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백 -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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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문체 자체가 신나게 읽히는  글이다.  

요새 책을 쌓아놓고 읽고 있지만 이렇게 속도감 있게 읽은 책은 간만이다. 

<표백>은 요새 최고의 베스트 셀러라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도 떠올리게 한다.  

우리의 아픈 청춘이야기가 녹아있다. 이야기는 사실 아픈 이야기지만  

스릴러 형식과 추리형식을 가미해서 끝을 알고 싶어서 끝까지 읽게 하는 매력이 지녔다. 

자살이 극단적 저항이라는 선택에 따라 자살하는 청춘들. 

현실은 아니지만 너무나도 현실같아 눈물이 난다. 

우리는 살기가 너무나도 팍팍하구나.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야기 속에서 아직도 가슴 아파하고 내 삶 같아 가슴이 아리다. 

 

강추다, 간만에 읽을 만한 책을 찾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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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일하는 연습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박현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사실 행복하기 위해서 살고 있다. 

친구가 놀러와서 바닥에 있는 책을 한 권 물끄러미 본다. 

"행복하게 일하는 연습? 이거 읽는 거야?" 

"응, 괜찮으면 추천해줄게." 

"괜찮아. 니가 요약을 해주렴." 

 

사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행복하게 일하고 있지 않은 나를 발견해서이다. 일은 스트레스의 연속. 그것을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하는 발버둥의 결과가 이 책의 선택이 아닐까? 

 정말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 자신이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일이니까 이 책 속에서 행복하게 일하는 법을 찾아보겠다는 작은 희망. 역시 큰  기대가 아닌 한 줄기의 작은 희망.숨 쉴 구멍을 찾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책은 궁합이 중요하다.  

결국은...............큰 울림은 주지 못한다. 내가 원하는 바와 이 스님이 추구하는 바는 너무 다르다. 그리고 무언가 추상적인 느낌. 

 번뇌를 버리라. 그리고 몰입하라.  

울고 싶다. 누가 모르는가?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달란 말이다. 구체적으로. 실용서처럼. 그것은 스님에게 너무 큰 바람이겠지?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나는 모르겠다. 그 깊은 의미를 깨우치기에는 내가 너무나도 얄팍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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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너무나도 상큼한 책표지와 어울리지 않는 제목. 신문기사 한 줄로 시작했다고 하는 약간의 호기심. 공지영의 글은 관심없다고 하면서도 늘 작가의 책을 사보고 있다. 사서 읽어보고 비판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별로면 책장을 덮어버리고 중고책 시장에 팔아버려야지.  

 그런데, 글쟁이는 글쟁이구나.  

 계속 읽기 시작한 것은 언젠가 한번 생각해 봄직한 구절이었다. 

"하인숙이라는 여자 말이에요. 주인공이 약속을 어기고 떠난 후 무진에 홀로 남아 어떻게 되었을 것 같아요?"  

 그 한 구절이 계속 책을 읽게 만들었다. 그것이 책에서 어떤 연결고리를 만들지도 모르면서. 

 주인공 강인호는 기간제교사로 무진이란 곳으로 청각장애자 학교로 간다. 김승옥의 안개가 가득 낀 <무진기행>의 무진이라는 곳은  실제로는 없는 곳이다. 그런데 그 무진으로 가서 잔인한 현실에 부딪힌다. 청각장애자라는 이유로 인륜이 무시되는 잔인한 현실 속에서 그는 어찌하다보니 투사가 된다. 그 과정이 자못 현실적이다. 잔인한 현실과 법정이 만난다. 그 과정이 너무나도 아프고 잔인해서 사실은 읽기가 힘들 정도였다. 강인호라는 인물이 기간제교사이고, 그리고 현실에 비굴해야 하는 현실조차도 버거운데, 아이들에게 행해지는 성폭력과 권력에 무너지는 모습에 눈을 질끈 감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계속 읽혀지는 소시민 강인호는 <무진기행>의 주인공과 계속 오버랩시킨다. 강인호 안에는 <무진기행>의 그가 있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이 배반을, 타협을, 무책임을 긍정하자고 마음먹었다."  

김승옥의 <무진기행>의 일부분을 따오는 것이다. 강인호는 자신이 하인숙처럼 버린, 죽어버린 명희에 대해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그녀를 자살하게 했다는 오명을 썼고  

(하인숙은 정말로 어떻게 되었을까.) 

 법의 공판이 현실처럼 잔인하게 마무리되었을 때, 마지막 싸움에서 마지막 부분에 아내에게 자신은 남아서 끝까지 남겠다는 편지를 쓴다. 여기에서 가슴이 뛰었다. 아, 강인호는 <무진기행>의 그와는 다르게 진실을 위해서 끝까지 싸울것인가. 이것이 작가가 바라는 바인 것인가? 

"편지는 어둠 속에서 그를 빤히 보고 있었다.(중략)꼭 그래야만 하나,하고 누군가 물었다.곡 그래야만 한다,고 그는 대답했다. 그래도 정말, 꼭? 이라고 누군가가 다시 물었다. 그래도 정말로, 꼭, 그래야만 한다고 대답할 수 없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중략)그러고는 편지를 찢었다.거센 바람은 가벼운 종잇조각들을 싣고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그러나 강인호는 소시민이었다.<무진기행>의 그처럼 그는 어쩔 없이 끝까지 싸우지 아니하고 현실과 타협한다. 그래, 그렇기에 그는 더욱더 현실적일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양심적으로 끝까지 싸우고자 했으나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죽어가는 진실과 싸우는 것은 얼마나 어마어마 하게 힘든가. 

"빗발 속으로 뿌연 이정표가 서 있었다. 감색 바탕의 이정표에는 안개보다 더 하얀 글씨로 '당신은 지금 무진을 떠나고 있습니다.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씌어 있었다. 강인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고 한참동안 떼지 않았다." 

아, 부끄러운 그대! 

그리고 수많은 반복되는 <무진기행>의 주인공들. 현실과 싸우고 싸우고, 다시 눈을 가린다.  

마지막으로, 난 다음 부분이 인상이 깊다. 그래, 진실이라는 것은 항상 두렵고 무섭지. 내가 나아가는 바는 죽을 힘을 다하는 것인데 남들은 그것이 그 사람의 숙명인 양 생각하지. 그건 특별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그런데, 그들, 그 특별하다고 여기는 그들도, 무섭구나.

"선배는 ...용감하잖아." 

"그래?그랬어? 이상하다, 난 늘 무서웠는걸." 

공지영이 한 줄에서 시작한 참담한 진실, 그리고 절묘한 <무진기행>속의 또 다른 우리의 오버랩. 

결국, 난 공지영의 책을 소장하기로 결정했다. 가득 그어진 밑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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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이야기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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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나지 말자, 헤어지기 괴로우니

태어나지 말자, 죽기 괴로우니.

 

그러나 만나고 헤어지고 태어나고 죽는 것이 어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인가

이러한 인간의 실존을 철저하게 깨달을 수 있다면

크게 상처를 입을 것 같지는 않다.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는 역시 어려운 일이다.

사는 것 자체가 쉽지 않는 일이니까.

 

 

 

<인과경>

전생의 일을 알고 싶거든

현재 내가 받는 것을 보라.

내 생의 일을 알고 싶거든

현재 내가 짓고 있는 것을 보라.

 

 

 

<법구경>

오늘은 어제의 생각에서 비롯되었고,

현재의 생각은 내일의 삶을 만들어간다. 삶은 이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이나,

순수하지 못한 마음으로 말과 행동을 하게 되면

고통이 그를 따른다. 수레의 바퀴가 소를 따르듯 

 

 

어떤 경전을 보면 성자도 인과관계에서만은 벗어날 수가 없다고 한다.

몇 생을 두고 얽히고 설켰을 그 미묘한 관계가 새삼 두려워진다.

사람에게는 자기 몫의 생에 대해서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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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글 중 가장 인상깊은 것은  <무소유>였다.

 

그 한 편만으로도 깊은 마음의 울림을 주었고,

어린 나이에도 살아가는 데 반성을 하게 해 주었다.

 

왜 이 책이 눈에  들어왔을까?

 

<무소유>만큼이나 깜찍하고 하얀 백자같은 느낌의 제목이었으리라.

 

불교의 얘기는 어렵고 재미없다.

 

그렇지만 최대한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 스님의 손길이 느껴진다.

그리고 불교의 경전에서 얼마나 주옥같은 깨달음과 가르침이 있는지 새삼 느끼게 한다.

 

그리고 다시 반성하게 한다.

 

곁에 두고 하루에 한 꼭지씩 읽어도 좋을 글들이다.

좋은 책은 오래 남는다고 했던가.

그리고 곁에 두고 내내 다시 읽어도 좋을 책들은

책들의 홍수 속에서 많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러하다.

 

나는 책을 읽을 때, 내가 가져갈 구절을 찾고 책을 찾는다.

보물찾기를 하듯이 책을 읽는다.

그리고 기뻐한다.

 

오랜만에 난 기쁘다.

좋은 책을 만날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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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기담 - 근대 조선을 뒤흔든 살인 사건과 스캔들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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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드라마와 소설도 참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손이 쉽게 가는 것은 '기이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일본에서 그 시리즈는 아직도 인기가 높다.

예전에 봤던 '기담'이라는 영화도 생각나고 제목만으로도 매혹적인 책은, 인문학과 역사에 약간의 양념을 첨가했다고 보면 되겠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나 할까? 예전처럼 신흥사이비종교가 판을 치고, 자기 몸에 좋다고 살인을 서슴지 않고 사랑 때문에 눈이 멀어 버리고, 또한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안의 실상은 너무도 다른 , 요즘과 피차 다르지 않은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예전도 기담이고, 지금도 기담이며.

지금도 ㅡ 기담이 일상이고 예전도 그러하다.

 

가슴이  쓸쓸해지는 건 필경 나뿐일까?

예전이 더 낫다고 하지만, 우리는 행복한 것만으로 기억하고 나머지는 지워버리는 것이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다르지 않고 일상이 반복되고있다.  10년전 신문이나 오늘 신문의 내용이 헷갈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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