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입니다
안도현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안도현님의 산문 <나는 당신입니다>는 짧은 글의 모음이지만 그가 좋은 책들에서 좋은 구절을 밑줄 그으며 보았던 그 느낌으로 나 역시 깊은 생각의 심연 속으로 빠져 들게 한다.

내용을 곱씹으며 그 맛을 음미하게 되는 이 느낌! 이 책을 접해보지 않는 사람이 가히 느낄 수 없는 그런 글을 읽으며 사색하는 맛이 있는 책이다.

먼저 저자가 발췌한 글이 나온다. 그 작가가 의도한 의미와 상관없이 읽으며 나의 느낌을 떠올려 보게 된다. 내가 느낀 글의 분위기나 느낌을 살린 채 다시 안도현님의 생각을 들어본다. 앞 선 글의 대한 해설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역시 진솔하게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적어놓은 듯하다.

 

진짜 사랑을 한다는 것의 의미를 여러 각도에서 비추어 본 글

사랑은 세기가 변하고 세대가 바뀐다 해도 변하지 않는 절대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이 책의 글들을 읽다보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다만 그 표현 방법이 다를 뿐임을 알 수 있다. 각자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 보니 그 방법들을 문학적 형식을 빌려 글로 읽어보는 것도 참으로 운치가 있고 그 느낌이 좋다.

때론 젊은이들의 조급하지만 강렬한 사랑처럼, 때론 파블로 네루다의 시 <100편의 사랑소네트>에서 아내 마틸데 우루티아에게 바친 시처럼 낭만적인 모습일 수 도 있다.

반면 40대인 나를 위한 시 황지우님의 시 <늙어 가는 아내에게>는 전통적인 우리 부모님 세대의 사랑법을 잔잔하게 들려준다. 안도현님은 그러한 사랑의 표현을 말의 상투성을 일간에 폭파해버리는 위력을 지닌다라고 한다.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꼽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묻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 보이는 게야

황지우의 시 「늙어 가는 아내에게」중에서

 

어쩌면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우리에게 이 책에 수록된 사랑에 대한 단상들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솔직하다 못해 부끄럽게 솔직한 우리네 이야기들

원초적 사랑의 본능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적나라하지만 재미있게 다가온다. 사실적이며 유희적인 언어의 쓰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연인이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시펄’이란 욕을 썼을까? 개인적으로 좋게 들리지는 않지만 젊은이의 연인에 대한 그리움의 강렬한 표현쯤으로 받아들여 본다.

 

눈물과 가슴을 울리는 감동의 글

황진이의 시조 <기다림의 자세>는 안도현님의 자세한 설명으로 그 감동의 깊이가 더욱 깊어지는 시로 다가왔다. 동짓날 긴 밤을 님을 기다리며 읊은 황진이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실연을 해봐야 사랑을 안다는 한 글에서 시련의 아픔을 겪어봤던 과거의 아프지만 아름다웠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때로는 정의로운 삶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김남주 시인은 <자본주의 사랑>에서 적나라한 표현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가 왜 그런 저속한 표현들을 거침없이 쓰면서 시를 써야만 했던 것일까? 저자의 해설을 읽고 난 후 썩은 현실을 비속어를 통해 정의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해준다는 사실을 바라보게 된다.

내가 하지 못하는 언어의 한계, 그것을 그는 대신해서 충족시킨다는 강렬한 기분 좋은 느낌! 이 있는 책이다.

 

작은 것에서 깨닫는 큰 행복

소재의 한계가 과연 존재할까? 작지만 행복을 안겨주는 우리의 삶 도처에 널려있는 그런 소재 말이다. 아이스크림, 몸살, 산딸기, 어머니의 음식 등 이러한 것들에서도 깨달음이 있다는 것이 새롭다.

함민복의 시 <만찬>은 소박하지만 어머니의 정성이 가득한 상을 받은 시인 아들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안도현 산문 <나는 당신입니다>는 부제처럼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으로 쓴 글이라는 점에 매우 동감한다. 삶의 여러 단상들을 통해 느끼는 풍요로운 삶의 가치들을 여러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함께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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