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4
윌리엄 골딩 지음, 안지현 옮김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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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골딩의 작품을 설레는 마음으로 접했다.

‘파리대왕’이 나에겐 너무나 인상 깊었기에 이 책 ‘피라미드’에 대한 기대가 컸다.

특히, ‘피라미드’는 윌리엄 골딩의 자서전적인 소설이란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1920년대 영국 계급사회의 암울하고 냉혹한 현실을 반영하는 이 책은 단순히 영국사회의 계급적인 비인간성을 고발하는 수준이 아닌 영국사회에 대한 풍자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신랄하게 파헤치는 인간성 성찰의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영국의 작은 마을 ‘스틸본’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욕망과 위선은 비극적인 사건들을 통해 계급사회라는 피라미드에 갇힌 당시의 인간군상을 잘 들여다보게 한다.

옥스퍼드 대학의 입학을 앞둔 18살 주인공 ‘올리버’를 통해 전개되는 이야기는 등장인물들의 계급에 따른 그들의 내면의 의식이 어떻게 외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골딩 특유의 문체로 잘 표현해내고 있다.

세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피라미드’는 첫째 ‘올리’와 ‘보비’, 그리고 두 사람이 놓고 경쟁하는 ‘이비’의 삼각관계를 통해 계급과 남녀 간의 욕정사이의 관계를 잘 묘사하며 비극적이고도 희극적인 골딩만의 문학적 특징 등을 잘 표현하고 있다. 각기 스틸본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다른 이 세 사람의 위선적인 관계를 통하여 상위계층은 그들만의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방식으로 하위계층에 대한 위압감을 표출하고 하위계층 또한 자신들의 욕정을 채우기 위해 계급을 이용하는 심리적 묘사들이 매우 두드러지는 소설이다.

둘째 이야기는 ‘스틸본’의 주요행사인 오페레타 공연을 둘러싼 디트레이시와 이모젠을 중심으로 하는 희극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위선적인 사람들의 계급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셋째 이야기는 올리의 피아노선생인 도로시 부인과 웨일스 출신의 떠돌이 자동차 정비사인 헨리의 불편한 관계를 무관심 한 척하지만 그녀의 몰락을 은밀하게 오히려 즐기며 바라보는 위선적인 사람들의 시선을 매우 흥미롭게 그려놓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윌리엄 골딩의 자전적이란 의미에서 바라볼 때 영국사회가 얼마나 가면을 쓴 인격, 즉 ‘페르소나’가 어떻게 사실적으로 들어나고 있는지 잘 느낄 수 있다.

위선적이고 가식적인 그들의 행위와 심리를 통해 바라본 신분의 교체에 대한 그들의 열망은 피라미드 조직 안에서 온전한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비참하고 적나라한 그들만의 세계가 얼마나 폐쇄적인지를 잘 보여준다.

윌리엄 골딩의 특징인 희극을 통한 비극적인 이야기, 혹은 비극을 통한 희극적 이야기는 독자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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