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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사춘기 - 서른 넘어 찾아오는 뒤늦은 사춘기
김승기 지음 / 마젠타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정신분석 전문의이자 시인인 김승기 작가가 본인을 휴지빼주는 남자라 칭하며 성숙되지 않은 어른들에게 온 또다른 사춘기에 대해
정신분석학적으로 이야기를 풀어준다. 그렇다고해서 어려운 내용으로 구성된 책이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을 수 있고, 겪었던, 그리고 보아왔던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잔잔한 시와 함께 우리에게 이야기를 전달해 준다. 중간중간 시를 넣어줌으로써 마음도 편안해지고 더욱 읽기 좋았다.
책 속을 열어보니 너무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저자의 advice 코너와 쉬어가기 코너, 작가의 자작시도 사진과 함께 담겨져있다.
책 겉표지나 제목만 봤을때의 느낌보다는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이 들면서 나의 호기심을 마구마구 자극했다.
예쁜 사진과 함께 구성된 4가지의 파트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부분은 관계 맺기 서툰사람들이라는 타이틀로
시작되는 단락이었다. 책을 받아들고 제일 먼저 그부분부터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나야말로 관계 맺기 어려워하는 사람 중에 한명이니..내가 왜 그런지..알고싶어졌다.
우리는 성장기에 자아 성립에 있어서 여러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한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가정환경이라고..
그리고 자아가 점점 성장하면서 페르조나(타인이 요구하는 가치관이나 역할 행동을 자기 것인양 동일시 해서 생각하고 행동하는것)를 벗어던지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페르조나를 벗고 나름의 주체성을 가진 인격체가 어른이라며..
나의 닉네임과도 상통하는 어른아이. 우리사회에 마구 쏟아져 나오는 애어른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주고 있다.
어린시절부터 남들에 지지 않으려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온 학창시절...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서 마저도 스펙쌓기와 학점 올리기에 열중하면서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고, 자아 정체성을 제대로 확립할 시간도 갖지 못한채 사회에 나오게 되는것이다.
유치원생인 조카카 늘 손수건과 인형을 들고 다니고, 없으면 불안해 하는 행동(트렌지엔트 오브젝트)을 보면서 꼭 어린아이처럼
어른들도 분리불안 증상을 갖고 산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타인과 멀어질까봐 두려워 하고싶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거절하는 방법 조차 몰라 힘들어하는 사람들...남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자유로운 의견을 펼친다는거 쉬워보이지만은 않는다. 저자는 나를 싫어하는사람이 있으면 보지말라고 한다. 안보면 그만이다. 편하게 살아라라고 충고하는 부분에서는 속이 확 풀리면서 명쾌한 대답 들어 책을 읽는 내내 정말 선생님께 치료받는 기분이었다 ㅎㅎ
우리가 결혼 할 남자를 고를때 역시 자기한테 부족한 점이 잠재의식 속에 갖고있어 그런 사람이 나타나는 순간 이상형으로 착각하고 결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참 공감이 많이 갔다.
그리고 외로운 사람일수록 무언가에 중독되는 증상이 잘 나타나는데.. 그 증상 자체만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럴수밖에 없는 심리를 들여댜보고 근본적인 치유를 위해 중독행위 외에 재미있는 다른것을 만들어줘야한다는 것이다. 흔히 술, 담배, 게임, 쇼핑 등등 그런것들로 인해 사회생활이 힘들어지고, 다른사람들과 함께 어울리지 못하는 사회성이 결여된 사람들은 대부분 EQ가 낮아서 그렇다는 결과를 보고는 조금 놀랐다...왜 요즘 엄마들이 EQ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지 이해가 갔다. 성인이 되어서도 EQ지수를 높일 수 있는 방법들이 많기에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IQ보다는 EQ가, EQ보다는 NQ가 요즘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충분히 사랑받고 큰 사람들은 자아 성립도 잘 되어있고, 성인이 되서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제대로된 독립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미숙한 상태의 애 어른들에게는 정신적으로 여러가지 증상들도 나타난다고 한다.
공황장애, 스토킹, 분리불안증세,공격성 인격장애등 성격장애자,우울증.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 불면증,열등감..
이들 숨은 정신질환자인 성격장애자는 본인도 힘들겠지만, 저변의 어느 정신적 질병보다 주위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어쩌면 그들을 만나지 않는 게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P.175
이부분을 읽다보니 얼마전 겪었던 일이 생각났다. 운전을 하고 가는데 어느 순간 숨을 못쉴것 같고, 극심한 호흡곤란과
머릿속이 하얘지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있었다. 공황장애를 테스트해보는 페이지에서 셋중에 하나라도 있으면 공황장애라고 했는데..
그중에 있었다.ㅠㅠ 덜컥 겁이나서 내가 겪었던 것이 공황장애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황장애는 어떠한 병이나 아픔이 없는 정상적인 상태인데, 신체적으로 갑자기 반응하여 나타나는 것이라고 한다.
그날 이후로 몇번 더 그런 경험을 했지만 공황장애라고 생각한적은 없었는데..얼추 맞는 것 같다. 병원에서 진단받은것이 아니라 확언할수는 없지만, 지금은 괜찮아져서 다행인듯싶다.
심호흡을 하며 책장을 넘겨가던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를 적어본다.
휴식 -p.207
우리집 초롱이가 소파 위에 누워 있는 것을 보면
휴식이란 것이 무엇인지 알겠다
우선 감기는 눈꺼풀을 내려놓고, 머리를, 다리를,
구석구석 모든 관절을, 근육을,
더 먹고싶은 소시지 간식을, 하루 종일 뛰어놀고 싶은 운동장을,
자는데 건드리지 말라는 귀찮음을, 침대에 올라가고 싶다는 욕망을,
휴식이란, 내려놓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이다.
마침내 자신까지 내려놓고 바닥이 되는 것이다.
금방 술술 읽을 수 있는 무겁지 않으면서 정보도 담겨있는 재밌고 쉬운 책이다.
왠지 의사선생님께 심리상담 받은 사람마냥 다 읽고나니 머릿속이 상쾌해지고 개운해진 느낌이 들었다.
끙끙 앓고 화병 걸린 사람 속을 뻥 뚫어주는 치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