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20만 부 기념 에바 알머슨 스페셜 에디션)
한성희 지음 / 메이븐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딸이 있으니 읽어보고 싶었던 책.
그런데 읽으면서 깨달았다. 엄마이기 전에 나도 딸이라는 것을.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 딸에게 해줘야 하는 말을 가르치기보다
책을 읽고 있는 '나'를 위한 말을 한다.
책조차도 내 딸을 위해서만 읽으려는 나에게
'나는 내 딸인 네가 더 소중해'라고 말하는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다.
이건 딸이 있는 엄마들이 읽는 책이 아니라,
매순간 딸이자 엄마인, 혹은 직장인이거나 학생인 내가 읽는 책이었다.


정신과 의사로서 40년을 일한 저자의 경험 덕분에 어떤 이유로 인간이 무너지는지 인생의 수많은 가시덩쿨을 보았다. 나의 책 엄마는 가시덩쿨을 피하는 법 뿐만 아니라 받아들이는 법, 상처를 회복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여느 힐링 에세이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요즘에 그야말로 '쏟아져 나오는' 에세이는 더이상 남에게 상처받지 않기 위한 방어기제가 가득하다. 하지만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는 나를 지키는 방법은 물론, 이왕이면 주변과 함께하는 행복, 일에 몰두하는 행복을 알려주고자 하는 마음이 한가득이다.

마치 내 아이는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고난없이 꽃길만 걷길 바라면서도, 때로는 타인을 수용할 줄도 알아야 하고 좌절도 해봐야 딛고 서는 법을 배운다며, 언젠가 부모없이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자식을 위한 부모의 마음처럼 말이다. 아이가 미움받을 용기를 갖길 바라지만 굳이 미움받지 않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이랄까.


그 어떤 책보다 남기고 싶은 문구가 많았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삶의 통찰과 깨달음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녀사이에서의 여자, 사회인으로서의 여자, 그리고 워킹맘으로서의 여자까지 모두 겪어본 엄마로서 딸에게 보낼 수 있는 가장 값진 편지였다.

그리고 어려웠다.
책 내용이 아니라, 엄마로서의 저자 마음을 모두 헤아리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굳이 더 깊이 헤아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일목요연한 소주제와 응집된 전달력이 있어 다행이었다.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뒤죽박죽이었는데
책 덕분에 아주 멋지게 정리해서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보다 더 진귀한 사실은,
나 또한 딸이니, 딸인 내 자신을 보듬어주는 소중한 책 엄마를 만났다는 것이다. 엄마의 역할과 며느리, 와이프의 역할에 집중하다가 딸로서 엄마를 만나고 오니 마음 한켠이 든든하다.

이 세상의 모든 딸들, 그러니까 모든 여자들이 이 책을 읽고,
기쁨이든 좌절이든 온 몸으로 받아내고 생동감있는 삶을 살기을 간절히 바라본다.


<밀리의서재의 제공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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