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이야기 - 내 영혼을 위로하는
김현 지음, 조민지 그림 / 오션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추석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기 전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문득 어린 시절 풍족하지 못했던 우리 집 형편에 어머니께서 자주해주시던 아주 소박하지만 고향의 향수가 진하게 서려있는 음식이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김치를 송송 좁게 썰어 거기에 계란을 풀어 끓인 '김치계란찌게'다.

이 책을 받아보니 표지에 있는 '석유곤로'와 '양은냄비'가 눈에 들어왔다. 그림이지만 얼마 만에 보는 그 추억의 '곤로'인가.. 이 책의 저자와 비슷한 연령대에 있다 보니 참으로 많은 내용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진한 옛 시절,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했던 그 시절과 함께 한 상에 마주대했던 밥상, 그 안에 녹아있는 우리의 삶의 애환들이 스치듯 지나갔다. 이 책은 그런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과 사랑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그런 책이다.

내가 '국민학교'에 다니던 70년대~80년대 초까지만 해도 곤로 심지에 불을 붙이면 석유가 뭍어있던 심지가 불이 붙으며 나던 그 석유냄새가 참 정겨웠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가스가 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불편을 겪어야 밥이 나오고 국이 나오던 시절이었는데 그런 기다림을 통해 마주하던 어머니의 밥상이 그래서 더욱 그리운가보다.

이 책의 저자는 부산출신인데 그래서 그런지 바닷가에 근접한 지역에서 살았던 특유의 이야깃거리들이 많이 등장한다. 생선을 꾸덕꾸덕하게 말리는 장면과 고양이가 생선을 강탈하는 이야기, 도다리를 넣어 끓인 생선 미역국(전라북도 출신인 나에겐 생소했던 음식)과 바닷장어 등, 내가 쉽게 접해보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나에게는 새롭게 다가왔다. '아! 바닷가에서 자란 저자는 어린시절 이런 추억들을 가지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어린 시절과 비교하며 흐뭇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아버지와 마주하던 밥상은 분위기상 무게가 있었지만 아버지와 겸상을 한다는 것이 옛 시절에는 즐거운 일이었고, 어머니의 특기인 음식이 상에 올라올 때면 식사 내내 웃음이 가득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가득한 '내 영혼을 위로하는 밥상 이야기'는 어린 시절 힘든 형편 가운데서도 좁은 부엌에서 정성이 가득한 어머니의 소박한 밥상과 힘든 일을 마친 후 귀가하신 아버지의 손에 들린 먹을거리가 우리의 영혼을 따뜻하게 하는 그런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다시금 그 시절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석유곤로'에 끓인 밥과 맛있는 김치계란찌게가 생각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마음 따스해지는 옛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부모님을 생각하고 따뜻한 마음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