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엔 다양한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페이지의 제일 위에 있는 날짜가 바뀜에 따라 캐릭터의 시점이 바뀌는데 등장인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의 개성을 뚜렷하게 나타나는 문체로 읽으면 읽을수록 캐릭터들이 현실 세계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심리 표현과 심리묘사가 생생했다. 읽을 때 계절도 같이 생각하면서 읽으면 더 좋다.
등장인물이 많다 보면 간혹 가다 캐릭터가 헷갈리는 경우도 있는데 입체적인 캐릭터들로 인해서 저자의 섬세하고 깊은 캐릭터 표현에 정말 감탄했다. 읽다 보면 범인의 행동과 생각을 적은 부분은 굵게 처리가 되어 있는데 어느 정도 추리소설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해서, 범인은 이 사람이 아닐까 아닌가 저 사람이 아닌가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읽었는데, 전혀 다른 반전에 깜짝 놀랐다.
600페이지로 부담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단 한 번 시작해서 빠져들면 정신없이 읽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등장인물이 어떤 캐릭터를 갖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독자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생각할 수 있기 위해선 작가가 캐릭터 분석을 철저하게 한 뒤 행동과 심리 표현을 입체적으로 세세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수사가 바로 그런 소설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가 형사역할의 케이트와 케일럽인데, 매력적인 형사 케이트와 형사 케일럽은 수사에서 처음 등장하는 인물이 아니라고 한다. 속임수라는 책에서 이미 두 형사 콤비로 나온 적이 있다는데, 속임수라는 책을 먼저 보고 수사를 본다면 더 빠져들 수 있지 않을까. 케이트가 눈에 밟히는 이유가 여성으로써 본인에 대한 자신감이 낮게 평가하지만, 형사로써의 그의 행동은 또 다른 케이트였다. 캐릭터를 구성하는데 착한사람, 나쁜사람, 소심한사람, 당당한 사람 이렇게 편파적으로 나뉘는게 아니라 많은 면모를 적절하게 분배해서 창조해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케일럽은 그 본인이 신경쓰이는 부분을 계속 캐는 부분이 나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느껴져서 마음이 들었다. 샤를로테 링크의 작품을 보셨던 분도, 혹은 저처럼 처음 들어보신 분도 읽다보면 모처럼 재밌는 소설책을 발견했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조만간 샤를로테의 전 작품인 '속임수'인 책을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