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12년
솔로몬 노섭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미국의 노예제도에 대해 막연하게 알고 있던 이야기를 나는 ‘솔로몬 노섭’의 <노예12년>이라는 책을 통하여 실체로써 다시 새롭게 알게 되었다. 미국 남북전쟁의 결과로 솔로몬 노섭이 있던 북부지역 워싱턴에서는 그는 적어도 흑인이지만 자유인의 신분이었다. 바이올린을 곧잘 연주했던 그는 늑대의 가면을 쓴 백인들의 친절한 조건 좋은 일자리 제안으로 그들을 따라 나섰다가 불행히도 노예제가 그대로 살아있던 남부지역으로 팔려가게 되면서 사랑하는 그의 아내 앤, 그리고 두 아이 엘리자베스, 마거릿과 12년의 긴 생이별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솔로몬 노섭이 흑인이란 이유만으로 그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얼마나 숱한 고난을 겪으면서 인간 이하의 고통을 받고 살았는지에 대해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통해 자세히 들려주고 있다. 이 책은 1840년대 미국 남부에서는 노예를 사고파는 것이 합법화되어 있었고 노예는 그 주인에 의해 한 낱 짐승과도 같은 소유물에 불과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솔로몬 노섭은 노예로 팔려간 후 ‘플랫’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된다. 그 후 그는 자유인으로서 솔로몬 노섭이라는 그의 정체성을 잃고 노예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얻게 되면서 그의 원치 않았던 비극들이 숨 막히게 전개되고 있다. 윌리엄포드와 같은 좋은 주인을 만나 한 때 행복했던 경험에서부터 버치, 티비츠, 그리고 애섭과 같은 노예를 인간 이하로 취급했던 자들의 잔혹한 행위들이 이 책에 잘 드러나 있다.

흑인노예 일라이자의 이야기는 참으로 가슴 아픈 이야기였다. 두 아이를 각기 다른 주인에게 팔려 보내야 했던 그녀는 자신의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결국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는데 엄마로서 자신의 아이들과 생이별을 해야 하는 그 심정이 어땠을까 생각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플랫은 여러 가지 재주 덕에 백인 주인들에게는 많은 유익을 주고 성실한 노예였지만 그가 당한 고통이 얼마나 가혹한 것이었는지는 그가 주인을 공격하고 두 차례 그곳을 벗어나 도망친 이야기와 주인을 죽이고 싶은 감정이 올라오는 장면에서는 나 또한 그의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수없는 채찍질로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을 매일 같이 목화밭에서 돌아온 이후에 겪어야 했던 노예들의 삶을 통해 비정하고 어두웠던 미국 역사의 한 부분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수많은 착취와 고통 속에서도 작은 것에 기쁨을 맛보기도 하고 또다시 찰나의 휴식이 끝난 뒤 찾아올 고통을 두려움 속에서 맞이해야만 했던 노예들의 이야기가 몸서리쳐지게 한다.

그러나 자유인으로서 솔로몬 노섭의 열망은 결국 베스라는 운명의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의 도움으로 12년만의 노예생활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마지막 목화밭에서 그를 구원하러 와 준 사람들을 보았을 때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장면에서 그에게 만감이 교차했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긴장 속에서 읽어가던 그의 이야기가 구조를 받게 되는 순간 나 역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긴장을 놓게 되었다.

원치 않은 노예제의 희생물이 되었던 흑인들의 역사, 그러나 미국을 바라볼 때 아직도 그 잔상이 남아있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든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통해 인권의 소중함에 대해 느끼고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인류로 나아가길 희망하며 필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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