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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최종학 교수의 숫자로 경영하라 5 - 재무제표 행간에 숨은 숫자의 의미를 파악하라! ㅣ 서울대 최종학 교수의 숫자로 경영하라 5
최종학 지음 / 원앤원북스 / 2022년 9월
평점 :

그동안 "기업을 이해하려면 대차대조표를 읽어라. 재무제표 숫자 사이에 숨은 뜻을 파악하라."는 말을 숱하게 들었지만 통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관련 서적을 몇 번 읽어봤지만 스스로 행간의 의미를 터득할 스킬은 배울 수 없었어요.
필자의 수준이 이제 막 초점책을 보기 시작하는 신생아라면 저자는 산신령급(?)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SK의 지배력 평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의 뒤처리 문제를 회계 분석을 통해 읽어내다니 저자의 통찰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아시아나항공은 2018년 말 부채비율이 649%에 달했습니다. 당시 경제 전망이 어두웠기 때문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여러 채권자들이 부채 회수를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보도되었다고 해요. 초반, 아시아나항공은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고자 했어요.
전직 대통령의 사위와 현직 거물 정치인을 사외이사로 임명하려고 했습니다. 이전에도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외이사진엔 은퇴한 정치인이나 현 권력자와 가까운 사람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으니 늘 하던 방식대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거였어요.(p.332-361)
금호아시아나는 권력을 쥐고 있는 사외이사들이 그 힘을 이용해 채권단에 압력을 넣어 부채를 연장해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각종 문제들이 드러나면서 주주들의 엄청난 비난이 폭주했고 산업은행이 정치권 눈치보지 않고 소신있게 경영권 교체를 요구하며 아시아나는 그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게 됩니다.
산업은행이 아시아나 사례에선 좋은 역할을 해준 것 같지만 그들이 국민에게 끼친 손해는 어느 기업 못지 않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을 계속 인수하기 위해 애썼지만 결국 포기하면서 금전적 손실도 엄청났는데 이걸 세.금.으.로. 충당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산업은행이 갖고 있던 여유자금(?)으로 삼성토탈과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해 돈을 벌고, 두산DST를 인수해 한화디펜스로 바꿔 방위산업계 국내 1위를 더욱 곤고히 할 수 있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2008년 대우조선해양 입찰에서 떨어졌지만 그 덕에 2008년 금융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고, 2019년에 2008년 가격의 절반 이하의 금액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수 있었습니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돈을 번 투자가 되었지만 국민의 혈세는 그야말로 지못미ㅠ가 되고 말았습니다. 참 아이러니합니다.
또 하나 의외의 사실!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과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저자는 냉정합니다. 그의 투자 철학 중 대부분은 옳지만 모두 옳은 것은 아니며 그가 투자하는 기업도 그의 투자 철학에 맞는 것일뿐 좋은 기업이란 뜻은 아니라고 콕찝어 말합니다. 책을 읽다 문득 '워런 버핏 따라 투자하면 되겠네.' 라며 우스갯소리하던게 떠올라 부끄러웠습니다.
저자는 과거(배운 것 그러니까 경제학)에 머물러 있지 않았어요. 경제, 사회, 정치 모든 분야에 귀를 활짝 열고 그 흐름 속에 배운 것을 적용해 지식과 세상 보는 시각을 키워 나갔습니다. 서울대 교수라면 배운 것만 써먹고(?) 살아도 평생 걱정이 없을 것 같은데 배움 앞에 얼마나 부지런한 분이신지 책을 읽는 내내 감탄, 감탄, 또 감탄했습니다. "나는 정말 까막눈이구나!" 한번 더 깨닫고 더 부지런히 공부하고 세상을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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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보다 스펙 적은 사람 (책 뒤로) 줄서. ㅋㅋ