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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잔혹사 - 도난과 추적, 회수, 그리고 끝내 사라진 그림들
샌디 네언 지음, 최규은 옮김 / 미래의창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미술품 절도에 대한 이야기들을 책으로 만나게 되었다. 나는 1997년도에 파리 루브루 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직접 보았던 경험이 있었다. 내가 보았던 그 위대한 그림이 ‘빈첸초 페루자’라는 이탈리아 사람에 의해서 도난당했던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미술품 잔혹사>라는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미술작품이 당대에 큰 인기를 끈 경우도 있지만 작가들의 사후에 더욱 유명해지는 경우도 있는데 그 작품들이 누군가에 의해서 도난을 당했을 경우 더욱 그 유명세가 높아지는 듯하다. 윌리엄 터너의 두 작품의 실종과 회수에 이르기까지의 숨 막히는 과정들을 이 책의 1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렇게 가치가 있는 작품들이 도난당하는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독자로서 나는 처음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게 되었다. 왜냐하면 예술적 가치가 있는 그림들은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잘 보존되어져야 하고 이미 그러한 그림들은 세계적인 문화의 유산이란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드는 점도 있었다.
거의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니는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들의 보안상태가 생각보다 매우 허술했다는 점이다.
영화 속에서 보던 서스펜스 가득한 그런 장면이 이 책에서는 떠오르지 않았다. 박물관 측은 첨단 보안장치가 가동 중임에도 불구하고 도난당한 사실을 지금도 미스터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공개된 장소에서의 전시와 높은 가격, 그리고 허술한 경비가 이러한 고가의 미술품들이 도적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사라진 그림을 두고 벌이는 국제적인 공조 수사와 그림 값을 두고 벌어지는 헤프닝들이 긴장감을 준다.
예술을 물질적인 가치로만 생각하며 절도를 저지르는 범죄자들과 그 그림을 역사적 유산으로 후대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자들 사이에 지금도 수많은 보이지 않는 전쟁이 계속 이어지는 듯하다.
내가 루브르에서 보았던 ‘모나리자’ 역시 두꺼운 방탄유리 안에 보관되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유명한 화가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보기위해 그림 앞에 모여 있던 모습이 생각난다. 어느 날 그림이 걸려있던 곳에 횡 하니 먼지만 일고 있는 빈 공간을 보았던 관람객들의 표정이 책이 묘사하고 있는 것처럼 떠오른다.
도난당한 그림을 찾기 위한 박물관 측과 수사당국, 그리고 보험회사 간의 관계도 재밌게 읽었던 부분이고 그 그림들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 다시 반환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내막을 알게 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