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거지 불행한 게 아니에요
김설기 지음 / 레터프레스(letter-press)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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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거지 불행한 게 아니에요 / 글 : 김설기, 그림 : 남승현

 

 

 

10대와 20대때 우울함이라는 감정이 마음에 콕 박힌 상태로 생활했던 적이 있다.


우울한 노래를 듣고, 우울한 상태에서 아무것도 하고 싶어하지 않고, 우울해서 뭘 해도 신나지 않은 상태

주변에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고, 남자친구도 있었지만 아무도 나에게 큰 위안이 되지 않았던 그 시절

지금도 가아끔 늦은 저녁에 혼자서 집에 있을 때면, 갑자기 우울함이 엄습해올 때가 있다.

그럼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고 하염없이 자기혐오에 빠져서 울고만 싶어지곤 한다


책 제목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우울한 거지 불행한 게 아니에요'


그래서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의 마음도 이해가 가고, 부모님의 마음도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왠지 내가 저자와 같은 상황이였어도, 우리 부모님은 저렇게 말씀하셨을 것 같으니까

 


10월 이겨 내라는 엄마, 무엇이든 시작하라는 아빠


결국, 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시는 부모님 곁을 떠났다. 집에서 나온 것이다. 사람들은 힘들어도 그냥 살아야 한다고 한다. 힘들지 않게 하는 방법을 몰라서일까? 아니면 그런 방법 따위가 없어서일까? 견디고, 버티고, 그저 숨만 쉬는데에도 엄청난 기운이 필요한 듯하다. 그 기운마저 없는 사람은 어쩌나? 눈 앞에 펼쳐진 모든 길이 그저 다 아득한데도 주변 사람들은 그냥 살라고만 한다. 너무 성의 없는 말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니! 굴러나 보고 하는 이야기인가? p.54


자식을 오랜 시간 봤기에 자식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부모님들은 결국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사소한 것으로도 칭찬해주고 동기부여를 해주려는 부모님들의 노력은 와닿지 않는다. 왜냐면 궁극적으로 우울증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다가가기 위해서 아마 부모님 입장에서도 이해하려 노력해보셨겠지만,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을테니 말이다.


*

7월 나는 파리가 되고 싶지 않다 무기 하나쯤 있는 벌이 되고 싶다


그러네. 하나씩 꼽아 보니 대단하지 않은 게 없다. 그런데도 나는 내가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경력이 내게는 거의 없는 탓이었다. 꼭 사회에 나를 설명할 수 있어야만 내가 괜찮은 사람일까? 내가 나를 인정해 줄 때까지 나는 몇 달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나는 사람들이 인정해 줘야만 벌이 되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생각이 느린 나는 자신을 보호하는 벌의 독침은 사회적으로 주어진 게 아님을 한참 후에야 깨달았다. p.102


이 부분에서 정말 많은 공감을 느꼈다. 나는 나란 사람으로써 존재하는 것인데도,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어서 나에게 보여지는 것들을 부여받기 위해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노력하고 있었는걸까? 이제까지도 그래왔고 지금도 그래오고 아마 미래에도 그럴 것인데 정말 내가 하고싶은 것들을 하는 그런 삶이 무엇일까 고찰하는 시간을 갖을 수 있게 해준 목차였다


 

극단적인 결정까지 내렸던 글쓴이는 결론적으론 본인은 죽고싶은 게 아니라고 했다.

그냥 살고자하는 의지와 힘과 목표가 없었을 뿐이고 지쳤을 뿐이였다. 우울은 감정이다. 기쁨, 슬픔, 환희, 애노 이런 감정들의 하나이다.

나를 들여다봐도 나 스스로도 이해가 안될 수 있다. 하물며 다른 사람들이 바라봤을 땐 어떠할까

쟨 왜저래 뭐좀해봐 이런 말들이 다른 사람에게도 모두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주변인들도 인지해야된다 생각한다.


*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됐던 주변인들의 행동 10가지


1. 병원과 상담에 같이 가준다

2. 전문가를 믿고, 치료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는다

3. '언제쯤 괜찮아지는 거야?'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4. 초조해져서 자책하면 '처음 치료받았을 때보다 좋아졌어.'라고 이야기해 준다.

5. 우울함을 나의 많은 특성 중 하나로 생각한다.

6. 수시로 기분이 변하는 나를 그저 묵묵히 받아준다.

7. 호전될 걸 의심하지 않는다.

8. 내가 원하는 것을 물어보고, 그렇게 행동한다

9. 조금 힘든 대화 전에 "지금 이야기할 수 있어요?"라고 항상 물어본다.

10.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나를 떠나지 않을 거라는 신뢰를 준다. p.165


읽으면서 내가 갖고 있는 우울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해봤다. 나의 우울은 어디서 온 것일까.

우울한 거지 불행한 게 아니라는 저자의 말처럼 우울한 것 뿐이다.

이후로 나는 나의 우울을 좀 더 이해해보고,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정말 나를 위해서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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