 거지

우리 모두를 위한 일 p.62


우리 모두를 위한 일에선 기간제 교사 주인공의 학급 학생에게

다른 반 선생이 외모비하와 성적 수치심을 준다.

학생은 부당 처우에 대한 서명을 받게 되는데,

학교에선 일이 더 커지는 걸 바라지 않으니

주인공에게 잘 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리게 되고,

학생과 학교사이에서 주인공은 고민하게 된다.

왜냐면 주인공은 정식교사발령을 앞두고 있었다.

학생의 입장은 부당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알고 있지만

본인의 상황에 있어서 무엇이 최선인지

직장인의 입장에서 이입하게 돼서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만약 나의 상황이었다면 나는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무엇이 최선이었을까



나는 해주가 끝까지 싸워 그림자를 잡아내기를 바랐다. 그러나 매장당한 진실을 다시 끄집어내는 일이 얼마나 구질구질하고 고단한 일인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해주가 실패하기를 바랐다. 그리하여 내가 왜 그녀를 만류했는지 깨닫기를. 스무 살 무렵의 내가 왜 무언가를 더 하지 않기로 결정해야만 했는지, 그녀가 이해해주기를. 굳이 그림자의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꾸미의 죽음은 자연스러웠고, 꾸미를 잃은 해주의 슬픔은 위로받을 수 있었다. 나 역시 꾸미를 잃은 해주를 얼마든지 위로해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모두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 슬픔이란 딱 그정도까지였다. 내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나는 그녀의 좌절을 바랐다.

꾸미로부터 p.119


사진 속 축제 풍경은 한없이 유쾌하고 즐거워보였다. 서빙 중인 콜라를 엎지르고도 낄낄대는 아이, 세계적인 기타리스트라도 된 양 기타를 잡고 과장된 몸짓을 해 보이는 아이, 자신이 그린 그림앞에서 자랑스럽게 포즈를 취하는 아이, 그리고 웃고 있는 원호까지. 그 들 중 어느 누구도 날카롭게 벼려진 악의를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베스트 컷 p.175


▲ 단편집의 내용이 일부 있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

출,퇴근길에 단편을 하나씩 읽었는데

어느샌가 9개의 단편집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상황에 나를 대입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불안하고 연약한 존재"

소설속의 존재가 아니라 현실에 충분히 있을법한 일이어서

주인공들이 더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현실과 이상의 사이의 괴리는 평소에도 충분히 느끼고 있기때문에

단편 한 편 한 편에 흡입력있는 문장으로

그 순간을 집중하도록 만들었는데

저자의 앞으로 나올 작품들이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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