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사라진 세상 - 인간과 종교의 한계와 가능성에 관한 철학적 질문들
로널드 드워킨 지음, 김성훈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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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대학에서 종교학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다. 내가 알기로 그 교수님은 무실론자였다.

그는 사실 철학을 전공한 교수님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그래서 그분이 무실론자였지만 종교학을 하나의 학문으로써 가르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배운 종교학은 인간이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어떤 초인간적인 것들에 대해 의지할 대상을 찾은 것이 ‘신’이며 그 신이 곧 자신이 믿는 종교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설령 신이 없다하더라도 자신이 느끼는 초신비주의적인 어떤 힘 또는 존재감이 무실론적 종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러한 점에서 이 책 <신이 사라진 세상>과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 ‘로널드 드워킨’에 따르면 ‘신’이 없는 종교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종교를 ‘신’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좀 더 인간의 근본적이고 본원적인 존재에 대한 성찰에 답하려는 시도가 그의 글을 쓴 의도로 해석된다.

기독교 입장에서 보면 이는 포스트모더니즘 또는 종교 다원론에 해당한다는 생각이 든다. 해석하자면 개인의 초자연적 존재론, 가치와 연결되는 것은 어떤 형태든 종교가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설령 ‘신’이 없다고 해도 말이다.

신을 아우르는 더 포괄적인 개념의 종교를 드워킨은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드워킨이 무실론, 유실론을 자신이 말하는 종교와 더 확실히 구분하여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철학적으로 의미하는 종교에 대해서 이 책이 논하는 점을 분명히 하고 그것이 유실론, 무실론과는 독립적으로 설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종교는 유실론을 의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교를 사전적 의미로 보아도 절대적인 신을 숭배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드워킨이 말하는 종교는 철학적 의미에서 포괄적인 의미로만 해석되어야 옳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지게 된 생각이다.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유실론적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 또한 지극히 철학적인 그의 신념에 기초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생각하는 종교적 신념과 인간이 초자연적인 신에 대한 숭배의 관점에서 보는 종교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 책은 인본주의 철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종교학에 관한 책이라 정의내리고 싶다.

인간의 존재, 가치, 우주의 원리 등을 바라보는 눈으로 신을 바라보고 종교를 생각한다면 어찌보면 드워킨의 시각이 당연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무실론적, 물질적 세계관에 그의 철학이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그에 따르면 그럼 모든 이들이 종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인가? 자신의 신념에 기초해 올바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 경이로운 이치를 깨닫는 사람들이 다 종교인이란 것인가? 나에게는 의문이 많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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