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목적지는 여행이다 - 강제윤 시인의 풍경과 마음
강제윤 지음 / 호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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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하던 중 책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한 걸음에 일터에서 가까운 집으로 향했다. 책을 받아든 순간 그 설레는 마음은 언제나 동일하게 나에게는 짜릿함이었다.

<여행의 목적지는 여행이다> 강제윤 시인의 이 책은 '여행'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나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삶에 찌들어서 였을까? 부푼 기대로 책을 펴는 순간  먼저 눈에 띠는 것은 여백이었다. '아 그렇구나! 이 책은 시인이 쓴 책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떠오르며 나는 이 책의 여백에 먼저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 책은 우선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여유롭게 살지 못하는 현대 도시인들의 삶에 '섬'이라는 '피안'을 제시하고 그 피안의 세계에서 자유롭고 또한 일상 생활 속에서 놓치고 지나가기 쉬운 것들의 의미를 '걷기'를 통하여 발견하고자 한다. 한 폭의 아름다운 섬의 풍경과 그 속에서 발견되는 소소한 삶의 형태와 그 안의 사물들,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을 통하여 삶의 모습을 조명하고 삶의 본질을 꿰뚫어 시로 노래한다.

이 책은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은 분명 아닌 듯 싶다. 그러나 또한 이 책은 섬의 특징을 한 편의 시로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그 곳에 대한 동경의 마음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벽화앞에서 사진 찍는 소리. 동피랑 마을은 종일 하나, 둘, 셋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동피랑은 매일이 여행이고 매일 밤이 스카이 라운지다.'

이러한 내용들은 그 마을의 특징들을 잘 부각시킴으로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고 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픈 마음을 동하게 한다.

또 책을 내려놓지 못하고 한 참을 읽어 내려간다.

그러다보니 또 생각나는 것이 있다. '아 ! 이 책은 인생을 노래하고 있구나...' 산과 바다를 보며 인생의 상처를 노래하고, 선원들의 팔에 새겨져있는 문신을 통해 그들의 삶의 애환을 그려놓는다.

산 길을 나뭇짐이 가득 실린 손수레를 끌며 힘겹게 올라가는 할머니의 사진 속에서 '늙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사진 속에 삶이 있고 그 삶 속에 시가 있으며 시 속에 지은이의 철학이 묻어있음을 느낀다.

'노화도'의 선창가에 앉아있는 늙은 양초장수를 보며 노화도의 붉은 노을과 양초장수의 인생을 대비시킨다.

 

 

 섬에는 노인들이 많다. 자식을 떠나 보내는 노부모의 맘을 그려놓는가 하면,

그들의 힘든 삶을 통해서 인간의 고통을 노래하기도 한다.

작가는 또한 '산해경'에 '남류산'이라는 이상향을 통해 사랑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인간의 사랑이 고통없는 자웅동체가 아닌 매우 고통스러운 자웅이체일지라도 사랑없는 유토피아에 가느니 차라리 고통스러운 유황지옥에 가는 것이 낫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는 다른말로 하자면 그렇게 산해경 남류산이 아름답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고즈넉한 섬마을 저녁 섬 속에 또 다른 작은 섬 위에 외롭게 앉아있는 새 한마리를 통해 고독을 노래하고 우리의 마음 속 깊은 곳 내면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려고 노력한다.

중리 어촌계장님의 구수한 방송이 이 책의 후미를 재미있게 장식한다.

멸치 좀 쪼까 더 잡아보것다고 배 다니는 통로에 그물치지 말라는 당부의 말씀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정이 묻어나는 투정이며 직접 들어보고 싶은 시골 섬마을의 향수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이미 나의 마음은 어디 어디 섬에 가면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걸음의 여유속에 바쁘고 정신없는 도시의 삶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자연의 풍경과 그 안에 삶, 애환, 깨달음등을 나도 느껴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들었다.

 

여행의 목적지는 이러한 것들을 느끼는 여행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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