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보, 백성을 깨우다 ㅣ 오늘의 청소년 문학 36
안오일 지음 / 다른 / 2022년 8월
평점 :
결 :
1. 성품의 바탕이나 상태.
2. 못마땅한 것을 참지 못하고 성을 내거나 왈칵 행동하는 성미.
3. 곧고 바르며 과단성 있는 성미.
부모는 개인의 꿈을 투영해 자녀에게 이름을 지어줍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부모가 지어준 이름대로 사는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그런 의미에서 이름대로 사는 결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결은 못마땅한 것을 참지 못하고, 곧고 바르며 과단성이 있는 성격 그 자체였거든요.
기별청의 기별 서리로 한양과 지방 관청에 배포할 조보를 필사하는 일을 책임지고 있는 결의 아버지 이필선은 그의 아버지를 닮아 대쪽같은 성격을 지닌 강직한 분이십니다. 결의 할아버지는 새로 부임한 사또의 비리를 참지 못해 일을 그만뒀을 만큼 비리를 참지 못하는 분이셨어요. 결도 그런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보며 자라 일찍부터 글을 사랑했습니다.
비록 여자로 태어났지만 아버지를 졸라 글을 배운 덕분에 친구와 동생의 글잡이(글+길잡이)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신임을 얻어 조보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까지 갖게 됩니다. 부푼 꿈에 젖어 일을 시작했지만 현실은 폭풍의 눈 그 자체였습니다. 조보는 필기체로 흘려 쓴데다 발행 부수도 적고 배달되는 곳도 한정되어 있어 평민들은 좀처럼 읽어보기 어려웠습니다. 어쩌다 조보가 생겨도 읽을 수 없고요. 하지만 이런 문제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저기, 오라버니 말이 내일 승정원에서 조보에 실을 기사를 보내오면 그중 여기 사또에 대한 상소 건이 있을 거랍니다. 당신이 필사하면서 내용을 좀 바꿔 달라고······."
p.29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은 조보에 자신의 비리를 밝히는 글이나 상소 내용이 실리는 걸 꺼려해 내용을 바꾸거나 삭제하려 온갖 수를 씁니다. 결의 아버지는 온갖 협박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지만 그도 어쩌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맙니다.
결은 뜻을 굽히는 아버지를 보고 불같이 화를 냅니다. 이 불똥은 가족, 동료, 친구를 가리지 않고 튀어요.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정확한 내막을 알기까지 결의 오해는 눈덩이처럼 커집니다. 그래서 우린 매일 마주한 사이라 할지라도 쉽게 단정짓고 판단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해요.
"병법에서 한 명의 병사가 길목을 잘 지키면 천 명의 적에 대항 할 수 있다고 했느니라."
이 말은 한 사람의 행동이 많은 이들을 구해 낼 수 있다는 뜻이라 했다.
나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p.73
한 병사가 천명의 적을 대항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도 드문 일이에요. 현실에선 더하죠. 백지장도 맞들면 낮다는 옛말도 있습니다. 서로 힘을 합쳐 방법을 강구하는게 더 현명한 처사일 수 있어요.
예나 지금이나, 소설 속이든 현실이든 나쁜 사람들은 한둘이 아닙니다. 언론과 여론을 통해 이득을 챙기려는 사람들은 늘 있어왔어요. 가끔은 세상이 온통 나쁜 사람들 천국인 것 같이 느껴지는 때도 있어요.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사람들은 선한일은 남몰래 숨어서 하거든요.
결과 그의 가족도 음지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요란한 악과 달리 선은 조용해 드러나지 않을 때가 훨씬 많습니다. 음지에서 독립운동을 한 선조들처럼요.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은 작고 낮은 곳, 나에서 시작됩니다. :)
+
조보는 조선 시대에 국가에서 발행한 신문의 일종으로 승정원에서 조보에 실을 정보를 선정하면 기별서리가 직접 필사해 조보를 전달했다. 임금의 명령, 정책, 사회 문제, 고위 관리의 상소와 이에 대한 임금의 답변, 인사이동, 사건ㆍ사고, 기이한 자연 현상 등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